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미생각] 2013년 3월 13일..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

작성자고미생각|작성시간13.03.13|조회수219 목록 댓글 24

안녕하세요? 고미생각입니다. ^^;;



1.


2013313.. 취업을 앞둔 20대들에게 3월이란 상반기 공채시즌, 피말리는 잔인한 시간이라는 말과 동의어이다. 취업 전쟁터에 내몰린 그들에게 있어 취업은 생존의 문제다. 그들이 취업 관련 사이트에 찾아와 던지는 출사표에는 비장함이 감돈다. 신입생 때부터 취업 준비와 취업 계획에 열을 올려야 하는 그들에게 예전 세대가 누렸던 '먹고 대학생' '낭만의 시절' '질풍 노도의 경험으로 자신을 조각하는 시간'이라는 말은 한낱 배부른 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언론은 대기업, 공무원에만 몰리는 20대들의 행태를 꾸짖기 바쁘다.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고, 직업의 귀천을 따지지 않고,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열심히 근면하게 생활했던 기성 세대들의 모범에서 배우는 것이 없다고 질타한다. 하지만 냉정하게 따져보자. 지금의 상황이 기성 세대들이 겪었던 그들이 살아왔던 때와 조건이 같다고 말할 수 있는가?

 

그동안 나는 기회가 닿을 때마다 미투와 커뮤니티 등을 통해 '신뢰의 상실'이라고 하는 것이 대한민국에 직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이며 동시에 이것은 전세계적, 전인류적인 생존의 문제로 직결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뭔가 거창한 담론을 말하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이것이 우리 앞에 닥친 엄연한 현실이다.


'신뢰란 무엇일까?' 한자로 밀을 신이란 사람의 말에 기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다시 말해 그 사람이 한 말에 거짓이 없음을 믿을 수 있다는 뜻일게다. 그런데 가만히 찬찬히 생각해보면 신뢰라고 하는 것은 도덕적, 정치적 문제에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 경제적인 문제에서도 '신뢰'란 굉장히 중요한 덕목이며 가치이다.



2.

 

어째서일까? 지금까지 내가 했던 얘기들을 찬찬히 짚어보면 답이 나온다. 자본이란 아니.. 좀 더 범위를 좁혀서 화폐란 일종의 <권리>이다. 가치에 대한 권리, 가치를 주장할 수 있는 권리이며, 처분에 대한 권리이기도 하고 그것을 사용하고 향유하고자 하는 권리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근거 내지는 원천, 동기는 어디에서 나오는걸까? 바로 <차이>이다. 같지 않고 다르다는 것에서 결국 교환의 동력, 원인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차이가 진행될수록 <차별>이라는 개념으로 발전한다. 현재의 시대는 <차이><차별>을 구분하지 않고 사용하는 시대라는 점을 곰곰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어쨌든 그 차이를 드러내는 요소 중에서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신뢰>이다. 이쯤에서 다시 한번 서두에서 던졌던 질문을 곱씹어보자. 신뢰란 무엇일까? 거짓없이 믿는다. 라는 개념이 첫번째로 떠오른다.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일까? 그렇지는 않다. 어떤 것에 대한 <기대 혹은 바람>이 절대로 배신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통념>을 사회 전체적으로 <공유>하고 있음을 뜻하기도 한다. 이것이 바로 지금 현재 우리나라와 전세계를 둘러싸고 있는 경제 현상을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가장 중요한 실마리가 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왜일까? 세상이 불안해지고, 불확실성의 시대가 도래할수록 사람들은 확실한 것, 안심할 수 있는 것에 눈길을 돌리게 된다. 어째서 세대를 막론하고 공무원 시험에 열을 올릴까? 단순히 정년 보장이 된다는 것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것보다 더 근본적인 세간의 인식은 국가는 망해서는 안된다. 혹은 망하면 곤란하다라는 인식을 모두가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믿음은 절대로 배신당해서는 안된다. 배신당할 수도 없는 일이다.

