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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도 프로리그가 가능할까?

작성자Oscar|작성시간19.07.29|조회수931 목록 댓글 15

한국 탁구 실업 리그의 성공을 위한 점검 사항들



1. 프로리그의 기원에 대해


고대로부터 이웃 마을 사람들은 우리 마을을 쳐 들어와 식량을 약탈해 갈 수 있는 잠재적인 적이었다. 그러므로 이웃 마을에 대한 경쟁심은 항상 있어 왔고, 이웃마을과 실력을 겨루는 것은 많은 나라에서 전통 축제의 형태로 변형되어 보존되고 있다. 한국의 경우는 고려시대부터 있었던 석전(돌싸움)이 20세기까지 이어졌는데, 두 마을 청년들이 언덕에 서서 상대마을 청년들에게 돌을 던지는 것으로, 이 석전을 통해 두개골이 깨져 죽는 청년들이 있어도 서로 탓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고대의 문화가 오늘에 이어져 지역 연고에 바탕을 둔 유럽식 리그가 스포츠계에 안착했다고 할 수 있다. 옆마을과 싸워 이겨야 한다는 심리적 전통은 스포츠로 이어져, 마을에 근거를 둔 클럽끼리의 경기로 이어졌고, 클럽 대 클럽의 경기는 온 마을 사람들의 심리적 지지를 받는 열정적인 행사가 된 것이다.





2. 승급제도와 프로리그의 성공


유럽의 프로리그가 이런 마을 단위의 클럽제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것은 리그 제도의 성공에 밀접한 관련이 있다. 우리 마을 클럽에서 활동하는 선수는 내가 잘 아는 선수이고, 이 선수가 우리 마을을 대표한다. 그러므로 당연히 그 선수를 응원하는 것이다.
그런데 한 마을의 클럽팀이 해당 마을별 리그에서 우승해서 큰 도시를 대표하는 팀이 되고, 다시 도시간 리그전에서 우승해서 한 도를 대표하는 팀이 되고, 다시 국가 전체의 주요 도시의 팀들이 모이는 최고 리그에 올라가기까지는 때로 수십년의 시간이 걸린다. 그러므로 마을에 기반한 하나의 클럽이 최고 리그까지 가는 모든 기간이 최고 리그를 뒷받침하는 응원군단을 만드는 것이다.


한국에 이런 시스템을 적용하여 설명하면 이렇게 된다. 서울시 신도림동에 각 마을별 10개의 팀이 있다면, 그 10개의 팀에서 우승을 해서 신도림동 대표 팀이 되고, 신도림동 대표팀이 여러 동 대표팀들과 싸워 다시 우승해서 구로구의 팀이 되는데 최소 2년이 소요된다. 다시 구로구에서 우승을 해서 서울시의 대표팀이 되고, 또다시 서울시의 대표팀으로 여러 도시 및 도의 대표팀과 다퉈서 우승을 하면 또 2년의 기간이 걸려 총 4년의 기간이 필요하다. 이러한 과정에서 해당 팀은 점차 지역을 넓혀 가면서 팬층을 두텁게 확보하게 되고, 초기부터 응원해 온 지역 사람들은 4년의 기간을 지켜 보면서 지속적인 승급 과정을 함께 하는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곧바로 승급을 하지 못 하고 한 리그에서 몇 년간 머무르며 승급을 기다리기가 쉬우므로 실제 최상위 리그까지 올라가는 것에도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즉 유럽의 프로리그는 지역 연고제와 함께 리그별 승급이라는 과정을 통해 지역민들의 호응을 쌓아가는 시간적 경과가 뒤따른다.




3. 생활 패턴의 차이


유럽과 한국의 보편적인 삶의 양태를 살펴보면, 프로리그의 성공에 관련된 또 하나의 요소를 발견할 수 있다. 한국은 보는 탁구 문화가 이제 막 태동되기 시작했으나, 유럽은 보는 탁구 문화가 오랜 시간 동안 자생해 왔다.


