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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진단] 저출산의 사회학 - 이정옥 비비안나. 대구가톨릭대 교수

작성자포청|작성시간14.12.06|조회수3,913 목록 댓글 2

[시사진단] 저출산의 사회학

<이정옥 비비안나,대구가톨릭대 교수,사회학>



여성 인권을 이야기하면서 여성의 무보수 가사 노동을 유급 노동으로

환산하는 연구가 유행했다. 아직도 주부 경력을 ‘경력’으로 인정해 주지

않는 사회, 보험이나 사고에도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을

고려하면 여성의 가사 노동을 돈으로 환산하는 것은 여전히 사회

운동적인 의미를 담는 연구이다.

 

상속, 재산 분할, 연금 상속, 지위 상속 등 아직도 가족 안에서 보이지

않는 가사 노동을 하는 여성들에게 사회적 조명을 비추는 것은 지속적인

과제이다.

그런데 수단으로서의 전략적 선택이 가치와 의미도 삼켜 버릴 수 있다는

것을 실감하는 요즘이다. 이제는 ‘사는 것이 훨씬 싸요’ 라는 말로 요리는

물론 청소, 세탁 등 가사 노동의 여러 영역이 시장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양육은 물론 출산도 시장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성 노동의 시장화는 애초의 목적이 아니었다. 여성 노동의 가치를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것 그리고 양성 평등한 성별 분업을 이루는 것이

원래 가는 길이었다.

그런데 길을 가는 도중 ‘시장’이라는 수상한 해결사가 등장한 것이다.

인간 자본이라는 용어가 어색하지 않게 됐다.

교육을 투자 비용으로 보고 어느 분야에 투자하는 것이 비용 대비

효율적인가를 계산하는 것이 프로젝트의 인기 테마이다.

슬며시 네트워크 즉 개인의 연줄망도 ‘자본 또는 자산으로 보는 분석이

유행하기 시작하였다.

 

이른바 자원 동원 능력으로 네트워크가 중요시되더니 ‘사회 자본’

이라는 용어가 유행하였다.

더 나아가 문화 자본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게 되자 인문학과 스토리가

‘자본’으로 계산되는 것이 이상하지 않게 되면서 인문학이 비즈니스

대학에 편입되는 것에 대한 저항도 없어졌다.

결혼 시장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다.

필자가 대학원 시절 참여했던 연구에서는 많은 여성이 의사 부인이라는

지위를 여성 자신이 의사인 것보다 높게 평가하였다.

개인의 직업 지위보다 결혼을 통한 남편의 지위를 공유하는 것을 당연시

했던 시대상을 반영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이제는 당연히 개인의 직업 지위가 우선시된다.

 

결혼이냐 직업이냐를 물으면 남학생보다 여학생들이 더 직업 지위를

추구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한때는 결혼보다도 취업에 몰려들었던 경향이 최근 주춤하고 있다.

높은 취업 장벽 때문에 직업 대신 결혼을 선택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상품의 선택 사양에나 쓸 법한 스펙이라는 용어를 스스럼없이 쓰는 사회

분위기에 동화되어 젊은 세대들은 학력, 부모의 지위, 수입 등 온갖 변수를

종합한 자신의 점수를 받아들고 결혼 정보 업체가 제시하는 ‘상품으로서의

상대’를 만나는 것을 손해 보지 않는 거래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저출산은 너무 자연스러운 것이 아닐까?

목숨을 바꾸어도 아깝지 않다는 모성애의 신화를 벗기는 것이 가부장제로

부터 여성을 끌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런데 출산, 양육, 보육을 다 노동으로 환산하면 어떤 국가 정책으로도

그 희생을 메꿀 수 없다.

출퇴근 시간도 정해져 있지 않고 은퇴도 없는 ‘부모 됨’이라는 소명을

돈으로 보상하려는 정책은 그 자체로 한계이다.

계산을 멈추는 것 그리고 다른 가치를 내면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시장의 논리 차원을 넘어서는 생명의 가치, 생의 의미, 신의 선물 등의

다른 가치를 만들어 내야 한다.

저출산의 경제학의 틀을 벗어 출산에 대한 공동체적인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거시적인 저출산의 사회학으로 보아야 한다.

 

나는 베이비 붐 세대에 속한다.

6·25 전쟁이라는 척박한 현실 속에서도 아이를 낳으려는 의지를 보인

우리 부모 세대의 생명에 대한 외경을 다시 회복하는 것이 저출산 문제의

답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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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청담골 작성시간 14.12.07 제 세레명과 똑같아서 눈길이... ㅎ 어제 티브이 에서 뱃속에 아기가 태어나기도 전에 돈부터 계산하다니 그런말을 들으며 옛어머님 말씀 다 자기먹을 복을 타고 난다는 옛말이
    세삼 ...... 누구나 공감하는 시대의 흐름에 머물다 갑니다.
  • 답댓글 작성자포청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4.12.07 저는 가끔 우리 미디어들이 보는하는 내용 중에 우리나라 출산률이 세계에서 제일 꼴치라는 정보를 볼 때
    참으로 걱정이 많이 됩니다. 이러다가 우리나라가 50년, 100년 후에는 인구가 얼마나 될지, 인구는 나라의 힘인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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