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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건설회사에서 일하다

작성자김형선박사|작성시간16.03.02|조회수82 목록 댓글 0





건설회사에서 일하다

 



 

짝퉁장사를 그만두고 마음 편하게 법의 테두리 안에서 살아갈 방법을 모색했다. 짝퉁시장에서 벌어드린 수익은, 가지고 있던 물량을 폐기하고 주문 고객의 환불을 정리하는 통에 남은 것이 거의 없었다. 그렇게 잘나갔던 사업이었지만 벌었던 모든 것을 정리하고 나니 모든 것이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유일한 위안은 그나마 돈이 있을 때, 토지 공사에서 분양받은 토지가 전부였다.



 

그제야 잊고 있었던 원래의 꿈인 건축이 떠올랐다. 사회봉사활동을 하면서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생각하며 공부를 계속했다. 사건이후 자숙의 시간을 가지며 공부한 끝에 이미 건축기사자격증은 취득해둔 상태였다. 앞으로도 공부를 계속해서 공인중개사자격증을 따는 것이 목표가 됐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공부를 하기로 했다.

 





그 시기에 결코 잊지 못할 사람을 만났다. 정확히는 앞으로는 절대로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이다. 편의상 사기꾼 황사장이라고 하겠다. 사회봉사활동을 가보니 봉사활동을 처분 받은 사람들이 많았다. 독거노인들의 집을 도배해주는 궂은일을 하고 있는데, 저 멀리서 멸치 같이 깡마른 사람이 쉬는 시간마다 구석에 앉아서 공사도면을 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호기심에 다가가 건축하시냐고 말을 붙였다. 그러자 고개만 끄덕아무 대답도 없었다. 심심하고 할 일도 없었기 때문에 별수 없이 아쉬운 필자가 말을 이었다.

 



저도 건축기사자격증 합격해서 건축의 길로 가려고 합니다.” 그러자 황이 대뜸 질문을 건넸다. “너 자격증 있냐? 지금은 뭐하고 있냐?” 이 양반이 갑자기 흥미가 생겼는지 필자에게 말을 놓으면서, 친근하게 다가왔다. “지금은 그냥 학교 휴학하고 다른 공부를 하고 있어요.” 황은 필자를 유심히 쳐다보다니, 계속 다른 질문을 건넸다.

 



봉사활동이 끝나고 집으로 가려하는데 황이 필자를 불러 세웠다. 시간 괜찮으면 자기사무실에 같이 가자는 것이었다. 호기심에 차를 얻어 타고 따라 가보니 예쁜 경리아가씨가 필자를 반겼다. 사무실에 도착하자 그제야 황이 자기를 소개하기 시작했다. 자기는 여주에서 굉장히 큰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어쩌다보니 친해져서 아주 자연스럽게 황이 공사를 하고 있다는 여주까지 따라가게 됐다. 황은 개인 기사도 있어 굉장한 부자처럼 보였다.

 




여주에 도착하니 거대한 공사현장이 있었다. 엄청나게 큰 산이 이리저리 깎여가면서 평평하게 변해가고 있었다. 눈에 확 들어오는 정신없는 현장을 보니 이 사람이 보통사람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황은 무슨 이유인지 필자를 이리저리 안내하며 현장을 책임지는 소장과 인사도 시켜주고 이런저런 설명도 해주었다. 감탄을 하며 설명을 듣고 있는데 황이 대뜸 함께 일해 볼 생각이 있냐고 물었다. “열심히 해볼 테냐?” 물어오기에 일단 알겠다고 답했다. 그때가 필자 나이 25살이었고, 황은 38살이었다. 여주의 현장에서 기념으로 다함께 술을 한 잔 걸쳤다. 황은 술을 마시면서 네가 내 말만 잘 따르면 너의 꿈을 펼칠 수 있다.”며 호언장담을 했다. 뭔가 대단한 능력이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렇게 건설회사에서 일을 시작했다. 학교로 복학하려 했다가 황을 믿고 일을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이 황씨라는 사람이 나중에 알고 보니 거짓이 섞인 사람이었다. 아주 친절하고, 진정성이 느껴지고 믿음이 가는 사람인데도 뭔가 미심적인 언행이 자주 눈에 밟히면서 그런 조짐을 느꼈다. 일본 유학시절에 대해서 말하는데도 뭔가 현실감이 떨어지고 일본어 실력도 형편없었다. 말은 되게 잘해서 듣고 있을 때는 모르는데, 나중에 되새겨보면 모순이 있는 것이 되풀이되었다.

 



황이라는 사람에 대해 점차 의심이 들어 그가 다녀왔다는 일본 유학시절에 대해 뒷조사를 해봤다. 알아보니 역시나 모두 거짓말이란 것을 알게 됐다. 여행비자만 있고 동경대라던 학력도 고작 한국에서의 고졸이 최종학력이었다. 그걸 알고 나서 바로 발을 뺐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간 황이 필자에게 풀어놓은 모든 건설지식이나 부동산 비법 같은 것들도 모두 엉터리였다. 엉터리 같은 건설회사에서 시간만 날린 셈이었다.

 






사기꾼들은 공통점이 있다. 말을 잘하고, 친절하고, 뭔가 대단한 능력을 가진 사람처럼 보인다. 그리고 고민을 말하고 싶게, 의지하고 싶게 만든다. 사기라는 낌새가 전혀 없어 보인다. 사람과 금방 친해지는 법을 잘 알고 있으며, 평생의 벗을 만난 기분이 들게 한다. 또 돈을 때이고도 한동안 인식하지 못하게 만든다. 황은 그런 사기꾼 중에서도 아주 교묘하고 집요한 사기꾼이었다.

 



실제로 엄청난 갑부인 송 사장이라는 사람은 황에게 걸려 무려 300억원 부도를 내면서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기도 했다. 송 사장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에 사람을 대할 때 항상 천사처럼 대하는 소위 순박한 시골사람이었다. 황에게는 아기가 있었는데 소아마비가 있어 걸을 수가 없었다. 황은 그 아기를 엄청나게 아끼며 송 사장에게 환심을 사고, 그 좋은 언변으로 조금씩 송 사장을 갉아먹은 후 크게 뒤통수를 쳤다.

 



여주에서 많은 것을 보고 배웠다. 1년이라는 시간동안 건설현장 경험을 쌓고 스스로 건축관련 공부와 현장관리 등의 업무를 배우게 되었다. 살아가는 매순간 그리고 처해있는 상황은 모두 필자에게 배움의 시간이었다. 좋지 못한 경험은 필자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고 미래에 더욱 발전해 있을 때 위험에 빠질 확률을 적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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