(1) 클럽제가 활성화 되고 있는 독일과 프랑스 등의 국가들은 대부분 5시 이전에 퇴근을 하고 퇴근 이후에는 한국과 달리 밤 문화가 발달되어 있지 않아 클럽 소속으로 운동을 즐기는 것이 보편적인 삶의 형태이다.


(2) 그러나 한국의 직장인들은 퇴근 시간이 6시 이후이며, 퇴근 이후 집에까지 이동하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그리고 어렵게 시간을 내어 탁구장에 가도 탁구대의 숫자에 비해 운동을 하기 원하는 회원들이 많으므로 3시간을 머물러도 1시간 탁구치기가 쉽지 않다. 즉 원하는 만큼 운동을 할 시간적 여유를 내기가 어렵다.


(3) 결론적으로 한국의 탁구인들은 시간이 있다면 보는 것보다는 직접 하기를 원한다. 항상 운동할 시간을 마련하는데 부족함이 있으며, 탁구치기 위해 앉아서 많이 기다려야 한다.


(4) 유럽 탁구인들의 운동 패턴은 이와는 조금 다르다. 그들 역시 회원수에 비해 탁구대 수가 더 적은 것은 비슷하다. 그러나 보다 더 넓은 공간에서 비교적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탁구를 즐긴다. 이렇게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유럽의 탁구인들은 대부분 6시 무렵부터 11시 정도까지 탁구를 칠 수 있다고 한다면, 한국의 탁구인들은 9시 무렵부터 12시 정도까지 탁구를 친다. 그러므로 한국의 동호인들은 일반적으로 탁구에 목말라 있다고 할 수 있다.




4. 경기 장소, 시간의 차이


(1) 유럽의 클럽들은 홈 앤 어웨이 방식으로 경기를 치르며, 많은 경우 클럽 훈련장이 경기장으로 사용된다. 즉 클럽에 소속된 사람들은 클럽간 리그전이 있는 날에는 운동을 하는 대신 같은 장소에서 관람을 하는 것이다. 경기가 있는 날은 칠 수는 없으니 대신 경기를 구경하는 것으로 탁구에 대한 열정을 대치시킨다.


(2) 한국은 엘리트 선수들이 훈련하는 곳, 경기하는 곳이 일반 생활체육인의 활동 공간과 분리되어 있다. 자기들이 운동하는 곳에 선수가 와서 경기한다고 하면 한국도 많은 회원들이 그곳으로 올 것이다.


(3) 한국은 엘리트 선수들의 경기가 대부분 직장인들이 일하는 낮 시간에 진행되며, 퇴근 후에 가서 볼 수 있는 경기는 드물다. 유럽의 클럽 대항 경기들은 금요일 밤이나 토요일, 일요일에 개최되며, 직장인들이 쉽게 볼 수 있는 시간에 진행된다. 즉 한국의 엘리트 시스템은 탁구를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의 경기이며, 직업이 탁구가 아닌 사람들을 배려하지 않는다.


(4) 결과적으로 한국은 오랜 시간 엘리트와 일반인들의 운동 공간이 분리되어 왔으며, 쉽게 보는 문화가 정착되려면 탁구 문화의 전반적 변화와 이를 이끌어 낼 시간적 경과가 필요하다.





5. 조직과 재원의 차이


유럽의 클럽들은 지역성에 의지하는 자생적 모임의 성격을 가지고 있으므로 회사에 소속된 팀이 아니다. 한국의 실업팀들은 회사 소속이며, 회사는 탁구팀들을 지원함으로써 국가로부터 세재 혜택을 얻는다. 그러므로 선수들은 회사원과 비슷한 지위를 누려 왔으며 장기 계약의 관행이 자연스럽게 자리잡았다. 감독, 코치진은 회사의 직급처럼 다가왔으며 수직적인 위계 질서가 일반적이다. 그러나 유럽은 선수들이 소식팀을 바꾸어 가며 이동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는데, 클럽마다 승급을 위해 투자하는 한 해가 될 것이냐, 잔류하는 한 해가 될 것이냐에 따라 스카우트가 달라지며, 승급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선수 등급을 올려 새로운 팀을 꾸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선수와 코치, 감독진은 수직적 관계가 존재할 수 없으며, 오히려 많은 경우 선수들이 더 우선적 권한을 갖고 협상에 임한다.


