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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진장고원길

장수구간 탐사 - 두번째

작성자최태영|작성시간19.11.22|조회수101 목록 댓글 0

2019년 11월 11일, 월요일. 흐림, 비.


9시, 장기윤님과 수분재에서 만남.


오늘 탐사는 뜬봉샘~데미샘 사이를 연결할 것인지, 어떻게 걸어 어떤 경로를 만들 것인지 따위를 들여다보는 것이 목적이다.

수분재의 원래 위치에 예부터 심어져 있었다는 소나무가 아무의 관심도 끌지 못한 채 기사식당 뒤편에 방치. 

정말 그렇게 오래 되었나? 싶게 소나무는 그리 크지 않았다.





당재로 오르는 길이 가팔랐으나 삼목류의 나무가 빽빽이 심어져 숲을 이루고 있는 것은 볼만했다.
일제 때 조성한 숲인 듯.

이 길로 버스가 다니지는 않았다고 하나(기사식당 주인) 노란 페인트가 칠해진 시멘트 가드레일을 보더라도 다녔을 것 같다.

얼마 걷지 않아 당재 말랭이에 도착. 금남호남정맥 길과 교차한다. 

정맥을 따라가는 나무계단(가파르다!)을 타고 능선에 오르니 그 때부터는 긴 능선길이 시원하다. 




수분마을, 상교마을 진입로, 장수읍내 등이 잘 내려다보였다. 바람도 강하다. 늘 이런 것은 아니란다(장기윤님).

비교적 관리가 잘 된 능선길을 한참 걸어 바구니봉 정상에 오르는 길을 버리고 덕산계곡 방향으로 내려가는 오른쪽 길을 택한다.

등고선을 따라 걷는 이 길은 매우 관리가 잘 되어 있고 낙엽이 푹신하여 걷기에 아주 좋다. 

관리 공사가 아직 진행 중인지 군데군데 새 목재로 가드레일을 박고 있는 현장이 많다. 오른쪽으로는 당재터널을 빠져나온 도로가 구불구불 뱀처럼 흐르는 모습이 잘 보였다. 단풍도 절정이다.

이 구간은 무조건 채택해야!



(위 : 당재 능선길. 가까이 보이는 산은 바구니봉. )


방화동가족휴가촌으로 내려가는 길은 가파르다. 거의 내리꽂듯 하는 급경사!

정국장은 도중에 직강하 하는 길을 택하고 장기윤님과 나는 다소 긴 능선길을 따라 내려오는데,이 길 역시 급했다. 

무릎이 비명을 지른다. 악전고투 끝에, 가족휴가촌이 시공한 듯한 자그마한 공원(?)과 산책로를 만난다. 역시 이곳까지가 한계였구나. 더 높은 곳(우리가 걸어 내려왔던)까지 산책로라고 제시하기는 어려웠겠지. 

평지에 내려서니 한숨이 절로 나는데 다른 길을 택했던 정국장도 같은 시각에 같은 장소에서 만나게 된다.

그런데 역시 정국장이 선택한 길이 제 길이었음을 알게 되다. 

내려오는 도중에 침목으로 계단 놓는 공사 현장을 만났단다. 계단을 놓는다는 것은 그 길이 제 길이라는 것. 그래도 역시 가파르더란다. 

어쨌든 장기윤님과 내가 걸은 능선길은 확실히 아니다. 

화동가족휴가촌으로 향하는 길은 너무 힘들어서 사진을 찍기는커녕... 사진 없습니다. 


아래 사진들은 방화동 계곡. 


민박촌이 있는 방화동 주거지역을 아스팔트 도로로 통과.

새로 난 아스팔트길(당재터널로 연결되는)이 옛길과 구불구불 만났다 떨어졌다 하며 정상까지 올라가는데, 우리는 방화2교 다리 밑으로 내려가 옛길(차로는 아니었던 듯. 시멘트 포장인 것으로 보아 농로를 포장해 준 것일까? 농로라 하더라도 사람이 걸어 다니기는 했을테니까...)을 걷는다.

방화교를 지나고 잠시 아스팔트길(당재터널 행), 다시 옛길.



‘재넘어들’을 통과, 사암교에 이르러 이젠 정말 당재터널 행 아스팔트길을 버리고 급하게 좌회전, 

다리 (예전에는 이 다리 아래에 징검다리라도 있었을텐데...) 아래로 내려서서 물가 둑길을 걷는다.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꽃감님네 장맛’ 간판이 있는 곳에서 급한 우회전.

