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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꿈꾸는 맨손

작성자김형선박사|작성시간16.02.24|조회수93 목록 댓글 0




꿈꾸는 맨손


 

 

원하던 명문고에 진학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학교생활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타이트하고 경직된 학교 분위기가 도저히 적응이 되지 않았다. 누가 명문 학교 아니랄까봐, 등교시간부터 야간까지 이어지는 수업편성, 선생님들의 교육방침 등등 모두가 까다롭기 그지없었다. 도대체 형은 이놈의 학교를 어떻게 다니고 졸업까지 했는지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따지고 보면 학기 초에는 형 때문에 고생도 했다. 선생님들 사이에 우등생이었던 형의 친동생이 입학했다는 소문이 돌아 본의 아니게 관심의 대상이 되었던 탓이다. 물론 그 기대는 1학년 첫 번째 시험 결과에 의해 여지없이 무너져 내렸지만.

 




고등학교에서의 시험은 진학 시험 때와는 다르게 벼락치기가 먹히지 않았다. 벼락치기라는 것은 원래 어느 정도 기본이 탄탄한 상황에서 그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중학교 과정을 벼락치기로 채운 필자로서는 채워지지 않은 기본기의 공백이 있어 다음 단계로 진입하는데 남들보다 곱절의 노력을 쏟아야 했다. 또한 예전 같은 절박함이나 강력한 동기 부여가 없다보니 전체에서 중간 정도에 드는 그저 그런 성적만 나왔다. 거기에 더해 고등학교 1학년에서 2학년 때에 걸쳐 절정을 이루었던 필자의 사춘기가 도지면서 공부는 자연히 뒷전이 됐다.

 



필자의 사춘기는 고등학교까지 이어졌다. 명문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긴 했지만 이 세상에서는 누구도 날 도와주지 않는다. 결국 나 홀로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이 계속해서 이어진 것이다. 잠깐 맛을 들였던 학습에 대한 의욕이 떨어지고, 원래 내가 그래왔듯이 하루라도 빨리 부자가 되고 싶다는 상상에 다시 사로잡혔다.

 




그 무렵의 필자는 2차 성장을 거치고 있었다. 목소리가 날로 걸걸해지고, 턱밑에서 거무스름한 수염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어깨는 더욱 넓어지고 키도 부쩍 커져서 교실에서 필자보다 큰 아이는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하지만 커진 덩치에 비해 생각은 여전히 어렸고, 치기어린 상상은 끝이 나지 않았다. 필자는 당장이라도 밖에 나가서 돈을 벌면 금방 부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철썩 같이 믿었다. 점점 더 하고 싶은 일들이 많아졌고, 양계장의 닭 마냥 학교에 갇혀 앉아있는 것이 엄청난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사람은 머리가 굵어지면 어른들의 말을 안 듣게 된다. 필자 또한 그랬다. 겉으로는 네네 말을 듣는 척하면서도, 실제로는 흘려듣고 무시하고 곡해해서 혼자만의 생각을 고집스럽게 밀고 나갔다. 학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수업시간에도 선생님의 말은 전혀 듣지 않고, 늘 내 생각대로 움직였다. 남들이 열심히 노트에 필기를 할 때도 필자는 만화책 보기가 일이었고 선생님께 걸려서 매도 엄청 맞았다. 그렇게 하루 하루를 보내다 사고를 치고 말았다. 가출을 해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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