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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용품 정보

블레이드 겹수에 대해 - 1. 히노키 단판 / 2. 홀수겹

작성자Oscar|작성시간17.11.14|조회수1,540 목록 댓글 4

이전에 블레이드 제작에 대해 여러 항목들을 묶어서 설명한 바가 있습니다만,

조금 더 심화된 글을 블레이드의 겹수에 대해 적어볼까 하고, 본 글을 적어 봅니다.


사실 넥시의 제작자로서 이런 글을 쓸 때 항상 조심스러움이 있습니다.

여러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도로 정보 공개가 되어야 하고 너무 디테일한 내용은 과한 관심과 용품병을 불러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염려도 있구요,

또 한 가지는 아무 개념 없이 블레이드를 제작하시던 분들이 제 글로 인해서 체계적인 지식을 쌓게 되는 것에 대한 경계심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차피 제가 해야 할 일은 정보를 나누고 나눈 정보보다도 더 빠르게 더 상향적인 가치를 향해 나아가는 일이지요.

알고 있는 것만 붙들고 있으면 넥시의 성장도 더딜 것입니다.

그래서 과감하게 공개해 나가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탁구용 블레이드는 홀수로 제작되지요.

단판 (일펜 종류들은 대개 단판이 우선됩니다.), 3겹 (티바의 대표적인 히노키 블레이드인 H-3-9 이 있습니다.) 등도 있지만,

보다 더 보편적인 형태는 5겹과 7겹입니다.


그리고 최근 들어서는 특수 소재들이 사용되면서 특수 소재를 하나의 겹으로 생각할 때, 5겹에 특수 소재가 삽입된 경우는 7겹,

그리고 7겹에 특수 소재가 사용된 경우는 9겹이 됩니다.

예외적으로 겹수를 많이 하여 11겹, 13겹 등의 블레이드들도 있고, 또 카본을 여러 겹 넣었다고 선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블레이드들의 경우는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티바의 쿼드윙 시리즈) 실제로 많은 겹을 넣은 것이 큰 이익이 되지 않는 경우가 흔하게 있습니다.


그럼 여기서 몇 가지 질문들이 생기네요.


1, 히노키 소재를 사용한 일펜은 왜 1겹으로 제작할까요?


2. 왜 짝수겹 블레이드는 없는 것일까요? (티바의 IV-L 같은 경우는 4겹 합판 블레이드이지만 극히 예외적인 구성이죠.)


3. 5겹 합판이 합판 블레이드의 표준으로 여겨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4. 7겹 합판이 5겹 합판의 스피드 강화판으로 여겨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5. 9겹, 11겹 등 더 많은 겹수를 사용한 목판 블레이드가 드문 것은 무슨 이유일까요?

 

이번 글에서는 이 5가지의 질문을 차례대로 해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1, 히노키 소재를 사용한 일펜은 왜 1겹으로 제작할까요?


과거에 히노키 통판 일펜을 사용하시던 분들이 일펜의 파워에 매료되어 히노키 목재는 매우 빠른 블레이드를 만드는 소재라고 오해하시던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과 다릅니다.

일펜에 사용되는 히노키 목재는 매우 무르고 또 속도도 빠르지 않은 소재입니다.

그러나 일펜에는 10mm 정도 되는 두꺼운 목재를 사용함으로써 히노키의 늘러 붙는 듯한 특성을 유지한 채 빠른 속도도 갖출 수 있었지요.

즉 일반적인 쉐이크 핸드 블레이드의 두께인 6mm 정도의 단판을 일펜으로 만든다고 하면 속도가 대단히 느릴 것입니다.

그런데 얇은 통판을 블레이드 재료로 사용하지 않는 것은 그 이유가 속도 때문만은 아닙니다.







목재를 한겹으로 사용해서 블레이드를 만들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하는 것은 시간이 지나면서 목재가 휘어지거나 혹은 갈라지게 되는 문제입니다.

목재는 건조되면서 조금씩 휘거나 혹은 갈라지는 일들이 있습니다.

히노키는 결이 있기 때문에 그 결이 옆으로 뉘게 되면 그 결에 따라 비틀어 지기 쉽습니다.

그래서 휘어짐을 막기 위해서는 충분한 두께가 필수적으로 필요하게 됩니다.


또 휘어짐을 최대한 막기 위해 수직결을 사용합니다.

