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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세혁 블레이드를 만들다.

작성자Oscar|작성시간21.08.21|조회수955 목록 댓글 30



수비수 라켓에 대한 글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전 글 내용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blog.naver.com/defunct/222476678138

 

수비수 라켓이 공격수 라켓과 다른 점에 대해서 글 이어가겠습니다.

 

 

4. 라켓 크기와 진동

 

수비수 라켓은 일반적으로 공격형 라켓보다 사이즈가 큽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수비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신 분들은 라켓이 커서 수비 범위가 더 넓어진다고 오해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라켓 사이즈가 큰 것은 수비 범위에 대한 문제가 아닙니다.

 

라켓 사이즈는 크게 두 가지 요인과 관련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공이 날아가는 힘입니다.

 

라켓이 크다는 것은 공을 받을 때 더 넓은 면이 진동하면서 전체적으로 반응한다는 것입니다.

즉 공을 받아서 진동하면서 되튕기는 힘이 더 세집니다.

이 진동의 영향이 공 파워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실제로 진동을 줄이려는 방향의 시도가 좋은 효과를 불러일으키지 못 하기도 합니다.

 

주세혁 라켓을 만들면서 제일 많이 고민했던 것이 바로 이 부분이죠.

진동을 줄이려고 여러 가지 시도를 할 때마다 공의 힘이 줄어드는 역효과가 수반되었습니다.

 

한 가지 더 중요한 점은 회전력입니다.

넓은 판이 진동하는 것은 공에 회전을 싣는데 유리합니다.

만약 진동을 줄이고자 한다면 회전력도 줄어드는 결과를 빚죠.

 

그래서 현재 제작된 주세혁 라켓은 상당한 진동량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이 점에 대해서 만족하지 못 합니다만, 그래도 이 정도의 진동량이 있어야 제대로 힘을 낸다고 합니다.

 

 

 

5. 라켓의 겹수 문제

 

수비수 라켓은 힘과 회전력을 위해서 적당한 진동이 필요하다고 했는데요,

사실 진동을 줄이는 방식으로도 힘과 회전력을 줄일 수도 있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한 해법에 정답은 없다고 봅니다.

 

다만 순수 합판으로 제작을 한다고 하면 크게 3가지의 해법이 존재하는데요,

우선은 큰 중심층을 감싸고 있는 두 개의 표층으로 된 3겹 블레이드가 가능은 하지만, 두꺼운 중심층이 결이나 건조도에 따라서 시간이 지나면서 변형되는 문제가 일어날 수 있어, 가용한 범주에서는 곧 제외 됩니다.

 

그렇다면 남는 두 가지의 해법은 5겹과 7겹인데요,

그 이상의 겹수를 염두에 두지 않는 것은 목재를 붙이는 데 사용된 에폭시 층이 많이 들어가면 들어갈 수록 순수 합판이 가진 회전력을 잃게 되기 때문입니다.

 

5겹과 7겹을 두고 고민한다고 하면 결국 7겹이 남게 되죠.

5겹보다는 더 힘이 좋고 뒤에서 멀리까지 공을 보내는 힘이 더 좋기 때문이죠.

그래서 7겹을 표준으로 하되 회전력을 살리는 구조는 어떤 것이 될 것인지를 고민하게 됩니다.



 

6. 사이즈, 형상, 무게 등의 밸런스 

 

이 과정에서 사용했던 라켓 구조는 지금은 다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다양합니다.

특수 소재를 넣어 보기도 했고, 단단한 목재를 특구 소재 대신에 넣기도 했습니다.

주로 진동을 잡아 보려고 시도했던 방식들이죠.

 

무게를 늘리기 위해서도 다양한 시도들이 이루어졌죠.

목재 자체를 무게가 많은 것으로 교체해 보기도 했고, 겹수를 늘려 보기도 했습니다.

심지어는 같은 구조에서 글루층의 도포량을 조절해서 무게를 조절해 보려고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제가 알게 된 점은 이런 것입니다.

 

보통의 공격용 라켓의 제작 범주와 수비수 라켓의 제작 범주가 매우 다르다는 것입니다.

 

 

 

비유를 들자고 하면 최적의 지점 0 을 찾는다고 하면, 공격용 라켓은 대략 그 한계점인 1이 어느 정도 범주인지가 손에 잡힙니다.

그래서 두 개의 1과 -1 사이 지점을 왔다 갔다 하면 비교적 쉽게 최고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수비수 라켓을 만드는 것은 3과 -3을 왔다 갔다 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0이 아닌 1에 와 있는 것 같아서 조금만 0 쪽으로 이동했더니 -3으로 와 버리는 것이죠.

