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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TF의 용품 규제에 대해 (2) 스피드 글루잉 금지 조치 무렵의 여러 회사들의 행보

작성자Oscar|작성시간17.07.05|조회수883 목록 댓글 4

글 이어갑니다.


전편에서 러버에 대한 규제 부분을 말씀 드렸는데요, 이 글의 최초 취지는 ITTF의 규제가 무엇을 의미하는가 하는 것을 설명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현재의 러버 시장이 갖고 있는 문제점을 이 부분에서 한번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네요.


탁구 러버에 있어 획기적인 전환점이 된 사안은 2008년 9월에 본격적으로 적용된 스피드 글루잉의 금지입니다.

그 이전부터 스피드 글루잉이 금지될 것이 예고되어 온 상황이므로 막상 스피드 글루잉 금지가 적용되자, 시장 내에서는 큰 혼란 없이 해당 사안을 수용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당시 각 브랜드사는 러버 시장의 미래를 놓고 사활을 건 전투를 진행했지요.


당시까지 가장 앞선 러버 기술을 가지고 있던 회사는 독일의 ESN 회사입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이 회사가 본 카페를 통해 많이 소개되어 잘 알려져 있습니다만, 해외의 사용자들에게는 그리 친근한 이름은 아닙니다.

다소 잘 알려지지 않은 비사에 의하면 ESN이 개발하던 텐조 기술은 미래 러버 역사를 바꿀 핵심적인 기술로 알려졌고, 일본 다마스사는 이 기술을 전수 받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고 합니다.

그 노력의 일환으로 (?) ESN사의 핵심 기술 인력을 영입하게 되고, ESN사는 자사의 기술이 타사로 이전되는 것을 눈뜨고 지켜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렇게 인력을 들여와 개발한 러버가 BRYCE 라는 러버였지요.


브라이스 러버는 일본의 러버 소재에 독일의 텐조 기술을 도입한 러버입니다.

텐조라고 명명한 기술은 스폰지에 텐션, 즉 장력을 더해 주는 기술인데, 스폰지를 인위적으로 부풀리는 방식으로 결과적으로는 스피드 글루잉처럼 러버에 힘을 더해 줍니다.

그런데 텐조 기술에는 한 가지 한계가 있었습니다.

스피드 글루잉을 적용할 때에는 스피드와 회전력이 동시에 증가하지만, 텐조 기술로는 스피드는 늘려도 회전력을 더해 주지는 못 하지요.


일본의 러버 소재들에 적용된 텐조 기술은 독일과는 조금 다른 모양새를 가지고 출발했습니다.

독일의 많은 러버들이 상당히 부드러운 스폰지와 탑시트들을 섭렵하며 발전해 온 것에 반해서, 당시 다마스사가 가지고 있던 소재들은 Sriver 러버로부터 이어져 온 것들이어서, 독일 러버들의 부드러움과 순간적인 탄성은 없는 상태에서 스폰지의 장력만 덧붙여지는 모양이 되었습니다.

즉 ESN의 기술진은 가져올 수 있었지만, 독일제 러버들에 사용되던 것과 동일한 레서피를 가져 오지는 못 한 것이지요.


그래서 Bryce 시리즈는 선수들에게 장기적인 호응을 얻지 못 하고 말았습니다.

몇몇 선수들이 해당 러버로 테스트를 하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스피드글루잉한 스라이버만 하지는 못 하다는 평가를 받았지요.


당시 독일의 ESN사는 텐조기술을 다양한 방식으로 발전시켜 나갔습니다.

티바를 기준으로 말씀 드리면, 스피드 글루잉을 병행할 수 있는 러버로서 "라피드 디텍스" 러버가 스피드 글루잉이 금지되기 직전까지 시장에서 인기를 누렸구요, 본격적으로 스피드 글루잉이 금지될 무렵까지는 탑 시트를 투명하게 한 님부스 러버와 시누스 러버등 다양한 러버들이 시장에 출시되었습니다.


그런데 브라이스의 실패 이후 다마스사는 난국을 헤쳐나갈 것을 고민하게 되지요.


(어떤 분들은 다마스사가 많은 샘플을 만든 것을 대단한 것으로 여기고 칭찬하기도 하는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다만 돈이 많음을 보여 준다고 생각합니다.

러버든 블레이드이든, 무엇을 원하는지, 어디를 향해 가는지를 정확하게 알고 나아가야 할 텐데, 그렇지 못한 경우에 수많은 샘플이 필요할 뿐입니다.)


