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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원길 여행

용담호의 애환과 더불어...진안고원길 10구간

작성자남저|작성시간17.03.06|조회수152 목록 댓글 0

2000년 6월 경...

여행동호회에서 장기 프로젝트로 시작했던 테마여행 '백두대간을 따라서' 장수-진안 구간길...

천반산에서 정여립을 이야기하고 죽도폭포에서 시원하게 털어버리려 했으나 그보다 더 가슴아픈 풍경들을 보아야만 했으니...

다 내려앉은 집과 담장들...딍구는 세간살이들...

한때 비옥했을 논밭도 쑥대 가득한 묵정밭으로 변해버리고 자동차길조차도 앞으로는 저 산 중턱에 새로 닦고 있는 신작로로 다니라고 하듯 잡초가 우거지고 금이가버려 더이상 길같지도 않은 상태가 되어버렸지만 털털거리는 시골버스가 한두 명의 무표정한 촌로들을 태우고 먼지를 날리며 달려가던 그 삭막한 정경을...

 

그리고 몇 년 후 여행지에서 집으로 가다 들어선 용담호는 이미 물이 들어차기 시작하여 옛 흔적들을 푸르른 뱃속에 집어넣고 무심하게 푸르름만 더하고 있었습니다...내가 저 물길 아래 길을 가본 적은 있었구나...하는 생각조차도 현실이 아닌 듯한 느낌을 받으며 잠시 차를 멈추고 한참을 호수표면에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았지요...

 

이제 그 수몰의 아픔을 지닌 용담호와 댐을 지나가는 진안고원길을 걸으러 가게 되었습니다...

전날 동창회 총회의 시끌벅적함을 빨리 뒤로 하고 집으로 와서 얼른 잠을 재촉해봅니다...3시 조금 지나 일어나서 갈 채비를 한 다음 4시 반에 부전역에서 기다리고 있던 이산정조님을 태우고서 새벽을 달려 진안으로 향합니다...

7시 반에 늘상처럼 화심순두부집에 들러 첫 손님으로 아침을 먹고서 진안읍에 들러 뜨거운 햇반을 준비한 다음 안천다목적체육센터 앞에서 전주의 동생을 만납니다...

 

내차를 용담댐 물문화관에 세워두고 전주동생의 차로 주천으로 들어가 면사무소 앞에 차를 대고서 날씨가 쨍하게 화창하고 살짝 손이 시린 아침을 걷기 시작합니다...

 

 

지난번 9구간을 걷고 들어왔던 길을 따라 주천초교 앞으로 해서 나아갑니다...

 

 

진눈깨비를 맞으며 걸어오다 만났던 와룡암...

오늘은 그 좌측으로 난 길을 따라 10구간을 걷게 됩니다...

 

 

멀리 보이는 높은 산에는 아직 눈이 보이지만 와룡암 앞을 흐르는 계류수에는 어느새 봄의 훈기가 살짝 서려 있는 듯합니다...

 

 

소나무길을 지나가니 맨 먼저 만나는 마을은 금평마을...

상당히 너른 평지에 자리잡은 푸근한 마을입니다...

길가에 있는 하얀 비석이 있어서 보니 '십일거사기념비'라고 적혀 있습니다...

돌아와서 조사를 해보니 1938년 이곳에 살던 11명의 유림거사들이 모여 계를 조직하고 이를 기리기 위해 세운 것이라 합니다...

  

 

마을 앞으로는 주자천이 유유히 흘러가고 멀리 구봉산의 연봉이 멋지게 조망됩니다...

 

 

야트막한 동산 뒤로는 주천면의 진산인 명덕봉이 우람하게 보입니다...

 

 

마을을 지나 용담호쪽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 편안한 걸음을 옮겨봅니다...

 

 

주자천이 살짝 숨어버리면서 엄청나게 널찍한 부지가 나타나는데, 알고보니 용담호가 만수위가 되면 여기까지 물이 차는 곳이랍니다...

 

 

용담호 자락의 물길이 보일때쯤 길은 끊어지면서 좌측의 산길로 우리를 안내합니다...여기가 옛 광석입니다...

 

 

처음에는 편안한 낙엽깔린 산길이었지만...

 

 

곧 길은 경사도가 매우 급해지면서 우리들의 호흡도 급해지기 시작합니다...

 

 

호된 비얄에 놓인 계단을 따라 헉헉거리며 올라가다보니 능선 위로 오릅니다...

 

 

능선에서 잠시 숨을 돌리고 반대족으로 내려갑니다...

다행히도 반대편 경사는 완만하여 천천히 길을 즐기면서 내려섭니다...

