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이대성을 꿈꾸는 10명의 사나이

작성자맹꽁이|작성시간23.09.05|조회수6,713 목록 댓글 1

“내가 비록 선수는 아니지만, 정기전에서 뛴다 생각하면 그 자체로 자부심이 느껴질 것 같아”

 

지난 8월, 저녁 식사가 한창인 가운데, 선배 기자가 나지막이 말했다. 왜 다들 그런 상상해 본 적 있지 않은가. 체육 대회에서 결승 득점을 넣어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는 그런 장면. 혹은 만원 관중으로 가득 찬 체육관에서 내가 주인공이 되는 그 순간.

 

상상만으로도 입꼬리가 귀에 걸린다. 마치 인기 영화나 소설의 주인공이 나, 온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듯한 기분이다.

 

여기 그런 순간들을 꿈꾸며 오랜 인고의 시간을 견뎌온 10명의 선수가 있다.

 

지난 4일, 오전 10시 30분. 고양 소노의 연습경기 일정이 없음에도 고양종합체육관 보조경기장에 불이 들어왔다. 또 수많은 관계자들이 이른 시간부터 분주하게 움직였다. 프로 선수들, 대학 선수들을 위해서가 아니다.

 

엄밀히 말하면 ‘무적자’ 테스트, 일반인 자격으로 꿈의 무대에 노크한 선수들을 위한 150분 때문이다. 전문대부터 시작해 육사, 더 나아가선 일리노이에 세리토스대까지. 모든 사람이 지나쳐온 환경이 다르듯, 10명의 참가 선수들의 사연과 출신 학교 모두 천차만별이었다.

 

관중석엔 이례적으로 많은 프로 관계자들, 심지어 KBS에 SBS 공중파 카메라까지 등장했다. 이유는 명확했다. 한국인 최초 IMG 아카데미 선수 조준희의 플레이를 보기 위해서.

 

필자도 한나절이 넘는 시간을 조준희, JUNHEE CHO를 구글링하며 세부적인 스탯과 경기 영상을 찾아보려 애썼지만 말짱 도루묵이었다. 간간이 진행한 픽업 게임, 쇼츠 길이의 하이라이트 영상만 존재할 뿐, 정식 경기 영상은 마주하지 못했다. 물론 필자의 능력 부족일 수도 있다.

 

그 정도로 베일에 싸여있던 사나이다. 그 일반인으로 인해 각 구단의 전력 분석원, 코치, 심지어 서울 삼성에선 은희석 감독이 직접 행차했을 정도였다.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싶었다. 우린 가드, 포워드, 전부 보강이 필요하다”

 

은 감독의 진심이 느껴지는 발언이었다.

 

DB, KT, 한국가스공사와 더불어 16%로 가장 높은 1순위 확률을 보유한 팀이고 잘 뽑은 신인 하나, 성장만 잘 시킨다면 KBL 판도를 미세하게라도 흔들 수 있으니까 말이다. 더욱이 에어컨 리그에서 뚜렷한 전력 보강이 없었던 삼성이기에 신인 선발에 심혈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 조준희, 초장부터 군계일학의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탄력과 운동 능력은 듣던 소문 그대로 탁월했고, 유일하게 기본기 테스트 속공 상황에서 헤지테이션 무브에 덩크슛을 섞어서 보였던 사나이다.

 

조준희를 제외한 9명의 선수들도 관계자로부터 눈도장을 찍기 위해 동분서주였다. 어쩌면 그들이 관계자들에게 본인의 이름을 각인시킬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자, 다른 느낌의 트라이아웃 현장이기 때문이다. 때론 그들이 팀플레이보다 욕심을 한번 부려보는 심정도 이해가 됐다.

 

그럼에도 일반인 자격으로 드래프트 당일, 단상에 오르기는 어떻게 보면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급으로 어렵다. 대학 리그에서 날고 기는 선수들도 낙방하는 그런 무대니까 말이다.

 

그래도 그들 사전에 포기란 없었다. 전투적인 플레이에 부상 위험까지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장면도 많이 나왔지만 대차게 박차고 일어나 다시 질주했다.

 

정주영, 김근현, 안세준, 이상범, 박세영, 서문세찬, 조준희, 최진석, 곽시환, 최민철. 이날 코트 위에서 교체 선수 없이 거친 숨을 내뱉으며 40분을 소화한 10명의 일반인. 40분 동안은 선의의 경쟁자였지만, 경기 종료 버저가 울리자마자 그들은 서로를 격려하며 등을 토닥였다.

 

그리고 본인이 입은 빨간색과 파란색 유니폼을 곱게 벗어 코트 위에 내려놨다. 그 유니폼이 다가오는 21일엔 프로 유니폼이길 변해있길 바라지 않았을까.

 

경기가 끝나고 일부 참가자는 행복한 미소로 기념사진을 남겼다. 또 어떤 이는 아쉬움이 머릿속에 맴도는지 코트를 떠나지 못하고 자유투 라인과 3점슛 라인을 서성이며 슈팅을 이어갔다. 상명대 소속으로 쓰디쓴 고배를 마셨던 정주영은 결국 후회란 단어를 가장 먼저 내뱉었다.

 

최선을 한자로 직역하면 가장 최, 착할 선. 뜻은 가장 좋아하는이다. 현대 사회에서 온 힘을 다 쏟아붓는과 같은 부류의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날 코트 위 10명은 그 누구보다 본인의 인생에서 가장 좋아하는 농구에 최선이지 않았을까.

 

프로 못지않게 최선을 다했던 그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라는 클리셰적인 이야기가 동화처럼 이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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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남이 | 작성시간 23.09.05 조준희 긁어볼만하려나...
    이번에 육사 출신 현역 장교님도 왔던데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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