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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노력하면 다 된다

작성자김형선박사|작성시간16.02.24|조회수112 목록 댓글 0



노력하면 다 된다 

 



용돈을 안주는 부모님과 매일 전쟁을 치루면서 돈에 대한 독기를 품어가던 무렵, 어느새 고등학교 진학이 코앞에 닥쳐왔다. 주변을 둘러보니 항상 우르르 몰려다니며 뛰놀던 주변의 친구들이 책상에 코를 박고 앉아있었다. 순간 무엇인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과연 진학 담당 선생님과의 면담시간이 찾아왔다. 중학교 때의 성적은 그야말로 엉망진창이었으므로 여지없이 선택의 폭은 좁았다.

 

박규남. 너는 이 성적으로는 갈 수 있는 학교가 OO고등학교, 거기 밖에 없다.”

 

절망했다. 선생님 입에서 튀어나온 OO고등학교는 내가 살고 있던 지역에서는 두 손 두 발 다 든 꼴통들이나 가는 학교였다. 공부와는 담을 쌓고, 온갖 사고와 비행은 다 저지른다는 꼴통학교의 일원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에 필자는 섬뜩함을 느꼈다. '어쩌다 내가 이렇게 됐지?, 내가 그렇게 멍청했나?' 라는 생각만 할뿐 몸도 머리도 꽁꽁 얼어붙어 움직이지 않았다.

 

그 당시 살던 아파트에는 아주 쟁쟁한 사람들이 살고 그 자녀들도 전부 명문고에 재학 중이었다. 내가 000고등학교를 들어가는 순간 부모님 얼굴에 먹칠을 하는 것이었다. 필자는 풀이 죽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한참을 우두커니 서성거렸다. 이대로 집으로 들어가 부모님을 뵐 낯이 없었다. 언제나 남들 앞에서 당당하고 존경받는 부모님의 얼굴에 내가 먹칠을 하는구나 하는 자책과 미운 오리새끼마냥 천덕꾸러기, 남부끄러운 자식이 되어버렸다는 뒤늦은 후회에 사로잡힌 것이다.

 





몇 살 위인 형과 누나의 반이라도 했다면 이런 꼴불견인 모습은 보여주지 않았을 텐데, 왜 공부는 한 자락도 하지 않았을까? 형과 누나는 필자와 달리 공부도 잘하고 사람들로부터의 평도 좋은, 흔히 말하는 우등생 중의 우등생이었다. 특히나 큰형은 학교에서 전교회장을 할 정도로 동네방네에 소문난 모범생이었다. 그야말로 우리 집안의 얼굴이자 자랑거리인 형은 언제나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고, 애나 어른을 가릴 것 없이 호감을 가질 정도로 차분하고 사려 깊어서 언제나 주변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았다. 누나 역시 그런 형을 뒤이어 올바르고 우수한 학생이었다.


 

사람들에게 이런 형과 누나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면, “어휴, 형제끼리 비교되어서 엄청 스트레스 받았겠네? 부모님으로부터 압박 같은 것도 심했겠다.”라는 식의 말을 많이 듣곤 하는데, 현실은 그와 정반대였다. 우등생이었던 형과 누나와 달리,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매일 돈 많이 벌어 놀고먹을 공상에 빠져 노느라 바빴던 필자는 잘난 형과 누나를 둔 덕분에 오히려 부모님의 기대나 신경에서 자유로웠고 그 덕분에 마음 편히 살았던 것이다.

 





내가 누린 자유의 바탕에는 아버지의 방목형 자식교육 원칙이 있었다. 쉽게 말해 형과 누나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도 혼자서도 공부를 열심히 했고, 필자는 누가 공부하라고 말을 안 하니까 실컷 놀은 것뿐이다. 우리 삼남매는 거의 모든 부분을 자율적으로 알아서 해결했다. 그것이 집안의 룰이었다. 누가 깨우지 않아도 알아서 일어나 학교를 다니고, 남는 시간에는 각자 자유롭게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하루를 보냈다. 그러니까 결론은 간단했다. 공부를 안 한 것도, 안 좋은 성적을 만든 것도 필자라는 것. 이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다행인 것은 아직 한 번의 기회가 남아있다는 것이었다. 고등학교 진학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형과 누나가 그러했듯이 좋은 학교에 진학 할 수 있는 확률이 있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내신이나 종합성적 같은 복잡한 방식이 아니라, 마지막 연합고사라는 진학시험으로 고등학교 당락이 갈렸기 때문에 필자 같은 막다른 길에 몰린 학생에게도 역전의 기회는 남아 있었다.

 


그날로 생전 안하던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진학 시험까지는 약 두 달 간의 시간이 있었다. 말 그대로 중학교 1학년부터 3학년 때에 해당하는 중학교 전 과정을 그 시간 내에 독파해야 했다. 정말 지난한 시간이었다. 아버지와 어머니 얼굴에 먹칠하는 불효자가 될 수는 없다는 생각으로 그 놀기 좋아하던 필자가 친구들과 오락실도 끊고, 교과서와 문제집을 파기 시작했다.