 

 

옆으로 물소리가 졸졸졸...나더니 작은 계곡수가 나타납니다...

폴짝 뛰어 건너서 길을 이어가니...

 

 

와룡마을 쪽으로 접근하면서 다시 용담호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잠시 계단을 올라서면...

 

 

와룡마을 입구에서 도로와 만나게 됩니다...

이제 도로를 따라 걷는 중간 코스입니다...약 3.3km를 걸어갑니다...

 

 

 

 

용담호의 푸르른 물길은 조용하고 깊어서 그 속에 무엇을 안고 있는지를 모릅니다...

다만, 그 때를 기억하는 이들만이 조용히 느낄 뿐...

 

 

그렇게 우리는 푸르른 물길을 바라보면서 걷고 또 걷습니다...

 

 

잠시 후 옥거마을에 도착합니다...

여기서부터는 용강산을 올라 금봉재까지 산길을 걸어가는 등산코스입니다...

 

 

마을 입구 약간 위쪽의 수세미 덩쿨이 걸린 곳 우측으로 난 등산로를 이용합니다...

여름이면 저 수세미들이 푸르른 모습을 보여주겠지요...

 

 

계단과 산길을 따라 서서히 고도를 올려갑니다...

 

 

능선 부근에서 내려다 본 용담호의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능선에 올라서면 우측으로 난 등산로를 따라 갑니다...

 

 

잠시후 정상까지 지그재그로 놓인 계단을 따라 아주 가파르게 올라섭니다...

 

 

해발 450m의 용강산 정상...

산불감시탑 아래서 용담호를 내려다보니 물빛이 봄기운을 받아 부드럽게 변해있군요...

 

 

정상에서 잠시 쉬며 물을 한 잔씩 마시고서 다시금 길을 떠납니다...

지금부터는 능선종주가 시작됩니다...

 

 

 

능선을 따라 조금씩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네고개쯤을 지나고나니...

 

 

소나무숲길 아래로 난 게단을 따라 죽 내려섭니다...그 끝에는...

 

 

큰 소나무가 서 있는 고개가 나타납니다...바로 금봉재입니다...

 

 

금봉재에서 내려서니 저 멀리 임도가 하얗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산길은 끝나고 임도를 이어 구불구불 내려가기 시작합니다...

문득 시계를 보니 어느새 12시가 살짝 넘고...

윗 사진에서 한 구비를 더 내려선 임도에서 점심을 먹기 위해 쩐을 펼칩니다...

부대찌개에 소맥 간단히 한 잔...그리고 커피 한 잔...

바람도 이젠 차갑지 않고 선들거려 참으로 기분좋은 오후입니다...

 

 

그렇게 점심을 거하게 먹고 다시 임도를 따라 나아갑니다...

 

 

곧 저 엄나무에도 물이 오르고 새순이 돋기 시작하겠지요...

 

 

임도가 포장도로로 바뀌면서 옥수마을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야구이야기를 하며 가다가 시그널을 놓쳐 옥수마을 끝 도로까지 나갔다가 "이 길이 아닌개벼..."하고 다시 돌아옵니다...

 

 

길 우측에 왼쪽 언덕으로 올라가라는 이정표가 있었는데, 비료포대에 가려져 있어서 보지못하고 그냥 휑~~~

1km를 알바하고 다시 돌아와서 이정표를 찾았습니다...

 

 

음택이 많은 언덕길을 올라섭니다...

 

 

언덕 위에서 바라보니 용담면 소재지가 멀리 보이기 시작합니다...

 

 

회룡마을까지의 산길에는 코코매트가 깔려져 있어서 편안하게 길을 갑니다...

 

 

회룡마을 앞 개울에서 놀고 있는 세 마리의 거위 발견...ㅎㅎㅎ

 

 

마을 앞 쉼터에서 잠시 쉬어가며...

 

 

다시 한 번 작은 언덕을 넘어갑니다...

저 멀리 정자도 있고...운치가 있는 길입니다...

 

 

언덕길을 넘어 내려오면 용담면 소재지입니다...

 

 

이곳은 바로 수몰민들이 고향을 저 물길 속에 묻어두고 이곳으로 터전을 옮겨온 이주문화마을입니다...

곳곳에 수몰비와 망향비들이 있어서 이곳을 조금 아는 저로서는 마음 한켠이 조금 아릿해오기도 합니다...

 

 

이윽고 길을 건너 송풍리에 위치한 용담면사무소 앞에 도착, 10구간을 마무리합니다...

 

 

 

주천면사무소에서부터 와룡암을 거쳐 용강산을 넘어 용담면사무소까지...

일단 15.4km를 걷고 오후나절 11구간의 댐전시관까지 4.3km를 더 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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