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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하나도 아니고 둘도 아니다 / 대원스님

작성자허굴산|작성시간22.11.10|조회수6 목록 댓글 0
학림사 일요소참('22.08.21)

부나야사 존자가 마명 존자에게 내린 전법게
迷悟如隱現(미오여은현) 

明暗不相離(명암부상리) 
今付隱現法(금부은현법) 

非一亦非二(비일역비이) 
미혹과 깨달음은 숨음과 드러남 같고
밝음과 어둠이 서로 여의지 않나니
이제 숨음과 들어남의 법을 부촉하노니
하나도 아니고 또한 둘도 아니로다.

[스님] 여러분은 여기에서는 어떤 느낌을 받았나요?
 처음에는 미혹과 깨달음(迷悟), 밝음과 어두움(明暗)을 나누어서 얘기했는데, 마지막에는 하나도 아니고 또한 둘도 아니다 라고 했어요. 하나 둘도 아니라는 게 무엇인가?
[대중1] 조사들 간에 법을 전해주고 전해 받는 과정에서는 사실은 같은 위치에 있기 때문에 굳이 말로 안 해도 되는 것이지만, 외부적으로는 이렇게 숨었다 드러났다 하는 것이 하나도 아니고 또한 둘도 아니라고 얘기함으로써 그 어떤 이치나 견해로는 알 수 있는 것이 아닌 것임을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게 해 준 것이 아닌가 생각이 되고요, 한마디 붙인다면, '숨었다 드러났다 하는 법이 하나도 아니고 또한 둘도 아니다 하니, 엄동설한에 손과 발이 꽁꽁 얼었으며, 얼음이 얼고 눈이 내린 위에서는 썰매는 잘도 미끄러집니다' 이렇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스님] 여기에서 하나도 아니고 둘도 아니다 했는데, 그렇게 이야기가 많으면 횡설수설이라고 해요.
[대중2] 저도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비유해서 말씀드리면, 허공에서는 비도 오고 눈도 오는데, 허공은 비도 아니고 눈도 아닙니다.
[스님] 허공에는 눈도 비도 오는데 허공은 눈도 아니고 비도 아니다는 뜻이라 이거지? 그건 허공이라는 걸 전제를 해놓고 말하는 것 아닌가. 여기는 그런 것이 없는데. 허공이라는 전제가 붙어버리면 하나라는 이름 붙는 거나 둘이라는 이름 붙는 거나 이름 붙는 거는 마찬가지야. 그래 되면 안 된다 이거지.
[대중3] 구름이 걷혀서 보이는 달은 하나지만 천강에는 천 개의 달이 다 비치는 이치입니다.
[스님] 구름도 아니오, 구름이 걷힌 푸른 하늘도 아니오, 밝은 달도 아니다 이랬을 때는 어쩌냐 이거라.
[대중3] 목전(目前)에 그대로 있습니다.
[스님] 그러니까 그러면 달이 있다는 말이나, 목전에 있다는 말이나, 말이 붙는 거는 마찬가지야. 여기서는 그걸 싹 끊어버리는데.
[대중4] 그럴 경우에는 대적(大寂)입니다. 말을 떠나 근본으로 돌아가면 오로지 침묵과 적막입니다. 
[스님] 그게 대적이라는 이름이 붙는 거나, 밝은 달이 있다는 말이나, 이름과 설명이 붙는 거는 다 마찬가지다. 여기서는 그렇게 해서 되는 게 아니다. 대적도 아니고 대적 아닌 것도 아니다 하고 싹 쓸어버렸다.
[대중5] 항상 접합니다.
[스님] 그게 말이 마찬가지라니까. 아까 여기 이 스님이 말한 거나, ‘접합니다’ 말 붙는 거나 마찬가지라.
[대중6] 말하면 안 됩니다.
[스님] “말하면 안 됩니다” 이러면서 말 했네? 허허허. 여기는 그걸 싹 뭉게 치워서 없어요.
[대중7] 저는 은현법(隱現法) 게송을 듣고서 곡중무인(谷中無人) 능작음성(能作音聲)이라는 게송이 생각났습니다. 산골짜기에 사람이 없는데도 능히 소리를 냅니다. 그 뜻은, 내가 없으니 하나도 없고 둘도 없고, 내가 없으니 달도 없고 깨달은 것도 없는 것 아닙니까?
[스님] 마찬가지로 거사님이 말한 것도 입을 열어서 말을 했으니 여기에는 어긋나는 거지. 그 말이 왜 나오느냐 이거거든. 없는데 나오잖아, 벌써 본인이 말을 해버렸으니까. 
  여기에서 여러분이 아직 바로 알아차리지 못했네요. 여기에서 이걸 바로 알아차린다면 어떻게 여러분이 그런 말씀을 하겠습니까?
  여기는 모든 걸 싹 잘라서 쓸어버렸는데, 지금까지 여러분이 이런 말 저런 말을 자꾸 하는데, 그러면 여기 이분이 말한 내용에 어긋나는 거예요. 개구즉착이다. 입을 열면 어긋난다. 천성(千聖)도 구괘벽상(口掛壁上)이라. 일천 성인도 입을 벽 위에 걸어버렸다 그러잖아요. 뭐라고 말하면 상신실명(喪身失命)이다, 몸이 상하고 목숨까지 잃는다 이렇게 돼 있어요.
[대중8] 입을 닫고 있을 때는 어떻게 질문해야 됩니까?
[스님] 그걸 바로 보고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부처님이 법상 위에서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으니, 문수보살이 나와서 “법왕의 법이 이와 같습니다(法王法如是). 오늘 설법은 다 마쳤습니다.” 그리고 문수보살이 죽비를 치고 좌복을 거두니 부처님은 곧 법상에서 내려와서 돌아가셨잖아요.
  여기에서  非一亦非二(하나도 아니고 둘도 아니다)라 한 이런 것이 부처님과 문수보살 같은 분들의 행리처라. 그걸 알면 오늘 여기에 계합이 됩니다. 근데, 지금까지 여러분이 말씀한 것은 여기에 다 해당이 없습니다. 아무 안 맞는 말이라요. 여러분이 가지고 있는 화두가 확실히 타파가 되고 해결이 돼야지 여기에도 바로 알아차리고 계합이 될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 가지고 있는 생각 가지고는 여기에 절대 미치지도 못하고 전혀 맞지 않습니다.

('22.8.21 학산 대원 큰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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