CAFE

☆카페지기 방

연재글 : 유전자와 탁구 (1) 사냥꾼 생활 오십만년, 어디 가나요?

작성자Oscar|작성시간18.05.28|조회수1,001 목록 댓글 25

"유전자와 탁구" 라는 주제로 연재글을 시작합니다.

본 연재글은 제가 그동안 읽어 온 아래와 같은 책들이 근거가 되어 작성되었습니다.

제대로 된 학문적인 글이라고 하면 읽어온 책들을 쌓아 놓고 각 문장이 어느 책 몇 페이지에 근거를 두고 있는지를 밝히는 것이 맞겠지만, 여러 책을 읽은 것을 뭉뜽그려서 작성하게 되는 글이고 조금은 소소한 에세이적 글이므로 그렇게까지 하지 않음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글을 작성하는데 참고가 된 책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에덴의 강 (리차드 도키스) /  총, 균, 쇠 (재러드 다이아몬드) / 호모데우스 (유발하라리) / 호모사피엔스 (유발하라리) / 종교유전자 (니콜라스 웨이드) /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존 그레이)



--------------------




제가 대학을 다니던 시절, 그 시대의 화두는 여성학이었습니다.

미국 정치학계의 논문 주제의 절반 이상은 여성에 대한 것이었고,

앞으로서의 시대에 여성과 남성을 어떻게 대우해야 하는가,

어떻게 하면 여성에게 불리한 현실을 개선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 그 시대의 주된 관심사였죠.


기억나는 것이 제 여동생과 외할머니 사이에 있었던 언쟁입니다.

동생이 누워서 책을 보면서 저에게 "오빠, 커피 좀 타줘"라고 했던 것이죠.

저는 별 생각 없이 커피를 타려고 일어 나는데, 외할머니가 그 모습을 보고 화가 엄청 나셨습니다.

감히 여동생이 오빠한테 커피를 타 달라고 한다고, 동생에게 참지 못 하고 한 마디 하셨죠.

저와 동생은 웃어 넘기려고 했어요.

하지만 결국 여동생과 외할머니는 꽤 과열된 논쟁을 하게 되었지요.


저희 시대의 남성들은 부적응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남존여비의 유교 사상이 서서히 남녀 평등으로 자리를 내주는 시대를 경험한 것이 아니고,

아침에 일어나면 엄마가 부지런히 밥상을 챙겨내 주시는 것이 아주 익숙한데,

결혼하고 나니 아내는 아침 밥을 잘 차려 주지 않는,

(제 아내는 아침마다 정말 감사하게 항상 챙겨 줘요)

그래서 세대간 갈등, 문화적 충돌이 매일 매일 일어 나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대학시절 들었던 여성학 수업 중에 당시에도 참 의아하게 생각하면서 들었던 내용이 있습니다.


여성과 남성은 생래적으로 차이가 없는데 자라면서 교육에 의해 차이가 생긴다는 것입니다.

즉 여자 아이가 인형을 좋아하고, 남자 아이가 자동차 장난감을 좋아하는 것은,

나면서 부터 그런 것이 아니고 부모와 주변 사람들이 남자 아이에게는 남자 다움을 요구하고,

여자 아이에게는 여자다움을 요구해서 그렇다는 것이지요.


아마도 당시의 여성학은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문화에 저항하기 위해서 시작된 페미니즘 운동의 영향을 많이 받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런 형태의 생각은 차츰 차츰 완화되어 갔지요.

남성과 여성의 차이가 없다고 생각했던 초기의 여성학은, 남성과 여성의 생래적 차이를 인정하기 시작했고,

임신과 출산이라는 기본적 기능 차이가 미치는 여러가지 심리적 차이에 대해서도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변화를 극적으로 이끌어 낸 책이 "화성 남자, 금성 여자"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얘기를 조금 더 확장 시켜서요...

인류의 삶을 살펴 보면 임신과 출산이 여성의 몫이고,

생의 일정 기간을 임신과 출산, 그리고 젖먹이에게 젖을 먹이며 보내야 하는 여성을 위해서

남성들이 사냥을 해 오는 것이 인류의 일반적인 모습이었던 것 같습니다.


현생 인류의 직계 조상은 호모 사피엔스라고 부르는데요,

호모 사피엔스와 동시대를 살았던 인류가 네안데르탈인입니다.

네안데르탈인은 호모 사피엔스와 대략 8만년에서 5만년 전 시기에 교배가 이루어져,

우리 인류의 유전자 중 2% 정도는 네안데르탈인 유전자가 섞여 있다고 하는데요,

네안데르탈인은 호모 사피엔스에 의해 몰락해서 지금은 존재하지 않지요.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는 수렵과 채집을 위주로 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호모 사피엔스의 출현 시기에 대해서는 상충하는 학설이 있는 것 같습니다만, 30만년 이상의 시기로 거슬러 올라가지요.

대략 인류의 역사를 호모 사피엔스, 또 그 유사한 종을 상정하여 추정하면 50만년 정도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오스트랄로 피테쿠스 등 초기 유사 인류까지 포함하면 훨씬 더 올라갑니다. 대략 300만년에서 500만년 전까지로 확장됩니다.)


