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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없는펜션이야기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

작성자철없는펜션(제주)|작성시간20.05.10|조회수104 목록 댓글 6

내리는 비를 핑계 삼아 오늘은 휴무로 정했는데 비가 멈추어버렸다.

무작정 차를 몰아 김녕해수욕장에 왔다.

해변에서 웨딩 촬영을 하는 예비부부를 보면서 감성에 빠져 본다.

갑자기 #임영웅의바램이 듣고 싶어진다.

우린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겁니다

참 좋은 노랫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 손에 잡은 것이 많아서
손이 아픕니다.

등에 짊어진 삶의 무게가
온몸을 아프게 하고

매일 해결해야 하는 일 때문에
내 시간도 없이 살다가

평생 바쁘게 걸어왔으니
다리도 아픕니다

내가 힘들고 외로워질 때
내 얘길 조금만 들어 준다면

어느 날 갑자기 세월의 한복판에
덩그러니 혼자 있진 않겠죠

큰 것도 아니고 아주 작은 한 마디
지친 나를 안아 주면서

사 랑 한 다
정말 사랑한다는
그 말을 해 준다면

나는 사막을 걷는다 해도
꽃길이라 생각할 겁니다

우린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겁니다

우린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겁니다

저 높은 곳에 함께 가야 할 사람
그대뿐입니다

https://youtu.be/QiQkOU7kP6I


사람은 누구나 나이를 먹는다.
나도 웨딩촬영을 하고 있는 저 신랑처럼 젊었을 때도 있었다.

저 신랑도 언젠가 나처럼 늙어갈 것이다.

젊은이여! 늙은이를 업신여기지 말아라. 너의 미래 모습이란다.
늙은이여! 젊은이를 탓하지 말아라. 너의 과거 모습이란다.

때로 부모님과 전화를 할 때 참으로 답답할 때가 있다.

아마도 아들이 나와 통화할 때 똑같이 답답한 때가 있을 것이다.

#나이가들어감에 따라 할 수 없는 일이 점차 많아지는 것에 대하여 처음에는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반항도 해 보았다.

한해 한 해가 갈수록 포기하며 살아야 하는 것들이 많아진다.

더구나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훈장처럼 달게 되는 고혈압이나 당뇨 등의 성인병까지 염려하게 되면서 먹고 싶은 것까지 맘대로 먹을 수 없게 되는 현실이 나를 우울하게 만들기도 한다.

거기다가 무릎관절도 튼튼하지 못한 상황에서 족저근막염까지 친구하고 지내고 있다.

2년에 한 번씩 건강검진을 받아야 한다.
매번 건강검진을 받을 때 망설여진다.

그냥 모르고 살다가 떠나면 되지 않을까? 이런 사치스러운 생각도 해 본다.

만약에 만약에 말이야
#내가암이라도걸리게 된다면 난 그냥 받아들이고 병원을 찾지 않겠다고 장담하지만 그 통증을 견디기 힘들어할 것 같다.

#늙어간다는 것~

예전에는 환갑까지 살면 축복이라고 동네잔치를 했었다.

지금은 평균수명이 늘어감에 따라 나이 90이 되어도 떠날 생각을 안 한다.

의료기술이 발달하여 100세까지도 산다고 한다.

아~~ 100세까지 살 수 있다는 것이 과연 축복일까?

건강하게야 산다면 당연 좋은 일이겠지만 난 그때까지 건강할 자신이 없다.

나에게 장수는 축복이 아니라 재앙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만약 내가 앞으로 30년을 더 살아 90이 넘었을 때도 지금과 같은 생각을 하게 될까?

그때가 되면 하루라도 더 살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별 준비 없이 은퇴한 나는 하루하루가 버거웠다.

닭도 키워보았고 텃밭도 가꾸며
주민자치센터나 문화센터에 영어회화 프로그램에도 등록해 보았고 장구를 배우기 위해 농악 전수관도 다녀보았고 하모니카를 배우기도 했다.

그러나 어느 것도 나를 충족시켜주지는 못했다.

#제주도이민을 왔다.
일 년간 집을 지었다.
많이 늙었고 영육 간에 피폐해졌다.

다행히 올봄이 되어 다시 살아난 것 같다.

작년에 심은 나무에서 움이 트고 꽃이 피고 내가 만들어가고 있는 것들을 좋아해 주는 사람들의 응원 덕분에 다시 젊어지는 느낌이다.

닭도 다시 키워보고 싶어졌고 그동안 미루어두었던 CCTV도 셀프로 설치하고 있다.

넓어진 이마에 머리카락을 심고 싶어졌다는 것은 대단한 변화이다.

이러다가 바람나는 거 아냐?
이런 생각을 하다가 정말 바람을 피우기로 했다.

오늘 밤은 막걸리 한 잔으로 바람을 피우기로 했다.

나랑 함께 술을 마셔줄 사람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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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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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철없는펜션(제주)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0.05.11 ㅎㅎ
    영탁의
    막걸리 한잔!
    생각납니다.
    지금은 회복되어 열심히 살고 있지만 가끔 미래가 염려되기는 합니다.
    감사드립니다
  • 작성자하늘마음(광주.함평) | 작성시간 20.05.10 자연스런 현상이 아닐까 싶습니다~
    은퇴하고 5년차 귀촌하여 닭 키우고. 약초키우면서 악기도 배우고 즐겁게 살려고 노력중 입니다~^^
  • 답댓글 작성자철없는펜션(제주)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0.05.11 부럽습니다
    저는 처음에 그렇게 살지를 못했습니다.
    너무 허전하고 과거가 후회스럽고 미래가 불안하고~
    받아들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좋은 하루되세요
  • 작성자북한강(청평) | 작성시간 20.05.10 글을 읽으며 제 자신을 생각해볼수 있는 좋은 말씀이시네요
    잘 보고 갑니다
    모발모발^^
  • 답댓글 작성자철없는펜션(제주)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0.05.11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응원 해주심에 감사합니다
    오늘도 복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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