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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 라켓과 스피커

작성자Oscar|작성시간21.06.08|조회수964 목록 댓글 19



어제의 글에 이어서 두 번째 글을 이어 갑니다.

어제의 글에서 내린 결론들을 먼저 정리하고, 제기된 질문도 정리해 봅니다.

 

 

1. 단단한 카본층이라는 표현은 맞지 않습니다.

카본은 소재 자체가 섬유이고, 직조 되어도 천과 비슷합니다.

제조 과정에서 카본 직조층에 수지가 겹합되고 열로 찌면서 단단하게 변하게 되는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플라스틱과 비슷한 형태의 물성을 지닙니다.

 

2. 단단하다는 표현은 강도와 경도로 표현되는데, 강도는 외력에 의해서 부러지는 현상, 그리고 경도는 표면을 날카로운 것으로 긁었을 때 흠집이 나는 정도와 관련된 표현입니다.

그런데 탁구 블레이드에 사용되는 카본층은 이 두가지와 크게 관련이 없습니다.

 

 

3. 카본층은 설계에 따라, 일정한 방향에 대해 지속적이거나 혹은 강한 충격에 대해 견디는 힘을 가질 수 있는데, 카본 자체가 금속보다 더 단단하다는 식의 표현은 맞지 않습니다.

카본이 가루 상태로 존재하거나 섬유 상태로 존재할 때는 전혀 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결국은 수지와 결합된 이후 열에 의해 성형한 후 단단함을 갖게 되며, 이 단단함은 어떤 목적을 가지고 말하느냐에 따라 상이하게 이해될 수 있습니다. 

카본으로 만들어진 로드 자전거를 예를 들면 달리는 앞뒤 방향에서 견디는 힘은 강하나 측방에서 부딪혀 올 때 프레임이 쉽게 부러지거나 찢어집니다.

그러므로 금속보다 단단하다는 표현은 반은 맞지만 반은 틀린 얘기이지요. 

다만 알루미늄 프레임처럼 지속적으로 충격이 누적되어 파괴되는 현상의 경우는 카본 자전거에 별로 없습니다.

카본의 특성이 탄성을 지녀 충격을 누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4. 경도, 강도 외의 힘의 요소로는 탄성과 인성이 있습니다.

탄성은 눌렸을 때 복원되는 힘, 그리고 인성은 당겼을 때 복원되는 힘 등을 의미합니다.

탁구 블레이드에 특수 소재가 삽입되었을 때 작용하는 힘은 이 두 가지의 힘이 관련되었을 듯 합니다.

 

 



여기까지가 어제 글의 결론이었구요, 이제 조금 더 심화해서 내용을 전개해 보겠습니다.

 

저는 영어로 Elasticity 라고 표현되는 탄성과 인성에 대해서 먼저 얘기하고 싶습니다.

카본층은 얇은 플라스틱 책받침과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그런데 마치 콘크리트에 철근이 들어가듯이 그 안에 카본 섬유가 들어가 있어 당기는 힘에 강합니다.

 

실제로 카본을 얇게 적조한 후 열로 찐 상태는 흔들면 낭창낭창한 플라스틱과 같습니다.

그렇지만 플라스틱은 단단하게 만들면 낭창거리지 않고 때렸을 때 부스러지죠.

반면에 낭창낭창하게 만들면 힘이 없고 흐느적 거립니다.

 

그런데 카본층은 충격을 받아 부서질 때에도 바스라지지 않고 섬유 조직에 의해 찢어지는 듯한 모양새를 지니며,

열로 성형한 후에는 상당한 탄성을 지닙니다. 

 

라켓에 카본층이 들어가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탄성이란 기본적으로 복원력과 관련이 깊습니다.

파도 속에서 원래의 모양과 위치로 돌아 가려는 배처럼, 카본층은 휘었을 때 원래의 모양으로 돌아 가려고 할 것입니다.

저는 인성, 인장력이라는 표현보다는 탄성이라는 표현이 더 맞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블레이드로 공을 때렸을 때 일어나는 변형은 바깥쪽에서 잡아 당겨서 생긴 인장의 경우가 아니고 타력에 의해 충격이 발생해 가운데 지점이 변형된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나무로만 이루어진 블레이드보다 이런 변형이 일어날 경우 더 많은 복원력을 가진 것은, 즉 탄성을 가진 것은 카본층을 가진 블레이드일 듯 합니다.

 

그러므로 첫번째 결론으로 카본층이 가진 탄성으로 인해 순수 목재로만 만들어진 블레이드보다는 카본층이 삽입된 블레이드가 충격에 대한 높은 탄성으로 인해 공이 더 빠를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할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만 가지고는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고 봅니다.

저는 두 번째로 진동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라켓에 카본층이 들어가면 진동이 더 많아지느냐, 적어지느냐 하는 질문은 일반적으로 카본층이 들어간 것이 더 진동이 적다고들 이해하죠.

