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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용품 정보

한, 중, 일의 문화적, 지리적 차이와 용품 시장

작성자Oscar|작성시간18.10.26|조회수1,253 목록 댓글 14

카페지기로서 한동안 직무유기를 했네요.

그동안 참 바빴습니다.

그래서 글을 제대로 올리지 못 했는데요, 용서해 주시기 바라구요,

오늘은 작심하고, 좀 글을 써 보려고 합니다.


한국과 중국, 일본은 이웃하고 있는 세 나라이지만,

아주 다른 문화적 토양과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탁구용품 제조에 있어서도 그런 측면들이 반영되고 있습니다.


지리적으로 중국은 대륙 국가입니다.

대륙에 사는 사람들은 멀리 이사하는 것을 겁내지 않고,

상대적으로 어느 사는 지역에서 문제가 있으면 이사가면 된다는 생각을 바탕에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읽던 무협지의 주요 테마도,

부모나 사부의 원수를 갚기 위해서 산 속에 들어가 기인을 만나 연마한 후 다시 고향에 들어가

원수를 갚는 이야기가 흔히 나오지요.

이런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원수가 쳐들어 왔을 때 천신만고 끝에 유모의 도움으로 탈출에 성공하거나 한 후

고향을 멀리 떠나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그러나 한국은 기본적으로 이런 테마의 이야기가 드뭅니다.

반도 국가이기 때문에 도망갈 곳이 없지요.

우리 역사 속에서 어떤 문제가 벌어지면 주로 도망가는 곳은 북녘의 만주 벌판입니다.

그곳에 가면 숨을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한국 문화 속에서는 왠만하면 자국 내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안 될 경우는 타국으로 먼 길을 떠나는 형태 정도가 됩니다.


일본은 기본적으로 도망갈 곳이 없습니다.

섬나라인 만큼 그 안에서 끝까지 책임져야 합니다.

그러므로 문제가 벌어지면 죽음으로 문제를 해결합니다.


이런 지리적 배경은 삼국에게 상당한 문화적 차이를 안겨줍니다.

중국 사람들은 여차하면 도망갈 수 있기 때문에 칼을 꺼내는 것을 두려워 하지 않습니다.

(제 이야기는 절대적인 기준으로 듣지는 마시구요, 삼국의 차이를 분명하게 드러내기 위해

작성된 것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시기 바랍니다. 모든 중국 사람들이 그렇다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에서는 도망가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도망가도 곧 잡히지요.

그래서 현장에서 해결하려고 합니다.

어떻게 보면 한국 사람들은 임기응변에 강하고 위기에 대처하는 능력이 뛰어납니다.

문제를 저질러 놓고 무책임하게 있을 수가 없는 것이지요.


상대적으로 일본의 경우는 극단적입니다.

문제가 생기면 자기가 다 책임을 져야 합니다.

책임을 지는 방식은 죽음이 될 수도 있고, 사표를 던지거나, 아니면 은둔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최근에 일본에서는 사회적인 죽음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다고 하는데요,

자신의 존재가 가족과 지인들에게 피해만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그냥 자신의 모든 존재를 지우고 어느 날 사라지는 것이지요.

한국 같으면 그런 경우 노숙자가 되겠지만,

이들은 노숙자가 되는 것도 타인에게 피해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냥 지워진 사람들만 사는 유령 도시로 숨어서

죽을 때까지 그곳에서 나오지 않고 지냅니다.


중국은 원수를 찾아 대륙을 헤매는 방식의 삶

살 곳을 찾아 타국으로 옮겨가서 사는 삶이 역사적으로 많이 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전쟁이 나면 왕이 바뀌지만, 그들의 삶이 바뀌는 것은 아니지요.

그래서 새로운 환경, 낯선 장소, 새로운 권력에 대한 적응력이 뛰어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 극단적인 경우 도망갈 수 있겠지만

대다수의 경우는 지역 커뮤니티를 떠나 먼 곳으로 이동한다는 것이 곧 생존을 버리는 것이기 때문에

특히 유교 문화가 자리잡은 이후 부모의 가묘를 버리는 것은 아주 안 될 일이지요.

