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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X-K 개발 뒷 이야기

작성자Oscar|작성시간20.11.05|조회수1,053 목록 댓글 18

MX-K 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후기를 남겨 주셔서 정보가 부족하지는 않겠지만, 설계한 사람으로서 기획 의도와 구현된 기능에 대한 글을 남기는 것은 정리 차원에서 가치 있는 일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MX-K 제작 과정에 있었던 여러 가지 에피소드와 함께 전체적인 이야기를 적어 보겠습니다.

 

MX-K 47.5도 

 

MX-K 52.5도

 

MX-K 47.5도 선수용 버전

 

MX-K 52.5도 선수용 버전

 

MX-K는 여타 러버들보다도 훨씬 더 긴 회임 기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티바사에게 해당 러버의 제작을 제안하고, 실제로 출시가 되기까지 3년도 넘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티바사에서는 MX-K 러버에 대한 우려가 상당히 있었습니다.

제가 제품 개발을 해 온 과정을 지켜 봤기 때문에 아마도 이 러버가 좋은 러버일 것이라는 점에서는 의심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 러버가 티바의 기존 에볼루션 시리즈 러버보다 더 좋을 경우, 티바 전체 러버에 대한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 우려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티바사는 러버 개발 초기부터 몇 가지 제약 조건을 걸었습니다.

 

첫번째는 이 러버의 가격입니다.

기존의 에볼루션 시리즈보다 높은 가격에 공급해야 하겠다고 결정했죠.

실제로 가격 차이는 시장 내에서 에볼루션 시리즈의 입지를 흔들리지 않게 하는데 가장 큰 역할을 했습니다. 

 

두번째로 이 러버의 판매처를 한국으로 한정지었습니다.

한국에서 개발해 전 세계에 판매하면 저희로서는 상당히 좋은 일이지만, 티바사는 판매 자체를 봉쇄했습니다.

이 문제를 두고 많은 얘기를 했으며, 실제로 유럽에서 상당히 많은 오퍼들이 있었지만, 판매처를 한국으로 못 밖는 바람에 실제적인 판매가 이루어지기 어려웠습니다.

 

티바에서 이처럼 이 러버를 경계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일차적인 원인은 티바의 대표적인 러버 MX-P의 단점을 보완하는 러버였기 때문입니다.

 

초기부터 티바사의 이름을 달고 나왔고, MX라는 명칭이 동일했기 때문에 많은 사용자분들이 두 러버가 비슷할 것이라는 예상을 가지고 사용해 왔지만, 실상 두 러버는 퍼포먼스 면에서 많은 차이를 보여 왔습니다.

지금은 어느 누구도 두 러버에 대해 형제 러버라는 방식의 리뷰를 적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두 버러간 유사점은 무엇이고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MX-P 러버를 저는 ESN 역사를 통틀어서 정점에 있는 러버라고 말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습니다.

그 전에도 좋은 러버들이 있었고, 그 이후에도 좋은 러버들이 있었지만, 가장 많은 회전량과 파워를 보이는 발군의 러버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MX-P의 좋은 점은 클릭감이 매우 뛰어나다는 것입니다.

즉 타격시 공을 순간적으로 잡아줄 때 철컥하고 걸리는 느낌이 매우 선명합니다.

그러므로 감각적인 면을 우선하는 사용자라고 하면 이 클릭감에 매료될 수 밖에 없고, 이후 다른 러버들로 방황을 해도 유사한 클릭감을 발견하기가 어렵습니다.

 

또 한가지 특징은 매우 큰 타구음과 함께 강한 공이 구사된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최초 공을 임팩트할 때보다 그 이후의 과정에서 발생되는 현상입니다.

MX-P의 스폰지는 매우 빠르게 공을 잡고 되튕겨 주는데, 그때 충분한 에너지를 발휘하기 때문에 힘과 회전에서 강력함을 그대로 맛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클릭감과 강력함은 때때로 예상치 못 한 어려움을 주기도 합니다.

순간적으로 잡아 주기 때문에 잡아 채는 타법에서 아주 좋은 감각을 느끼지만, 잡음과 동시에 되튕겨 주므로 적절한 스윙 궤적과 임팩트가 주어지지 못 하면 예상치 않은 공의 움직임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이 문제로 인해서 많은 선수들은 MX-P에 부스팅을 해서 표층의 잡아줌과 스폰지의 튕겨냄 사이에 일체감을 이루어 사용해 왔습니다.

