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무명 / 청화스님

작성자허굴산|작성시간23.04.28|조회수49 목록 댓글 0
무명 / 청화스님


《기신론》에 
무명심의 풀이가 아주 간략히 나와 있습니다. 
즉 "부달일법계고(不達一法界故) 
홀연념기명위무명(忽然念起名爲無明)"이라는 것인데, 

그 뜻은 "본래의 입장에서 보면 
모두가 다 청정미묘한 법계실상인데, 
우리가 그것을 통달하지 못했기 때문에 
문득 일어나는 한 생각, 
그것을 일러 무명이라 한다"는 법문입니다. 

한사코 무명을 여읜 반야지혜에 입각한 공부를 해야만 
참선(參禪)이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그냥 방편 공부, 즉 세간적인 공부는 
반야지혜가 없어도 할 수가 있겠습니다만, 

이른바 부처님의 참다운 지혜인 
진지(眞智)를 가지고 하는 공부가 되어야만 
참다운 수행인 동시에 
이른바 '참선을 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일법계(一法界)라고 했습니다. 
이것은 물질과 정신이 따로 있거나, 
나와 남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는 말입니다. 
우주는 우리가 알든 모르든 상관없이 
청정미묘한 하나의 법의 세계입니다.

《화엄경》의 입장을 빌려 말하면 화장세계(華藏世界)입니다.
《정토경》입장에서 말하면 바로 극락세계입니다. 
극락세계 혹은 화장세계라 불리는 일법계는 
더함도 없고 덜함도 없고, 
과거ㆍ현재ㆍ미래 그런 시간적인 제한도 없으며 
항시 그대로 있는 것인데, 
법계의 뜻을 통달하지 못한 우리 중생이 어리석어서 
이래저래 분별하는 생각이 나온단 말입니다. 

즉 '나'라는 생각, '너'라는 생각, 
또는 물질이라는 생각, 마음이라는 생각이 나옵니다. 
그러므로 우리 참선 수행자는 
그런 무명심을 단연코 떠나야 합니다. 

우리 사고와 우리 건강은 
절대로 이원적인 게 아닙니다. 
따라서 별개의 문제가 아닌 것입니다. 
다만 한 생각 잘못하면,
이른바 무명심 때문에 성도 내고 탐욕심도 냅니다. 

무명심 때문에 우리에게 '나'라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까? 
'나'라는 생각이 있기 때문에 
나한테 좋게 하면 탐심을 내고, 
싫게 하면 응당 진심을 내겠지요. 

무명심이 없을 때는 자기라는 것에 대해서, 
자기 권속이나 자기 소유나 자기 권력에 대해서 
집착할 아무런 까닭이 없습니다. 
그런 생각이 나올 수가 없습니다. 

이와 같이 무명심을 떠난 자리, 
참다운 법계자리, 
실상자리에 입각해서 하는 공부를 
이른바 대승적인 공부라 합니다. 

바꿔서 말하면 반야지혜, 반야바라밀의 지혜에 입각해야만 
가정(假定)도 유루법(有漏法)도 아니고 때 묻은 공부도 아닌, 
참다운 무루지혜인 것입니다. 

우리가 남에게 돈 만 원 한 장을 베푼다 하더라도 
'나'라는 관념이 있고 '너'라는 관념이 있고, 
돈이 많다 적다하는 그런 관념이 있다면, 
이것은 참다운 보시가 못 됩니다. 

이른바 상이 있는 유주상(有住相) 보시입니다. 
무주상(無住相) 보시, 즉 상이 없는 참다운 보시가 되려면, 
나라는 상, 너라는 상, 
또는 물질이 많다 적다하는 상을 떠나야 합니다. 

참선 공부는 
그러한 무명심을 제거하고 참다운 반야지혜에 입각해야 
비로소 제대로 된 참선이 됩니다. 
가치관의 혼란 때문에 
우리는 지금 혼란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불교 내에서도 마찬가지이고 
다종교사회인지라 다른 종교와의 상호 관계도 마찬가지이고, 
또는 정치 경제 모두가 다 혼란 가운데 있습니다. 

어떠한 것이 바른 정치이고, 
어떠한 것이 바른 경제이고, 
또는 종교는 어떠한 것이 바른 종교인가? 

경제나 정치나 모두가 
인간의 행복을 위해서 봉사하는 것인데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모르고서는 
바른 정치, 바른 경제학을 성립시킬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법학을 하던 경제학을 하든 또는 교육학을 하든, 
어떤 분야의 학문을 하던 간에 
우선 '인간이란 무엇인가' 
'우주의 본질은 무엇인가' 
이런 문제를 알아야 합니다. 

아직 정치학도 없고 경제학도 없는, 
미개한 원시공산시대라든가 중세시대라면 또 모르지만, 
어차피 학문이 다양하게 분화되고 
주의 주장이나 종교가 이렇게 혼재해 있는 지금, 
이런 혼란스러운 시대에는 
모두를 다 종합하는 올바른 가르침이 아니고서는 
우리가 바르게 살 수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참선한다고 애쓰고, 
소중한 시간을 할애해서 모입니다만, 
참선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그 길을 잘 모른다면 
우리는 단지 소중한 힘을, 
생명 같은 시간만 낭비하게 됩니다. 

저 같은 경우도 승려가 되어서 
한 10년 동안은 걸망 지고 왔다 갔다 했습니다. 
물론 지금도 확철대오(廓徹大悟)한 것은 아닙니다만 
그래저래 이것도 보고 저것도 보았습니다. 
그러나 아직은 자기한테 꼭 맞는 수행법을 확립하지는 못했습니다. 

따라서 선방에 처음 오신 분들도 
대체로 제가 방황하던 그런 때나 비슷하리라 여겨서, 
노파심 때문에 몇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