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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연기법(緣起法) - 강병균 교수(포항공대)

작성자허굴산|작성시간24.03.16|조회수8 목록 댓글 0

명색(名色)이 모이면(集) 마음(心)이 모이고,

명색이 사라지면 마음도 사라진다. <잡아함경 집경(集經)>

 

이것이 사라지면 저것도 사라진다.

 

여자가 못생겼어도 마음이 따뜻하면 상대방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그 따뜻함이 사라지면 상대방의 마음도 잃는다. 남자가 못생겼어도 돈을 잘 벌면 상대방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그 후 돈을 못 벌면 상대방의 마음도 잃는다. 거꾸로 돈을 못 벌어도 몸이나 마음이 잘생기면 상대방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몸이나 마음이 시들고 아름다움이 사라지면 즉 추해지면 상대방의 마음을 잃는다. 맛있는 음식은 상하면, 아름다운 꽃은 시들면 버림을 당한다.

 

따뜻함, 돈 버는 능력, 몸의 아름다움, 마음의 아름다움이 사라지면 상대방의 호감도 사라진다. 정확히 이것이 사라지면 저것이 사라지는 현상이다. 따뜻함과 돈 버는 능력과 몸의 아름다움과 마음의 아름다움으로 생긴 호감이므로 그것들이 없어지는 순간 호감도 사라진다. 선연(善緣)이건 악연(惡緣)이건 다 인연(因緣)이다.

 

살다보면 상대방에게 받는 호감을 당연시하고 자기가 지불해야 할 걸 잊어버려, 상대방이 호감을 거두어들이게 만든다. 그러고는 억울하다고 소리를 지른다. 주지 않고 받기만 하겠다는 도둑놈 심보는 어디서 나왔을까? 삶의 빠르고 거친 물결에 휩쓸려 인연법(因緣法)을 잊어버린 탓이다.

 

그러므로 상대방의 호감이 사라질 때 슬퍼하기만 할 일이 아니다. 왜 그런 일이 발생했는지 생각해야 한다. 무의식중에 온 일이라면 무의식중에 사라질 것이지만, 의식 중에 온 일이라면 의식으로 머물게 할 수 있다. 나중에라도 의식을 하게 되면, 이미 일어난 좋은 일을 머물게 하는 게 역시 가능하다. 의식적으로 그 일이 일어나게 한 원인을 유지시킴으로 가능하다. 예를 들어 공들여 화장을 하고 근면하게 돈을 벎으로써 혹은 운동과 수행으로 심신을 아름답게 유지함으로써 그 일을 머물게 할 수 있다. 이것이 있음으로써 저것이 있는 이치이다. 그런데 통상 세상일에는 하나의 사건에도 하나가 아니라 여러 원인이 개입하므로 즉 크고 작은 갈대가 모여 서로 지탱하는 것처럼 그것들의 경중을 감안해 다루어야 한다. 큰 거에는 크게 작은 거에는 작게 합당한 대우를 해야 한다. 중요한 일보다 덜 중요한 일에 시간과 재물을 더 쓰면 망한다. 그걸 가리는 능력을 지혜(智慧)라고 한다. 이게 세상의 이치이자 연기법(緣起法)의 이치이다. 세상은 연기법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무연자비(無緣慈悲) 혈연·지연·학연·친소관계·이해관계 등 아무 인연이 없는 사람에게 혹은 이로운 사람이건 해로운 사람이건 가리지 않고 모두에게, 아무 보답도 바라지 않고 베푸는 자비는 연기법이 아니다. 무아(無我)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연자비는 상대방에게 요구하는 게 아니라 상대방에게 베푸는 것이다. 자비의 대상과 행위는 무한하므로 하나씩 하나씩 실천을 해 나갈 때 우리는 평화롭고 아름다운 세상으로 한 걸음 한 걸음 가까이 간다.

 

출처 : 불교 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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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원문 : 지리산 천년 3암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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