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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아기 왕자의 탄생▒
1. 흰 코끼리를 잉태하다
[1] 이 세계의 정상 히말라야[雪山] 영봉(靈峰]의 남쪽 산기슭,
로히니 강물이 굽이치는 곳에 카필라밧투라는 한 아름다운 도시
가 있었다.
이 도시를 중심으로 웃가가왕의 자손들인 석가족(釋迦族)이
카필라 왕국을 건설하고 농사를 지으며 화평하게 살고 있었다.
석가족은 예로부터 `태양의 후예'로 일컬어지는 총명한 백성들
로서 부(富)와 용기를 아울러 갖춘 단정한 겨레였다.
[2] 왕 숫도다나[淨飯王]는 시이하아누(Sihahanu)왕의 큰
아들로서 대대로 순정(純正)한 혈통을 이어받았으며 성을 쌓고
선정을 베풀어 백성들은 기뻐하며 따랐다. 왕의 성(姓)은
고타마[瞿曇]이다.
왕비 마야부인(摩耶夫人)은 석가족의 한 갈래인 코올리족의
데바다하 성(城)의 성주인 선각 장자(善覺長者)의 딸이며,
숫도다나 왕의 사촌 누이동생이다.
[3] 겨울도 지나고 봄빛이 무르익은 바이샤카(Vaisakha) 달의
보름날, 마야 부인은 침상에 조용히 잠들어 있었다.
그때 갑자기 하늘 문이 환하게 열리면서 여섯 이빨을 가진
눈이 부시도록 흰 코끼리가 찬란한 광명에 쌓여 내려오더니
마야 부인의 오른쪽 옆구리로 들어왔다.
부인이 잠에서 깨어나 왕에게 아뢰자 왕은 날이 밝기를 기다려
장로 바라문들을 불러 그 해몽을 청했다.
장로 바라문들이 대답하였다.
"대왕이시여, 염려하지 마옵소서. 왕비의 몸 안에 태아가
깃들었습니다.
왕자님이 태어나실 것입니다."
2. 룸비니 동산에 탄생하시다
[4] 날이 가고 달이 차는 동안 비는 순하게 내리고 바람은
부드럽게 불어왔으며, 왕과 백성들은 기쁨과 희망 속에서 큰
경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야 부인의 몸은 피로해지는 일이 없이 안락하였고 마음은
상쾌하였다.
이러한 부인을 보기만 하여도 병든 사람은 건강을 되찾았고
신들린 자들은 곧 본마음을 회복하였다.
[5] 열 달이 차고 산월이 가까워지자 마야 부인은 왕에게
아뢰고 친정 데바다하 성으로 갔다. 왕은 사람들을 보내어
길을 고르게하고 깨끗이 청소하도록 하였다.
마야 부인은 일행과 더불어 행진하다가 룸비니 동산에
이르러 행렬을 멈추고 휴식을 취하였다.
[6] 때마침 봄볕은 따스하고 아쇼카나무[無憂樹]에 꽃
들이 만개하여 향기가 진동하였다.마야 부인이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손을 뻗어 아쇼카나무의 동쪽 꽃가지를 가만히
잡는 순간, 갑자기 산기가 보이며 곧 아기 왕자가 탄생
하였다.
때는 4월 초파일, 만물이 생동하는 화창한 봄날의 한낮
이었다.
[7] 아기 왕자가 탄생하자 하늘의 신 인드라[帝釋天,
帝釋桓因]와 브라만[梵天]이 공손히 몸을 굽히고 나와
양 손에 카아시산(産) 천으로 만든 산의(産衣)를 들고
아기 왕자를 안아드렸다.
그때 가라울가라 두 용왕이 좌우 양편에서 더운물과 찬물을
뿜어주어 아기 왕자와 어머니는 그 물로 몸을 씻어 생기를
되찾았다.
궁녀들이 신들로부터 아기 왕자를 받아 노란 베보자기로
안아 모셨다.
3. 하늘과 땅 위에 나 홀로 존귀하네
[8] 아기 왕자가 탄생하는 순간,
하늘과 대지는 여섯 갈래로 은은히 진동하고 아기 왕자의
몸에서 큰 광명이 솟아나 햇빛을 가리웠다.
아기 왕자는 문득 자리에서 내려와 동서남북 위아래 여섯
방향으로 각각 일곱 발자국씩 내딛으며 눈을 떠 바라보니
발자국마다 송이송이 연꽃이 솟아났다.
아기 왕자는 그 가운데 우뚝 서서 바른손으로 하늘을
가리키고 왼손으로 땅을 가리키며 사자처럼 크게 외쳤다.
하늘과 땅 위에 나 홀로 존귀하네
온 세상이 고통 속에서 헤매니
내 마땅히 이를 편안케 하리라.
[9] 아기 왕자가 사자후 하며 나아가자 하늘과 땅 위에
큰 광명이 넘쳐흐르고 하늘에서는 꽃비 내리고 땅 위에서는
막혔던 샘들이 일제히 솟아올랐다.
모든 나무들과 약초들이 새로 피어나고 미묘한 하늘 음악이
울려퍼지며 하늘의 옥녀(玉女)들이 너울너울 춤추었다.
[10] 이때, 때를 기다리던 하늘의 신과 용들.
이 세상의 선남선녀(善男善女)들이 몰려나와 함께 어울어져
춤추고 노래하며 아기 왕자의 탄생을 찬탄하였다.
하늘과 땅 위에 홀로 존귀하셔라
이 세상의 보배, 깨침의 광명이시여
만 생명들의 행복 위하여
평화와 기쁨을 위하여
이 세상에 강생(降生)하셨네.
연꽃 송이 솟아나는
여기 룸비니, 석가족 마을에
모든 생명 가운데 으뜸이시니
진리의 소리
사자같이 외치시리.
[11] 아기 왕자가 탄생하자 나라에서는 죄수를 모두 풀어주고,
`살생을 금하라'고 명령하였다.
이레만에 아기 왕자가 카필라성으로 돌아오자 백성들은 `
만세 만세' 환호하여 맞이하고 아버지 숫도다나 왕은 아기
왕자를 `싯다르타[悉達多]'라 명명하니 `모든 것을 뜻대로
성취한다'라는 의미이다.
이 이레되는 날, 어머니 마야 부인은 세상 인연이 다하여
조용히 목숨을 마쳤다.
연재되는 내용은 대한불교진흥원에서 발간한 불교성전을 기준
으로 연재함을 밝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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