잠깐 걸으면 오른쪽 골짜기에 꽃감님이 된장독 수십 개를 놓고 있는 집이 보이고(이곳은 이미 장수읍을 벗어나 번암면에 속한다), 

우리는 계속하여 직진, 당재 말랭이를 향하는 길고도 느린 오르막길을 걷는다. 아까 당재로 오르던 길을 반대쪽에서 다시 오르는 셈이다. 








대체로 장수군의 산들은 험준하므로 이 정도의 경사는 어쩔 수 없긴 하다. 다만 ‘무진장고원길’이라는 이름의 트레일 노선으로 정하는 것이 적절한가 하는 점에서는 question mark.


가족휴가촌을 뒤로 하고 남쪽으로 물을 건너 걷는다. 

이 물길은 용림천이라 하여 더 남쪽으로 흘러내려 요천으로 합수한다. 

하천을 건너는 길은 없어지다시피 했다. 개울 건너편에서는 사방공사인지 둑 공사인지 공사도 진행 중. 

시커먼 암반은 볼만했으나, 물이 불으면 걸어서 건너기는 다소 힘들 것이다. 

뿐 아니라, 천변에 사과밭을 일구었다가 방치해버린 곳이 잡초가 무성하고 잡목이 마구 자라 있어 헤치고 나기기 힘든 구간도 1백 미터 가량 있다.




이 길은 아주 로맨틱하다. 처음 당재를 향할 때의 오르막은 짧지만 경사가 가팔랐다.

이 길에는 낙엽이 푹신하게 깔렸고 가끔 시멘트 포장이 드러나기도 한다. 꽤 넓게 트인 길이다. 경사도 별반 심하지 않은데 길~다. 

거의 3킬로미터를 계속하여 올라가야 한다. 몇 번의 큰 굽이가 있다. 워낙 잘 걷는 사람들이라 내가 따라가기 벅차다.

겨우 당재 말랭이에 도착. 한바퀴 휘돌아 같은 장소에 돌아온 셈이다.



땀을 많이 흘렸다. 총 12.6 킬로미터.



수분재 기사식당에서 김치찌개로 늦은 점심.

이 식당 주인은 수분리에 땅을 많이 가지고 있단다. 

지금 영업하는 이 식당건물이, 지붕 한 쪽은 섬진강으로 빗물을 떨어뜨리고 다른 한 쪽은 금강으로 물을 보낸다는 바로 그 집이란다.

길 건너 마을 쪽으로는 작은 내가 흐르는데 이 역시 한쪽은 금강으로 흘러내려가고 다른 한 방향은 도로 아래로 통과하여 섬진강으로 흐른단다.

이런 엄청난 ‘대박’ 재료를 가지고 있는 동네다. 

금남호남정맥 전체가 두 강의 분수령이기는 하지만 한 마을에 그런 이야깃거리와 實例의 장소가 있는데 

왜 장수군에서는 그걸 sales에 활용하려 하지 않을까? 

오로지 뜬봉샘에만 올인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물론 뜬봉샘도 엄청난 재료이긴 하다. 데미샘과 함께 무진장고원을 특징지우는 ‘고위평탄지역’ 즉 고원임을 증명하는 재료이므로 백 번 써먹어야 한다. 하지만 왜 뜬봉샘만이어야 할까?

이 기사식당도 옛날처럼 팔작지붕 한옥으로 바꾸어 실제 빗물이 남북으로 나뉘어 떨어지는 모습을 일부러라도 연출하면서 장소마케팅을 하면 더 좋을텐데.


고민이 계속된다. 과연 데미샘~뜬봉샘 사이를 연결하여 ‘2개의 발원지와 고원’을 주제로 한 마케팅을 할 것인지? 

너무 높고 가파르다. ‘마실길, 둘레길, 트레일’의 범주를 벗어난다.


정국장이 다른 아이디어를 내놓는데, 아예 발원지를 경로에서 제외하고 진안 백운면과 장수 사이는 신광재로 연결하는 것이 어떠냐는 것. 사실은 나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는 있었다. 다만 두 발원지의 ‘상징적 위상’ 때문에 버리기를 아까워하고 있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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