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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우진 블레이드 논란을 지켜 보면서

작성자Oscar|작성시간19.06.24|조회수1,855 목록 댓글 29

.. 라고 제목을 달았지만,

"지켜 보면서" 라는 표현이 적절한가에 대해서 의문이 듭니다.


제 입장에서는 지켜 보는 입장이 많았는데,

많은 분들은 제가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고 보실 듯 해서요.


Agency 라는 것은 본사가 규정한 한계 내에서 움직이게 되고,

본사의 입장을 넘어서 진행한 것에 대해서는 본사의 보호를 받지 못 합니다.

그러므로 상당히 제약적으로 움직여야 하지요.


그런데 DHS 본사의 입장은 대단히 완강했습니다.


W968은 시장 내에 존재할 수 없다.

모든 제품은 철저히 수량 관리되고, 유통될만큼의 물량이 생산되지 않는다.


W968의 진위를 모르면서 구입하는 것보다 HL5를 사는 것이 낫다.

탁구닷컴도 에어전시로서 W968에 관심을 갖기 보다는 HL5 유통에 힘써야 한다.


그러나 국내에서 W968 물량은 만만치 않았고,

이에 대한 문의와 또 공식 공급원이니 판매를 요청하는 요구도 많아서 그동안 고민이 많았습니다.


HL5 역시 타 업체들에 의해 가격이 많이 깨져 있었고,

그에 반해 W968은 정해진 가격 없이 거래되고 있었습니다.


제품이 없는 공식 공급원은 힘이 없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이에 대해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 했습니다.

본사의 입장은 지난 시간 동안 요지부동했습니다.

지난 2017년 9월부터 시작된 이야기였지만,

일반에 유통될 수 있는 제품을 인정할 수 없다 라는 입장에서 한 발도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한국 내 유통 물량이 만만치 않게 많다는 점과

고가에 해당 제품을 구입한 분들의 확증편향에 따른

높은 관심도와 충성심도 제가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켜 보는 입장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지난 그랜드파이널스에서 장우진 라켓 발매에 대한 약속이 이루어지고,

실제로 해당 제품이 출시 되었습니다.

저는 장우진 라켓이 W968 진위 문제로 번지리라고 예상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W968 제품을 본사에서 제작하여 한국 시장에 공급하는 것이,

제품 없이 대응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점에서 저 역시 오래 동안 제품 발매를 기다려 왔습니다.


사실 시장은 차갑습니다.

믿어 주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온라인 시장에 기반을 두고 마케팅을 한다는 것은,

불신하는 많은 분들, 공격하는 많은 분들이 보는 곳에서,

마치 유리벽 안에 놓인 채로 생활하는 것과 비슷하지요.

특히나 제 경우에는 제 생각과 삶의 태도를 기반으로 넥시 브랜드를 운영하다 보니,

제 삶이나 생각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조금 자유롭게 살고 싶은 마음?

믿어 주고 좋아해 주는 사람들과 소통하며 지내고 싶다는 생각...

항상 하지만, 결국은 저를 믿지 못 하는 사람들과

저를 미워하시는 분들에게 뭔가를 대답하고 해명하는 일들이 반복적으로 필요하지요.


그래서 저 외의 대부분의 탁구 브랜드 운영자들이나

용품 업체 사장님들은 온라인 활동을 하시지 않으실 것 같습니다.

누구든, 말이 많다 보면 실언을 할 수 있고,

많은 사람을 만나다 보면 실수가 나오기 때문이지요.

가진 게 얕은 데 깊은 척 하다 보면 가식이 나올 것이고,

본 모습 그대로 보여주면 브랜드나 제품에 해가 될 것이니,

아예 말 하지 않고 숨어 사는 것이 좋을지도 모릅니다.


꼭 그래서였다기 보다,

카페지기가 되면서부터 연이어 온 여러가지 논쟁들과,

블로그 운영의 피로감이 더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카페에서 글쓰기를 중단했고,

복귀하고 싶은 생각도 별로 없었습니다.

Oscar가 지워지는 것이 탁구닷컴에 이득이라는 생각도 많이 했죠.


