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의심투성이였던 하윤기

작성자맹꽁이|작성시간23.07.24|조회수7,588 목록 댓글 4

“Always remember when they doubted you”

 

사람들이 너를 의심하던 그때를 언제나 기억해.

 

지난 23일, 인스타그램을 들어가니 나의 핸드폰은 트레이 영의 웨딩 소식으로 도배됐다.

 

애틀랜타 호크스의 고독한 에이스, 트레이 영의 오른팔에는 언제나 기억해 Always remember라는 타투가 새겨져 있다. 그리고 본인의 시그니처 신발에는 앞서 적은 좌우명이 함께하고 있다.

 

2021년 9월 28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

 

여느 해와 다름없이 리그 개막을 앞두고 신인드래프트가 개최됐다. 일반 선수 김준환 포함 총 37명의 참가자가 낯선 정장을 쫙 빼입고 엄중한 분위기 속에 경직된 태도로 호명을 기다리고 있었다.

 

당시 드래프트는 연세대 빅맨 이원석과 ‘완성형 가드’ 이정현, 고려대 하윤기 중 누가 1순위로 지명될까에 많은 이목이 집중됐다.

 

빅맨 수혈이 시급했던 1순위 삼성이 가장 먼저 이원석을 호명하면서 이원석-하윤기-이정현이 차례로 무대에 올라섰다. 대학생이라는 어리숙함을 벗어던지고 프로라는 유니폼을 입는 순간이었다.

 

누구나 1위를 꿈꾼다. 그렇게 아쉽게 2인자 자리에 머물렀던 하윤기.

 

그는 꾸준히 NBA 문을 두드리고 있는 이현중과 함께 2017년 삼일상고 5관왕의 주역이었다. 203cm의 건장한 체격임에도 91cm의 버티컬 점프(3위), 76cm의 서전트 점프(2위)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10야드 스프린트가 1.3초(3위)로 총알처럼 빨랐다. *당시 컴바인 참가자 기준

 

피지컬과 운동 능력은 탑이었지만 하윤기를 주저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무릎 부상’

 

하윤기는 고등학교 시절 무릎 부상으로 병역 면제 판정을 받았다. 또 이 때문에 고려대 입학 후에도 경기 출전하는 날도, 시간도 들쭉날쭉했다. 항간에는 무릎 연골이 있냐 없냐라는 소문도 떠돌았다.

 

이뿐만 아니라 너무나 심플했던 공격 패턴이 관계자들을 주춤하게 만들었다.

 

페인트존에 한정된 공격 범위, 짧은 슈팅 비거리, 외곽 점퍼가 매우 아쉬운 센터였다. 기대와 우려가 공존할 수밖에 없었다.

 

데뷔 전에서도 대표팀 동포지션 선배인 김종규에게 수차례 가로막히며 높은 프로의 벽을 절감했다.

 

그러나 하윤기는 굴하지 않았다. 데뷔 첫해에 평균 7.5점 4.7리바운드로 가능성을 내비쳤고, 성인 국가대표팀에도 발탁되는 영광을 누렸다.

 

끝까지 함께했으면 좋았으련만.

 

“리바운드나 박스아웃을 강조하셨는데 훈련 때 잘 못 보여드린 것 같다. 그래도 동기부여가 생겼다” 대표팀 강화훈련 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하윤기가 최종 엔트리에서 제외된 뒤, 말했다.

 

이어 “연습을 해야 경기에서 던질 수 있다. 고등학생 때 마음으로 연습하려 한다. 노력해 성공률을 높이도록 하겠다”고 했다.

 

하윤기는 거짓말쟁이가 아니었다.

 

성공적인 데뷔 시즌을 거친 하윤기는 1년 만에 급성장했다. 리그 평균 15.3점 6.4리바운드 1.6어시스트를 기록하자 수비5걸과 기량발전상도 뒤쫓아왔다. 특히 비시즌 피나게 갈고닦았던 미드-레인지 점퍼가 빛을 발했다.

 

과연 저 선수가 프로에 와서 잘할 수 있을까? 그저 그런 트위너로 전락하는 게 아닐까?란 부정적인 시선은 불식된 지 오래였다.

 

그리고 다시, 우여곡절 끝에 국가대표 자격으로 하윤기가 잠실학생체육관을 찾았다.

 

1차전 MVP는 팀 내 최다 득점자 허훈으로, 그가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관중들을 자동 기립하게 한 사나이는 다름 아닌 하윤기였다.

 

몸을 사리지 않고 전투적으로 일본 골밑을 종횡무진 휘저은데 이어, 트랜지션 게임과 미드-레인지 점퍼와 덩크슛으로 본인의 매력을 마구잡이로 과시했다. 특히 와타나베 휴를 앞에 두고 성공한 인유어페이스는 그의 커리어에서 두고두고 회자될 하이라이트 필름이지 않을까 싶다.

 

골밑 파수꾼답게 세로 수비와 블록슛, 림 프로텍트 능력은 두말할 것 없이 완벽했다.

 

아쉽게 80-85로 2차전을 내줬지만 하윤기의 존재감은 여전했다. 데뷔 2년 차 선수가 맞나 의심이 들 정도.

 

그리고 추일승 감독은 행복한 고민에 빠지며 말했다.

 

“깜짝 놀랐다. 한국의 골밑을 지키는 유일한 선수가 되지 않을까 싶다. 배우려는 의지도 강하다. 일취월장해 합류했다”

 

하지만 정작 주인공은 웃지 않았다.

 

이날 패배를 “내 턴오버 탓”이라며 자책했다. 팀 패배를 자신의 책임으로 돌리며 쓸쓸히 체육관을 떠났다. 정신적으로도 성숙해지고 있었다.

 

사람들이 너를 의심하던 그때를 언제나 기억해. 하윤기는 사람들의 의심이라는 단어를 본인의 농구 인생에서 지우개로 한참 지우고 난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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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R.WALLAS | 작성시간 23.07.24 골밑의 비스트 응원한다
  • 작성자수면기사 | 작성시간 23.07.24 응원한다 윤기야~
  • 작성자#8spree | 작성시간 23.07.24 굳이 한가지 아쉬운점을 찾자면 생각보다 수비리바가 잘 안됨;;;
  • 작성자다불거 | 작성시간 23.07.25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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