 

바로 이런 생각의 통념들을 모두가 공유하게 되면 그것이 결국 하나의 <신뢰라는 틀>로 자리잡히게 된다. 우리가 생각해왔던 <신용, 진실, 믿음>이라는 개념과는 다소 다른 의미의 변종된 <신용>개념이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우리가 사용하는 신용화폐, 곧 신용카드의 개념도 여기에서 출발하는 것일 터이다.

 

어쨌거나 이런 상황에서 국가가 망하면 안된다 망해서는 곤란하다는 통념의 공유가 국가 뿐만 아니라 은행권, 대기업 (특히 삼성으로 대표되는 재벌)의 범위까지 확장되는 것.. 이것이 바로 돈이 돈을 불러 모으고, 양극화가 심해지게 되는 가장 기초적이고 근본적인 원리의 틀이 되는 것이다. 국가가 망하면 곤란하다는 통념은 은행권, 대기업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현상이라는 말이다. 설마 국가가 망하겠어? 설마 삼성이 망하겠어? 설마 은행이 망하겠어? 그렇게 되면 우리는 끝장이다! 라고 생각하는 통념의 확산과 암묵적인 동의가 여전히 맹위를 떨치는 한.. 자본과 인력이 한쪽으로 편중되는 것은 결코 막을 수 없는 흐름이 되어버린다는 얘기다.

 

결국은 무엇일까? 각자도생이 <생존의 본능>인 이상.. 양극화와 일등주의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심해질 것이다. 문제는 그렇게 한다고 해서 모두가 생존할 수 있는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나만 아니면 돼, 나만 잘살면 돼>주의가 시간이 갈수록 공동체의 근간을 갉아 되면 결말은 공멸 외에는 없다. 그럼에도 지금 이 사회는 구조적 모순이나 사회적 모순은 약자 한 사람에게만 몰아주면서 모른 척 하기 바쁘다. 일단은 지금 당장은 살고보자. 살아남고 보자는 식이다. 이런 식의 <책임의 전가>로 다수가 해피해질 수 있을 것이라 믿는 비겁하고 비열한 사고방식이 사회 전체에 확산되는 한 신뢰라는 가치는 더이상 발 딛을 곳이 없어질 수밖에 없음은 자명하다.

 

 

3.


상황이 이럴진대.. 이런 흐름을 당위성과 이성의 힘으로 막아낸다고 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그렇지 않다..! 하지만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 대한민국 범야권 좌파 진보연들은 여전히 미몽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대중 위에 군림하고, 불편한 진실을 드러내고 계몽하기만 하면 모든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결국 이렇게 내리막을 향해 치닫는 작금의 현상은 어느 누구도 함부로 손댈 수도 막을 수도 없게 되어버렸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메시아의 강림>을 고대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메시아가 나타나서 모든 것은 다 정리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따지고 보면 대한민국의 우파나 좌파 모두가 [비록 동상이몽이긴 하나] 메시아의 강림을 고대한다는 측면에서는 공통점을 공유하고 있다고 여겨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

 

문득 N.EX.T가 불렀던 'Lazenca, Save us'의 가사가 떠오른다. “스스로 불러온 재앙에 짓눌려 탄식은 하늘을 가리우며, 멸망의 공포가 지배하는 이곳.. 희망은 이미 날개를 접었나..?” 그리고 노래는 합창이 되어 외친다. Lazenca, Save us 라고..!

 

그렇다면 대중의 이런 외침에 부응하여 메시아는 나타날 것인가? 여러 예언서에서 등장하는 혜성같이 등장하는 메시아를 열망하는 것, 그들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것은 온당한 일인가? 글쎄..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라고 이야기하는 것으로 일단은 글을 맺을 수밖엔 없을 듯 하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해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머지는 우리 스스로 각자의 판단으로 얻어내야 할 답이라고 생각한다. 노무현이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라고 했던 말을 다시 한번 곱씹어 본다.

