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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글 : 유전자와 탁구 (2) 여자와 출산

작성자Oscar|작성시간18.05.29|조회수421 목록 댓글 20

"유전자와 탁구" 라는 주제로 연재글을 시작합니다.

본 연재글은 제가 그동안 읽어 온 아래와 같은 책들이 근거가 되어 작성되었습니다.

제대로 된 학문적인 글이라고 하면 읽어온 책들을 쌓아 놓고 각 문장이 어느 책 몇 페이지에 근거를 두고 있는지를 밝히는 것이 맞겠지만, 여러 책을 읽은 것을 뭉뜽그려서 작성하게 되는 글이고 조금은 소소한 에세이적 글이므로 그렇게까지 하지 않음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글을 작성하는데 참고가 된 책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에덴의 강 (리차드 도키스) /  총, 균, 쇠 (재러드 다이아몬드) / 호모데우스 (유발하라리) / 호모사피엔스 (유발하라리) / 종교유전자 (니콜라스 웨이드) /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존 그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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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이 속편 글을 기다리시는데, 글을 쓸 틈을 얻기가 어렵네요.

어제 글에 이어 계속 적어가 보겠습니다.


참고 문헌 목록에 존 그레이의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를 추가했습니다.

저에게는 굉장히 큰 흥미를 주었고, 그 내용의 많은 부분이 지금도 마음 속에 남아 있어요.

그런데 그 책은 남자와 여자가 서로 차이가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고, 그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적지 않고 있습니다.


우선 남자와 여자의 차이점들을 한번 알아 볼까요?


여자는 화가 나면 자기가 화가 난 것을 남자가 알아 차리기를 원합니다.

남자가 잘 알아차리지 못하면 그것을 알아차릴 때까지 상대방에게 모진 말을 합니다.

그리고 화가 난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화난 감정이 누그러집니다.


남자는 여자가 화를 내면 이해를 하지 못 합니다.

그리고 처음에는 웃어 넘기죠.

그런데 듣다 보니 점점 화가 나요.

여자는 남자에게 화를 내면서 상처를 주는 말을 던지다 보면 점점 화가 작아지지만,

여자가 막상 화가 풀리기 시작할 무렵, 남자는 화가 나서 부글부글합니다.


이런 경우 여자가 최초로 화가 났을 때의 그 화의 높이보다, 마지막에 남자가 화가 났을 때의 높이가 더 심하죠.

남자는 분을 참지 못하고 씩씩 거리지만, 여자는 남자가 화가 났을 때쯤에는 어떻게 이 상황을 잘 끝낼까 고민합니다. 


남자는 화가 나면 동굴에 들어가 버립니다.

말을 걸어도 말을 하지 않아요.


여자는 화가 나면 자꾸 말을 합니다.

말을 하지 않으면 상대방과의 관계가 완전히 끊어질 것 같은 두려움을 느끼지요.

대화의 양이 곧 상대방과 자신을 이어주는 관계의 깊이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남자는 말을 하지 않아도 약속을 지키려고 한다고 자신을 생각해 주기를 원합니다.

자꾸 확인하지 않고 믿어줄 때, 자신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자는 대화의 양과 대화의 깊이가 곧 신뢰의 깊이를 뜻하고 관계의 지속성을 담보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끊임없이 대화하고 그 대화 속에서 다시 확인합니다.

사랑해? 사랑해? 하고 물으면 그 말에 사랑해, 라고 답해줄 때 안심합니다.


남자는 계속해서 사랑해? 라고 물으면 자신을 믿지 못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은 의심 받는 존재이고, 여자로부터 충분히 가치를 인정받지 못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자는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참을 수 있습니다.

마니너스 점수가 높아도 웃으면서 대합니다.

언젠가 남자가 이 모든 마이너스 점수를 다 보상해 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남자는 관계에 있어 오랜 시간 마이너스 점수를 쌓아둘 수 없습니다.

우선 계산기 자체가 없어서, 자신이 얼마나 마이너스인지를 모르지요.

그리고 여자가 자기에게 잘해 주면, 자신이 그런 대우를 받을만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시간이 지나서 마이너스 점수가 많이 쌓이면 여자는 화가 폭발합니다.

