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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탁구 이야기

(탁구에세이) 56. 도전의 연속 : 영어, 기타, 탁구에서의 성장 이야기 -3

작성자롱다리박|작성시간23.12.31|조회수225 목록 댓글 12

-->집근처 수제버거집. 라켓은 항상 들고다닌다. 없으면 불안하다.

 

"탁구종합병원"​

[롱다리 박 탁구 클리닉 ] -

[ 탁구 에세이]

 

 

▶ 시작은 초라하게: 어떤 것이든 도전하면서 배운 것들

 

  영어는 어렸을 때부터 해야 한다는 교육을 세뇌 받아서 도전한것은 아니었다. 외국인 친구를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영어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우선 수능 영단어 책을 하나 준비해서 무작정 외우기 시작했다. 하루에 10개, 20개 이렇게 정해서 외웠는데 다행히 상병을 달아서 눈치 볼 것이 별로 없었다. 손바닥에 들어가는 작은 수첩에 단어를 적고 들고 다니기 시작했다. 밥 먹을 때도, 근무 나갈 때도, 운동할 때도, 잠잘 때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수첩이 땀에 젖어서 쭈글쭈글해진 들고 있었다. 그리고 근무지 나가면 후임병에게 수첩을 주고 물어보라고 했다. 그렇게 외우던 어느 날. 

 

  같이 근무하던 후임병에게 나에게 물어보라고 수첩을 주었다. 그런데 그 순간 큰 사고가 난것처럼 몇 주간 고생하면서 외웠던 수백 단 어가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이다. 머릿속이 멍해졌다. 한동안 이어졌다. 그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게 아닌가?"

 

  그당시 나는 단어를 아주 많이 알게되면 말을할 수 있을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무작정 외웠던 것이다. 그런데 말은 고사하고 기억조차 나지않았다. 순간이지만.

  

  그래서 고려대, 서울대, 한양대 다니는 후임병들에게 물어서 내린 결론은 단어를 외우는 것이 아닌 문장을 외우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나는 회화를 하고 싶었다. 그때 외운 문장이 아직 잊어지지 않는다.

 

  영어는 군대에서 인사이트를 얻어 대학교에 복학해서 영어 회화 동호회도 만들었고 거기에서 누군가와 또 인연이 되어 중국 배낭여행도 난생처음 떠나게 되었다. 탁구를 그때 했더라면 참 좋았을텐데 아쉽다. 내년에는 탁구라켓을 들고 중국에 가는것을 상상해본다.

 

          -------------------------------------

 

  기타도 있었다. 나는 대학 동아리가 기타 동아리였다. 선배님만 보면 기타 가르쳐 달라고 졸랐었다. 그런데 정작 기타는 잘 못 쳤다. 그렇게 시간도 많고 여건도 좋은데 기타를 못 배웠다. 지금 생각하면 그만큼 간절하지 않은 거였다. 

 

  그래서 기타 독학에 도전했다. 새벽에 근무 나가서는 군복속에 숨겨온 기타책을 꺼내어 기타 코드를 외우고 내무반으로 복귀하면 기타로 코드를 잡아보고 잠이 들었다. 겨울에는 물집이 터져서 아팠지만 즐거웠다. 몇 주 만에 생에 처음으로 기초적인 노래를 내가 칠 수 있게 되었다. 그때의 감동을 잊을 수가 없다. 내 손가락으로 낸 소리가 음악이 되었다.

 

  그렇게 가르쳐 달라고 선배들에게 졸랐었는데 군대 와서 독학으로 기타를 배우다니. 실력을 떠나서 내가 원하는 수준의 연주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놀랍고 즐거웠다. 기타를 선택한것은 기타가 있었기 때문이지만 내가 몸에힘이 없을때 악기하나는 다루고 싶었다.

 

탁구로 인한 새로운 목표와 도전

 

  이런 것을 발판으로 장기 제일 잘 두는 사람 이기기, 탁구 제일 잘하는 사람 이기기, 50권 이상 독서, 밴드부 보컬, 농구-축구로 휴가, 피아노 한곡 통째로 외워서 치기, 원하는 자격증 공부해서 휴가 나가서 시험 보기 등  생각보다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 도전했다는 것이지 높은 수준은 아니었다. 자격증시험도 떨어졌다. 