즉 표층와 스폰지의 움직임간 격차를 줄임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죠. 

그러나 이런 표층과 스폰지간의 움직임 격차를 부스팅에 의존하는 것은 올바른 방법이 아닙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넥시의 카리스 러버에 적용되었던 새로운 표층 구조가 적용되었습니다.

즉 표층의 두께는 그대로 하되 표층 칼럼 길이를 줄임으로써 러버의 퍼포먼스에 대한 안정감을 더한 것입니다. 

이러한 물리적 변화는 러버 성능에 즉각적인 효과를 불러 왔습니다.

많은 사용자들이 MX-K를 편하다고 느끼는 동시에, 안정감이 증가되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MX-K의 뛰어난 점은 단순히 물리적 구조만 바꾼 것은 아닙니다.

그동안 ESN에서 개발해 왔던 수많은 스폰지와 탑시트 중 이런 짧아진 칼럼 구조가 적용되었을 때 향상된 성능을 내는 어떤 제품을 찾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저는 총 8가지의 샘플을 테스트하면서 변화된 물리적 구조에 적합한 셋팅값을 발견해 내는데 무려 1년이 넘는 시간을 들여 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넥시의 스폰 선수들과 유남규 감독님, 또 삼성생명 선수단, 그리고 주세혁 선수가 많은 도움을 주었죠.

 

그리고 그 결과, MX-K는 47.5도의 러버와 52.5도의 러버가 전혀 다른 스폰지를 취하게 됩니다.

보통은 동일한 스폰지에 경도만 다르게 하지만, 실상 MX-K와 MX-K H는 전혀 다른 두 가지의 러버인 셈이죠.

 

실제로 러버가 발매된 후 ESN 관계자들은 매우 놀랐다고 합니다.

ESN의 테스팅 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한 코치의 전언에 따르면 ESN의 역대 러버 중 가장 높은 수치의 퍼포먼스 결과를 가져 왔다고 하며, 한국의 용품 개발자가 그런 일을 해낸 것에 의아해 한다고 합니다.

 

물론 저는 최초 개발 시점부터 줄기차게 좋은 러버일 것을 확신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그런 결과물이 수치적으로 증명되었다고 하니 매우 기쁜 일이죠.

 

MX-K는 총 4가지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47.5도 경도를 가진 MX-K와 MX-K H 러버가 있고, 선수들을 위해 특주 형태로 개발되었던 MX-K 선수용 버전과 MX-K H 선수용 버전이 있습니다.

 

선수용 버전의 경우는 실상 일반 판매를 망설였던 제품입니다.

선수들 테스트에서 좋은 러버로 증명이 되었지만, 일반 사용자들에게 과연 좋을 것인지를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에, 최초에는 상위 선수들만을 위한 소량 생산을 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일반인들에게도 좋다는 의견들이 나오면서 넥시 스폰 선수들이 판매용 제품들을 발매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해서, 결국은 추가 생산을 하게 되었습니다.

 

MX-K 러버는 넥시사의 기술의 결정체이면서 티바사와의 13년 협업의 최종 결과물입니다.

앞으로도 많은 동호인들과 선수들에게 사랑받는 러버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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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오비트랩 | 작성시간 20.11.06 최근 카페 이벤트를 통해서 MXK(H)를 처음 사용해 봤는데 그간 실사용자들이 MXK시리즈에 대한 호평이 많았던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성능, 감각, 사용편의성을 모두 잡았지 않았나 싶은 생각입니다.
  • 작성자큰-덕 | 작성시간 20.11.06 ESN 연구진들이 화들짝 했군요. 기쁘고 자랑스럽습니다~! ^^
  • 답댓글 작성자Oscar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0.11.06 감사합니다. 세계 시장에 나가지는 못 하지만 국내에서 롱런 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 작성자스파워 | 작성시간 20.11.06 4장째 실구매 사용자로서
    뒷얘기 넘 재밌네요!
    세계 탁구발전에기여(?)한듯 하여
    무척 뿌듯 합니다^^
  • 작성자구탁구 | 작성시간 20.11.09 미국에서도 구매 가능한걸로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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