그렇게 보면 인류가 농사를 짓기 시작한 약 1만년에서 1만 5천년 전의 시기 직전까지, 인류의 대다수는 수렵 채집의 삶을 살았던 것입니다.


제가 학교 다닐 때만 해도 수렵, 채집의 삶이 더 원시적이고 불안정한 것이고,

신석기 혁명을 거쳐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인류의 삶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고 배웠는데요,

최근의 글들은 그렇게 말하지 않네요.

"호모 사피엔스" 책을 보면 인류는 농사를 짓게 되면서 정주 형태의 삶을 살게 되고,

흉년이 오면 한 곳에 모인 대규모의 인원들이 굶어 죽게 되는,

그리고 위계질서와 권력이 생기고 빈부 격차가 생기면서 대다수의 사람들이 노예가 되고,

소수의 귀족 계층만 부를 누리는 실질적인 다운 그레이드가 일어났다고 합니다.


아무튼, 이런 신석기 혁명 이전 시대의 인류는 수렵, 채집의 삶을 살았는데요,

이 삶은 지속적으로 어떤 사냥감을 추적하고, 그 사냥감을 죽이는 기술에 의존합니다.


즉 이 삶은 정신적으로는 집요하게 추적할 수 있는 능력을 요구했고,

육체적으로는 강인함과 폭력의 기술을 요구했습니다.

이겨야만 생존하는 시기였지요.


아마도 그런 형태의 삶이 인류의 유전자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농사를 지으면서 살게 된 것에 비해서 수렵 채집의 삶이 훨씬 더 길기 때문에,

우리 유전자는 사냥꾼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것이지요.




상대적으로 여성들은 출산과 육아라는 짐을 부가적으로 가지고 있었습니다.

피임이라는 개념이 없는 시점이라는 것을 고려할 때, 여성은 가임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출산을 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일부 일처제의 개념이 없는 공동 출산, 공동 육아의 형태도 가정해 볼 수 있구요,

(제가 지금 섬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데요, 예전에 TV에서 본 다큐멘터리의 내용인데요,

과거 수렵 채집 상태와 비슷한 경제 구조를 지금도 유지하고 있는 한 섬에서는 현대적인 개념의 가족이나 엄마와 아빠가 없고

공동체가 자녀를 낳고 공동체가 자녀를 기르고 있습니다.)


즉 여성은 남성에 비해 생의 상당 기간을 출산과 육아로 보냈을 가능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 글이 연재글이 되려면 위에 적은 내용은 앞으로의 글에도 지속적으로 인용되어야 할 듯 하네요.

그래서 대략적인 내용만 적고 더 상세한 내용은 연관된 내용이 나올 때 마저 적도록 하지요.



"이기적인 유전자"라는 책으로 유명한 리처드 도킨스는 결국 이 지구의 승자는 인간이 아니라 인간의 유전자라고 말합니다.

인간의 유전자는 디지털적으로 복제가 됩니다.

예전에 사용되던 카세트 테이프는 계속해서 복제를 하면 점점 더 음질이 떨어지지만,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디지털 음원은 아무리 많이 복제해도 음질이 떨어지지 않지요.

즉 우리 몸 속의 유전자는 우리 조상의 유전자와 동일하게 디지털적으로 복제되어 왔다는 것입니다.


인류의 개체수를 기준으로 보면 인류의 유전자는 확실하게 성공한 것이 맞습니다.

개체수가 70억을 헤아리니까요.

그것에 비하면 호모 사피엔스가 등장하기 이전에 존재하던 수많은 대형 동물들은 유전자의 입장에서 보면 완전히 실패 했지요.

호모 사피엔스가 전 지구의 대형 동물 중 90%를 멸종 시켰으니까요.


반면에 닭이나 돼지 같은 동물들은 작은 우리에 갇혀 짧게 살다가 도살되므로 지극히 불행한 삶을 살게 되었지만,

유전자적으로는 그 개체수가 크게 늘었으니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개념에서 본다면, 인류의 유전자는 지난 50만년의 세월 동안 어떤 변화를 겪었을까요?

50만년 전의 인류와 지금의 현생 인류는 얼마만큼이나 차이를 가지고 있을까요?



이런 의미에서 본다고 하면 남성의 유전자는 지난 50만년 동안 호모 사피엔스 종 안에 축적된 어떤 공통적인 것을 가지고 있을 것이 분명합니다.


남성과 여성 간 차이의 상당 부분은, 여성이 출산과 초기 육아 (수유)를 감당한다는 면에서 빚어지는 성 역할의 차이와,

수렵 채집 경제로 보낸 지난 49만년의 삶이 미치는 영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입니다.


(글 이어집니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 답댓글 작성자Oscar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8.05.29 감사합니다 😊
  • 작성자유니 | 작성시간 18.05.29 와~대단합니다.저도 위에 읽은 책들이 있는데 퍼즐이 맞춰지는 느낌이네요^^.2편을 기대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Oscar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8.05.29 예~^^
  • 작성자비스매니아 | 작성시간 18.05.29 결론은 탁구를 잘 치려면 좋은 유전자를 타고나야 한다 아닐까요?
    인생에 성공을 결정짓는것이 유전자이듯...
  • 답댓글 작성자Oscar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8.05.29 유전자가 중요하죠.
    아쉬운 부분이기도 해요~^^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