 

  군대에서 훈련하고 그 외의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여 너무나 많은 경험을 하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10분을 1시간처럼 썼던 거 같다. 내가 이런 것도 할 수 있다는 것도 알았다.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 가지를 깊이 있게 경험하지는 못했다. 단지 내가 이런 것도 할 수 있구나 정도였다. 어떤 것이든 관심이 있으면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 

 

  그때 든 생각은 사회에 나가서 이렇게 몇 년만 생활하면 성공할 수밖에 없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오자마자 아르바이트로 번 돈으로 밴드를 하기 위해 베이스 기타도 배우고, 스포츠 마사지 자격증도 따고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그런데 거기까지였다.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하고 현실의 톱니바퀴 속으로 다시 들어와 있는 나를 발견하였다. 

 

  어쩌면 그 돌파구로 탁구를 선택했는지 모르겠다. 여러 스포츠를 경험했지만 군대에서의 작은 경험이 탁구를 생각나게 만들었다. 새로운 스포츠를 배우고싶어서 찿은것이 탁구였다.

 

  탁구를 16년 이상 운동하면서 그것이 동기가 되어 다시 목표를 위해 도전하게 됐었다. 군대에서 느꼈던 그 희망과 가능성을 16년 이상 시간이 흘러서 이제서야 다시 목표에 도전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많이 돌아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시간이 아깝고 후회하지 않는다. 그것도 내 인생이고 내가 선택했기 때문이다. 

 

  탁구로 인해서 다시 어떤 것이든 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겨서 새로운 목표에 도전 중이다. 사람은 본인이 생각하는 만큼 이루고 살다가 죽는다. 최소한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목표를 이루고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겠다고 다짐한다. 

 

  군대에서의 나의 생활을 지켜보면서 다른 사람과 조금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사실 도전한 것이 큰 것이 아니었다. 주변에서 누구나 할 수 있을 법한 것들이었다. 그런데 대부분 시도하지 않았다. 분명한 것은 시도하지 않으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꾸준히만 하면 누구나 원하는 목표에 가까워진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다.

 

  어떤 것이든 시작은 부끄러울 정도로 초라하다. 우리가 보는 멋있고 대단한 일들도 시작은 초라하다. 탁구를 가르칠 때 몸에 문제가 없으면 꼭 줄넘기를 알려준다. 대부분 시간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10개부터 숙제를 준다. 줄넘기가 없어도 된다. 그냥 제자리에서 뛰면 된다. 대신 매일 해야 한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 하는 것을 본인과 약속한다. 10개를 1-2개월 반복하고 무리가 없으면 개수를 조금씩 늘려본다.

 

  줄넘기가 노후를 책임지는 운동이다. 탁구를 친다고 육체적으로 건강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가만히 서서도 탁구라는 스포츠는 즐길 수 있다. 오랫동안 탁구를 즐기기 위해서뿐 아니라 나의 건강을 위해서도 오늘부터 줄넘기를 시작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오늘부터 시~작.

 

 

Ps.

내무반에 생활체육학과를 다니는 선임병이 있었다.  본인은 잘 못 치지만 자세만큼은 이것이 좋은 자세의 정석이라고 보여주었다. 뭔가 배운 자세라고 느꼈다. 하지만 우리는 전혀 개의치 않고 각자 탈춤을 추듯이 멋대로 공을 쳤다.

 

  그리고 하늘의 반이 노을에 물들었을 때 부대 탁구최고수 선임병과의 탁구 대전은 나의 승리로 끝이났다. 얻어먹는 냉동만두는 꿀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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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답댓글 작성자롱다리박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1.05 저와비슷하네요 ㅎㅎ 그렇게 느끼시겠지만 분명 늘었을꺼에요~댓글감사합니다.
  • 작성자규신 | 작성시간 24.01.01 나 떼는 군생활 중에는 그런 것들을 할 엄두 조차 내지 못했는데...11사단 9연대 3대대 11중대 M60 사수!
  • 답댓글 작성자롱다리박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1.02 ㅋㅋㅋ 역시 수고하신 선배님! 저는 상병되기전까지는 운동조차 힘들었는데 상병때부터 기회가생겼어요.
  • 작성자yk1200 | 작성시간 24.02.09 좋은 글 감사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롱다리박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4.20 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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