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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진장고원길

장수구간 탐사 - 첫번째

작성자최태영|작성시간19.11.22|조회수124 목록 댓글 5

2019년 11월 5일, 화요일. 맑음, 화창, 쾌청.


장수의 길을 획정하기 위한 탐사를 시작했다.

장기윤님, 정병귀님 함께.


必德('꼭대기'의 이두식 한자표기)마을, 대덕, 원대성, 금평(거문들) 등 다섯 마을이 번영했었다는 대성고원 윗마을. 

고원다운 곳이었다. 

장수읍보다 한층 높은 고지에서 내려다보는 뷰도 괜찮았고, 안개 가득한 골짜기를 발 아래로 하고 오르는 길도 상쾌하다. 


신작로를 내며 쪼갠 바위가 '門바위'가 된 곳을 지나면서부터 램블러를 켰다. 

문바위 암벽에 새긴 글자들은 별 의미 없는 동네계(契) 명단인 듯. 글씨도 조잡하고 새김도 깊지 않았다.





고원을 망치고 있는 것은 수많은 축사와 냄새다.

마령재 정상까지 가는 길은 험하지 않고 느슨했으나 오래 묵어있어 풀이 무성하고 몇 번이나 발에 걸려 넘어질 뻔하였다. 

정상에서는 네 갈래로 나뉜다. 임실 성수산의 상이암 방면, 진안 백운면의 신암리 방면, 신무산 방면과 팔공산 방면.

재미있는 길이었으나 사유지도 많고 늘 사람들이 다니는 길로 하기에는 무리가 좀 있다.

버리기도 아까운 길이다.

(사진을 거의 찍지 못해 아쉽습니다. 머리 위 잡목 가지에 긁히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걷는 데에만 급급했던 탓입니다.) 


하늘빛, 고혹적이었다. 산의 단풍,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대성리 식당은 6천원으로 한식 뷔페.

소아마비(?)로 중증장애가 된 여인이 열심히 일하고 있는 것이 인상적.


88세 노인의 증언을 귀하게 듣다. 무슨 재, 무슨 고개, 또 분교가 국민학교가 되었다가 폐교되고 다시 전주 사는 사람에게 팔려 태양광발전소가 된 이야기...

옛 분교 앞 작은 공터에는 꽤 많은 비석이 서 있었다. 장수군청 대성출장소가 있었음을 비석으로 알았다.


원대성의 다른 뜸에서 만난, 오수댁 할머니의 수다를 잠깐 녹음하고,

‘방앳들재’를 넘어 신무산 정상이 보이는 길을 걷다. 

빠져나간 곳이 ‘자(尺)고개’ 정상. 아스팔트 도로다. 팔공산과 신무산을 잇는 정맥길과 교차하는.


신무산으로 향하는 금남호남정맥 등산길 초입이 가팔라 숨을 헐떡였다.

정상까지 갈 일은 없음이 다행이다. 하지만 졸참나무 잎이 두텁게 쌓인 좁은 산길은 좋았고, 그럭저럭 잘 따라 걸었다.

다시 사과밭 옆을 지나 ‘방애ㅅ들’로 내려오다. 

방앳들을 빠져나가는 길은 노래재 위의 가치마을에서 황금폭포를 향해 내려가는 길과도 매우 흡사하다. 

들 가운데를 흐르는 냇물, 오른쪽 뒤편의 팔공산 정상은 옥녀봉, 왼쪽 뒤편의 사과밭도 닮았다.


오후 2시경 끝난 첫 탐사는 장기윤님의 부드러운 분위기와 함께 좋은 경험이었다. 

앞으로도 이 사람과는 자주 만나게 될 것 같다. 

나의 ‘잘 관리된 몸’에 대해서도 지난 주 턱걸이를 본 후 인식을 달리 했다고 감탄. ‘남들에게 폐 안 끼치는 것이 최대의 목표일 뿐’이라고 겸손하게 대꾸했다.

정병귀님의 길 찾는 눈은 정말 탁월하다. 장기윤님 같은 산행의 전문가마저도 탄복하게 했다. 


(위 : 바구니봉으로 향하는 능선길. 비교적 잘 정비되어 있다.)


(위 : 자고개(속칭 비행기재?)에서 바라본 팔공산 오르는 길 입구. 초입은 보기만 해도 가파르다. )


(위, 아래 :마령재 정상의 안내 표지.)



(위 : 대성리 금평마을로 기억됨.)


(위 : 금평마을에서 바라본 팔공산.)


(위 : 원대성마을 뒷뜸에서 이 작은 고개를 넘으면 '방앳들'로 나간다네요.)


(위 : 대성리 방앳들을 내려다보고 ...)


(위 : 뒤쪽 능선이 뜬봉샘이 있는 신무산. )


(위, 아래 : 자고개 정상에 서있는 안내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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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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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사니조아 | 작성시간 19.11.22 마을마다 어르신들의 증언과 길을 찾고 만들어 가는 과정을 다큐로 찍어두면 훗날에 좋은 기록이 될거 같아요...ㅋ
  • 작성자최태영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9.11.22 남대장이 같이 다니면서 그렇게 좀 해주시오. 우리가 돈이 있나 재주가 있나... 십시일반 재능기부가 그래서 필요한 것이지요.
    그래서 민간단체인 것이고....
    관심 고맙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사니조아 | 작성시간 19.11.22 그러게요.. 역시 돈이 문제네요..ㅠ
    제가 형편이 되면 적극 동참하고 싶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인지라...ㅋ
  • 작성자최태영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9.11.24 사진이 있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에 따라, 사진을 추가해서 다시 썼습니다.
    그런데, 답사 순서와 잘 맞지 않고 뒤죽박죽이네요.
    며칠 지나버리니까 기억도 아리송해지고 해서...
    양해하시면서 봐 주세요.
  • 답댓글 작성자하늘 | 작성시간 19.11.25 감사... 그래도 사진이 있으니.. 훨씬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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