만약 수평결을 사용하면 결이 가는 방향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오그라 들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그러므로 수직결을 사용해서 변형을 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수직결을 사용하는 것은 블레이드의 성질과도 상당한 연관성이 있습니다.

수직결이 아닌 사선 결로 히노키를 잘라서 블레이드를 만들면 울림이 심하고 공도 힘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수직결이 꼭 필요하지요.


또한 조금 두껍게 한겹으로 가져가는 것 이외에도 1겹 단판 블레이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상당 기간을 두고 건조하는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건조 방식이나 조건등은 업체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겠습니다만, 넥시의 경우는 블레이드를 만들 수 있는 판재 상태로 가공된 목재를 장시간 건조하여 변형이 반영된 목재로 라켓을 만들고 있습니다.

즉 시중에 판매되는 블레이드들은 변형이 일어날 대로 이미 일어난 목재를 가지고 블레이드를 만든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결이 똑바르지 않은 경우, 또 목재가 얇은 경우에는 추가적인 변형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조금 두꺼운 재질을 사용해서 블레이드를 만든다고 보시면 됩니다.


반면에 그런 변형의 위험성이 있는 다른 목재들은 단판 블레이드로 가공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은하사에서는 아유스 목재로 된 단판 블레이드들을 만들고 있는데, 아유스는 결이 없고 수분의 변화에 따른 변형이 적어 예외적으로 단판 가공이 가능한 목재입니다.

특히 한국은 여름과 겨울의 온도차이가 크고 습도 차이도 커서 목재 선정에 한계가 있습니다.



그랜드 피아노의 향판입니다. 스푸르스 목재를 많이 사용하는데요, 이 향판 위에 현이 놓여지게 되구요, 현을 때린 소리는 향판을 통해서 아래로 전달됩니다. 그랜드 피아노를 조용하게 쓰시려는 분들은 그래서 저 피아노 아래 부분에 흡음제를 설치하기도 하지요. \


한국의 피아노들은 여름에 습기를 머금고 겨울에는 건조해서 그 습기가 빠져 나가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향판이 쩍 하고 갈라지는 일들이 흔하게 일어납니다.

그래서 고가의 피아노들은 향판을 유지하기 위해 습도 유지 장치를 부착하고 사용합니다. 

대개 여름에 습기를 머금지 않도록 향판 부근에 히터를 설치하지요.

그렇지만 겨울의 건조한 날씨는 극복하기가 쉽지 않아 겨울철에 향판이 쩍 갈라지는 일들이 있구요, 그런 경우에는 향판을 이어 붙이는 가공이 추가되기도 합니다.



 


(넥시의 대표적인 히노키 1겹 통판 블레이드 "테무진". 징기스칸의 이름을 딴 이 블레이드는 유럽 시장을 넥시로 재패하고 싶다는 넥시 1세대의 의지를 담고 있으며, 히노키 목재 중 최상급의 AA 재질을 사용한 라켓으로, 연간 수십여 자루만 생산되는 극상품 제품이나, 20만원의 낮은 가격대로 판매되고 있음)




2. 왜 짝수겹 블레이드는 없는 것일까요? (티바의 IV-L 같은 경우는 4겹 합판 블레이드이지만 극히 예외적인 구성이죠.)


목재의 휨을 막기 위해 조금 더 적극적인 방법을 사용한다면, 여러 겹의 목재를 이어 붙이는 것입니다.

목재는 자라나는 방향으로 세로결을 대부분 가지고 있는데요, 그 세로결의 가운데를 축으로 양쪽이 오그라드는 형태로 변형이 오지요.

그러므로 세로 결을 엇걸어서 이어 붙이게 되면 서로 오그라드는 힘이 교차되면서 휘는 문제가 예방됩니다.


그렇다면 홀수겹 블레이드가 왜 필수적인지 답이 나오지요?


가장 중심에 들어가는 목재는 되도록이면 두껍고 세로결이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타구시의 임팩트 느낌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지요.

만약 가로결이라고 하면 임팩트의 느낌이 손잡이까지 전달되지 않고 중간에 단절될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블레이드를 제작할 때 가운데 목재는 세로결로 제작됩니다.


그리고 그 세로결 중심층 위에 가로결로 2번째 층이 들어가게 되지요.

그리고 다시 표층 목재를 세로결로 이어붙이게 됩니다.