당시 다마스사가 도입한 새로운 러버 기술은 향상된 텐조 러버로 가는 것을 포기하고 러버의 스폰지에 기포를 많이 넣은 발포형 스폰지 제품이었습니다.

이 발포형 스폰지 제품은 기본적으로 스폰지의 기포 내 공간을 활용하여 화학적인 도움으로 텐션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스폰지 자체의 순수한 경쟁력을 포기하는 결과를 빚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깊이 적지 않겠습니다. 알아 들으시는 분들만 들으시면 될 듯 ^^)


다마스 사의 발포형 스폰지에 대항하여 ESN은 텐조 기술을 계속하여 발전 시켜 나갔습니다만, 2009년 말부터는 텐조 기술을 포기하고 발포형 스폰지로 옮겨 가는 대대적인 변화를 시도하게 됩니다.

티바의 제니우스 러버가 그 효시이지요.

이것은 더 깊이 알게 되면 탁구계의 대표 주자들이 ESN이 정한 가이드 라인을 넘어선 제품군으로 전체가 옮겨가 버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부분도 여기까지만 적겠습니다. 더 자세히 알고 싶으신 분들은 아래 링크의 글을 참조해 주세요.

추가 정보 : http://cafe.naver.com/tak9event/25188 )


그런데 이런 일은 일본과 유럽에서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최초에 스피드 글루잉을 금지하게 될 무렵, 많은 탁구인들은 중국 탁구의 변화 내지는 몰락까지 예상하면서 예의 주시를 하고 있었습니다.

중국제 러버들은 점착성 표면을 가지고 있었고, 점착성 표면의 러버는 스피드 글루잉을 하지 않으면 너무 느려서 사용하기가 힘들 정도였지요.

당시 스피드 글루잉이 되지 않은 점착 러버를 처음 써 봤을 때의 충격을 간직하고 계신 분들이 지금도 계실 것입니다.

이런 러버로 어떻게 저렇게 친단 말인가, 저도 의아해 했었지요.


그런데 막상 스피드 글루잉이 적용되고 나니 중국 탁구는 실력이 줄기는 커녕, 더욱 더 강력해 졌습니다.

비중국 선수들이 텐조 러버로 이동하여 적응하느라고 애를 먹고 있을 때, 중국 선수들은 스피드 글루잉에서 유성 글루잉으로 갈아타 버린 것입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유성 글루는 ITTF의 규제 대상입니다. 러버는 개인 튜닝의 대상품이 아닙니다.)


중국 선수들은 VOC가 검출되지는 않지만 러버를 부풀리게 하는 인위적인 후처리를 도입하여 스피드 글루잉의 효과를 이어갔습니다.

초기 ITTF의 대응 방식은 검출기를 통해 VOC를 검출하는 방식으로만 진행했지만, 추후, 이런 방식으로는 유성 글루잉을 잡아낼 수 없다고 판단하여 검출기와 더불어 러버 두께에 대한 규제도 진행했지요.

러버 두께에 대한 규제는 러버 면으로부터 가장 윗면까지의 두께가 4mm 이내가 되어야 한다는 러버에 대한 규정에 근거했습니다.

그런데 중국 선수들은 측정을 위한 근거가 되는 면과 실제 러버가 붙게 되는 면을 다르게 만들어서 규제를 피해 갔습니다.

즉 측정되는 부위에 나무를 더 얹어 러버의 실제 두께가 더 얇게 측정되도록 꼼수를 부린 것이지요.

이 모든 과정을 보면 러버의 후처리는 어떠한 것이 되었던 ITTF의 규제 대상임을 당시의 모든 선수들이 알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중국 선수들의 유성글루잉, 즉 부스팅 행위는 결과적으로 다마스사의 발포형 스폰지를 부추겼고, 다마스사는 근본적으로 유사한 형태의 러버로 시장에 맞서게 됩니다.

그리고 잠시의 간격을 두고 ESN사까지 이 물결에 합류하게 됨으로써 ITTF의 러버 규제는 대단히 눈가리오 아옹하기 식의 사문화된 규정이 되어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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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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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붉은돼지(운영진) | 작성시간 17.07.05 아 재밋게 읽었습니다. ^^
  • 답댓글 작성자Oscar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7.07.05 감사합니다. ^^
  • 작성자루프드라이브(게시판지기) | 작성시간 17.07.05 천기누설!!!!
  • 답댓글 작성자Oscar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7.07.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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