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스공사- 성균관대 연습경기 후기] 성균관대 작은 거인, 민기남

작성자맹꽁이|작성시간23.07.27|조회수6,530 목록 댓글 9

“좀 주춤 거리지마”

 

김상준 감독이 선수단에게 아마 가장 많이 외친 말이 아닐까.

 

26일,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 체육관. 성균관대와 대구 한국가스공사, 한국가스공사와 성균관대가 연습 경기를 가졌다.

 

체육관 크기는 기존 홈구장 선승관에 비해 터무니없이 작았지만, 그 내부는 관계자, 선수들, 소중한 시간을 내 발걸음을 옮긴 관중들로 인산인해였다. 친구들과 함께 한 여성 팬이 90%였기에, MBTI I에 진정으로 농구만 보러 간 필자로썬 작아지기 딱 좋은 환경이었다.

 

홈인데, 홈이 아닌듯한 분위기. 성균관대 학생들이 그들에게 힘을 실어줬지만, 마주한 상대가 프로인지라 그들은 이미 빌런이 된 이후였다.

 

경기 시작 45분 정도 남았나.

 

모든 선수들이 간이 의자나 매트에 앉아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한 선수만이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키가 2m 살짝 안되는 필자보다 살짝 큰 키, 홀로 슈팅 삼매경이었다. 슈팅 폼도 정석적이지 않고 특이하다 생각이 들 수 있는데, 나름 정확했다. 워밍업도 다른 선수들에 비해 전력, 또 전력이었다. 너무 열심히 하는 모습에 저러다 순간적인 방향 전환으로 아킬레스건이라도 다치는 거 아니야?란 걱정이 앞설 정도였다.

 

그리고 그 선수는 김상준 감독이 선택한 스타팅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4학년 민기남.

 

대학농구연맹에 표기된 그의 신장은 174cm, 농구 선수치고는 작은 키다. 하지만 174건, 200이건 신장을 나타내는 숫자는 민기남에게 아무런 장애물이 되지 못했다. 그저 숫자는 숫자일 뿐.

 

오히려 이날 가장 코트에서 돋보였던 선수가 누구였냐 물으면 필자는 1초 고민할 새도 없이 민기남을 말했을 것이다. 이제 다가오는 9월, 프로라는 타이틀에 지원서를 내서일까, 그가 이날 보여준 플레이에는 단 1초도 진심이 아니었던 적이 없었다.

 

초장부터 속공과 3점 플레이로 한국가스공사 벤치를 조용하게 만들더니, 파이팅 넘치는 수비로 공격자 파울을 유도해냈다. 코트에 쓰러져도 오뚝이처럼 바로 일어섰다.

 

이날 민기남은 벨란겔 그림자였다. 껌딱지, 거머리가 오히려 한 수 접고, 고개를 숙이고 갈 정도? 탄탄한 상체 프레임를 앞세웠기에 몸싸움에서도 한 치의 물러섬이 없었다.

 

당연히 벨란겔은 민기남의 기습적인 압박에 당황하며 수차례 턴오버를 범했다.

 

농구에서 최고의 득점 루트 중 하나인 굿 디펜스에 이은 속공이 민기남의 수비로 시발점이 되어 무한 반복됐다.

 

야전사령관답게 공격 조립도 군더더기 없었다. 상대가 지역방어로 대형을 변경하면 수비를 본인에게 몰고 슈터를 찾아 오픈 찬스를 선물했다. 수비만 잘했다면 반쪽 활약이었겠지만 민기남은 그렇지 않았다.

 

그가 던진 점퍼와 3점슛은 림에 스치지도 않고 그대로 그물망만 철썩였다. 클린샷!

 

김 감독의 전매특허 ‘풀코트 프레스’

 

중앙대 전설의 52연승, 서울 삼성 시절에 보였던 변화무쌍한 수비 전술이 이날도 빛 보였다.

 

49-42로 앞선 채, 후반전을 맞이했던 성균관대. 하지만 전반과는 달리 벨란겔, 신승민이 각성하면서 스코어는 결국 65-75로 뒤집혔다.

 

4쿼터 종료 직전까지만 하더라도 결국 대학 팀은 프로에게 안되는구나, 그래도 프로가 프로네, 오늘도 탑독이 언더독을 잡는 뻔한 스토리가 그려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하지만 너무 긴장이 풀렸던 탓일까. 가스공사 젊은 선수들은 노마크슛도 번번이 놓치면서 턴오버를 범했고 결국 이는 모두 성균관대의 3점슛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마지막 공격에 실패한 가스공사는 끝내 미드-레인지 점퍼 버저비터를 맞고 말았다.

 

그대로 프로는 고개를 떨겼고, 3m도 안되는 거리에 대학 팀은 자리에서 방방 뛰었다. 한 공간에 희비가 교차했다.

 

스코어와 파울을 기록하던 사람, 관중, 벤치까지 모두 환호를 내질렀다. 내용을 기록하며 경기만 바라보던 필자도 그 순간만큼은 박수 치기 바빴다.

 

“꼴찌 팀도 우승을 목표로 한다. 완성도가 떨어져서 걱정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것이다” 김상준 감독이 말했다.

 

완성도 부족한 압박 수비, 디나이 수비였지만 그게 시작이었다. 그리고 중간 디딤돌에는 민기남이 존재했다. 김 감독의 말처럼 성균관대는 물고 놓치 않았다.

 

이날 성균관대는 터프한 수비로 입부터 어깨, 발목 부상으로 코트를 이탈한 자 천지였다. 처절했다. 그럼에도 모두가 서로를 위해 최선을 다하니, 생각지도 못했던 기적이라는 드라마가 찾아왔다.

 

이 모습만 그대로라면, 민기남을 프로에서 볼 날은 머지 않을 것 같다.

 

<쿼터별 스코어> 

1Q 성균관대 22-17 한국가스공사

2Q 성균관대 27-25 한국가스공사

3Q 성균관대 16-33 한국가스공사 

4Q 성균관대 28-17 한국가스공사

최종 성균관대 93-92 한국가스공사

 

한국가스공사- 조상열, 차바위, 양준우 결장 

 

+궁금한 점 댓글 달아주시면 최대한 답변 달아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이사장 | 작성시간 23.07.27 와 대학팀이 프로를 잡다니!!!
  • 작성자vocal0171 | 작성시간 23.07.27 농구선수인데 승모근이 엄청나네요 키를 커버하기 위해 웨이트를 정말 열심히 한 것 같습니다.유산소가 기반인 농구선수가 저정도 승모근이 생길정도면;;
  • 답댓글 작성자맹꽁이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3.07.27 엄청나더라고요!
  • 작성자곤이 | 작성시간 23.07.29 2미터 살짝 안되는 키는 유머셨던거죠? ㅋㅋ
  • 답댓글 작성자맹꽁이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3.07.29 당연하죠, 현실은 난장이랍니다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