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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최초의 스승이자 영원한 스승, 아버지

작성자김형선박사|작성시간16.02.26|조회수66 목록 댓글 0







최초의 스승이자 영원한 스승, 아버지

 

 




아이는 부모의 뒷모습을 보며 자란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필자에게 정확하게 들어맞는 말이다. 필자는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며 자랐다. 건축에 관련된 일은 물론이거니와 아버지의 그늘 아래에서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 반드시 지켜야하는 도리와 예의, 법칙과 원칙을 배웠으며, 올바른 마음가짐과 정의가 무엇인지 깨달았다.

 



아버지는 내 인생의 첫 스승이다.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모든 장점들은 전부 아버지에게서 배우고 키워 나간 것들이다. 그 첫째가 바로 프로정신이다. 아버지는 내가 프로가 되는 데에 큰 영향을 주셨다. 내가 생각하는 프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오로지 자신의 실력만을 중시하는 프로이며, 나머지 하나는 일의 결과물을 중시하는 프로이다. 아버지는 후자에 속하는 분이셨으며, 최상의 결과를 이끌어내는 방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다른 일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건축에 있어서는 결과를 중시하는 프로가 진정한 실력자라 볼 수 있다. 건축 현장은 시시각각 예측불허의 변수가 많다. 가장 대표적으로는 날씨가 있다. 알다시피 일기예보는 틀리는 날도 많다. 날씨가 맑을 줄 알았는데 비가 내리는 날은 하루를 완전히 날리게 되고, 비가 올 줄 알고 손을 놨는데 날이 맑을 경우에는 아까운 시간만 허비하게 된다. 여기에 휘둘리다보면 약속했던 완공기일은 하염없이 늘어지고, 결과만 보는 건물주는 때에 따라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되어 건축을 맡은 회사나 책임자는 신용이 깎이게 된다. 프로냐 아마추어냐의 갈림길은 바로 신용에 있기에 무슨 일이 있어도 약속은 지켜내야 하는 것이다.

아버지는 변덕스러운 날씨에 대처하는 나름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었다. 공사를 진행하면서 비올 때 할 수 있는 일을 후순위에 두고 진행하다가, 비가 오면 그 일을 처리하는 식이었다. 아버지의 또 다른 프로 기질은 사람들을 다루는 데 있었다.

 



한 번은 인부들끼리 싸움이 난 일이 있었다. 다툼의 원인을 알고 보니 공사판을 전전하는 강씨라는 인부에게 십장이 일을 지시하는 과정에서 시비가 붙은 것이었다. 다른 인부들의 말을 듣고 보니 강씨라는 사람은 성질머리가 더럽고 일을 대충하는 걸로 유명해 다른 현장에서는 잘 쓰지 않는 인부라는 것이다.

 



인부들은 강씨를 쫓아내라고 종용했지만 아버지는 달랐다. 아버지는 대뜸 강씨를 불러 차근차근 이야기를 했다. 호기심에 엿들어보니 아버지는 강씨에게 칭찬을 하고 있었다.

 





젊은 친구가 목소리도 크고 강단이 있구만! 보통 십장한테는 불만이 있어도 말을 못하고 하는데 배포가 큰 거 같아. 내가 줄곧 중간 책임자들의 이야기만 듣느라 막상 일선 인부들의 속내를 몰라서 답답했는데, 자네 덕분에 속이 다 후련해졌어. 이제부터 자네가 책임지고 십장과 인부들 간에 일어나는 일들을 보고하게. 포상금도 넉넉하게 챙겨줌세

현장에서 쫓겨날 줄로만 알고 있던 강씨는 잔뜩 움츠려 있다가 뜻밖에 이야기를 듣고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리고 연신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다시 현장으로 돌아갔다.

 



놀랍게도 강씨는 그 다음날부터 완전 다른 사람이 되어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하고, 다른 인부들과도 곧잘 농담도 하며 현장을 휘어잡는 사람으로 변해갔다. 나중에 사이가 좋아진 십장이 아버지에게 말하기를 사람의 됨됨이를 다시 살펴보니 강씨가 원래 천성적으로 소극적이고 선한 편인데, 그동안 매번 천한 일을 한다는 자격지심에 사람들이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해 모든 것에 비관적이고 공격적으로 대했다고 하네요. 저도 그런 것이 누그러져서 마음도 편하고 이래저래 아주 좋아졌습니다.” 라고 했다.

 



강씨는 종종 아버지와 개인적인 면담을 통해, 공사장의 안팎을 살피며 자신의 이야기들을 전했다. 아버지는 그런 강씨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며 차츰차츰 더 큰일을 담당하게 했다. 나중에 강씨는 십장이 되었고, 아버지의 전속 직원으로 많은 공사를 진행하여 경력을 쌓고 건축을 배워 몇 년 뒤에는 따로 독립된 인력회사를 차렸다. 물론 아버지의 전폭적인 후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필자는 강씨라는 무뢰배를 칭찬하고, 오히려 그를 두둔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이해가 가지 않고, 어리석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아버지의 결단 이후로 눈에 띄게 활력이 돋는 현장을 보면서 아버지의 판단이 옳았음을 깨닫게 되었다. 강씨 인생에 있어서도 득이 되었고, 현장에도 좋은 점이 더 많았다. 무엇보다도 아버지는 인부를 함부로 대하지 않는 오너라는 새로운 명성을 쌓게 되어 다른 곳에서 더 많은 삯을 주더라도 굳이 아버지의 현장에서 일하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줄을 서게 되었다.


 

아버지는 인부는 물론 하청업체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신용과 의리를 지켜 깔끔한 일처리와 더불어, 일의 능률을 높이는 방법을 활용하셨다. 참 별거 아닌 일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공사다망한 현장에서 그런 디테일한 부분에 신경을 쓰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필자는 아버지를 쫓아 공사현장을 가고, 직접 노가다도 뛰어 보고, 건물이 올라가기까지의 과정을 체험하고 지켜봐왔다. 그러면서 건축이란 집을 짓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을 부리는 일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버지의 개인적인 공사 실력이 좋아서가 아니라 사람을 잘 활용하고 조율하기 때문에 좋은 건물이 세워진다는 것을 직접 경험을 통해 알게 된 것이다. 세상의 모든 일들은 결국 사람들의 힘, 그 사람들을 조율하는 힘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을 아버지의 어깨너머로 배울 수 있었던 것이다.

 



그때 필자는 마음속으로 나 또한 아버지 같은 프로가 되리라결심했다. 자신의 일에 완벽을 추구하며 큰 그림을 그려나가는 프로, 아버지처럼 든든한 뒷모습을 필자도 가질 수 있길 꿈꿨다. 필자는 지금도 프로를 지향한다. 토지 투자계에서 박프로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것도 그런 일환에서이다. 이름만 프로가 아니라 의식부터 남다른 진정한 프로로 남고 싶은 내 욕심이 반영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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