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문유현, 안암골 호랑이굴의 돌격대장 (+고려대 버저비터 영상)

작성자맹꽁이|작성시간23.08.19|조회수5,643 목록 댓글 3

원주 DB가 비시즌 연습 경기를 시작한 이래로 처음으로 승리 사냥에 실패했다.

 

평균 20점에서 30점으로 대승을 거두며 로테이션 가동하기 바빴던 김주성 감독도 이날만큼은 이전 경기와는 그래도, 그래도 사뭇 남다른 느낌이었다.

 

고려대가 전력을 시험해 보기에 최적의 상대라고 판단했던 것이었을까.

 

지난 17일엔 전주 KCC, 18일엔 DB와 일전을 벌인 고려대는 다가오는 9월 8일 영원한 라이벌 연세대와 정기전을 앞두고 있다. 주장 박무빈 역시 정기전을 “1년 중 가장 중요한 경기”라고 표현하며 굳은 필승 의지를 표출했다.

 

수장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주희정 감독은 “상명대전 아쉬운 패배의 감정을 안고 올해 정기전에서 승리의 기쁨을 누리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비장함을 드러냈다.

 

그래서일까. 18일, DB를 상대로 주 감독은 다양한 패턴과 멤버 기용을 선보이며 프로팀에 맞서 싸웠다. 그리고 결과는 성공적!

 

신주영의 얼리 엔트리 선언, 온전치 않은 박무빈의 컨디션, 문정현의 국가대표 차출, 여러모로 쉽지 않은 환경이 조성됐다. 하지만 고려대는 역시 대학 최강이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플레이로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김도은-박무빈-김태훈-이동근-양준으로 이어진 스타팅 라인업은 오히려 선배들을 당황케 만들며 경기를 본인들의 페이스로 만들었다.

 

특히나 전반전은 이동근의 쇼케이스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그의 활약이 눈부신 20분이었다. 국가대표 빅맨 강상재를 상대로 페이스업, 3점슛, 사이드 픽앤팝, 골밑 득점 등 다채롭게 점수를 뽑아내며 최근 상승세를 이어갔다.

 

양준은 제공권 장악에서 강점을 드러냈다. 꽤나 준수했지만 주 감독 성엔 차지 않았나 보다. 주 감독은 계속 양준의 수비 위치를 지적하기 바빴다. 물론 채찍을 준 만큼 나이스 플레이엔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정기전을 고려했던 것일까, 먼 거리에서 필자가 들은 바로 주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서민수를 두고) 쟤를 이규태라고 생각해”

 

특이했다. 이규태라고 생각하며 막는 이미지 트레이닝이었으나 수비자가 정상적인 장신 매치업이 아닌 단신 가드에게 이를 지시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승부의 현장에서 주 감독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게 미스매치가 발생했지만, 고려대는 힘겨운 대인 수비와 철저한 도움 수비로 DB의 공격을 봉쇄했다. 기동성과 찰떡 호흡을 자랑한 양준과 이동근은 그렇게 강상재를 골밑에서 수차례 찍어눌렀다.

 

44-43으로 전반을 앞섰던 고려대. 이동근이 전반을 장악하자 이번엔 또 다른 프레쉬맨 문유현이 날아오를 채비를 마쳤다.

 

“17일, KCC전에서 문유현이 이호현을 상대로 그렇게 잘했대요”

 

같이 경기를 보던 기자의 입김은 문유현을 보고 있던 필자의 기대치를 확 끌어올렸다. 하지만 문유현은 전반에 주춤했고 아무런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마치, KT를 이기고 와 기세등등했던 연세대가 DB의 짠물 수비에 가로막혀서 당황했던 것처럼.

 

그 대상이 연세대에서 고려대로 바뀌었을 뿐, 또 재방송이 방영되나 했다. 그러나 문유현은 하프타임을 기점으로 다른 선수가 되어있었다. 서서히 폼을 끌어올리더니 DB 앞선 상대로 당찬 플레이로 체육관 모든 이에게 본인 이름 석 자를 PR하기 시작했다.

 

뛰어난 수비 센스, 투맨 게임으로 동료를 봐주는 능력, 무엇보다 공격형 포인트 가드라는 점이 그를 더욱 빛나게 만들었다. 돌파 대장으로 거침없이 적진으로 뛰어들어 DB의 허점을 번번이 찔러댔다.

 

드리블 동선이 조금이라도 보이면 순간적인 가속도를 붙이며 연속 림어택을 성공해냈다.

 

고려대가 3쿼터 후반, 알바노와 김영현에게 릴레이포를 맞으며 두자릿 수 열세를 허용했지만 끝까지 물고 늘어질 수 있었던 원동력 역시 문유현의 원맨쇼가 있었기 때문.

 

4쿼터 한때, 16점 차까지 앞섰던 DB. 그러나 시즌 중에도 나오는 DB의 고질적인 문제점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벤치 선수들이 코트에 나갔을 때 아쉬움.

 

DB 로테이션 멤버들은 이미 안암골 호랑이굴에 잡혀간 뒤였다. 하프라인을 넘어오기 직전에 계속 스틸 당하며 연속 득점을 내주더니 결국엔 0.3초 전 동점을 허용했다.

 

그렇게 1학년 콤비의 대폭발로 고려대는 이변 아닌 이변을 일으켰다. 김주성 감독은 선수들을 모아 한 소리 하기 바빴고, 반대쪽은 함성을 내지르기 바빴다.

 

최고의 활약에도 문유현은 웃지 않고 이렇게 말했다.

 

“영리하지 못했는걸요”

 

실력과 겸손을 모두 갖췄다. 그래서 더 기대가 되는 선수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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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정우성 | 작성시간 23.08.19 문유현은 한 30득점 했으려나요

    이동근 잘하더군요

    보니까 잘하던 선수들이 다 1학년들이더라구요

    고려대 미래가 밝아요
  • 답댓글 작성자맹꽁이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3.08.19 특히나 돌파 후 몸 꺾어서 올려놓은 리버스 레이업이 일품이었습니다!
  • 작성자붉은 노을 | 작성시간 23.08.19 문정현 동생이죠. 19세 월드컵에서 (제 기준) 이유진, 윤기찬과 함께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한 선수입니다. 작년에 주춤했는데 올해 경기를 뛰면서 다시 올라왔네요. 슛과 수비가 좋고 이대이도 할 줄 아는 선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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