다른 한편으로 한국 선수들은 국가의 지원에 의존하는 소속팀에 소속되면 지속적으로 안정적인 월급을 받을 수 있지만, 유럽의 선수들은 철저히 시장성에 의해 움직이게 되므로 안정성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실력이 떨어지면 저절로 낮은 등급 리그로 밀려나게 되고, 자연스럽게 급여는 줄어든다.


전반적으로 국가 지원에 의한 안정된 급여가 지급되는 한국 탁구 선수들의 삶이 일반적인 유럽 선수들의 삶에 비해 더 안정적이고 평균 급여 역시 더 높은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경우 막연히 유럽 선수들이 더 많은 급여를 받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정상급의 선수들은 그럴 수 있으나 전체적인 실력을 놓고 본다면 그렇게 말하기 어렵다.)


정리하면, 현재의 한국 선수들 중 프로리그에 참여할 수 있는 대상 선수들은 국가의 지원에 의해 형성된 실업팀과 시군청 팀에 소속된 선수들로 재원 자체가 국가(지자체)와 회사에 있어 회사나 지자체가 주도권을 쥐고 있지만, 유럽 클럽들은 클럽이 스폰서를 옮겨 가면서 운영을 하며 운영 주체는 클럽이 되고 있다.




6. 한국 탁구 시장의 특이성


최근 들어 한국 탁구계는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미세먼지 여파로 인해 실외 스포츠인 골프, 자전거, 마라톤 등이 줄어들면서 탁구 인구에 유입되는 신규 자원도 많은 데다가, 국가적 지원으로 인해 지자체 실내 체육관 증설이 이어지면서 탁구인을 위한 인프라도 확대되고 있다. 또한 실버 연령층의 스포츠 참여가 늘어 가면서 이에 대한 국가적 지원과 맞물려 어르신 탁구인구도 성장세이다. 이러한 추세 속에서 생활 체육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고, 선수들의 경우 실업팀에 있는 것에 못지않게 생활 체육 현장에서 높은 급여를 받고 코치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므로 프로리그에 참여하여 경기를 해야만 급여를 받는 유럽 시장에 비해 프로리그로의 선수 유입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즉 높은 수준의 급여를 보장하지 못 하면 프로리그 성립이 어렵다. 유럽의 경우는 무보수에 가까운 급여를 받더라도 좋은 파트너들과 연습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클럽에 소속되어 운동을 하는 경우들이 있지만, 한국은 그런 인력을 기대하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프로리그를 성공시키려면, 유럽 수준보다 높은 수준의 재원을 마련해야 할 수 있다.





7. 현재의 세미 프로리그에 대한 평가


지난 18년에 구리에서 진행되었던 프로리그의 경우 클럽제 없이 기업팀들이 참여하여 진행한 이름만 “리그”인 형태의 시합이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한국 실정에서 관중을 동원하면서 탁구 흥행을 위해 시도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고 본다.
그 이유는 이렇다.


(1) 선수들이 급여를 받는 현재의 기업팀 시스템을 그대로 가지고 오고 있다. 즉 이런 세미 프로리그에 참여하더라도 선수들은 해외 리그를 중복해서 뛸 수 있으므로 선수들의 입장에서는 손해가 없다.


(2) 한국 탁구 시스템상 홈앤 어웨이 방식의 연고제를 바탕으로 한 장기적 레이스를 운용하기가 쉽지 않으므로 단기간에 걸쳐 완료되는 (10일 경기) 형태의 세미 리그가 큰 무리 없이 진행 가능했다.