그렇게 하면 블레이드를 보는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공이 타구된 순간의 감각이 손잡이까지 세로결에 따라 잘 전달될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됩니다. 즉 심미적인 이유에서도 블레이드의 최종 마감은 세로결이 더 좋습니다.


만약 짝수로 블레이드를 만든다고 하면 이 중심층에서부터 문제가 생깁니다.

세로결로 된 두 장의 목재를 가운데에 사용해야 하는 것이지요.

그렇게 되면 이 두 장의 목재는 서로 연합해서 한 방향으로 움직일 수도 있구요, 결국 바깥쪽에 붙은 목재의 힘을 이겨내고 휘어버릴 가능성이 있겠지요?


그것을 막기 위해서 엇걸어서 두 층을 중심에 사용하게 되면 결국 그 바깥에 붙이는 층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붙게 될 것이구요,

이처럼 대칭이 되지 않는 층들을 이어 붙이게 되면 어느 쪽인가에 힘이 더 많이 가서 휘어지는 결과를 빚게 됩니다.

그러므로 세로결을 사용해서 이어 붙여 블레이드가 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지요.


현재 진행하고 있는 넥시의 5 세대 블레이드들은 앞 뒤가 다른 콤비네이션 블레이드들인데요,

악티움을 이어 받은 차크라, 그리고 루비콘과 김정훈을 이어 받은 아르케가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처럼 앞 뒷면을 다르게 하는 것은 사실 굉장히 큰 모험이었습니다.


 




(앞 뒤가 다른 블레이드, 넥시의 5세대, 차크라 블레이드 / 정통 수비수를 위한 수비형 블레이드)


제가 처음으로 앞 뒷면이 비대칭 되는 무시로 블레이드를 제작할 때 그런 형태의 블레이드는 대칭이 되지 않아 목재가 휘어 버리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티바에서 경고 했지요.

(무시로 블레이드는 티바의 이름으로 출시된 비대칭 블레이드입니다. 지금은 단종되었구요, 제 책상 속에 기념으로 한 자루 있어요.)

그러나 저는 어느 정도 확신이 있었습니다.

중심층에 사용된 목재가 휘지 않는 목재였고, 표층들은 두껍지 않아서 영향이 적었지요.

그리고 카본층이 목재의 3분의 1 지점에 들어간 것도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성공이었지요. 휘는 문제는 전혀 없었으니까요...

(생각해 보니 무시로 블레이드를 재런칭 하면 어떨까 생각도 됩니다. 추억 속의 명품 블레이드이죠.)



 


지금 진행하고 있는 5세대 블레이드들은 이러한 비대칭 구조가 블레이드에 변형을 가져가지 않도록 하기 위한 넥시의 세심한 배려가 가미되어 있습니다.

타 업체들이 그 노하우를 알지 못 하고 따라 하다가는 문제가 생길 수 있지요.

어떻게 보면 5세대가 10년 세월의 결정체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비대칭 구조를 안정적인 블레이드로 구현해 내는 능력에도 달려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나머지 질문들은 다음 글에서 이어 적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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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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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Bigpool 작성시간 17.11.14 무시로가 다시 출시되어도 인기를 크게 끌 것 같습니다.

    무시로 블레이드를 고안하는데 지대한 공헌을 하셨을 주인백님이 생각납니다. 호빵/찐빵이론과 순행/역행도 이분을 통해서 접했었는데요.

    짝수겹 블레이드로 유명한 또 하나는 안드로의 "키네틱 All+"입니다. 특이하게 6겹의 올라운드용합판으로서, 고슴도치님께서 오랜동안 사용하셨었고 추천을 많이 해주셨었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Oscar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7.11.14 예, 감사합니다. ^^
  • 작성자레지스터 작성시간 17.11.14 3겹합판 블레이드도 아주 드물게 있긴 하지만 보통 3겹합판은 같은 재질의 목재를 세로-가로-세로로 결합시켜서 무게를 경량화 하고 진동을 제어하는 측면으로의 사소한 조정용도로 쓰입니다.
    아주 클래식한 수비수용 라켓에서 간간히 있었죠.

    5,7,9,11겹과 관련된 내용은 오스카님의 연재글에서 다같이 보시는걸로 ^^
  • 답댓글 작성자Oscar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7.11.14 예~^^ 티바의 H-3-9 도 3겹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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