 





이때 보낸 시간들은 정작 자세히 기억나지 않는데, 필자를 지켜봤던 가족들은 그 당시를 회상하며 그렇게 무섭게 공부하는 인간은 처음 봤다고 말하곤 한다. 늘 말은 안했지만 커서 뭐가 될까 걱정을 많이 하셨던 아버지도 그때의 필자를 보고서 커서 뭘 해도 실패하지는 않겠다며 걱정을 덜었다고 한다. 하지만 당시의 필자는 그저 겁에 질려있었을 뿐이었다.

 

시간은 그야말로 쏜살같이 지나갔다. 정신없는 밤낮을 보내고 나니 어느새 진학 시험이 성큼 다가와 있었다. 단기간에 쌓아올린 실력이 과연 먹힐지는 모르겠지만 필자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 살이 7kg이나 빠질 정도로 공부만 했으니 결과야 어찌됐건 당당하게 노력했다고 말할 수 있었다.

 


시험공부를 하는 내내 형과 누나에게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몇 해 전의 진학 시험 문제들을 구해서 풀고, 형과 누나가 공부했었던 노트와 참고서를 얻어 무조건 달달 외우니 어느 정도 문제를 풀어가는 요령을 깨우칠 수 있었다. 재밌는 것은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때는 도통 무슨 말인지 몰라 틀렸던 문제들도 알고 보니 이미 알고 있었던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그만큼 건성으로 시험을 봤던 셈이다.

 



고대하던 진학 시험 날이 되었다. 전날 밤까지 코피를 뚝뚝 흘려가며 이룩한 벼락치기의 새로운 경지를, 피나는 노력 끝에 머리에 우겨넣은 기억들을 총동원해가며 시험지를 한 장 한 장 풀어나갔다. 염려했던 것보다 문제의 난이도가 쉬운 편이었다. 쉬는 시간마다 아이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자신들의 시험지를 미리 채점을 했다. 제일 자신이 없었던 수학을 채점해보니 완전 소나기 투성이었다. 거의 다 틀렸던 것이다.

 





그냥 우두커니 책상에 붙어 책을 읽었다. 머리가 멍했다. 그렇게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1교시부터 4교시까지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다. 아는 것은 풀고, 모르는 것은 최대한 노력해서 답을 추리했다. 마지막 시험의 끝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자마자, ! 하고 긴장이 풀리는 것이 느껴졌다. 필자는 그냥 듬성듬성 시험지를 책가방에 구겨 넣고 천천히 집으로 걸어 돌아갔다. 불합격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집에 돌아가자마자 필자는 끙끙 앓아누웠다. 긴장이 풀린 탓이었다. 온몸에서 열이 나고 땀이 주룩주룩 나는데 당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어렸을 때부터 건강체질인 내가 그렇게 아파본 적은 없었다. 어머니가 끓어주신 죽을 먹고 드러누워 있는데, 식구들 중 그 누구도 시험 결과를 물어보지 않았다.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를 했다는 것을 식구들 모두가 인정해준 것이었다.

 


시험 성적이 발표되는 날 정신을 차려 학교에 가보니 난리가 나 있었다. 매번 뒤에서 왔다 갔다 하던 내가 합격을 한 것이었다. 그 전날 수학 때문에 불합격일 수도 있다는 불안한 마음에 한 잠도 못 잤었는데.. 아팠던 몸을 잊을 정도로 기뻤다. 담임선생님은 필자보다 기뻐하며 계속해서 인간 승리라는 말을 반복했고, 필자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어주셨다. 같은 반 친구들도 여기저기서 축하의 말을 건넸다. 갑자기 왈칵 눈물이 터질 뻔한 것을 간신히 참아냈다.

 


쉬는 시간에 학교에 있는 공중전화기 앞으로 달려가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렇게도 미워하고 야속했던 아버지였는데 이상하게도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이 기쁜 사실을 전하고 싶었다. 아버지는 잘했다. 잘 할줄 알고 있었다.”라는 짧은 축하의 말을 들려주셨다.

 


그렇게 필자는 원래 예정됐던 학교를 벗어나 지역 내에서 명문으로 꼽히던 고등학교에 진학 할 수 있었다. 이때의 경험으로 필자는 죽을 고생을 하고 노력하면 무슨 일이든 해낼 수 있다는 삶의 교훈을 얻었으며, 깡과 끈기로 세상에 맞서는 법을 몸소 터득하게 되었다. 고등학교 진학 시험을 준비하고 치렀던 나 자신을 기억하면 언제나 필자를 믿고 조금 더 긍정적으로 한 발짝 더 치열하게 노력하게 되는 것이다.

 


세계를 대표하는 부자들의 습관 중에 그 어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자신을 믿고 점진적인 노력을 계속해나간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한다. 이는 불가능은 없다.’ ‘노력은 배반하지 않는다.’ 와 같은 맥락의 말처럼 성공하는 사람의 의식구조를 잘 나타내는 지표다.


 

이는 머리로 알아서 되는 것이 아니고 몸소 체험을 통해 그런 상황을 겪어봤을 경우에 진짜로 실현가능하다고 여겨진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는 아주 소중한 체험을 한 셈이다. 만약 그때의 노력이 허사가 되었다면 지금의 필자도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 분명하다. 남들에게는 대단치 않아서 말하지 못했지만, 내가 거듭된 사업 실패와 채무의 늪에서 헤어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유년기에 노력하면 된다.’는 사실을 몸으로 경험해 본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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