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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진장고원길

무주구간탐사 - 첫번째

작성자최태영|작성시간19.11.22|조회수207 목록 댓글 5

2019년 11월 13일, 맑음.


1. 무주읍 오산삼거리 주차장에서 오두재 아랫동네 덕지리까지 약 35킬로미터는 남대천 상류를 향해 자동차로 둑길을 달렸다. 

앞 차로 안내하는 나승인 선생이나 내 차를 탄 안상기 선생이 둑길을 샅샅이 잘 아신다. 뒤 따라 가는 입장이니 편하다.

남대천의 하류~중류 사이는 강바닥을 많이 긁어놓아 그저 밋밋했으나 상류로 올라갈수록 물속 바위들이 남아있어 경치가 좋다. 강뿐이랴, 주위를 둘러치고 있는 산들은 단풍이 곱다. 탄성을 여러 번 질렀다.





(1) 오산리 하장백(옛 지도에는 ‘장박’)마을. 마을로 들어가는 곳에 옛 다리가 그냥 있고 새 다리도 놓였다. 상장백/하장백 사이 여의리 동네 옆 골짜기에 허동일 대표의 펜션이 있는 것을 알게 되다. 탐사 마치고 귀로에 들렀다. 



그의 펜션 바로 옆으로 영동 학산면까지 연결되는 작은 옛 도로가 있다. 왕이 지나던 길이라 하여 ‘왕도’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무주군에서도 그 위상 때문에 이 길을 폐쇄하지 못하고 계속 관리하고 있단다. 

이 길이 옛 지도의 그 여우재(狐峙)인듯. 지금은 ‘여의치’, ‘여의리’로 미화. 

어쨌든 장박은 주막촌이 있던 곳이었으니 교통의 요충지였다는 증거다. 고갯길을 넘기 전에 만나는 마지막 마을. 주막과 여관촌이 있기에 충분했다.

하장백. 마을이 크다.


(2) 기곡~지전(옛 돌담이 특징적인 마을)~용강~비례(반디랜드)~설천면소재지 뒤쪽~나제통문 뒤쪽~일성콘도 앞~무풍면 철목마을(여기도 옛 주막촌)~은산리 한치마을~무풍저수지 유입구.

계속되는 물갓길로 로맨틱하고, 마을도 여럿 지난다. 거리는 멀지만 평지이므로 17~18킬로미터 정도의 두(2) 구간으로 나누면 하루에 한 구간씩 걸을 만하겠다. 

다만, 너무나 평지길만 걸으면 따분해질 수 있으므로 가끔(자주?) 옆길 샛길 산길 등을 찾아내어 변화를 주어야 한다.


(3) 오두재 고갯길이 시작되는 오르막. 경사가 가파른 옛 차도가 구불구불 해발 950미터 높이까지 이어진다. 이 옛 차도보다 더 오래된 흙길·산길이 있을 것으로 추측됨. 그 길은 다음에 더 세심한 탐사가 필요하다. 

정상 가까이에서 새로 낸 ‘덕지삼기터널’(오두재터널이 아닌, 정식명칭)의 북쪽 입구와 만나는데, 옛 차도와 새 길 사이를 가드레일로 막아 더 이상 차가 통과할 수 없었다. 걸어서 통과하는 데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새 길이 지나는 터널입구 아치 구조물을 올라타고 넘든지, 가드레일을 타넘어 새 길을 가로지르면 옛 차도와 바로 연결되니까...

터널입구에서 내려다본 무풍면이 발아래 넓게 펼쳐지고 조망이 끝내준다. 바람도 끝내준다. 날이 갑자기 추워졌기 때문이다. 하늘도 구름이 잔뜩.

오르막이 시작되는 곳(고도 500미터)에서 이곳 터널입구(고도 820미터)까지 거리는 3킬로미터 남짓인데 고도차는 무려 3백여 미터로 가파르다. 걸어서 오르려면 몇 번이나 쉬어야 할 듯. 정상까지는 4킬로미터에 고도차는 450미터. ‘난이도: 매우 힘듦’이 되겠다.



이미 시간이 11:20, 점심 먹을 시간도 되었고 가드레일에 가로막혔으므로, 왔던 길을 되짚어 내려가 새 길을 타고 오르기로 작전을 바꾸다.


(4) 새 길을 타고 가드레일로 막힌 지점까지 돌아와 다시 새 길 건너편 옛 차도를 타고 오두재 정상까지 오른 탐사팀. 

정상에 별다른 시설은 없고 간이화장실은 있다. 

오두재의 반대편 내리막길(역시 옛 차도의 연장)도 계속 두 대의 차를 따로 몰아 ‘락식 소머리국밥’ 식당으로 향한다. 

워낙 ‘만학천봉(옛지도의 표현)’ 무주의 지형이다. 내리막길도 꼬불거리고 가파르다. 

내려오는 길에 왼손편으로 ‘샤또 무주’의 머루와인 제조공장 입구가 보였다. 

‘상오정삼거리’를 우회전, ‘원삼거리’ 마을 건너편의 식당으로 들어간다. 여기서 무주모임 멤버인 김인옥 선생에게 식당으로 오시라고 연락. 김 선생은 바로 옆 ‘독가촌’이라는 마을에 와서 산다. 전직 경찰공무원. 장수 출신으로 진안경찰서장을 한 적도 있단다. 이 분 역시 이곳 지리에 밝다.