그런데 남자는 왜 갑자기 여자가 화를 내는지를 이해하지 못 합니다.

마이너스 점수를 측정하지도 못 하고, 그것을 계속 계산해 보지도 않았기 때문이죠.


여자는 누군가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 그 사람이 나를 거부할 때 얼마나 슬플까를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남자 주변을 멤돌면서 그 사람이 정말 자기를 좋아할 수 있을까 떠보려고 합니다.


남자는 좋아하는 여자가 생기면 그 여자와 사귀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합니다.

내가 고백하면 상대방도 나를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하죠.


남자는 여자와 결혼하지만, 여자는 자신의 행복과 결혼합니다.

남자에게 결혼은 성취이지만, 여자에게 결혼은 행복해질 권리를 얻은 시점입니다.




위에 적은 내용들에 대해서 여러분들이 얼마나 공감하실지 모르겠네요.

그냥 제가 살면서 느꼈던 남녀의 차리를 주절 주절 적어 봤는데요,

아마 이런 내용들을 적다 보면 한도 끝도 없이 적을 수 있을 거에요.

제가 모르는 남녀의 차이를 여러분들이 더 많이 아시기도 할 거구요...


그런데 이 모든 내용들이 제가 대학생 시절에는 대단히 반페미니즘적인 것들이었습니다.

90년대 초반에는 여성과 남성의 생래적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지성적인 생각이었고,

남녀의 차이를 강조하면 가부장적인 사람으로 낙인 찍혔지요.


그래서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라는 책은 아주 센세이셔널 했어요.

제가 수박 겉핥기 식으로 읽고 말아서,

위의 내용 중 어느 것이 그 책에서 나온 것이고 어느 것이 그냥 제 평소 생각인지는 잘 모르겠는데요,

제 인생에서 도움 되는 책 몇을 꼽으라면 이 책을 버릴 수가 없을 것 같네요.



이제 문제는, 이런 남녀의 차이가 어디서 오느냐 하는 것이지요.


90년대 당시 많은 지성인들이 간과하고 있던 점은 출산으로 인해 비롯된 남녀간의 생래적 차이입니다.

그리고 요즈음에 제가 깨닫게 된 것은 그 출산으로 인한 차이가 상당부분 수렵, 채집 사회의 모습과 연관이 있겠구나 하는 것이지요.


여성은 아이를 임신합니다. 그리고 출산을 하게 됩니다.

출산을 하는 과정에서 여성은 철저하게 고통 속에 처하고,

누군가가 보호하지 않으면, 그리고 돌보지 않으면 죽음의 위기에 내몰릴 수 있습니다.   


1만 5천년에서 1만년 정도의 사이에 각 대륙에는 정주 사회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는데요,

그 이전 약 50만년 전부터 이 정수 사회의 시기까지 인류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생각해 보세요.


여성은 출산을 앞두고 임신을 하게 됩니다.

임신을 하게 되면 움직임이 둔해 집니다.


인간의 몸은 본래 직립 보행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네발로 기어 다니는 신체 구조를 가지고 있지요.

그런데 어느 시점부터 직립 보행을 하게 되면서 일상 생활에는 큰 변화가 생기게 됩니다.


위와 장이 등뼈에 붙어 배쪽으로 늘어진 형태가 아니고,

위로부터 아래로 그대로 내려 오면서 서로 부담을 줍니다.

소화가 어려운 만큼 생식보다는 화식, 즉 불에 구워서 소화하기 좋은 형태로 식생활이 바뀌지요.


더 큰 문제는 임신과 출산입니다.

직립 보행을 하면서 아기를 갖는 다는 것은 여성의 몸에 아주 큰 부담을 줍니다.

또 머리가 갑자기 커지면서 (인류의 뇌 크기가 갑자기 커진 사건이 인간이 인간이 된 아주 중요한 변화의 시점인데요...)

출산은 여성에게 대단히 위험한 일이 되었습니다.

(위의 내용에 대해서는 호모 사피엔스 책을 참조해 주시면 더 상세한 내용이 나옵니다.)