 

이처럼 수비형 블레이드를 만드는 것은 굉장히 넓은 편차의 대양을 헤매는 것과 비슷한 경험이었습니다.

그래서 14년 동안 주세혁 선수가 원하는 것을 알아 내지 못 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지금 시점에서도 저는 이번 라켓이 완성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주세혁 블레이드의 최종 완성본을 향해 가는 베타 버전 정도에 속하죠.

이처럼 완벽하게 답을 찾지 못 하고 제품을 출시하는 것은 제가 수비수가 아니므로 손끝에 와 닿는 것처럼 마지막까지 탐색이 쉽지 않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7, Maximum Flexibility 를 가지면서 진행한다면?

 

이처럼 넓은 편차 사이를 널뛰기를 하면서 저는 변수를 제거할 수 있는 극한의 공식을 찾아 헤맸습니다.

첫번째로는 여러 서로 다른 목재들을 조합하는 것이 가져 오는 변수의 축소입니다.

표층, 두번째 층, 중심층 등을 각각 다른 것으로 조합하는 과정에서 중심부에 이르지 못 하고 양 극단을 널뛰기를 하는 일이 진행되다 보니 이런 식으로 진행하다가는 결코 원하는 곳이 쉽게 도달하지 못 할 듯 하다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제가 그런 결론에 이르를 무렵, DHS는 주세혁 선수를 만족시키기가 쉽지 않다고 생각하고 나가 떨어지기 시작하죠.

저는 DHS에 추가적인 샘플을 요청하지 않고 중단하였습니다.

그리고 모든 변수를 제거할 수 있는 하나의 목재를 찾아 그 목재에 집중했습니다.

 

라켓을 제작해 보신 분들이면 이해하시겠지만, 표층, 중층, 중심층에 두루 쓸 수 있는 목재는 사실 많지 않습니다.

과거 티바의 브와슈치크가 림바 5겹으로 제작된 사례가 있지만, 그런 경우는 많지 않고 가장 가능성이 높은 목재는 아유스이죠.

 

아유스가 이런 경우 대안이 되는 이유는, 

먼저 표층에 사용시 충분한 회전력을 보여 줍니다. 

이 부분은 티바의 전통적인 명품 블레이드 IV-L에서 충분히 증명된 바 있습니다. 

 

두번째는 목재 자체가 시간이 지나면서 휘는 일이 극히 드뭅니다.

목재에 결이 없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죠.

따라서 목재를 잘라 배치할 때 내구성에 대한 염려가 필요 없습니다.

 

세번째는 가공성이 좋아서 다양한 굵기로 잘라도 목재가 부스러지는 일이 없습니다.

따라서 표층이나 두번째 층에서 요구하는 적절한 얇은 두께로 재단이 가능합니다.

 

사실 이런 구조는 앞서 말씀 드린 티바의 IV-L에서 충분히 보여 집니다.

아유스만 4겹으로 사용했다는 것은 대칭 구조를 이루는 또 하나의 중심층을 포기하면서도 라켓이 휘는 문제를 염려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아주 얇게도 가능하고 두껍게도 가능합니다.

 

 

 

8. 변수를 제거한 후 구조를 재설계 하다.

 

목재의 다양한 조합을 포기하고 단 하나의 목재로 결정을 하고 나자 이제 7겹을 어떻게 배열하는가에 대한 문제로 사고의 초점이 모아졌습니다.

보통은 7겹 구조 블레이드는 이런 식으로 이루어집니다.

 

가운데 층에 전체를 버텨 주는 조금 굵은 목재층을 넣습니다.

그리고 그 바깥쪽에 중심층을 보강해 주는 두 개의 층을 넣습니다.

그래서 3겹의 목재가 5겹 합판에서의 중심층 역할을 해 줍니다.

서로 엇걸어서 건조되면서 변형되는 것을 막아주죠.

 

그 다음으로 표층을 생각합니다.

표층의 특성을 뒷받침할 수 있는 두번째 층은 결국 표층이 결정되면 자연스럽게 결정됩니다.

 

그런데 주세혁 블레이드는 이런 과정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구조화 되어 있습니다.

우선 가장 중심층이 매우 얇습니다.

아마 위 사진으로는 각 층이 뭉개져서 제대로 파악이 안 될 것입니다.

주세혁 블레이드는 그런 전통적인 5겹 합판의 확장형 구조 블레이드가 아닙니다.

그것보다는 얇은 중심층을 바깥쪽에 두 개의 중심층이 배치된 것과 비슷합니다.

