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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 동면에 들어간 탁구계, 미래상을 가지고 있는가?

작성자Oscar|작성시간20.10.26|조회수663 목록 댓글 14

2020년은 탁구계에 있어 큰 어려움이 닥친 한 해였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강제 동면에 들어가게 되었고, 대부분의 큰 시합들이 취소되었습니다.

엘리트 스포츠계의 어려움 뿐만 아니고 코로나 확산의 주 원인 중 하나로 탁구장이 오르내리는 바람에 수많은 영세 탁구장들은 당장 먹고 살기가 어렵게 되었고,

탁구인들은 아주 열심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장기간 탁구를 쉬게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탁구계의 미래 자체가 불투명해 졌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탁구협회는 여러가지 전향적인 노력들을 해 오고 있습니다.

 

우선 세계 모든 선수들이 모여서 실력을 겨루는 세계탁구선수권 대회를 유치하여 올해 초 부산에서 개최할 것을 준비하였습니다.

저도 대회 조직위를 몇 차례 방문했는데, 아주 많은 인원들이 모여 차질없는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대회는 앞일을 기약하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올림픽을 앞두고 대표팀 역시 많은 훈련을 진행했습니다.

탁구계의 도약은 올림픽 메달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이므로, 대표팀 훈련 캠프에 대한 협회와 각 팀들의 관심도 매우 높았습니다.

 

그리고 올 하반기에 들어서서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정부 예산에 의한 디비전 리그가 출발하게 되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아주 아주 어렵고 힘들었음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그런 와중에 한국 스포츠계에는 지도자의 폭행 문제까지 겹쳤습니다.

한 선수가 폭력에 지쳐 목숨을 끊었고, 엘리트 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반성을 넘어, 엘리트 스포츠계를 없애는 것이 좋다는 공론까지 형성되었습니다.

 

탁구계 전반에 밀어 닥친 강제 휴식의 시기에, 한국 탁구계의 미래를 고민하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번 글에서 한국 탁구계에 대한 미래상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들을 적어 보겠습니다.

 

먼저 한국 탁구계가 아직도 정리하지 못 하고 있는 주요한 문제 중 하나는 엘리트와 생체의 통합 문제인 것 같습니다.

유승민 전임 회장 (현재는 회장직을 내려 놓으셨으니 호칭을 전임회장으로 적습니다.)은 취임에 앞서 이 문제를 주요한 공약 중 하나로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세계 대회가 코 앞에 닥치고, 그 세계 대회가 다시 연기에 연기를 거듭하다 보니, 이 문제는 조금 소흘해 진 것 같습니다.

 

물론 발전위원회를 설치하고 많은 이야기들을 나눴던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주세혁 선수(발전위원장)를 통해서 협회의 노력을 듣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여러가지 논의들은 실제적인 결과로 열매맺지 못 했습니다.

 

발전위원회가 맡았던 주요 의제들은 프로리그 실행과 생활체육 부수 문제를 정비하기 위한 레이팅 시스템 도입,

이를 위한 한국 탁구계 전반을 아우르는 전산 시스템 구축등이었습니다.

 

지나고 보니 모든 것은 절차나 원칙, 혹은 의도의 문제가 아니고 사람의 문제 아니었나 싶습니다.

탁구계 발전을 위해 중립적 입장에서 자신의 사익을 내려 놓고 참여할 수 있는 사람들이 협회 주변에 드문 것 같습니다.

 

어쨌거나 이 문제들은 여전히 현안으로 존재합니다.

보다 중요한 문제는 엘리트 시스템에 대한 고민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엘리트 시스템은 취사선택할 수 있는 스포츠 정책 중 하나라고 봅니다.

생활체육과 엘리트 통합이라는 것은 근본적으로 엘리트가 생활체육을 장악하는 시스템이 아니고,

생활체육 기반에서 프로 선수들이 자연스럽게 길러지는 선진국형 시스템을 염두에 둔 정책입니다.

 

그런데 체육 선진국들의 실상을 보면 생활 체육에서 정말 엘리트가 길러지는 것이 아닙니다.

바로 이 부분에서 정책 입안자들의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탁구를 예를 들면 유럽 선진국들도 프로 선수가 될 선수들은 한국의 엘리트 선수들처럼 많은 운동량을 채웁니다.

그런데 그것이 한국보다 훨씬 더 어렵습니다.

 

한국 선수들처럼 상시적으로 운동을 할 수 있는 곳이 드물다 보니 장시간 이동하면서 훈련 장소들을 찾아 다녀야 합니다.

잘 하는 선수들끼리 모여 있는 것이 아니므로 좋은 선수들을 찾아서 또 헤매야 하죠.

 

즉 유럽도 프로 선수를 지향할 경우는 한국의 엘리트 시스템과 똑같이 합니다.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없고 운동에 전념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게 돈이 너무 많이 들고, 시간 낭비도 많습니다.

그래서 한국처럼 상시적으로 운동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부러워 합니다.