사실 이 부분은 측정하면 알 수 있는 것이고, 측정치로는 진동이 적어지는 것이 더 일반적일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 진동을 헤르츠 단위로 나눠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즉 전체적인 진동과 부분적인 진동을 나누어서 생각해야 합니다.  

 

제가 진동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탁구가 아닌 오디오 이야기를 하게 됨을 이해해 주세요.

아마도 가장 쉽게 이해가 될 부분이 바로 오디오 유닛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 사진은 제가 가지고 있는 JBL 4343B라는 스피커 사진인데요, 인터넷에서 받아 왔습니다.

가장 하단에 보면 큰 우퍼가 보이는데 저음을 담당하구요, 그 위에 동그란 것은 미드레인지, 즉 중역을 담당합니다.

그 위에는 렌즈라고 부르는 플라스틱 판들이 여러개 겹친 것 속에 고역을 담당하는 트위터가 있구요,

그리고 그 옆에 세로 방향으로 홈이 난 동그란 것이 초고역을 담당하는 슈퍼트위터입니다.

 

이런 구조를 4way, 즉 소리를 내는 유닛이 4개인 것을 고려해 포웨이 스피커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우리가 가정에서 흔히 사용하는 스피커들은 4웨이가 아니고 2way 들이 많이 있습니다.

유닛이 많이 들어갈 수록 더 높은 소리, 더 낮은 소리를 풍성하게 낼 수 있지만, 그만큼 비용이 많이 들어가고, 우리 귀가 들을 수 있는 가청 주파수 내에서 초고역, 초저역 영역이 가성비가 떨어지므로 많은 경우 2way 만으로 만족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죠.

 

투웨이 스피커를 기준으로 우퍼와 트위터가 왜 나뉘어 설치되는지 한번 설명해 볼께요.

 



 

 

사진 상으로는 크기가 비슷해 보이지만 두 개의 유닛은 상당한 크기 차이가 있습니다.

위에 보이는 것은 고음을 담당하는 트위터로 지름이 10cm 정도나 될 거에요.

그리고 아래에 보이는 것은 저음을 담당하는 우퍼로 8인치, 10인치, 12인치, 15인치 등이 많이 쓰입니다.

 

그런데 두 개의 유닛은 움직이는 방식이 전혀 다릅니다.

 

사람이 귀로 들을 수 있는 가청 주파수는 20헤르츠로부터 2만 헤르츠에 이르는데요, 

20헤르츠란 1초에 20번 진동하는 것을 말하고 2만 헤르츠는 1초에 2만번 진동하는 것을 말합니다.

 

보통 2way 스피커의 경우는 1,000회 이하의 진동은 아래 우퍼로, 그리고 그 이상의 진동은 중고음의 트위터로 하게 되는데요, 주파수가 다른 만큼 움직이는 방식도 크게 차이가 납니다.

(2way 스피커의 경우는 20~100 헤르츠 사이의 낮은 저역, 그리고 1만 5천 헤르츠 이상의 높은 고역 등을 포기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이처럼 서로 다른 주파수를 담당하는 각각 다른 유닛들을 제어하는 것이 스피커에서는 네트워크라고 부르죠.

 

이제 저역과 고역이 어떻게 다른 방식으로 진동하는가 얘기를 해 볼께요.

저역은 주변 공기를 움직여서 소리를 퍼뜨립니다. 

그래서 오목하게 생겼고, 실제로 앞뒤로 진동을 합니다.

 

 

 



그런데 고역은 이렇게 크게 움직이는 진동으로 소리를 만들 수가 없습니다.

너무 속도가 높은 주파수이므로 이처럼 물리적으로 앞뒤로 크게 움직이게 할 수가 없죠.

그래서 고역의 경우는 바르르 떠는 진동판 같은 것을 사용합니다.

 

즉 높은 주파수는 우리 눈으로 보는 것 같은 그런 움직임은 거의 없고 눈으로 볼 수 없는 정도의 아주 극미세한 움직임이지만 극도로 빠른 움직임이 일어납니다.

 

아래 이미지들은 빈티지 애호 동호인들이 좋아하는 혼 스피커의 고음 구동 방식을 보여 줍니다.

 



 

그러니까 저음은 반원형 유닛 전체가 움직인다고 하면, 고음은 아주 작은 (금속)판이 바르르 떤다고 일단 생각하시면 이해가 쉽게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풀레인지라는 스피커가 있습니다.

이 스피커는 우퍼처럼 생긴 하나의 유닛을 가지고 네트워크로 주파수대를 나누는 일 없이 전체 소리를 저음부터 고음까지 함께 울려 내는 방식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755A 라는 풀레인지 스피커 유닛인데요, 이렇게 된 유닛을 통 안에 넣고 앰프로부터 나오는 선을 그냥 직결합니다.

네트워크 없이 앰프 소리가 그대로 들어가는 것이죠.

 

이렇게 하게 되면 하나의 유닛에서 고음과 저음이 어떻게 날까요?