 

이렇게 두개의 층을 얇은 중심층 바깥에 위치 시킨 것은 접착제 층을 중심에서 조금 안 쪽에 두겹을 넣음으로써 코어 쪽 파워를 강화하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이 최종 구조에 이르기 전에 다른 방식의 배치들도 충분히 비교 실험 되었음은 당연한 일이죠.

 

 

 

 

 

9. 디자인 측면

 

주세혁 선수와는 지난 2019년 크리스마스 무렵, DHS 임원진과의 만남이 있었습니다.

저희 일행들은 며칠 동안 같이 머무르면서 DHS에서 주세혁 선수 라켓을 제조하는 문제를 여러가지로 검토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당시만 하더라도 주세혁 선수는 넥시보다는 DHS가 더 좋은 블레이드를 만들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중국풍의 라켓이 아닌 한국적 라켓에 대해 고민하게 된 것 같습니다.

 

당시는 주세혁 선수의 요청에 의해 시환주 (주세혁을 좋아한다 는 뜻을 가진 중국펜들이 붙인 이름) 라는 이름으로 출시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리고 디자인도 상당히 중국풍을 띄고 있었죠.

 

그러나 거듭된 모든 변경 요구들을 충실히 진행하면서 주세혁 선수의 넥시 라켓 설계에 대한 신뢰도 높아졌고, 다른 선수들의 테스트 결과도 중첩되어 가면서, 주세혁 선수는 디자인 전면 개편을 요청합니다.

그리고 지금 보시는 것처럼 완전히 한국적인 디자인으로 거듭나게 되죠.

 

 

10. 주세혁 라켓, 이것이 최종본인가?

 

우선 주세혁 선수 및 몇몇 선수들의 시타 결과를 보면 최근에 출시, 판매되고 있는 라켓 중에서 가장 좋은 성능을 보인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주세혁 선수가 오래 동안 사용해 오던 그 라켓과 완전히 일치하는가의 문제는 남아 있습니다.

 

만약 주세혁 선수가 선수 생활을 오래도록 한다면, 좋고 나쁘고를 떠나 쓰던 것과 유사한 것을 찾아 줘야 할 문제가 생기는데, 이 시점에서 이 부분은 잘 모르겠습니다.

개별 편차 속에서 유사품이 찾아질 듯은 하지만, 주세혁 선수가 이 부분에서 아주 까다롭게 추구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저는 만족스럽지는 못 합니다.

왜냐하면, 주세혁 선수가 그동안 사용했던 라켓을 잊게 할 만큼 훨씬 더 좋은 라켓을 만들지는 못 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부분에 대해서 지금 시점에서는 상당한 감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만약 제가 3년 전, 주세혁 선수와 계약할 시점에서 이 정도의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면 지금 시점에는 정말 더 좋은 라켓을 만들었을 수도 있겠다 생각도 하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주세혁 라켓은 완성된 프로젝트가 아니고 온고잉 프로젝트라고 정의합니다.

 

 

 

여러분들의 평가는 어떨까요?

 

사실 시장이 작기 때문에 주세혁 선수의 라켓이 아무리 좋아도 엄청난 판매량을 보이거나 하기는 어렵겠죠.

꼭 만들어야 했다, 혹은 만들고 싶었다 라는 점에서 14년의 여정을 마쳤다는 감회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여기서 멈추고 싶지는 않습니다.

 

여기까지,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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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슬기로운 탁구생활 | 작성시간 21.08.22 글 잘 읽었습니다. 라켓을 바꿀 생각은 없지만 이라켓은 기념으로 하나 사두었다가 주선수에게 싸인 받아야겠어요. 정말 멋집니다.
  • 답댓글 작성자Oscar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1.08.22 예, 좋은 제품으로 자리매김 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 작성자현재아빠 | 작성시간 21.08.22 주세혁 선수가 시타할 때 러버 조합은 무엇인가요?
  • 답댓글 작성자Oscar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1.08.23 MX-K 하드 선수용 러버를 포핸드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백핸드는 TSP 러버입니다.
  • 작성자수비전형/PAUL | 작성시간 21.11.23 예전의 나비사 제품의 가벼운 개체가 99g 정도, 라켓무게 195g 이라 어께에 부담이 많았는데
    얼마전부터 넥시 주세혁 89g 구입하여 사용중입니다. 라켓 무게 183g 만족합니다. (09C, 컬P1r 박)
    수비라켓 특성 때문이라는데 진동음은 조금 있습니다. (나비사의 다이오드V 보다는 훨씬 작음)
    탁구 치다보면 어떤 분들은 이 진동음이 더 듣기 좋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잘 사용할께요. Next version 출현은 언제 쯤으로 기대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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