 

그런데 한국은 엘리트 시스템을 취사선택할 수 있는 하나의 방안이라고 보지 않고,

최대한 빨리 없애야 할 사회악으로 보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특히 폭력의 문제, 성폭력의 문제가 등장할 때마다 이런 분위기는 극심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합숙 훈련하면서 일년 내내 부모님도 몇 번 못 만나는 형태는 자라나는 청소년기에 좋지 않다고 봅니다.

선수가 되기로 마음 먹고 열심히 운동하고 싶은데, 가까운 거리에 학교가 없어서 먼 곳에 있는 학교에 가야 하는 학생들의 입장을 생각해 보면, 합숙 훈련이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면도 있습니다.

그러나 장기적인 맥락에서 보면 합숙 훈련은 전근대적인 제도이며 지도자의 폭행이나 선후배간 폭행 문제와 연결될 수 있는 제도라고 봅니다.

 

그렇지만 합숙 훈련을 없애는 것과 엘리트 시스템을 없애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엘리트 시스템은 프로를 지향하는 선수들에게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장점이 많은 제도입니다.

실력 있는 선수들과 상시적으로 훈련할 수 있고,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도와 줍니다.

그리고 선진국들도 제도화 되어 있지 않다고 하더라고 결국 엘리트 시스템이 변형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번 디비전 리그 관련하여 문체부 관련자들의 결정 내용을 보더라도,

한국 스포츠계는 엘리트 시스템을 선택 가능한 옵션 중 하나로 보지 않고, 폐단 되어야 할 사회 악으로 보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학교 체육을 없앤다고 선수들에게 더 좋은 환경이 이루어질까요?

 

엘리트 시스템을 없애자고 하는 주장은 근본적으로 운동을 하다가 중간에 포기하는 학생들에 대한 배려가 담겨 있습니다.

그런데 반면에 운동을 계속하는 선수들에게는 단순 폐지가 답은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선수들을 위한 절충안을 생각해 보게 됩니다.

 

(1) 선수들을 위한 별도의 교과 과정이 필요합니다.

한국 학교들의 학습량은 세계적으로 유명합니다.

엄청나게 많은 양을 공부해야 합니다.

운동과 병행할 수 있는 학습량이 아닙니다.

 

유럽 선수들이 클럽에서 육성된다고 하는데, 학교의 수업량 자체가 적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선수들에게 일반 대학 입시와 똑같은 양의 공부를 강요해서는 안 됩니다.

선수들에게 필요한 과목들을 재선정하고, 영어, 국사, 세계사, 사회 등 인문사회학 분야 위주로 공부 시켜야 합니다.

즉 선수들에게는 별도의 교과서, 별도의 선생님, 별도의 수업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하기가 쉽지 않죠.

 

(2) 체육 학교의 마련

그래서 대안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 각 지역별로 하나씩 체육 학교를 만드는 것입니다.
(현재의 몇 개 체고들은 개인 종목 위주로 운영되며 탁구 같은 팀별 종목은 들어가지 못 하고 있습니다.)

체육 학교에는 운동하는 학생들을 위한 별도의 교과 과정이 마련되고, 운동과 공부가 적절하게 병행되어야 합니다.

물리적으로 체육관을 충분히 갖춘 학교를 만드는 것이 단시간에 될 일은 아니기 때문에 장기적인 방안 중 하나라고 봅니다.

 

(3) 스포츠 전공 학생들을 위한 교사 순환 제도

대안으로 이런 방안을 생각해 봅니다.

운동하는 학생들을 위해 별도의 교과 과정을 마련하고, 해당 과목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이 몇 몇 학교들을 순회하면서

그들을 위한 특화된 수업을 하는 것입니다.


어떤 식으로든 선수들을 위한 차별화된 교육 과정이 필요하며,

현재의 입시 제도 속으로 운동하는 선수들을 밀어 넣어서는 안 됩니다.

 

실제로 예능 쪽 학생들을 위해서는 예고가 활성화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운동 선수들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이 갈 수 있는 체고는 탁구 종목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아마도 그 근본적인 원인은 탁구가 지역 연고제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각 지역별로 탁구팀들을 육성하려고 하기 때문에 몇 개의 체고에 탁구팀들이 몰아서 들어갈 수 없는 것이죠.

 

 

 

이 시점에서 한국 탁구계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지, 탁구계 전반적인 컨센서스가 없는 것도 문제입니다.

그냥 정부에서 정하는 대로 끌려갈 것이 아니고,

어떤 방안이 좋은지에 대해서 탁구계 내 논의가 이루어지고 중지가 모아졌으면 좋겠습니다.

 

프로리그에 대해서도 적어 보겠습니다.

 

저는 몇 차례의 글을 통해 한국에 프로 리그가 꼭 필요한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왜냐하면 유럽의 프로리그는 기업체나 지자체의 지원이 없다는 점에서 한국과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 선수들은 기업체나 지자체를 통해 월급을 받고 있습니다.

이것은 좋은 것입니다.