이제 원시 사회에서 출산을 앞둔 여성을 생각해 보십시오.

출산에 임박해서는 사냥을 하기 어렵습니다.

아기의 머리가 여성의 골반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크기 때문에 출산은 매우 위험하고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그러므로 누군가가 자신을 돌봐 주어야 합니다.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의 도움도 필요합니다.

남성은 여성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 하기 때문에 

(인류 역사에서 남성들은 태어난 아기를 먹어 버리거나 혹은 곧바로 버려 버리거나 하기도 했지요.)

출산 과정에 큰 도움이 되지는 못 합니다.

출산 이후에도 자신과 아기를 누군가가 돌봐 주어야 아이를 기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여성에게 출산이 생의 일정 구간에서만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실제로 20대, 30대에 출산을 하고 그 이후에는 하지 않는 것이 현대적인 삶이지요.

그러나 과거에는 가임기 내내 여성은 임신과 출산을 반복했을 것입니다.

아마도 여성의 폐경기는 여성의 자연 수명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것은 남자도 마찬가지이지요.

인류는 대략 40살 후반 정도가 되면 자연적으로 죽음을 맞이했을 것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워낙 여러가지 의견이 있어서, 제가 강하게 말씀 드리기가 좀 조심스럽군요.

그런데 최근에 제가 40대 후반이 되면서, 허리 디스크에 걸리고 보니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40대 후반에 허리 디스크에 걸리더라구요.

팔이나 어깨 등의 관절도 아프기 시작하구요...

즉 인간의 몸이 40대 후반이 되면 그 용도를 다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현대인들에게 암이 무서운 질병이 된 이유도,

그 이전에는 아마 암에 걸리기 전에 대부분 사망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아무튼 출산을 반복하는 여성들에게 있어 누군가가 자신을 돌보는 것은 매우 필수적인 일입니다.

돌봄을 받지 못 한다는 것은 자신과 아기의 생명을 전혀 보장받을 수 없다는 것과 같습니다.


페미니즘이 유행하면서, 많은 여성들이 남성들의 보호를 받지 않고 자립하려고 하고,

또 많은 남성들이 여성들에게 남성과 같은 양의 일을 할 것을 요구하는데요,

이것은 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를 거듭했던 수렵, 채집 시대의 여성의 성역할과는 맞지 않는 일이지요.


여성은 남성과 여성으로부터 도움을 받아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 타인과의 관계를 우호적으로 유지하는 데 노력해야 했습니다.

자신을 적대하는 사람은 예민하게 알아 차려야 합니다.

임신, 출산, 육아의 시기 동안 절대적으로 나약할 수 밖에 없는 시기가 있으므로,

그 시기에 자신에게 적이 다가 오는 것을 미리 알고 있어야 했습니다.


또 자신을 돌볼 수 있는 사람들과 연대를 이루어야 합니다.

그룹 속에 있어야 자신을 보호할 수 있습니다.

한명이나 두명에게 모든 것을 의지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자신을 지켜 주고 챙겨 줄 소규모의 그룹을 결성하고 그 그룹 속에 들어가야 합니다.


그럼 남성은 어땠을까요?


글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저를 편향적인 성차별적 의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 여기실 분이 계실까봐 조금 두렵습니다.

제가 얘기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남녀 관계가 이렇다 라는 것이 아니고,

과거 수렵, 채집 사회에서의 남녀 성 역할이 이랬을 것이다 라는 것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오해 없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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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붉은돼지 | 작성시간 18.05.30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책에 꼼꼼하게 코멘트해서 와이프에게 선물해준 기억이 나네요.
  • 답댓글 작성자적룡혀니 | 작성시간 18.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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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Oscar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8.05.31 예, 정말 대단한 책이지요. ^^
  • 작성자멋진걸 | 작성시간 18.06.19 분명 여자와 남자의 차이가 있죠..
    간혹 예외가 있을수도 있지만요.
    차이를 알아가다보면 공감되는 부분들이 많아 재미있습니다^^
  • 작성자제임스 | 작성시간 18.07.02 좋은 얘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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