그런데 이번 논란에 있어서는,

지켜보는 입장에 있던 제가 뭔가를 답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 되었습니다.


여러분들에게 오해가 없도록 하기 위해서,

부가적인 설명을 드립니다.

저 역시 이번 논쟁에 있어서는 정확히 말하면 지켜보는 입장에서

전달된 정보를 전달해야 했습니다.

사견을 덧붙인다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넥시에 대해서라면 제가 다 답변할 수 있지만,

DHS 는 그렇지 않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은 DHS가 불친절하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고,

권위적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DHS는 DHS의 경영 방침이 있습니다.


오래동안 DHS는 중국의 국영기업으로서 중국 선수들이 세계를 재패하도록 하는데

기여를 해 왔습니다.

중국 선수들의 세계 재패의 이면에는 새로운 용품 개발과

선수용 용품 지급이라는 두 가지 바퀴가 있었습니다.

즉 선수들을 위한 특별한 물품을 제작하되,

그것을 중국 선수들에게만 지급함으로써, 타국 선수들이 해당 용품을 가지고 대항하지 못 하도록 해 왔습니다.


지금에야 상당 수준 국대 선수들이 사용하는 것에 근접하는 제품들이 시장에 유통되고 있지만,

그것도 대단히 이례적인 일입니다.


결국 DHS 선수용 제품의 공개는 중국 대표선수들에 대한

대응 훈련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슈신 선수와 비슷한 선수를 선발하고,

슈신 선수가 사용하는 것과 동일한 라켓을 주어주면,

슈신 선수를 대비한 훈련이 가능하겠죠.

이것을 막는 것이 DHS의 중요한 사명입니다.


그러므로 동일한 제품은 물론이고, 유사한 제품도 유통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그것이 지금도 중화주의를 내새우며 일대일로 전략을 걷고 있는 중국 정부의 생리에 들어맞는

DHS의 운영 방침인 것입니다.


그런데 아주 이례적으로 DHS에서 한국 선수들을 후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선수들에게  W968 제품이 주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은 DHS가 아주 전략적으로 한국을 선택했다는 것을 뜻합니다.

중국 선수에게만 공급하던 특주 제품을 공급한다는 것은,

한국을 대단히 특별하게 여긴다는 뜻입니다.


개인적인 입장에서 안타까운 것은, 자국 선수들이 이기도록 하기 위한 DHS의 전략적 희생을

자신들의 이익 창출 기회로 삼는 가짜 제품 장인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그리고 시장 경제를 기반으로 삼는 우리 입장에서 비난만 할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그런데 그 제품이 정품이라는 믿음 속에 거래 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요.


저는 국내에 유통되고 있는 W968의 정품 여부를 알지 못 합니다.

다만 제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W968이 빼돌려질 가능성도 거의 없고,

선수들이나 코치들이 판매할 가능성도 희박하다는 DHS의 답변을

이제는 더욱 더 신뢰하고 있습니다.


사실 양하은 선수의 라켓 개발 과정을 지켜보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정품들이 많이 판매되고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오래 동안 중국과 비즈니스를 해 오신 분들은 제 마음을 아실 거에요.)

그런 방향으로 계속해서 DHS 담당자들과 대화를 해왔습니다.

왜 한국만 차별하냐, 중국 내에는 정품 판매되지 않느냐...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저 역시 이제 그들의 답변을 믿습니다.

만약 DHS 직원이 정품을 빼돌린다면,

그것은 개인의 사사로운 이익 차원이 아니고,

중국 국대팀 승패에 대한 책임 문제로까지 발전할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제 나름의 또다른 의견들도 있습니다.

선수들이 사용하는 제품이 반드시 나에게 맞는 제품은 아닙니다.

그리고 DHS는 최초부터 HL5 제품과 W968을 동일선상에서 두고 얘기해 왔습니다.

그러니 선수 개개인에 맞춤된 커스텀 블레이드보다

HL5 제품이 더 맞을 분들도 분명 계실 것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장우진 블레이드를 시타하면서,

확율적으로 볼 때 장우진 블레이드를 더 좋아할 분들이 더 많으리라는 것도 어느 정도 인정합니다.


