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TF의 용품 규제에 대해 (1) 부스팅 러버는 허용되지 않는 이유

[Oscar]

안녕하세요?

용품 관련 정문 정보방을 운영하게 된 카페지기, Oscar 입니다.

첫 주제로 여러분들에게는 조금 의외의 소재일 수 있는 ITTF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최근까지 꾸준히 제기되는 질문 중 하나가, ITTF의 글루 규제에 대한 이야기였지요.

글루에 대한 규제가 적절한가, 왜 규제하는가, 규제의 내용은 무엇인가 등등에 대한 궁금증도 계셨고,

ITTF와 한국의 안전검사는 또 어떤 차이가 있는가 하는 것도 화제로 올랐습니다.

그래서 글루 뿐만 아니고 왜 ITTF가 용품에 대한 규제를 하는지, 또 규제의 형태는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 포괄적으로 다뤄 보려고 합니다.

한 가지 양해를 구할 것은, 제가 글을 쓰는 것은 이해를 돕는 것이고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것은 아니라고 하는 것입니다.

ITTF에서 규제하고 있는 내용들은 ITTF 홈페이지에 가면 다운로드 받을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용품 하나 하나에 대해서 굉장히 상세하게 작성되어 있어서 그 내용을 참조하여 번역하면 되겠지만,

그렇게 되면, 이 글 적는 것이 또 하나의 업무가 되어 버리므로, 글 쓰는 재미가 반감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 상세 정보를 정리해 옮기는 것보다는, 원리와 방식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를 돕는 방향으로 글을 적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1.ITTF는 공정한 경쟁을 염두에 두고 규제를 진행합니다.

예전에 86 아시안 게임과 88올림픽에서 한국선수들이 금메달을 딴 후 신문에는 이런 기사가 실렸습니다.

외국 선수들이 한국의 공이 너무 가볍다고 불평했다는 내용의 기사였지요.

당시 우리 나라가 좋은 성적을 거둔 데에는 한국에서만 사용된 PEACE 공과 CHAMPION 탁구대의 역할이 일정 부분 있었음을

알게 모르게 인정하고 있습니다.

많이 알려지지 않은 비사입니다만, 두 회사가 서로 약속하기를 PEACE는 공 시장을 가져가고 CHAMPION은 탁구대 시장을 가져가기로 정했다고 합니다.

그 결과 두 회사의 제품이 한국 시장을 휩쓸었는데요, 결과적으로는 한국 시장이 고립되는 결과를 낳기도 했습니다.

한국 선수들은 대회를 위해서 외국의 공들을 사용하기도 했지만, 많은 경우 기본적인 연습 환경은 PEACE의 공과 CHAMPION의 탁구대였지요. 

따라서 두 용품에 익숙했던 한국 선수들이 성적을 내기에 조금 더 유리했던 것 같습니다.

셀룰로이드 공 시절 PEACE 공은 매우 가볍고 또 잘 깨지는 편이었습니다. 

그러나 외국 브랜드들의 공은 조금 무겁고 더 단단한 느낌이 있었지요. 

정확한 계기는 모르겠습니다만, 그렇게 가벼운 공으로 치던 사람들이 다른 브랜드 공을 사용하면 너무 무거워서 뭔가 불편했고, 

한국의 공시장은 고립된 독특한 시장이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그 공에 적응이 덜 된 외국 선수들이 성적을 내기가 어려웠던 것이지요.

(이와 비슷하게 최근에 있었던 일본 오픈 대회에서 일본 선수들이 일본의 공을 사용하면서 좋은 성적을 낸 예가 있습니다.)

위의 예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용품이 어느 정도 내에서 표준화 되어 있지 않으면 공정한 경기를 운영하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만약 각 국가마다 용품이 다 제각각이라고 하면, 결국 경기는 어느 국가의 용품이 공식 용품이 되는가에 따라 영향을 받겠지요.

그러므로 공정한 경기 운영을 하려면, 즉 특정 국가나 선수에게 유리한 경기가 되지 않게 하려면, 모든 용품이 일정 수준 내에서 비슷한 범주에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ITTF에서 용품을 규제하는 기본적인 이유입니다.

2. 러버는 가장 디테일하게 규제되는 분야입니다.

ITTF는 이런 의미에서 러버에 대한 규제를 아주 강하게 하고 있습니다.

만약 여러 러버들이 표준화된 범주를 벗어나서 존재한다면, 스포츠로서의 탁구가 갖는 위상은 매우 낮아질 것입니다.

어느 용품을 쓰느냐에 따라 승부가 결정되는 경우도 많을 것이고,

용품에 따른 상대성도 클 것이므로, 

실력에 의한 공정한 게임 자체가 어려워 지겠지요.

따라서 어떤 제품이 무지하게 좋다고 해서 ITTF에서 그 제품을 좋다고 칭찬할 수는 없습니다.

즉 ITTF의 러버 인증은 좋고 나쁨과는 상관이 없으며, 일정 범주 내에 있어야 합니다.

