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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진로를 고민하다

작성자김형선박사|작성시간16.02.26|조회수85 목록 댓글 0






진로를 고민하다

 





한바탕의 헤프닝이 끝나고 다시 정상적인 생활로 복귀를 했다. 사회의 쓴 맛을 본 덕분에 이전보다 많이 차분해지고 유순해진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이다. 필자의 사춘기는 이렇게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큰 불효를 하고 나서 끝을 냈다. 부모님이 필자를 얼마나 사랑하는 지를 절실히 알게 되면서 필자는 그동안의 생활을 반성하고 더 이상 사고를 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3 수험생이 되었다. 다소의 방황은 있었지만, 남은 기간 동안 학생의 본분을 다하고자 노력했다. 덕분에 성적도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다. 수능 때까지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알뜰하게 소비했다. 여기에는 한 가지 희망이 있었다. 대학교만 간다면 정말 내가 원하는 데로 살아갈 수 있다는 꿈이었다. 다른 친구들에게는 괴로운 수험기간이었지만, 필자에게는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기념비적인 이벤트나 다름없었다.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갔다. 어느덧 겨울이 찾아왔고, 필자는 내 실력에 걸맞은 수준의 수능 점수를 얻었다. 대박도 아니고 실패도 아닌 딱 내가 공부한 만큼의 점수였다. 이제 남은 것은 필자의 진로 결정이었다.

 




사실 필자에게는 그전부터 쭉 생각해둔 진로가 있었다. 그것은 미래 사업과 일치하는 것이었다. 의류학과로 진학하고 싶었다. 원래부터 의류 브랜드에 관심이 많았고, 패션에 있어서도 다른 또래들보다 감각이 뛰어났다. 그런 필자가 만약 대학교에 진학해 옷에 대해서 더 많이 배우고, 실력을 쌓는다면, 필자가 꿈꿔온 나만의 브랜드 론칭은 현실이 될 것 같았다. 이 모두는 부자가 될 수 있는 유일한 길로 여겨졌다. 여기에는 한 치의 의심도 없었기에 필자는 당당하고 고집스럽게 의류학과로의 진학을 주장했다.

 



하지만, 일이 순탄하게 풀리지 않았다. 생각지도 못했던 집안의 반대에 발목을 잡혔다. 아버지는 의류학과로의 진학을 완강하게 부정했고, 다른 식구들 또한 많은 우려를 보냈다. 더 좋은 학교의 더 좋은 학과를 갈 수 있는데, 무슨 의류학과냐는 것이었다.

 



필자는 대학생이 되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고, 그 일을 위해서는 의류학과에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아버지는 도대체 네가 원하는 일이 무엇이냐, 그 일을 하고자 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냐진학이라는 것은 한 순간의 감정으로 정해서는 안 되는 것이니, 나 스스로를 잘 돌아보라고 설득했다.

 




필자는 아버지를 향해 최선을 다해 설명했다. 이런 저런 뉴스나 사회의 움직임을 보면 의류브랜드가 돈을 많이 번다. 비록 실패 위험성은 크지만 부자가 될 수 있는 길이며, 또한 자신이 있고 좋아하는 분야다. 필자의 설명이 끝나자마자 아버지는 성공했을 때 벌어들이는 수익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물었다. 필자는 억 단위의 수익을 벌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러자 아버지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그것은 큰돈이 아니다. 그 정도로는 절대 부자가 될 수 없다. 도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하자, 아버지는 한 가지 실화를 들려주셨다.

 



아버지의 입을 통해서 듣게 된 것은 경남의 한 건설사가 진행하는 사업이었다. 필자는 아버지가 들려주는 건설사의 수익 창출 과정과 그 액수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단순히 땅을 사서 아파트를 지어 60% 이상 분양만 해도 기본이 수십억원이라는 이야기가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한 건설사가 벌어들이는 만큼의 돈을 벌려면 내가 생각한 의류 브랜드가 수십 개는 있어야 했다. 아버지는 더 이상 길게 말하지 않고, 딱 몇 마디만 더 들려주고는 내게 선택권을 넘겼다.

 



여자 밑에서 잡일하면서 어느 세월에 성공하겠냐? 네가 원하는 큰돈은 건설과 부동산에 있다. 세상 사람들은 전부 그 사실을 알고 있다. 정말로 옷이 좋다면 우선 건설과 부동산으로 돈을 벌고, 나중에 그것을 즐기는 편이 훨씬 현명할 것이다.”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 내 허술한 계획은 아버지에게 핵심을 찔리면서 순식간에 무너져버렸다. 단순히 부자가 되고 싶은 욕심에 가려 진짜 큰 것을 놓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스스로에 대한 의심이 생겼다. 결국 아버지의 말에 설득당해, 고집하던 의류학과를 포기하고 건축학과에 입학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진학한 대학교에서 건축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대학교생활은 생각했던 것보다 재미있었다. 많은 친구들을 사귀고 내가 알지 못했던 것들을 배우며 하루하루 성장해나갔다. 내가 알고 있었던 것보다 적성도 맞았다. 공부를 하는 내내 과연 아버지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도 깨달을 수 있었다. 학과 교수님들이 수업시간에 들려주는 여러 이야기들은 진짜 큰돈은 건설과 부동산에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줬다.

 




지금 그때를 회상하니 새삼 운명이란 것이 진짜로 있다는 생각도 든다. 어머니는 필자가 어렸을 때부터 사주에 흙과 돌 그리고 나무가 있으니 그것을 가까이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늘 강조하셨다. 지금까지 숱하게 많은 일을 하고 별의 별 종류의 일을 경험해봤지만 부동산 투자와 건축업만큼 잘 풀린 일은 없었다. 운명이란 것이 가끔 신기한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마냥 부정할 수만은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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