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는 한계가 없다
양쪽 팔다리를 전혀움직이지 못하는 여성이 있다.
그녀는 40여년을 그렇게 살아왔다.
불행은 그녀가 막
꽃을 피기 시작하는
열일곱 살의 여고생 때 찾아왔다.
그녀는 언니와 강가에서
수영을 즐기고 있었다.
그러던 중
다이빙을 하겠다며 뛰어내렸다.
불행히도 바위에 머리를 부딪쳐
졸지에 사지가 마비된
환자가 되고 말았다.
몸 아래쪽 모든 감각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평생 팔다리도 전혀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대학에 들어가려던 꿈은
산산조각이 나 버렸고
모든 걸 남의 손에 매달려
살아가야만 했다.
침대에서 일어나고 세수를 하고
머리를 빗고 밥을 먹고
이를 닦는 것...
이 모든 사소한 일상의 것들이
모두 다 말이다.
"이렇게 살 바에야
뭐 하러 산단 말인가.
차라리 죽는 게 백 번 낫지."
어쩌다 휠체어를 타고
외출이라도 하는 날이면
굴러 떨어질 만한 높은 곳을 찾아
두리번거리곤 했다.
그녀는 이 세상 그 누구보다
불행한 사람이었다.
지도교사가 처음
붓을 입에 물려주며
그림 그리는 법을 가르쳤을 때,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붓을 거칠게 내 뱉었다.
"이런 건 장애인들이나 하는 거죠,
난 아니에요."
모든 것을 철저하게
불행의 눈으로 바라보았다.
완전히 마비되어 흐느적거리는
자신의 팔다리만 보고 살았다.
자신의 내면 깊숙한 곳에
무엇이 들어있는지는
전혀 거들떠보지를 않았다.
그저 불행, 저주,
죽음만을 꿈꾸며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한 사지마비 환자가
연필을 입에 물고 알파벳을
힘겹게 써내려가는 것을 목격했다.
호흡기에 의존한 채 입조차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남자였다.
그는 경건한 자세로
알파벳 세 글자를 천천히
그러나 또박또박 써나갔다.
평화와 감사에 가득 찬 얼굴이었다.
순간, 그녀이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자신은 그동안 마비된
팔다리만 바라보며 살아왔지만,
그 남자의 얼굴에서는
육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찬란한 내면의 빛이
발산되고 있었다.
그제야 그녀는 자신을
남의 눈으로 보다 깊이 있게
바라볼 수 있었다.
"그 순간까지만 해도
저는 남들과 비교해 못 가진 것만
바라보며 살아왔어요.
혼자서 일어날 수도 없고
먹을 수도 없고,
이를 닦을 수도 없고...
그런 피상적인 것들만 바라보았죠,
그러다가 팔다리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요.
그러면서 제 내면에 감춰진 것들을
하나 둘 꺼내 나가기 시작했죠."
'팔다리는 바로 나'라는
생각을 하니,
팔다리가 마비되자,
자연히 자신도 마비되었다.
인생은 끝장났다고 믿었다.
하지만 생각을 돌려보니
그게 아니었다.
팔다리는 인생의
수천가지 면들 가운데
불과 한 두 면에 불과했다.
한 두 면에 집착해
나머지, 수천가지 면을
외면하며 살아왔던 것이다.
'나를 팔다리
이상의 존재'로 바라보자.
마비된 팔다리를 뛰어넘는
숨어있는 능력들이
꽃을 피우기 시작한 것이다.
그녀가 붓을 입에 물고
그림 한 점을 그리는 데는
평균 6~7개월이 걸린다.
하지만 그녀는 행복했다.
내면의 무한한 가능성을
뽑아내는 일이 재미있기 때문이다.
"그림을 그릴 때마다
제 한계는 없다는 걸 느껴요.
팔다리가 할 수 있는 건
한계가 있지만,
마음으로 할 수 있는 건
한계가 없으니까요?"
- 좋은 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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