 

그리고 이것이야 말로 유시민이 최근의 저서 '어떻게 살것인가?'에서 <연대의 가치>를 짚은 뜻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희망은 아마도 거기에서 싹틀 것이다..!




 고미생각 드림 / 2013년 3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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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고미생각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3.03.31 나는 분명히 말한다. 제 손에 쥔 것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은 기본이 왜 중요한지를 안다. 모든 것의 기본과 기초가 어디에서 나오는지.. 그리고 그 기초가 '핵'이 되어 얼마나 크게 불어나게 되는 지를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단편적인 지식을 많이 긁어 모은다고 해서 그것이 다 내 지식이 되고, 내 판단의 근거가 되어주지는 못한다. 가방 끈 길고, 석박사 학위 따고 제 아무리 아는 것이 많아봐야 뭐하나?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그거 다 헛거다.

    그래서 다치바나 다카시가 '도쿄대 생은 바보가 되었는가?'라고 일갈한 거다.
  • 답댓글 작성자고미생각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3.03.31 세상이 너무 빨리 돌아가서 문제다. 세상이 너무 많은 것을 억지로 주입하려 해서 문제인 거다. 지식이 과잉이 되니 무엇이 우선인지를 판단하지 못해서 사고가 정지해 버린 것.. 그것이 바로 현대인들의 가장 큰 문제다.

    그래서 느리게 사는 것이 중요하고 거리를 두는 것이 중요하며, 최대한 많이 아는 것보다 핵심과 기본에 충실한 것이 중요한 것이다. 토대가 탄탄하면 건물을 올리는 것은 삽시간에 이루어진다는 교훈은 동, 서양 공히 찾을 수 있는 공통점이 아니던가?
  • 답댓글 작성자고미생각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3.03.31 내가 왜 노하우업에 둥지를 틀고 활동하게 되었나? 따지고 보면 이유는 딱 한가지다.

    나는 서프의 미덕을 소중히 여기는 눈팅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서프의 미덕은 무엇이었나? 본글과 댓글을구분하지 않고 모두 소중히 여긴다는 것, 대화와 소통을 소중히 여긴다는 것이다. 이게 뭔가? 커뮤니티 소통의 절대 기본이다. 이거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나? 이를 무시하기 때문에 결국엔 사단이 나는 것이다.

    본글과 댓글을 소중히 여길 수 있는 것.. 내가 쓴 글과 남이 쓴 글을 모두 귀하게 여기고 계속해서 읽고 살피는 것.. 이거 다 누구나 아는 기본이다. 그 기본만 지켜도 세상은 살만한 곳이 될 수 있다!
  • 답댓글 작성자고미생각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3.03.31 지난 번에 내가 퍼왔던 트위터리안의 고민 -소모와 고갈- 을 해결하고 그간의 멘붕과 고통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길.. 그건 이미 우리 안에 다 있었다. 기본부터 챙기자. 기본으로 돌아가자!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바로 그것부터 소중히 여기고 실천하자..

    나는 다시 한번 분명히 말한다. 내게 있는 것을 결코 업수이 여기지 말자. 내가 이미 아는 것부터 소중히 여기자! 그것이 바로 기본이다. 그 기본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은 정녕 다시 일어설 힘을 얻게 될 것이다. 그것이 바로 구원이다!
  • 답댓글 작성자고미생각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3.03.31 내가 이미 알고 있던 것, 내가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에서 새로운 의미를 다시 찾아나가는 사람은 정녕 지혜로운 사람이다. 그런 사람일수록 누구나 알고 있지만 쉽게 업신여기는 것을 소중히 여길 줄 안다.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 하지만 쉽게 생각하고 무시하고 실천하지 못했던 것, 그렇게 내가 놓쳤던 것이 무엇인가를 스스로 돌아보는 데서부터 출발하자. 그렇게 기본을 다시 찾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분명 희망의 동력을 새롭게 얻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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