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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노메달, 화가 안 나는 이유

작성자Oscar|작성시간21.08.08|조회수1,107 목록 댓글 21




올림픽이 끝났다.
노메달로 복귀한 탁구팀에게 쓴 소리가 시작되었다.
예정된 수순이다.
과거의 영광을 DNA에 새긴 탁구인들, 스포츠 언론인들 입장에서 노메달의 원인을 찾아 쓴소리를 하는 것은 당연할 뿐만 아니라 한국 탁구의 미래를 위해서 하는 충심의 행동이다.

그런데 우리 생활체육 탁구인들도 그렇게 생각할까?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한국이, 그리고 한국인들이 얼마나 바뀌었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없던 일이 일어났다.
한번 되짚어 보자.

1. 중국 탁구에 진 것, 일본 탁구에 진 것을 통한의 마음으로 분노하는 사람이 없다. 담담히 실력 차이를 인정하는 분위기이다.
비단 탁구만이 아니다. 이번 올림픽, 한국의 성적은 최근 대회들에 비해 빈약하지만 그것 때문에 국민들의 사기가 떨어지거나 하지 않는다.

2. 과거와 달리 1등을 하지 못한 선수들에게도 국민들의 관심과 성원이 쏟아졌다.
탁구의 신유빈 선수를 비롯해 여자 배구팀과 김연경 선수도 그렇고, 높이뛰기의 우상혁 선수도 그렇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 상당히 약화된 것 같다.




3. 엘리트 스포츠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는 한국은 기본적으로 올림픽을 국가 대항의 경기로 보아 왔다. 그러나 올림픽은 국가 대항의 경기가 아니고 비정치적인 스포츠 축제이며, 국가간 메달 순위를 매기는 것도 올림픽 위원회에서 하는 일은 아니다.

그런데 남북 분단 상황의 한국은 오랜 세월 스포츠를 국력의 상징으로 여겨 왔다.
북한은 물론이고 숙적 일본에게 지면 안 되고, 경기장에서 뛰고 있는 모든 선수들은 가슴의 태극기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한번 보자.
이번 올림픽 과정에서 일본에게 뒤지는 메달 집계를 우리 국민들이 신경을 썼나?
그렇지 않다고 본다.




4. 올림픽 때마다 오심 문제는 국민들의 가슴을 후벼파는 일이었다. 동계올림픽에서 메달을 빼앗긴 김동성 선수 경우는 미국의 안톤 오노가 대한민국 전체의 원수가 되어 버렸다.
오심은 국력이 약해서 당하는 설움으로 여겨졌고 곧잘 국가적인 사안이 되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좀 다르다. 여자 배구팀이 일본 심판에게 편파적으로 대우 받은 듯 하지만 크게 이슈화가 되지 않는다. 개최국 프리미엄을 인정하는 듯도 하고 전반적으로 승패에 대한 집착이 줄어든 것도 같다.




5. 그 동안 분단국, 약소국의 설움을 스포츠가 달래 주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일본, 북한, 미국, 중국, 러시아 등 한국을 둘러싸고 있으면서 우리에게 큰 소리를 치는 국가 선수들을 이겨줄 때 상당한 대리만족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올림픽은 그렇지 않다.
올림픽 메달에 대해 국위선양으로 보는 시각이 현저하게 역해졌다.


6. 한국은 국가대표 뿐만 아니라 모든 단계의 선수들에게 지원이 있는 나라이다.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필자가 학교 다닐 때만 해도 해마다 운동부 학생들을 돕기 위한 성금을 자체적으로 거뒀고 어디에 쓴다고 보고도 없는 모금에 참여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그런데 이제는 운동 선수들에 대해 그런 국민적인 연대감이 상당히 약해진 것이다.
우승은 개인의 영광이지 국위 선양이 아닐 수 있다.




7. 한국 탁구팀의 노메달에 대해서 우려의 목소리가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생각보다 노메달을 수치스럽게 여기는 국민들이 적다.
우리는 선수들의 땀과 노력을 알고 있고 실력에 의한 패배를 억울하게 보지 않는다.

그러니 이번 글은 여기서 일차 갈무리를 하자.
올림픽 메달이 갖는 가치가 바뀌었다.


8. 그럼에도 한국 탁구가 다시금 세계 정상급으로 올라서게 위해서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는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9. 한국 탁구의 가장 큰 문제는 선수도, 감독도, 협회도 아니다. 바로 얕은 선수층이 문제다.

독일의 경우도 초등학교때 탁구를 시작했다가 중학교가 되면 실력 없는 선수들이 반 넘게 도태된다.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 열심히 한다. 일본, 중국, 다 마찬가지이다.

한국은 선수들이 없다 초등학교 때 여러가지 이유로 인해 그만 두는 경우가 있지만 일단 중학교만 가면 성인이 되기까지 선수로서의 삶이 보장된다.

중학교, 고등학교 팀을 가 보면 탁구가 싫지만 탁구 외의 길에 없어 탁구를 하는 선수들이 절반이다. 코치들은 선수가 한명이라도 운동을 그만두면 단체전 구성이 안 되니 한 선수도 낙오시키면 안 된다.




