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의 " 이의 있습니다" -한국사회의 토론문화

작성자지여|작성시간12.10.31|조회수136 목록 댓글 2

연전에 쓴 글을 일부 수정하여 제목으로 정리해 본다.

 

내 경험상, 한국사회에서 토론 = 회의(會議)를 통한 의사결정에 회의(懷疑)를 갖고 있다.

 

일본 문화에 네마와시 라는 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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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네마와시(일본어: 根回し, ねまわし)는 나무를 옮겨심기 전에 준비하는 일련의 작업과 사업을 행할 때 사전에 관계자들과의 타협을 통해 양해를 구하는, 일본의 사업 문화를 모두 가리킨다.

성장한 나무를 옮길 때 뿌리가 상처를 입기 때문에 제대로 옮겨지지 못하고 말라 죽어버리는 경우가 많아, 이를 피하기 위해 반년에서 1년 정도 전 사이에 뿌리밑 근처의 통통한 뿌리를 잘라내어 절단부 주변으로부터 새로운 뿌리들이 활발하게 자라도록 해준다. 새로운 뿌리는 수분이나 양분을 활발하게 흡수하며, 이는 옮겨심을 때 나무가 말라죽지 않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뿌리를 잘못 자르면 이식하기 전에 나무가 꾀죄죄하게 변해버리기 때문에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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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공기관과 대기업에는 일본의 시스템을 그대로 이식한 것이 많다. 자연스럽게 조직문화도 일본적일 수밖에 없다. 조직에서 인사조치나 중요한 정책을 결정할 때,  공식적으로 토론과 회의를 통해 결정하는 것 같지만,  실질적으로는 토론이나 회의를 통해 의사결정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사전에 조율하고 이해관계자들의 양해를 구하는 이른바 "네마와시" 로써 의사결정한다. 회의는 요식적 절차에 불과하다. 당연히 찬반토론도 없다. 사전에 조율(네마와시)된 각본대로 일사천리, 만장일치로 회의를 진행한다. 일본식 의사결정방식이다.   이미 다 결정된 사안을 공식적인 장소에서 회의라는 형식을 갖추어 " 이의  있습니까? " 물어보는 이유는, 소위 "뒷담화" 를 없애기 위해서이다. 일본의 조직문화는 네마와시를 통해 회의전에 이미 타협과 양해를 구하고, 정작 회의에서는 어떠한 토론도 없다. 일본의 회의에서 토론은 없다. 어떤 사안에 대해 모두가 다 모인 장소에서 ' 우리 이제 뒷말 하기 없기요 "  그런 목적으로 토론없이 개최하는 것이 회의이다. 

 

일본의 정치, 정부, 대기업 조직에서 회의를 통해 결정된 사안에 대해, 퇴근후 술좌석이나 모임에서 뒷담화를 나누며 결정된 내용이나 관련된 사람들을 비난하면 " 비겁한 인간 " 으로 낙인찍혀 조직생활을 하기 힘들다.  " 회의 석상이나 사전 네마와시 할 때 찬성이나 침묵해 놓고서는  뒤에 와서 딴 말 하는 것은 반칙이고 비굴한 행동으로 여기는 오랜 전통이 있기 때문이다.

 

‘뒷담화’ 는 한국의 조직문화이다. 한국의 조직문화는 회의전에 사전조율(네마와시)이 없는 경우가 많다. 윗사람 눈치를 보는 군사문화가 아직도 강하게 남아있다. 회의중에 소신발언이나 활발한 토론은  힘들다. 자연히 회의에서 결정된 사안에 대해서 회의 후  사적모임이나 술좌석에서 뒷담화가 무성하다. 
                                                                         

뒷담화는 재미는 있을지 몰라도 공감대 (consensus) 형성은 어렵다. 조직구성원들의 공감대가 없으니 그 사안이 실천되기도 어렵다. 설령, 이성적(좌뇌)으로 찬성하였다 해도, 감성적(우뇌)으로 못마땅한 경우도 많아 자발적으로 열심히 실천하지 않는다. 일제 강점기와 해방후에도 오랜 세월을 일본식 조직시스템에 익숙한 조직의 고위층 때문이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사람들의 유전적 특성으로 보아도 자발적인 참여는 기대하기 힘들다. 

 

김영삼, 김종필, 노태우가  3당합당이라는 야합을 결정한 그 회의 역시 토론 하나 없었다. 사전에 네마와시 대상도 아니었던 노무현이  " 이의 있습니다 !! ..  토론 해야 합니다 " 고  소신있고 용기있게 외쳤던 그  목소리가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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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회의문화는 의견을 모아 토론하여 의사결정하는 프로세스이다. 미국 조직문화의 특성상 회의 전에 미리 네마와시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고  대개의 경우는 회의석상에서 토론이 벌어진다. 미국의회의 청문회를 보면 미국의 조직문화를 이해 할 수 있다.

 

인터넷은 미국의 발명품이다. 네티즌의 난상토론은 일본문화가 아닌 미국문화로 보면 된다. 미국에서 " 입이 무겁다, 조용하다, 표현을 하지 않는다"   즉 ' shy 하다' 는  의미는 한,중,일 동양에서 미덕으로 생각하는 '신중하다=입이 무겁다'  와는 거리가 멀다. 무능력하다 는 뜻으로 해석해도 무방하다. 미국에서 말을 잘 못하고 말을 거의 안하는 사람이 어떤 조직의 지도자가 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미국사회에서도 회의가  '뒷담화' 를 없애는 효과는 일본과 동일하다.  토론과 회의를 통해 의사결정된 사안에 대해 뒷담화 하는 것은 서부영화에서 뒤에서 총쏘는 것과 같은 비겁한 행동으로 간주된다. 뒷담화 잘못 하면 조직생활에서 소외될 위험이 크다.  “회의석상에서 용감하게 발언해야 할 것을 뒷전에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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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일본과는 또 다른 경우이지만 토론과 회의를 통해 의사결정된 사안은 공감대가 형성되고  실천이 된다.

한국처럼, 자발적으로 감성까지 실어서 열심히 실천하는 경우는 없지만, 또 한국처럼 뒷다리. 딴지 거는 사람도 없기 때문이다.   부산에서 개최된  정상회담에서 사회를 본 노무현대통령이 회의를 주도하고 매끄럽게 이끄는 솜씨에 부시는 정말 감탄했었다.  

 

미국, 중국, 일본, 소련.. 강대국 정상들과 주눅들지 않고 활발하게 토론하던 그 모습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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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생활에서 회식과  회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퇴근 후, 한잔 하고 싶은 사람들끼리 술 한잔 한는 것은 생활에 활기를 주는 보약일 수도 있고, 조직력을 해치는 독약일 수도 있다.  반대의견이 있으면 근무시간에 누구든지 언제나 만나서 토론할 수 있는 조직에는 생기가 있다. 

 

패전국 일본의 식민지이었던 대한민국. 미군이 주둔하고,  625를 거치고,  올림픽 을 개최하며 개방을 하고,

구석구석에 자리잡은  일본문화 와 미국식 생활방식..오랜 세월 내려온 중국방식까지....

대한민국 현실에 맞는 성숙한 토론문화,  새로운 시도도 해 보았지만, 실패도 있고 작은 성공도 있었다.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할까?  대한민국 토론문화... 아직,  임상실험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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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아프로만 | 작성시간 12.10.31 지여님이 회원되셔서 너무 너무 기쁩니다
  • 작성자고미생각 | 작성시간 12.10.31 아.. 이런 좋은 글을 노하우업에서 볼 수 있게 되다니.. 참으로 행복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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