저음은 전체가 움직이고 고음은 바르르 떤다고 했는데, 하나의 유닛으로 그 두 가지 움직임을 제어할 수 있을까요?

 

예, 제어가 가능합니다.

 

우선 저음은 풀레인지 유닛을 전체적으로 이런 식으로 움직이게 만들어 줍니다. 

 


그런데 고음은 이런 식으로 움직이죠.

즉 스키퍼의 모든 부분에서 작은 진동을 만들어 냅니다.

스피커 전체가 바르르 떨리고 있는 상태라고 보시면 됩니다.

 

물론 고음의 주파수도 다 다르기 때문에 높은 고역일 수록 더 많이 떨고 낮은 음역대는 덜 떨겠죠.

아무튼 고음은 전에 유닛에서 바르르 떠는 움직임을 만들어 냅니다.

 

그래서 두 가지의 움직임이 합쳐지면 풀레인지 스피커는 아래와 같은 형태로 움직임을 만들어 냅니다.

즉 파르르 떠는 높은 주파수는 전체적으로 부분 부분 일어나고 있고, 그 상태에서 전체가 앞뒤로 움직이며 저역을 표현하게 됩니다.  

 

 

 

이제 제가 하려는 두 번째 이야기로 넘어 가겠습니다.

 

블레이드에 탄성이 적용되는 방식을 전체 블레이드가 휘었다가 복원되는 움직임으로 이해한다면 위 3개의 그림 중에서 첫 번째 그림에 해당할 것입니다.

그런데 블레이드에 공이 타구될 때 일어나는 현상은 이런 큰 진동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타구되는 지점으로부터 짧은 파장으로 이루어 지는 진동이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진동은 긴 파장, 즉 전체 블레이드가 휘었다가 복원되는 형태의 진동 외에도, 

타구되는 지점을 통해서 짧게 파장을 이루면서 형성되는 고주파 진동도 존재하게 됩니다.

 

저는 이 지점에서 카본층의 역할이 보다 더 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즉 카본으로 형성된 층 전체가 부분적으로 파르르 떠는 움직임이 있을 것인데, 이때 진동을 제어하려는 힘, 빠르게 진동을 없애고 원형으로 돌아가려는 힘이 순수한 목재로만 된 블레이드보다 더 강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카본 블레이드는 스윗스팟이 넓고 진동이 적으며 단단한 타구감각을 갖게 되지요.

 

(쓰고 보니 생각보다 결론은 단순하네요. )

 

 

여기에 덧붙는 기타의 요소들이 있습니다.

 

1. 카본층을 덧붙이는 과정에서 에폭시가 상당량 들어가므로 목재에 플라스틱 층이 덧붙여지는 효과가 있으며,

2. 그 과정에서 무게도 증가합니다.

 

그러나 그런 것들은 마이너한 요소이고 보다 더 중요한 점은 전체적인 탄성과 부분적인 진동 제어 (부분 탄성)이라고 생각합니다.

 

복합 소재 전체에 대한 이야기이므로 카본층 외의 소재에 대해서도 적겠습니다.

 

기본적으로 카본층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가장 단단한 물질로 알려진 만큼 (이것은 앞서 얘기한 것처럼 탁구 소재로서의 블레이드와는 상관 없는 이야기이니 합니다만), 카본보다 더 공에 힘을 싣는 복합소재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카본에 비해 단단한 느낌은 덜하면서 섬유적인 느낌을 강화한 소재들이 아주 많이 있습니다. 아릴레이트, 아라미드, 벡트란, 자일론 등 수많은 복합소재들이 있으며 그 복합 소재들마다 또 등급이 다 다르고 그것을 어떻게 직조하느냐에 따라 최종적인 물성이 달라 집니다.

 

그러므로 이런 부분들을 종합해서 블레이드 제조에 적용해야 하구요, 각 소재별 감각과 성능이 다르긴 해도, 기본적으로 카본의 성격을 조금 약화 시키면서 다른 것을 더한다는 점에서는 변함이 없습니다.



 

이상으로 지난 이틀간의 장황한 논고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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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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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Oscar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1.06.10 예, 적으신 내용과 제 글은 차이가 없지요? 혹시 잘못된 부분이 있음 알려 주세요.
  • 답댓글 작성자게보코리아 | 작성시간 21.06.10 예 서로의 생각에 별차이는 없어 보입니다.

    카본보강제가 라켓의 탄성을 강화한다는 오스카님의 말씀은 밎는 사실이고요.

    저는 "왜 탄성이 강화되느냐?"
    그 원인에 주안점을 두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오스카님은 결과에 주안점을 두었고, 저는 원인에 주안점을 둔 것 같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Oscar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1.06.10 예, 감사합니다 ☺️
  • 작성자H.Y.G (연어알) | 작성시간 21.08.20 참으로 대단하다고 밖에 볼수없는
    카본에 대한 지식입니다.
    감사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Oscar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1.08.22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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