그래서 이동에는 상당한 제약이 있고,

어떤 경우가 있어도 책임을 지려고 합니다.

그러나 살기 위해서는 극단적인 죽음으로 책임을 지려고 하기 보다는

묘책을 찾아내고 꼼수를 내서라도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요.


일본은 과거 사무라이 문화가 있던 나라입니다.

사무라이들은 아무나 죽일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었지요.

사무라이들은 주군에 대한 절대 충성만이 그들이 가진 유일한 삶의 가치였고,

일본은 절대를 숭상했습니다.

그러므로 사무라이들은 절대에 헌신하는 무장으로서,

자기와 눈이 마주친 사람은 그냥 바라봤다는 이유로 죽일 수도 있고,

칼이 잘 드는지 시험해 보기 위해서 사소한 잘못을 한 사람을 죽일 수도 있었습니다.

죽이고 난 후에는 "베어 버려서 미안"이라는 말만 던지면 된다고 하죠.


그래서 일본 사회는 속마음인 "혼네"와 겉마음인 "다테마에"가 다른 사회가 되었지요.

일본 사람들과 같이 밥을 먹으려면, 계속해서 맛있다는 칭찬을 해 줘야 합니다.

그리고 사소한 이야기라도 맞장구를 쳐주고 웃어 주어야 합니다.

상대적으로 일본 사람들에 비해서 한국 사람들은 직설적이고 속마음을 감추지 않지요.

화끈하게 내지르고 뒷수습을 잘 해보려고 하는 것이 한국형이라고 한다면,

어떻게든 문제를 저지르지 않고, 문제가 생기면 극단적으로 책임을 지는 것이 일본 사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삼국 간의 차이는 탁구용품에서도 드러납니다.


중국 사람들은 나라가 크고 시장이 넓기 때문에,

1의 가치부터 100의 가치까지를 다 소화해 낼 수 있는 시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상품 질이 높지 않아도, 즉 50의 가치가 있더라도 누군가는 50원을 내고 살 수 있습니다.


한국은 지역이 좁고 전파가 빠르며,

입소문에 의존하는 율이 높습니다.

그리고 제품의 좋고 나쁨이 시장 내에서 빠르게 판별되지요.

그리고 보는 눈이 까다롭습니다.


그러므로 한국에서는 제품에 대한 어떤 하한선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50의 가치가 있는 제품은 아무리 싸도 사지 않고,

80이상 되는 제품만 팔릴 수 있는 시장이 한국 시장입니다.

그러나 상대적인 융통성도 있어서,

제품이 조금 문제가 있어도 적당한 융통성으로 얼버무릴 수 있는 여지가 존재합니다.


일본 시장은 더 까다롭습니다.

특히 과거 근대화 시절,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물건이 조립되는 환경 속에서,

자기가 나사 하나를 잘못 돌리면 전체 라인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수고해서 만든 물건이 망가진다는

그런 전체적인 연대, 집단 의식 속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사소한 실수도 용납될 수 없는 엄정함 속에서 살아야 했습니다.

이것이 일본의 전체주의적인 문화의 근간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일본 제품은 사소한 오점도 없는 완벽주의적 제품이 많습니다.


제가 본 재미있는 동영상이 있는데요,


https://youtu.be/mxb15cH5Z8E



이 영상을 보면 예비 장인어른이 근엄한 자세로 있다가도

상한 제품 하나 때문에 쩔쩔매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이것은 일본 사람들이 그만큼 더 책임감이 높다기 보다는, 일본 사회의 전체주의적 성격,

폐쇄적인 지리적 환경등이 반영된 결과라고 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일본의 장인 정신을 높이 사지만,

한편으로 보면 집안의 가풍 속에 희생되는 개인이 있고,

전체 사회의 눈을 의식하면서 그 속에서 자기 가치를 세우려고 발버둥치는 일본 사회의 숨막히는 일면을

보여 주기도 합니다.


특히 조직 속에서 내가 하는 행동이 전체에 폐를 끼치면 안 된다는 인식은,

새로운 도전이나 창의성을 저해시키는 요소가 될 수 있죠.