(3) 한국의 유명 선수들이 TV 중계 하에서 경기를 치뤘고, 많은 시청자들이 해당 경기를 관람했다. TV에 중계된 자료는 선수들을 파악하는 데 좋은 자료가 되었고, 해외 탁구팬들도 한국 선수들의 경기를 유투브 영상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시청할 수 있다.


(4) 결론적으로 현재의 엘리트 탁구 시스템을 준용하면서 탁구 부흥이라는 주된 목표를 이루기에 단기간에 걸쳐 완료되는 세미 프로리그는 무리가 없다고 본다.




8. 유럽식 프로리그 한국 이식이 어려운 이유


현재의 세미 프로리그 방식에서 유럽식 프로리그로 급격하게 전환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들은 위에서 적은 내용과 같으며, 정리하면 아래 표로 정리될 수 있다.

 

유 럽

한 국

운영 주체

지역에 바탕을 둔 클럽

국가 지원에 연결된 회사 / 지자체

재원

지역 클럽에서 섭외한 스폰서

선수에게 월급을 주는 회사/ 지자체

경기 방식

클럽 경기장 활용한 홈 앤 어웨이

국가/ 지자체 체육관을 임대

선수 충원

클럽에서 마련한 재원으로 스카우트

회사 직원 개념으로 계약

흥행 요소

부수 승급을 통한 장기간 운영

실력이 검증된 선수들의 실력 대결

삶의

양태

저녁이 있는 삶

스포츠 일상화

운동할 시간 마련 어려움, 보는 것보다는 하는 것을 우선하는 경향

국가 한계

유럽 전체 대상 챔피언스 리그 운영

한국 내 팀 간의 경쟁

 

이런 차이를 유지하면서 한국의 프로리그가 독자적 모델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없을까 고민해 보면, 현재의 세미 프로리그에도 여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된다. 현재의 세미 프로리그가 유럽식 클럽제도에 기반한 정식 프로리그로 전환하게 되면 한국 선수들의 해외 진출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해 지고, 실업팀들을 운영하고 있는 회사들은 회사팀 선수들에 대한 월급을 주면서 프로리그를 운영할 재원까지 별도로 마련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유럽팀들도 1부 리그에 진입하면 선수를 스카우트할 비용을 마련하지 못 해서 어려움을 겪는데, 한국 리그를 유럽처럼 정상 운영한다는 것은 현재 시스템에 추가적인 재원 마련이 상당히 필요하다고 하겠다.
그렇다고 해서 회사의 재정지원을 벗어나 클럽 운영 주체가 매해 스폰서를 구해서 리그에 참여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니 결국은 현재의 회사, 혹은 지자체들에서 프로리그 운영을 위한 추가적인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기장은 둘째로 치더라도, 결국 선수들은 상시적으로 경기를 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해외에 가서 경기를 하거나 훈련을 하는 기회는 줄어들 것이고, 선수들은 상당한 피로감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현재의 세미 프로리그를 유지하되, 조금 더 발전시키는 방안이 한국 탁구의 실정에 맞지 않는가 제안하게 된다.




9. 세미 프로리그의 발전 방안


우선 명칭에 대해서 정리할 필요가 있다. “프로 리그”라는 명칭을 사용한다면, 결국 유럽식 클럽 개념이 한국에 적용된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 그러나 국가 주도의 경기들에 참여해서 실력을 겨루는 회사 및 지자체 대표 선수들로 운영되고 있는 한국 엘리트 탁구가, 지역에 기반을 둔 유럽식 클럽제로 단번에 이동하기는 쉽지 않다. 그리고 그것이 반드시 더 좋은 것이라는 것도 근거가 약하다. 그러므로 한국식 “리그” 시스템을 만들되, 유럽의 클럽제와 구분된 형태로 구분지을 수 있는 새로운 명칭이 필요하다.