해마다 재계약이 되지 않으면 선수로서의 생명이 끝나는 유럽보다도 더 안정적입니다.

 

두번째로 한국은 은퇴 선수들이 활약할 수 있는 코치 시장이 매우 큽니다.

이 역시 유럽과 비교해서 더 나은 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한국의 프로리그는 현재의 제도를 유지하면서 진행되어야 합니다.

그러자니 잘 되기가 어렵습니다.

 

프로리그에 자금을 출연할 수 있는 기업체들은 이미 여러 스포츠 종목에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탁구는 보는 시장이 작고 직접 운동을 하는 시장이 큽니다.

 

현재의 한국 탁구 시장을 존속하면서 프로 리그를 만들려면, 입장권을 돈을 내고 들어 와서 보는 경기가 생겨야 하고,

그 트렌드가 일반화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쉽지 않죠.

 

개인적으로 프로리그의 전 단계로 한중일 선수들이 교차하면서 시합하는

3국 슈퍼리그 같은 것이 생기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3개 국가를 오가는 리그라고 하면 분명 메인 스폰서를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3개 국가 선수들이 시합을 한다는 것은 세개 국가 탁구팬들에게도 충분히 흥미를 끌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중국쪽의 독주 염려가 있긴 합니다만, 결국 자웅을 겨루는 일은 끊임없이 해야 할 일입니다.

스포츠 발전을 위해서 차기 회장이 나서서 이런 일을 해 주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시급한 일은, 코로나 정국 속에서 탁구 인구 자체가 줄어드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골든타임이라는 말이 있죠.

생명이 경각에 달렸을 때, 골든타임 내에 구조가 이루어지면 생존율이 엄청나게 높아집니다.

하지만 그 시간을 놓치면 살릴 수가 없습니다.

 

코로나가 장기화 되면서 점차적으로 탁구 인구가 줄어드는 일들이 진행되고 있는데,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이런 일시적 침체가 장기적으로 탁구 인구를 확 줄어들게 하는 결과를 빚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 문제도 장기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를 마감하고 내년도에 출범하게 되는 새로운 탁구협회 수장에게 다시 한번 관심을 갖게 됩니다.

자성의 한 해를 보내고 난 후, 그 생각의 결과들이 좋은 열매로 맺어져야 합니다.

무엇이 옳은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들이 축적되면, 분명 차기 협회는 더 좋은 결정들을 이끌어 낼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더불어서 우리 생활체육인들도, 선수들에게 바람직한 제도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생각을 달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엘리트 시스템은 치열한 경쟁의 속성 상 피하기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결국 엘리트 시스템이 붕괴되면 프로 선수가 되고 싶어하는 선수들은 더 많은 비용을 들여서 학교 체육 밖에서 길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공교육에서 완전히 소외될 것입니다.

 

그러니 한국적 상황에 맞는 엘리트 시스템은 무엇인지, 그리고 다음 세대를 위한 스포츠 체제가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이상 글 적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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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답댓글 작성자Oscar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0.10.27 감사합니다.
  • 작성자초록아줌마(김현주) | 작성시간 20.10.27 탁구계를 꿰뚫어 보고 계신 듯한 넓은 식견에 감탄하며 읽었습니다.

    전문운동선수를 양성하는 시스템 자체의 문제보다는 소통하지 않는 꽉막힌 조직과 거기에 물들어 있는 관리자, 지도자들의 문제가 더 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프로경기에 대한 말씀에도 공감합니다.
    야구나 배구는 프로경기를 보러가면 진짜 신나고 재밌는 '보는 스포츠'지만 탁구는 사실 보는것보다는 직접 쳐야 제 맛이죠~ㅎ

    그리고 오스카님이 제안하신 3국 슈퍼리그 굿아이디어라고 생각합니다~^^
    대전에서 열리면 이런 경기는 보러갈 것 같아요~ㅎㅎ
  • 답댓글 작성자Oscar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0.10.27 감사합니다 😊
  • 작성자검은펜촉 | 작성시간 20.10.29 한국 운동 종목 협회들의 전형적인 모습이죠. 발전해보고는 싶은데 일은 하기 싫고, 그래도 자리 욕심은 있어서 서로 자리 욕심이나 내는게 대놓고 눈에 보이는거 같습니다. 그 일을 해낼 수 있는 적임자가 아니거나, 인력 수급을 위한 인사 검증도 그렇구요.

    이번 디비전 건도 그렇습니다. 이번 디비전에서 반드시 필요했던 생체선수간 레이팅 전산 관리, 핸디 삭제 문제 이거도 하루이틀 나온 얘기가 아닙니다. 곪아서 썩기 직전까지 있다가 이제서야 터진겁니다.

    이런 부분들은 진즉 대탁에서 주관하고 하부 지역 협회를 통해 지역 공통으로 체계적으로 관리를 했어야하는겁니다. 이때까지 대탁이 일을 쳐 안한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겁니다
  • 답댓글 작성자Oscar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0.10.30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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