10. 가끔씩 중국 지도자들을 데려 오자고 한다.
상당히 조심할 부분이다.

중국은 선수 낙오가 흔하다. 혼내면서 가르칠 필요도 없고 개개인에게 감정적으로 관심을 쏟으며 가르칠 필요도 없다. 잘 못하거나 게으르면 내보내면 된다.
사실은 전 세계가 그렇다.
선수는 살아남기 위해 애를 써야 하고 지도자는 그들이 열심을 보일 때 케어한다.
그런데 한국은 단 한명도 낙오하면 안 된다.
한명의 낙오가 곧 팀 해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한국의 지도자들은 자질이 없는 선수를 끌어 올리는데 탁월한 기량을 가지고 있다.

중국의 코치진들은 그렇게 열심히 가르치는 문화가 없는 곳에서 지내왔다.
실력은 좋겠지만 선수를 다독이며 탁구선수로써 생존하게 하는 역할을 하기에는 언어나 감성적 접근 방법의 차이가 클 것이다.




11. 이번 올림픽을 통해서 우리 국민들은 상당한 성숙도를 보여주었다. 세금으로 운동하고 올림픽에 나갔으니 국가를 위해서 꼭 메달을 따야된다고 말하지 않는다.

12. 국민들이 성숙해 졌으니 협회도 성숙해지자. 다 잘못 해도 메달만 따면 용서되는 시대는 지났다. 생활체육인들은 탁구 협회가 보다 더 디테일하게 생활체육을 챙겨 주기를 기대한다.
탁구 선수층이 얇은 것은 결국 탁구 저변 확대가 해결 방안이다. 협회가 그 부분에 더 에너지를 모아야 한다.
코로나 상황이니 많은 부분에서 제약이 있지만 그래도 리그전 같은 묘수를 계속 찾고 진행해야 한다.




13. 탁구 발전을 위해 기업이나 국가, 지자체의 지원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은 반대한다.
한국만큼 탁구 선수들이 살기 좋은 나라가 드물다.
코로나로 주춤하긴 하지만 선수 생활 그만두면 레슨 코치로 안정적인 삶이 거의 모든 선수층에게 보장되는 나라가 또 있을까 싶다.
오히려 열심히 하지 않아도 낙오되지 않고 안정적인 직업이 보장되는 것이 더 문제이다.
그러니 선수들이 선수 생활을 그만두고 생체 코치로 가려하고, 가뜩이나 얇은 선수층이 더 얇아지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글을 정리해 본다.
한국 스포츠의 패러다임이 이번 올림픽에서 바뀌었다.
이제 엘리트주의가 크게 약화되었다.
그러니 생활체육에 대한 보다 더 큰 관심과 예산이 필요하다.
그리고 선수나 협회에 대해서 쓴 소리를 할 시기가 지난 것도 같다.
결국은 선수 개개인의 문제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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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Oscar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1.08.10 별도로 글 작성해서 올릴께요.
    감사합니다 ☺️
  • 작성자무림사파 | 작성시간 21.08.10 좋은 글이라 생각됩니다...저도 오스카님의 생각에 거의 동의합니다만...

    한국만큼 탁구 선수들이 살기 좋은 나라가 드물다.
    코로나로 주춤하긴 하지만 선수 생활 그만두면 레슨 코치로 안정적인 삶이 거의 모든 선수층에게 보장되는 나라가 또 있을까 싶다.

    우리나라 엘리트 탁구(운동)선수 시스템의 최대단점을 이런식으로 미화시키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예전에 유튜브에서도 이런 주장을 하시던 영상을 봤었는데요...
    탁구선수했으니 모두가 은퇴 후 코치, 감독을 하는게 당연하다는 인식도 별로 찬성하지 않습니다.

    독일을 포함 유럽국가 또는 미국...아니 가까운 일본을 예를 들면...
    네...탁구선수들이 은퇴 후 레슨코치를 하기 상당히 어렵다는건 사실입니다...아니 잘 하지 않는다는 표현이 맞겠네요...

    왜냐하면...대부분의 실업(기업) 선수들이 은퇴 후에도 정년까지 그 기업에서 정사원으로 계속 일하기 때문이죠...
    일본생명 탁구선수들은 선수은퇴 후...일본생명에서 정년까지 일합니다...정사원이거든요...
    그정도로 은퇴 후 삶에 대한 길이 보장되어 있다는 겁니다. --> 이런게 안정적인 삶이 아닐까요??
  • 답댓글 작성자Oscar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1.08.10 일본 시스템은 본래 평생 직장 개념을 가진 일본 사회에 맞는 개념이겠죠.

    독일을 비롯한 대부분 유럽 국가에서 코치 일자리는 매우 부족하고 급여도 높지 않습니다.
    선수들도 마찬가지죠.
    완전한 피라미드 구조입니다.

    우리나라처럼 한번 시작하면 도태될 염려 없이 평생 선수, 코치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나중에 상세한 의견 별도 글로 남기겠습니다.
  • 작성자드라이브1부 | 작성시간 21.08.16 사실 남탁 단체전 빼고 메달 기대도 안했습니다만...아쉽네요
  • 답댓글 작성자Oscar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1.08.22 예…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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