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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정도 앞서간 스킬셋으로 팀을 우승시킨 금발의 빅맨 (feat. Reverse Pivot Face-Up)

작성자Doctor J|작성시간22.11.21|조회수2,445 목록 댓글 36

네, 그렇습니다. 잭 시크마 (Jack Sikma) 이야기입니다.

 

한 회원분의 요청도 있었고 해서, 앞글, '거스 윌리암스'에 이어 국내 팬들에겐 잘 안 열려진 이 수퍼스타 빅맨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맨발 6-11의 신장에 엄청나게 강한 골격, 그럼에도 유연하고 빠른 풋워크의 소유자였으며, 골밑에선 그 누구보다도 터프했던 백인 빅맨.

 

 

1. 터프한 리바운더, 그리고 정교한 패서 

기본적으로, 1979년 시애틀 수퍼소닉스 팀은 재조명될 필요가 있습니다. 젊은 팀이었으며, 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 중반까지 인기면에서 리그 탑 3~4위에 들어가던 팀이었는데, 우리들은 이 팀이 79년에 우승했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으니까요.

 

이 팀은 '올라운더' 데니스 존슨, '마법사' 거스 윌리암스, '금발머리' (Goldilocks) 잭 시크마가 빅 3를 구축하고, '집행자' 로니 셸튼, '다운타운' 프레디 브라운, '원조 블루칼라워커' 폴 사일러스 등이 주축이 되었던 젊고 다이내믹한 팀이었습니다.

 

센터들 시대에 이 팀의 대들보 역할을 한 선수가 바로 오늘 소개할 잭 시크마입니다.

 

 

2. 리버스 피벗 페이스업 점퍼의 창시자 

잭 시크마의 시그내쳐 무브입니다. 이번 게시물에선 이 특이한 슈팅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뤄보겠습니다.

 

 

3. 휴비 브라운 분석가가 몸으로 직접 보여주는 The Sikma Move

포스트에서 공을 받은 선수는 보통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몸을 돌리며 슈팅 기회를 노립니다. 또는 턴어라운드 점퍼를 던지죠.

 

하지만, 시크마는 축발을 중심으로 오른쪽으로 180도를 돌며 페이스업 포지션으로 몸을 가져갑니다. 그리고 상대팀의 수비 타이밍을 빼앗으며 머리 뒤에서부터 큰 포물선의 점프슛을 던지죠.

 

이게 바로 '시크마 무브'입니다.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리버스 피벗 페이스업 점프슛'이죠.

 

 

4. 스카이훅에 비견될 만한 수비불가의 슈팅  

시크마의 풋워크와 슈팅 지점을 보십시오.

 

공을 잡으면서 수비수와의 거리를 확보하고 그들의 블락 높이와 상관없이 공을 머리 뒤에서부터 던집니다.

 

전혀 교과서적인 슛이 아니었고, 그래서 저 당시엔 어느 감독도, 코치도, 어린 선수들에게 가르치지 않았던 슛입니다. 잭 시크마 라고 하는 이상한 금발머리 백인에게만 특화된 슛이었습니다. 하지만, 스트래치 빅맨이 트렌드가 된 요즘은 저 무브를 어린 선수들도 배우고 있습니다.

 

 

5. 레이커스 천적, 시애틀 수퍼소닉스

같은 컨퍼런스이다 보니 수퍼소닉스와 붙을 기회가 많았던 레이커스. 이 레이커스에 가장 큰 두통거리였던 선수가 바로 이 잭 시크마였습니다. 일단, 압둘자바에게 사이즈나 기량 면에서 전혀 밀리질 않았을 뿐더러, 저 머리 뒤에서부터 날려버리는 희한한 점프슛은 그야말로 답이 없었기 때문이죠.

 

압둘자바를 붙여도, 제임스 워디를 붙여도, 밥 맥카두와 마이클 쿠퍼를 붙여도, 그냥 머리 뒤에서부터 던져버리는데 답이 없었습니다. 약간 더크 노비츠키 같았다고나 할까요?

 

 

6. 하이 포스트에서 던져대는 슛과 패스 

생각해보십시오. 7푸터가 저 거리에서 저런 포물선을 그리며 던져대는데 저걸 어떻게 막겠습니까?

 

그런데 시크마는 패싱센스까지 뛰어났고, 센터는 절대 3점을 안 던지던 시대에 심지어 3점까지 정확했던 선수입니다. 시크마가 3점을 던져대기 시작하면서 빌 레임비어나 매뉴트 볼 같은 타 센터들도 3점을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7. 80년대에 3점을 쏴대던 희한하고 희귀한 센터

그래서 80년대 추중반에 아비다스 사보니스가 3점을 자연스럽게 던지는 플레이를 본 80년대 미국농구인들은 그를 '7-4의 잭 시크마'라고 표현하기도 했었죠.

 

위 영상은 시크마가 말년에 루키 데이빗 로빈슨을 상대로 맹활약했던 경기에서 추출했습니다. 시크마는 이 날, 로빈슨을 상대로 5개의 3점을 던져 5개 모두를 성공시키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8. 단순해보이지만 정교한 고난도의 풋워크

'The Sikma Move'의 근간은 풋워크에서 나옵니다. 수비수 앞에 두고 시크마 흉내내보려다가 스텝이 꼬일 수도 있습니다.

 

 

9. 수비 불가라 클러치 상황에서 요긴하게 쓰이던 슛 

수퍼소닉스엔 클러치에 강한 두 명의 백코트 듀오가 이미 있었지만, 이렇게 센터까지도 어느 거리에서건 수비를 앞에 두고도 정확한 슈팅을 뿌릴 수 있었기에, 이 팀은 3명의 클러치 슈터가 있었다고 봐야 합니다. 이런 게 플레이오프에서 매우 중요했죠.