기존에 실험되었던 것에 이름만 갈아서 신제품을 내놓는 경향은

일본 브랜드들이 가진 한계를 보여 줍니다.

(한국 브랜드들 중 그나마도 못 하는 브랜드들이 많은 것은 창피한 일이네요.)


중국은 특히 시장이 많고 이동이 많은 사회이므로,

(지금도 많은 중국의 젊은이들은 직장을 찾아 차로 며칠이 걸리는 거리의 도시로 가서 살고,

춘제에만 집에 가는 형태로 살아갑니다.)

못 팔면 그만이라는 형태의 인식이 있습니다.

중국인들의 상술의 근본 배경에는, 최후에는 다른 사람에게 팔면 된다는 인식이 있는 것이지요.


한국은 어떻게든 지금 만난 사람을 설득해야 합니다.

이 한 사람이 진상 고객이 되면 빠르게 평판이 확산되는 사회 속에서 위기에 처할 수 있으므로

모든 고객은 지나치는 한 사람이 아니라, 평판을 좌우할 수 있는 한 사람이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잘못된 것을 그 순간 우겨서 모면하려고 하는 심리도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높임말이 있는 한국 사회의 특성 상,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 간에는 갑을 관계가 쉽게 형성되고,

그것이 기본적으로 한국 사회를 각박하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하지요.


일본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갑질이 덜합니다.

일본은 조직, 단체의 개념이 일상화 되어 있고,

탁구용품상들도 상위 그룹에 속해있는 하위 그룹의 느낌입니다.

그러므로 어떤 일개인이 소비할 때 일개인을 상대한다기 보다는

절대성을 가진 큰 단체와 상대하고 있다는 느낌이 있으므로,

무턱대고 개인에게 갑질을 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하지만 역으로 보면 판매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자신이 일개 개인이 아니고

회사를 대표해서 소비자를 상대하고 있다는 인식이 있으므로,

턱없는 강짜를 부리거나 부당한 행위를 하기가 어려운 측면도 있습니다.


반면에 중국의 경우는, 오늘 만난 사람을 내일 볼 일이 없다는 인식...

필요하면 안 봐도 된다는 인식 때문에, 파는 사람도 신뢰 없이 한 건의 거래에서 이익을 보려는 마음이 강하고

사는 사람도 지금 조금이라도 싸게 사려는 인식이 있지요.


이런 나라간 차이는 제품 제조에 있어서도 드러납니다.


중국은 카피에 대한 인식이 굉장히 흐릿합니다.

희안하게도 중국 사람들은 진짜와 가짜를 잘 구분하지 못 합니다.

그리고 가짜인 것을 알았다고 하더라도, 진짜와 비슷한데 싸게 사면 그만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중국 사회 내에 만연한 체면 문화, 과시 문화 속에, 뒤지지 않으려면 뭔가 내세울 것을 가져야 하는데,

그것을 살 돈이 없을 때, 가짜 제품이 나를 도와 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가짜를 만드는 사람들도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 준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불법이라는 개념이 거의 없지요.

최근 들어 중국 정부에서 가짜를 몰아내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가짜를 구분하는 안목이 없고 심지어 가짜여도 싸기만 하면 된다는 국민 의식이 일반화 된 속에서

가짜가 쉽게 사라지기는 대단히 어렵습니다.



(요즘 페북에서 저렴한 브랜드 신발들이 올라오는데, 신어 보면 다르다고 하네요. 내구성도 떨어지구요..)


그렇지만 중국은 정부나 경찰, 군대, 권력층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사회입니다.

일례를 들면 DHS 제품을 내놓고 카피하는 것은 타 제품을 카피하는 것보다 더 두려운 일입니다.

과거 DHS가 국영기업이었기 때문이죠. 건드면 안 된다라는 인식이 있습니다.

그러나 비슷하게 만들면서 싸게 파는 것은 오히려 좋은 일을 하는 거라는 묘한 의식이 겹쳐 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카피와 복제, 벤치마킹의 차이를 잘 모르는데서 기인합니다.