그 범주를 넘어서게 되면 공정한 게임 자체가 존재하지 않게 되기 때문입니다.

과거에 러버에 대한 스피드 글루잉이 금지된 것의 이면에는 단순한 건강 문제 이외에도 바로 이 인정 범주의 문제가 존재합니다.

러버에 대해서는 적당한 성능 편차 내에 존재하는가 존재하지 않는가 하는 것을 정해 두고, 그 안에 있는 제품만 제작, 판매하도록 하고 있는데, 그 러버에 사후 처리를 해서 그 인증된 범위를 벗어나게 한다면, ITTF의 역할은 의미가 없어지지요.

이것은 현재 선수들에게 러버에 대한 후처리가 (부스팅) 금지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각 회사의 러버들은 정해진 범위 내의 성능을 가져야만 ITTF의 인증을 얻습니다.

그런데 개별 선수가 그 러버를 구입한 이후 마음껏 변형 시켜 성능을 향상시킨다면, 그런 성능 범위에 대한 규제가 의미가 없어질 것입니다.

즉 ITTF의 러버에 대한 규제는 건강 문제 이전에 스포츠로서의 공정성을 유지함으로써 탁구가 경기로써의 매력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보다 더 원론적인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그것을 위해서 ITTF는 러버에 대한 아주 상세한 규제를 진행합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는 부분은 전체 두께가 4mm를 넘으면 안 된다는 것 정도일 것입니다.

이 규정은 과거 러버 두께 규제가 없을 때 러버 두께를 과도하게 늘려서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즉 용품에 대한 한계가 없으므로, 어떤 사람은 활을 들고 나오고 어떤 사람은 총을 들고 나오는 것 같은 일이 벌어지게 된 것이지요.

따라서 ITTF는 러버의 두께에 어떤 한계치를 두는 것이 경기의 공정성에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또 2000년대 초반 유행하던 코팅된 롱핌플 러버들이 퇴장하게 된 사건도 있습니다.

당시 홀마크의 오리지널과 닥터 노이바우어의 부메랑 등의 많은 러버들이 ITTF의 러버 규제가 강화되면서 사라지게 되었지요.

그때 적용한 룰은 당시로서는 매우 획기적인 형태였습니다.

러버 표면의 마찰력이 일정 수준 이상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는데요, 그것은 러버 위에코팅을 해서 플라스틱처럼 된다면 (그런 형태의제품은 고무 성분을 원료로 하는 "러버"라는 명칭에도 어울리지 않지요.) 사용할 수 없다고 한 것이죠.

이 규칙은 ITTF가 목표로 하는 것이 경기력에 도움이 되는 것을 허용하고 그렇지 않은 것은 규제한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보여 줍니다.

선수들이 사용하는 모든 러버들은 선수들이 서로 예측할 수 있는 범주 내에 있어야 하지요.

그런 의미에서 규제의 의미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들어 버리는 러버의 후처리는 스포츠맨쉽에 어긋나는 것이 분명합니다. 

따라서 ITTF는 러버에 대해서 매우 엄격한 사전 인증 절차를 두고 있습니다.

돌기의 길이나 형태에 대한 규제도 있을 뿐만 아니라, 돌기의 간격도 일정해야 합니다.

이것은 만약 돌기의 간격이 불규칙하면 구질 자체가 불규칙해 지고, 결과적으로 선수들이 예측하기 어려운 구질이 나오서 경기력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에 중국의 어떤 업체는 러버의 돌기 길이를 양쪽에 다르게 해서 인기를 누린 일도 있는데요, 이런 것은 ITTF의 허용을 받을 수 없는 일입니다.

만약 여러분들이 러버를 해체하여 돌기의 어느 부분을 잘라 내고 다시 붙여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역시 마찬가지이죠.

(글 이어갑니다.)

[Oscar]

~^^

[무아지경]

좋은글 감사합니다. ITTF와 기업들간의 목적과 방향이 이런 정보들로 조금더 자세히 알게 됬습니다. 정말 죄송하지만 혹시나 가능하시다면 증거 자료도 같이 첨부해주실수 있으실까요?....>_<

[Oscar]

아, 관련 자료들은 ittf.com 홈페이지에 가셔서 equipment를 클릭하시면 찾으실 수 있어요.
러버에 대해서는 상당히 디테일한 규정들이 있을 거에요.
공이나 테이블 등 ittf의 인증을 통과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는 해당 페이지에 다 수록되어 있습니다. ^^
너무 디테일한 자료라 일반인들에게 꼭 필요하지는 않을 것 같구요, 제 글이 이해를 돕기 위한 것이고 안내를 위한 글은 아니므로, 구체적인 자료들을 여기에 담지는 않으려고 해요. ^^

[안개비]

좋은 글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공정한 경기야 말로 탁구라는 경기를 넘어서 모든 스포츠의 기본이라 생각합니다.

[Osca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