한국식 리그전은 현재의 세미 프로리그 방식처럼 예선, 결선이 10여일 만에 끝나는 단기적 형태의 게임이 좋을 듯 하다. 장기적으로 몇 달간 리그전을 치르는 것은 지역 연고제에 바탕한 홈 앤 어웨이 경기 방식 때문이다. 어차피 10여개의 팀이 한 곳에 모여 한 날짜에 여러 팀이 동시에 경기를 치를 수 있는데 장기간 운영할 필요는 없다. 다만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보게 하기 위해서 유럽식 클럽 리그제가 가진 장점을 한 두 가지 흡수할 것을 제안한다.


예를 들면 해마다 경기를 해 우승한 팀은 한일전을 출전하게 하는 것은 어떨까 생각한다. J리그 최강팀과 한국리그 우승팀이 유럽의 챔피언스 리그와 비슷한 경기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부수 승급제도가 가진 매력도 조금은 적용할 수 있다. 첫해 경기에서 가장 낮은 등수를 차지한 팀은 그 다음 해에 경기를 쉬도록 하는 것이다. 빈 곳은 시군청팀 1위 팀이 참여하면 된다. 이런 방식으로 하면 시군청 팀에게도 세미 리그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리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다.
꼭 그런 방안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부수 승급 제도가 갖는 매력, 그리고 리그 우승팀에게 주어지는 또 다른 상위 리그로서의 국가별 대항전의 매력 같은 것들을 현재의 세미 프로리그에 도입하면, 조금 더 발전된 모습으로 운영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10. 유럽 탁구 리그에 대한 환상 주의


유럽 탁구가 부러운 것은 유럽적 삶이 부러운 것이지, 유럽의 탁구 시스템이 한국보다 더 좋다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은 엘리트와 생활체육이 구분되어 있지만, 여전히 생활체육은 생활체육대로 탁구발전이 이루어지고 있고, 엘리트 역시 과거에 비해 권위적 문화가 약해지고 선수들의 자율권이 확장되는 등 나름의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문제는 유럽식 탁구를 도입한다고 하면서 그들이 가진 자율적 훈련 분위기, 탁구에 대한 열정, 열정적으로 경기를 관람하는 관중 문화 같은 태도적인 면을 도외시하고 유럽의 클럽제만 이식하려고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물론 유럽의 탁구 문화는 유럽의 클럽제도, 리그제도와 관련이 되어 있다. 그런데 국가 주도하에서 선수들을 키우는 엘리트 시스템을 가진 우리가, 엘리트 시스템을 버리고도 자생할만큼 충분한 재원도 없으면서, 당장 엘리트 시스템만 버리겠다고 하면 오히려 탁구 발전이 아니라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 특히 현재는 생활체육 일선에서 코치 수요가 높기 때문에, 선수들의 연봉은 줄어들면서 게임만 더 많아진다면, 엘리트 선수들이 탁구판을 떠나는 일도 있을 수 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유럽의 클럽들도 스폰서를 구하지 못 해서 1부 리그 참가팀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독일, 프랑스 리그의 여성팀들 사례) 즉 유럽식 프로리그는 시장 경제에 의존한 제도이고, 국제적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탁구에 국가가 지원하는 형태가 아니다. (물론 유럽 국가에도 국가대표팀에 대한 국가적 지원은 여러 가지 형태로 이루어 지고 있다. 즉 유럽에 엘리트 시스템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중국과의 경쟁은 물론, 일본과의 경쟁에서도 뒤쳐지기 시작한 한국 탁구가, 지금 시점에서 갑작스런 시스템 변경을 한다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일이다.
우려스러운 것은 시스템 변경은 단순한 제도의 변경에 불과한데, 마치 유럽식 클럽제 도입이나 생체와 엘리트 통합 같은 사안들이 과거의 구태를 던지고 발전으로 나아가는 것처럼 바라보는 시각이 일반적이라는 점이다.