 

위 영상은 79년 피닉스 선스와의 서부 컨퍼런스 7차전 경기에서 추출했습니다. 죽느냐 사느냐, 이 7차전에서 시크마는 33점, 11리바운드, 3블락샷으로 팀의 파이널 진출에 큰 공헌을 했습니다. 중요한 클러치 상황마다 빅샷을 터뜨려주거나 리바운드에 이은 파울 유도로 자유투로 득점을 해줬고요. 

 

 

10. 이 슛은 정말 수비 불가였는가?  정답은 '네, 그랬습니다'  

왜냐하면, 풋워크에 속아 상대 수비수가 들러붙으면 저렇게 옆으로 빠지며 골밑으로 돌파해 들어갔기 때문이죠.

 

 

11. 20대 후반부터 장착한 다양한 공격 루트

밀워키 벅스로 트레이드 된 후엔 공격 옵션이 더 다양해졌죠. 이랬던 선수가 상복은 지지리도 없어서, 스탯과 수상실적으로 평가하게 되는 후세대들에겐 점점 잊혀져가게 된 것 같습니다.  

 

 

12. 수퍼소닉스 우승 4인방의 아름다운 연계 플레이

로니 셸튼의 허슬, 거스 윌리암스의 루즈볼 처리, 데니스 존슨의 정교한 패스, 그리고 잭 시크마의 마무리

 

 

13. 리바운드만으로도 경기 분위기를 바꿀 수 있었던 센터

평균 19~20점, 11~12리바운드, 3~4어시스트... 그러나 제 눈엔 시크마는 타고난 리바운더였습니다. 잭 시크마보다 더 뛰어난 리바운딩 빅맨은 모제스 말론 뿐이었습니다.

 

그러면, 왜 저런 수비불가의 슛을 가진 선수가 30점 가까이 평균득점을 하지 못했을까... 의문을 갖는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그 이유는 의외로 간단합니다. 시크마가 너무 이타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시크마는 자기가 팀의 주득점원이 되는 걸 꺼려했습니다. 자신이 수퍼스타가 되는 것도 그리 좋아하질 않았습니다. 그는 팀원들에게 기회를 더 많이 주고 궂은 일들을 도맡아하길 즐겨했던 빅맨이었습니다. 그가 조금만 이기적인 선수였다면, 그의 수상실적이나 평판도 많이 바뀌어있을 겁니다. 

 

 

잭 시크마

 

NBA에서 14시즌을 뛰었고, 올스타에 7회 선정됐으며, 1979년 NBA 챔피언 시애틀의 대들보였습니다. 그는 당시 챔피언 결정전에서 워싱턴의 엘빈 헤이즈, 웨스 언셀드, 레전드 빅맨 듀오를 상대로 시리즈 평균 15.8점, 14.8리바운드, 3.2블락샷을 하며 구단의 유일무이한 우승에 큰 공헌을 했습니다. 87-88 시즌엔 92.2%라는 높은 자유투 성공률로 리그 1위를 찍기도 했습니다. 

 

1977년 그가 1라운드 8번픽으로 시애틀에 드래프트 됐을 때, 미디어도, 홈팬들도, 시애틀 구단이 이 무명의 빅맨을 선택한 결정을 비난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헤드코치였던 레전드, 레니 윌킨스 씨는 이렇게 회고합니다. "저는 이 선수가 고등학교 때 뛰던 모습부터 봐 왔습니다. NBA에서 분명히 통할 신체와 스킬셋, 특히 탄탄한 기본기를 갖춘 선수였습니다. 파워포워드인 폴 사일러스와 굉장히 궁합이 잘 맞을 선수였어요. 저는 이 젊은이가 분명히 NBA에서도 일낼 거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레니 윌킨스 씨의 예상은 적중했습니다. 이 금발머리 젊은이는 일을 내도 너무 크게 내버렸습니다. 루키 시즌에 팀을 NBA 파이널로 이끌었고, 프로 2년차엔 우승을 시켜버렸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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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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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KG따라삼만리 | 작성시간 22.12.01 이렇게 좋은 선수를 알아갑니다. 감사합니다.
  • 작성자[Hou]카리나 | 작성시간 22.12.01 저 피벗은 봐도봐도 생소하네요.
  • 작성자Larry Legend | 작성시간 22.12.07 시크마를 예를 놓고 봐도 80년대 중후반의 밀워키의 라인업이 얼마나 막강했는지 느껴집니다, 저 시크마가 가운데를 보고 백코트에는 시드니 몽크리프, 리키 피어스 그리고 프런코트에는 테리 커밍즈와 폴 프레시 이거 정말 강팀입니다. 형님, 워싱턴 불리츠의 백인 센터 "제프 룰랜드"도 정말 좋은 선수였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 답댓글 작성자Doctor J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2.12.08 제프 룰란드는 건강하기만 했다면 20-10은 우습게 하고 패싱력까지 좋았던 센터죠. 하지만, 특별히 시그내쳐 무브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몸 움직임이 둔한 편이었고, 무엇보다도 체중관리 실패에서 파생된 내구력 문제가 발목을 잡았기 때문에 그닥 좋은 선수였다고 평가하지는 못하겠습니다.

    건강하기만 하다면야 올스타에 3회 정도는 뽑혔을 선수죠. 건강하게 뛴 시즌이 딱 두 시즌이었는데, 그 중 한 시즌에 올스타에 선정됐었죠. 모제스 말론이 부상으로 결장하는 바람에 그 자리에 들어간 것이긴 하지만요.
  • 작성자Air Jordan | 작성시간 22.12.08 모르던 선수인데 알게 되는 선수들이 너무 많네요. 많이 배웁니다. 늘 좋은 글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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