한 가지 특기할만한 일은,

중국에서 카피에 대한 개념이 희박하다 보니

어느 제품이 히트를 치면 유사제품들이 수없이 나옵니다.

그런데 그 유사제품들 간에도 고만고만한 경쟁을 하죠.

그러다 보면 그 중에서 더 나은 제품이 기술 혁신을 이룹니다.


중국은 이렇게 수많은 업체들이 똑같은 제품을 베껴 만드는 덕에 기술이 발전하게 되는 사례가 무수하게 많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시장이 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인데요...

유사품이라고 해서 안 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지요.

비슷하게 하고 조금 더 싸게 하면 누군가 사기 때문에 그렇게 만드는 것입니다.


한국은 어떨까요?

한국도 치열하게 경쟁하는 사회이긴 하지만, 중국처럼 우후죽순으로 유사품을 만들기는 어렵지요.

제조업체가 몇 개 안 되니까요...

바로 표가 납니다.

특히 소비자들 간에 이것이 복제품이다, 유사품이다, 카피품이다 라고 낙인 찍히면,

생존이 어려운 것이 한국 시장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그렇지 않은 것 같네요.

점점 중국 제품들이 무차별적으로 들어 오다 보니, 우리 나라 사람들도 이런 부분에 무감각해 진 것 같습니다.

비슷한 모양, 비슷한 기능에 가격만 싸면 사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습니다.

무엇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분하는 눈도 잃고 있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일본의 경우는 제조업체 뿐만 아니라 유통까지도 집단적인 소속감의 일환에서 운영되는 것 같습니다.

반칙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메이저 업체의 산하에 있으면서 반칙을 하기가 어렵지요.

그래서 일본에 해외 업체가 진입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일본 JTTA 공인 절차도 문제가 되지요.

어떤 브랜드가 신규로 들어 오려면 다른 모든 기성 브랜드들이 찬성을 해 주어야 합니다.

완벽한 과점 체제를 일본 협회가 보호 육성하고 있는 셈이지요.


한편으로는 집단성, 전체에 대한 충성을 중요시하고, 절대라는 개념을 숭앙하는 일본 사람들의

내면적 습관에서 나온 개념일 수 있습니다.


한국 사람들에게 한반도는 한계가 있는 곳,

대륙은 진출해야 할 곳입니다.

그래서 한국 사람들은 무슨 일을 하던, 최종 목표는 해외 수출, 해외 진출, 해외 대리점이나 분점 같은 것이 되고 있습니다.

저 역시 넥시를 처음 시작하면서부터 비록 소량이나마 해외 판매를 동시에 시작했고,

해외 포럼에 글을 쓰면서 브랜드 운영을 해 오고 있습니다.


최근들어 한 가지 아쉬운 사실은,

한국 탁구인들이 진짜를 가려내는 눈을 점차 잃고 있지 않은가 싶습니다.

무엇이 좋으냐, 나쁘냐의 문제가 아니고,

무엇이 진짜냐, 아니냐의 문제를 말하는 것입니다.


진짜보다 더 좋은 가짜는 좋은 것은 아닐 것입니다.

진짜보다 더 좋은 가짜를 만들 수 있어도,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것이지요.

진짜보다 더 좋은 또 다른 진짜를 만들려고 해야 합니다.

이것이 브랜드사, 제조사의 바른 정신입니다.


쓰고 싶은 것들이 더 많이 있는 듯 한데,

글이 너무 길어질까봐, 한 말 또 할까봐... 여기서 정리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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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답댓글 작성자Oscar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8.10.27 저도 동감합니다. 어려워도 독창적인 길을 가려고 항상 노력하고 있습니다 ~^^
  • 작성자Conan (포럼지기) 작성시간 18.10.26 오스카님의 글을 다시 읽게되니 반갑고 편안한 마음이 가득합니다. ^^
  • 답댓글 작성자Oscar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8.10.27 ~^^ 포럼 잘 챙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
  • 작성자적룡혀니 작성시간 18.10.26 저런 차이가 있군요 ^^
  • 답댓글 작성자Oscar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8.10.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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