각 나라마다 그 나라 고유의 문화와 발전 형태가 있다.
지금 한국의 아마추어 시장을 봐도 그렇다. 유럽처럼 지역성에 근거를 두고 옆 동네 탁구장과 경쟁하는 문화는 없다. 임대된 큰 경기장에서 여러 지역 사람들이 모여 운동을 한다. 현재의 엘리트 시스템과 크게 다를 바 없다. 국가가 통제하지 않는 자생적 동호인 경기들도 유럽식 모델이 아닌, 어떻게 보면 미국식 모델이 유행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유럽에 비해 마을 커뮤니티 개념이 약하고 자동차로 먼 거리 이동하여 큰 체육관에서 탁구를 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자연스럽게 레이팅 점수에 의해 지역성을 무시하고 경기가 진행된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한국은 유럽과 달리 이주가 잦아 지역에 대한 소속감이 약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 그리고 한국 사회에서 지역에 대한 애정은 곧 지역감정과 결부되어 사회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해 왔다는 점, 또한 혈연, 지연, 학연 등이 한국 사회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지역성에 기반한 유럽식 클럽제가 정말 한국에 맞는 것인가에 대해 심각한 질문을 던지게 한다.
그러므로 지금 시기에는 국가의 지원, 기업체의 후원을 유지하면서 추가적으로 탁구의 흥행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고 본다.




11. 글을 맺으며


지금 한국 사회의 탁구인들 중에서 유럽식 클럽제, 리그제도를 반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유럽 탁구를 오랜 시간 지켜보면서, 한국의 엘리트 시스템이 한국 탁구 발전에 보다 더 잘 맞는 제도였다고 결론을 이어 온 필자로서는 유럽 탁구에 대한 동경심을 거두고 한국 실정에 맞는 프로리그 발전 방안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현재의 세미 프로리그를 실업팀들의 축제로 발전시키면서, 탁구 시장의 파이를 키울 수 있는 방안을 먼저 고민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한다. 그 대안으로 현재의 세미 프로리그를 발전시키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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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답댓글 작성자세모래 | 작성시간 19.07.29 Oscar 아 벌써 움직이고 있군요~^^
    든든한 자본력만 있다면 탁구도 가능한건지? 의지가 앞선 대탁의 실행능력이 우선인지도 당구와 비교 될것같네요. 그래도 결과에 상관없이 유승민회장님과 대탁운영진의 노력에 미리 감사드립니다. 좋은 글 써주신 오스카님께도요~~♡♡
  • 답댓글 작성자○스핀돌이● | 작성시간 19.07.29 세모래 와!~~틀면 나오는 당구tv가 정말 그러하내요!!@@;;탁구도 정말 그렇게 잘 정착되고 채널도 생기면 좋겠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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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대은이(게시판지기) | 작성시간 19.07.30 전 티비채널이 생기는게 큰도움이 될까 합니다... 요즘 2세 어린이부터 90세 어르신들까지 유튜브로 보고싶은거 찾아보지 티비로 눈이 잘안돌아 가는데 말이죠... 차라리 유투버 양성? 유튜브 채널을 다각화 하던지 유튜버를 통한 채널의 사이즈를 키워서 퀄리티를 키우는게 어떨까 싶습니다

    격투기도 격투기 채널이 아닌
    격투기 선수 감독 협회사람들 매니아들이 유튜브와 SNS로 많이 활동해서 매니아층을 넓히고 유지시키니까요
  • 작성자재즈핑퐁 | 작성시간 19.07.30 깊은 통찰의 글 잘 읽었습니다^^ 한국적 상황에 최적화된 시스템이 잘 정착되었으면 좋겠네요.
  • 작성자네번째눈 | 작성시간 20.03.28 저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시간대의 탁구경기가 흔치 않다는 것이 많이 아쉽습니다.
    그리고 바둑 프로그램처럼 탁구 경기도 쉽게 해설해주는 프로가 있으면 엘리트 체육이 먼 나라 얘기로만 끝나진 않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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