원삼거리 마을 왼편으로 걸어 내려오는 길도 있지 않을까? 이 차도를 걷는 것은 위험하고, 걷는 맛도 좋지 않다. 이 역시 나중에 찾아내기로 생각한다.

오랜만에 먹는 소머리곰탕이 맛있다. 밥값은 각자 내자고 했다. 그래야 오래 간다.


(5) 여기서 차 한 대는 세워두고 한 대로 다섯 명이 함께 움직이기로 했다. 

김선생의 제안에 따라 ‘덕유산휴양림’으로 들어가, 임도를 걸어 오두재 내리막길 합류지점까지 걸어보기로 한 것. 

휴양림 입구의 안내인에게 명함 주면서 ‘무진장고원길 개척을 위한 사전답사’라고 위세를 부렸다. 이렇게까지 해야 차량으로 통과할 수 있는가... 우습다. 걸어서 들어가면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을 것을. 어쨌거나 안내인은 비교적 친절하고 열린 사람이어서, 부근 지형정보를 알려 주기도 하는 등 고맙다.

휴양림내 산책로와 임도가 나뉘는 지점에서 차를 내려 걷기 시작했다. 

허동일 대표가 차를 몰고 따라와 주었다. 오늘 탐사가 시작된 이래 몇 시간 만에 비로소 처음 걸어보는 걸음이다.


(6) 임도는 비교적 넓고 느슨하다. 하지만 이 임도도 고저차가 170미터는 된다. 가장 낮은 곳이 고도 730미터, 가장 높은 곳이 9백미터. 임도의 총길이는 4킬로미터.

삼목류의 나무가 빽빽이 심어져 있어 그 낙엽의 푹신한 카페트를 밟는 느낌이 매우 좋다. 

성큼성큼 운동 삼아 걸었더니 내 걸음이 너무 빠르다고 핀잔들을 받았다. “남에게 폐 안 끼칠 정도로만 처지지 말고 걷자”가 내 主義인데. 몇 년 사이 진안고원길 따라 다니면서 건강과 근력은 아주 많이 좋아진 것이 확인된 셈이다.




안상기 선생은 나무와 풀·꽃들에 대한 지식이 해박한 것은 물론이고 환경문제에도 매우 관심이 깊다. 걸으면서 계속 그런 방면의 이야기를 술술 풀어내고 있다.

임도의 정상에서는 부근 골짜기들이 환히 내려다보인다. 전망이 매우 좋다. 길옆 솔숲도 좋고. 흐렸던 하늘도 개기 시작하여 파란 하늘이 다시 드러나고 더워졌다. 건너편 ‘샤또 무주’의 넓은 터도 다 보이고, 또 다른 산의, 양떼 방목장으로 쓰면 좋을 것 같은 넓은 평탄지역도 건너다보인다. 과연 만학천봉의 무주다. 

이미 1천 미터에 가까운 고지는 돌파했다. 임도의 총 길이 4킬로미터.



(7) 임도가 끝나는 지점에서 아까 통과했던 옛 차도의 내리막길을 만난다. 다시 허대표의 차에 올라 락식 식당(나머지 차 한 대를 세워둔 곳)으로 귀환.

땀이 살짝 났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2. 오늘 움직인 총 거리가 48킬로미터 쯤. 차로 되돌아가느라 중복된 구간도 섞여 있지만, 대충 이 구간은 셋으로 나누면 될 것 같다. 

다만 오두재길은 최고지점이 1천 미터 가까운 곳이어서 여행자들이 지레 겁먹지는 않을까?


오늘 결정한 것이 또 하나 더 있다. 

이제부터는 매주 수요일에 탐사를 다니는 것으로 하고 그날 형편이 맞는 사람들만 참여하는 것으로. 그래야 작업에 속도가 붙는다. 어차피 여러 사람이 모인다고 꼭 좋은 결과를 내는 것은 아니며 또 모든 구성원이 다 모일 수도 없기 때문이다.


다음 주는 ‘치마재’ 인근을 탐사한다고 안상기 선생이 단톡방에 고지했다. 

이렇게 성큼성큼 진도를 나가면 되는 것일 것이다. 일단 거친(粗) 상태로 획정해놓고 미세한 조정은 여러 사람의 의견을 물어 가며 차츰 해나가면 될 것이다. 

(최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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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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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하늘 | 작성시간 19.11.22 감사님.. 사진도 함께 였으면 더 좋겠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최태영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9.11.23 사진을 별로 많이 못 찍었네요.
    이 날은 내가 운전까지 하느라 더욱...

    사진 찍으면서 다니면 걸음이 늦어지고,
    이 글도 처음부터 올릴 생각이 없다가 갑자기 올리는 거여서
    이래저래 준비태세가 완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더 많은 이의 참여도 필요하고
    역할분담도 요구되는 것 같아요.
    관심 고맙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하늘 | 작성시간 19.11.25 최태영 사진이 있으니.. 왜 탄성을 절루나왔는지....등등.............글도 좋지만...사진이 덧붙여져 더 좋네요!!
  • 작성자시나브로 | 작성시간 19.11.24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존경스럽습니다!!!. ^-^
    감사님은 걷기도 잘 하시지만 글 솜씨도 훌륭하십니다.
    무주와 장수는 제가 좀 아는 곳이라 귀에익은 동네이름이 여기저기 나오네요.
    반갑고 좋습니다.^^
    고원길과 연결되면 제일먼저 걷고싶군요.
    성원을 보냅니다. 계속 수고해주세요^^
    윤순길
  • 답댓글 작성자최태영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9.11.28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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