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을 간단하게 정리하면 고양이랑 잠자리를 같이하면 Cat Scratch Disease나 Chagas Disese같은 무시무시한 전염병에 걸릴 수 있으니 주의하라는 이야기다. 더군다나 미국 수의대 공중보건의 교수가 연구해서 발표한 것이니 더욱 사람들을 불한하게 만들만했다.
하지만 이 기사는 우리나라에 전달되면서 치명적인 잘못을 저질렀다. 그 몇가지를 지적하고자 한다.
우선, 첫번째 잘못은 위에서 언급된 질병에 어떻게 고양이를 통해 사람에게 가느냐에 대한 부분이다. Cat scratch disease를 야기시키는 Bartonella henselae는 벼룩을 통해 고양이에게 감염된다. 즉 벼룩에 노출될 환경에 있는 고양이에게 생길 수 있는 문제란 것이다. 미국의 경우는 고양이가 흔히 실내와 실외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생활을 하기때문에 외부기생충 감염이 제법 문제가 된다. 하지만 주로 실내에서만 생활하는 국내고양이의 경우는 다르다. 즉 국내고양이는 벼룩에 노출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므로고양이로 인해 Cat scratch disease에 걸릴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의미이다. 샤가스병 또한 마찬가지이다. 샤가스병은 Trypanosoma cruzi라는 원충에 의해 감염되는 질환으로 열대 흡혈곤충이 그 매개가 된다. 즉 열대흡혈곤충에 고양이가 노출될 환경에 놓이지 않으면 사람도 감염될 위험이 없다는 이야기다.
둘째 더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샤가스병은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열대질병으로 미국 남부, 멕스코, 아르헨티나, 칠레 등 중남미 등에서 발생하는 질병이다. 내가 확인한 바로는 국내에서는 발생보고조차 없는 질병이다. 그런데 그런 질병을 고양이가 옮길 수 있으니 조심하란다. 고양이가 억울해 땅을 치고 통곡할 일이다.
셋째, Cat Scratch disease의 경우 즉, Bartonellosis는 고양이에서는 거의 무증상이고 사람의 경우도 건강한 사람에게는 거의 문제가 없는 질병이다. 에이즈 환자 또는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암환자 등 극히 면역력이 떨어져 있는 사람, 어린 아이 등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질병이다. 그리고 혹시 감염된다 하더라도 아스피린과 같은 NSAID계통의 진통소염제나 좀 심할 경우 항생제를 먹으면 낫는 비교적 치명적이지 않은 질병이다. 그런데 기사는 마치 이 질병에 걸리면 큰일나는 것처럼 호들갑이다. 차라리 이런 면역력이 약한 사람에게 감기를 주의하는 편이 더 현명할 듯하다. 그리고 암환자나 에이즈 환자 등이 어디 조심해야할 것이 Cat scratch disease뿐이냐? 어떤 감염성 질환도 늘 위험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마지막 문제는 혹시라도 걱정하는 사람들을 위해 단순하게 주의하라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면 예방할 수 있는 지를 전혀 제시하지 않은 점이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위의 질병들은 모두 외부기생충이 매개가 되는 질병이다. 그렇다면 그 외부기생충을 정기적으로 예방하면 문제는 쉽게 해결된다. 사랑하는 동물을 키우면서 괜한 걱정할 필요 없이 말이다. 그런 외부기생충예방약은 인근 동물병원에 가면 언제든지 쉽게 구입할 수 있다. 외부기생충 예방약을 동물에게 발라주면 벼룩과 같은 외부기생충 물론이고 개고양이에게 치명적인 심장사상충까지도 확실하게 예방할 수 있다.
사실 기자가 조금만 성의를 가지고 전문가에게 조언을 얻어서 위 기사를 작성했다면 이렇게 터무니없는 기사는 안나왔으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이미 이 기사는 포탈사이트는 물론이고 블로그 그리고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타고 퍼져나가 많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에게 쓸 데 없는 불안함을 조성하고 있다. 그리고 평상시 동물을 터부시하던 부류의 사람들에게 동물애호가를 공격할 좋은 호재가 되고 있다. 결국 이로 또 어딘가에서는 불쌍한 동물들이 예비 전염병 보균자 취급을 받거나 아예 거리로 쫓겨나는 일이 발생할까 걱정이 된다. 이글을 쓰고 있는 도중에도 본인의 병원에 이와 관련한 전화가 오고 있다. 이 글이 조금이나마 그런 오해를 막는데 도움이 되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