더불어서 가품이던 진품이던 여부를 떠나,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W968이 좋지 않은 제품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니 각 제품마다 각자의 특성과 매력을 가지고 존재할 것입니다.


다만 제품의 가격은 제품 수요/ 공급과 희소성의 원칙에 따릅니다.

DHS 역시 W968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함으로써 시장 내 진위가 불투명한 고가의 W968에 대응하려고 했지만,

DHS가 판매하는 W968역시 결국은 장우진 라켓 이상의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제품 본연의 가치와 시장 내 가격이나 평가 가치는 다르게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이번 논란에 대해서 아마도 W968을 판매하셨던 분들은

자신들은 진품을 판매하지만 저는 가치 없는 것을 판다고 생각하시기도 하고,

또 제가 W968 장우진 버전을 판매함으로써 자신들을 공격했다고 생각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실상은 아주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에이전시로서 본사의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해당 제품을 통해 만족하는 소비자들이 많아 지도록 하는 것이 아주 단순한 제 사명입니다.

본사 공급원으로서 고객들이 원하는 제품을 구비하지 못 하고 있는 것은 솔직히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그래서 그 일을 어렵지만 해 내려고 했고 그것을 했을 뿐입니다.

제품 발매시에는 일체의 논란을 만들고 싶지 않았고,

그저 정품인 것은 탁구닷컴이 에이전시라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쉽지 않았습니다.

제가 운영하는 카페에서, 진정성을 가지고 어렵게 이루어낸 열매가

많이 의심받고 비난 받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최초 의도와는 다르게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되었습니다.


오늘 글로 저는 조금 쉬고 싶습니다.

여러분들에게, 저 역시 지켜보는 입장에 있었다는 점과,

제게 주어진 권한과 한계 속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점 정도를 하소연하고,

조금 쉬어도 괜찮겠냐고 조심스럽게 말해 보고 싶습니다.


많은 댓글들이 있을 수 있고, 논란도 있을 수 있겠지만,

저도 한 개인이고, 논란의 글을 올리신 분도 한 개인입니다.

각자의 삶의 영역이 있고, 각자의 주어진 한계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조금 더 날선 시선을 내려 놓고,

조금 쉬러 감을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오늘 글을 올리고 나니 한꺼번에 피로감이 몰려 오네요.

여러분들의 양해를 구하며 글을 닫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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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답댓글 작성자류스워니 | 작성시간 19.06.25 파시어 그래서 혹시 어떻게 서로 해결이 잘된건지요.. 정품논란이 이렇게 많았는데 답변이 별로 없는거같아서 물어봅니다..
  • 답댓글 작성자파시어 | 작성시간 19.06.26 류스워니 해결이 될수가 없죠. 이제 더 큰 2탄이 남았습니다.
  • 작성자라비스 | 작성시간 19.06.25 맘고생 많으셨네요..조금 쉬셔도 됩니다~~
  • 작성자군만두 | 작성시간 19.06.25 뜨끈한 국물에 공기밥 두개 말아드세요.
    고생하셨습니다.
  • 작성자떠날수없네 | 작성시간 19.06.26 오스카님 정말 맘고생 많으셨습니다. 아니라고 하실 수 있겠지만 그래도 고생하셨습니다.
    탁구닷컴이 그만큼 중심에 있다는 증거이고, 영향력이 있다는 증거라는게 증명되는 것 같습니다.
    탁구닷컴이 움직이면 탁구시장의 용품 트렌트가 변화 될 정도 이니까요.
    예전에 류궈량 감독인가요? "만약 중국을 위협할 나라가 있다면 그것은 유일하게 한국이 될 것이다."
    한국에서 넘사벽 메이저가 되셨고, 세계의 메이저들도 알아주는 회사가 되셨으니 각오하셔야겠죠 ~
    예전에 고슴도치님이 그만두신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일텐데요 ~
    오스카님은 이런 문제에 대한 멘탈 극복책이 있으신가요~? 없으시다면 너무나도 지치실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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