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의 일갈 - 잘되면 집권당, 못되어도 제1야당이 민주당의 미래다!

작성자고미생각|작성시간13.04.11|조회수88 목록 댓글 4

노무현의 민주당 개조론

-1993년 5월 월간 말지 기고문-

 

 

잘되면 집권당 못 되어도 제1야당

 

 ‘불리하게 왜곡된 시장구조, 자본과 판매조직의 열세, 이런 상황에서 경쟁사는 신개발 제품으로 시장을 석권하고 있고 우리제품은 아무도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이것이 오늘 민주당이 처한 현실이다. 장차 시장 여건은 개선되고 분위기는 좋아질 것인가. 경쟁사 제품의 인기는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질좋은 제품을 내놓을 만한 생산설비와 경영조직은 어떻게 갖출 것인가. 민주당의 진로를 말하기 위해서 먼저 점검해보아야 할 문제들이다.



 결론부터 말하자. ‘잘되면 집권당, 못 되어도 제1야당.’ 이것이 민주당의 장래이다. 거의 틀림이 없을 것이다. 막연한 느낌이 아니라 분명한 논리적 근거를 가진 예측이다.

 

 복수정당제도, 이것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제도이다. 단순히 법에 보장되어 있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 역사에 그 뿌리를 두고 있는 제도이다. 그러기에 해방 이후 지금까지 그 가혹한 탄압에도 불구하고 야당이 지금까지 버티어오지 않았는가. 따라서 민주주의 제도를 폐기하지 않는 한 야당이 설 땅은 있다. 이제 다른 야당이 새로 나타나서 민주당을 한쪽 구석으로 밀어 붙여버리지는 않을까.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민주당이 그렇게 호락호락한 정당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제 우리 민주당이 집권당이 될 수 있을 것인지. 그러자면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를 하나하나 살펴보자. 

 

 우선 앞으로 시장상황은 어떨 것인가. 즉 국민의 정치의식과 정서는 어떻게 변할 것인가. 장․단기 전망이 필요할 것이다.


 단기적인 전망-시장은 춤춘다. 국민은 잘 잊어버린다. 청문회 정국, 3당통합 당시 지지율 53%, 몇 달뒤 65% 반대, 지자체 여당 압승. 국민들의 기억상실증이 정치발전을 더디게 하는 부정적인 현상이기는 하지만 엄연한 현실이다. 치솟는 김영삼 대통령의 인기, 죽 쑤는 민주당, 그러나 이런 현상이 과연 얼마나 오래갈 것인가?

 

 장기적인 전망-그래도 시장에는 흐름이 있다. 역사는 발전한다. 변화와 발전의 흐름이 어떤 것일지에 대한 예리한 통찰이 필요하다. 민주당의 장래는 여기에 비추어 보아야 한다.

 

 민자당의 제품은 언제까지 인기를 떨칠 것인가. 민주당의 인기는 여기에 반비례하는 것이므로 따져보아야 한다. 인기상품은 ‘개혁’이다. 제품 자체가 좋은 것인가, 포장만 온전한 것인가. 제품 자체는 변함없이 포장만 온전하게 바꾼 것이라면 인기는 얼마 가지 못할 것이다. 과거 정권이 바뀔 때마다 비슷한 제품들을 내놓았으나 효과는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포장만 요란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 것은 제품 자체가 좀 다른 것 같다. 그러나 새 제품에도 문제는 많다.


 

‘김영삼 개혁’의 세 가지 허점

 

 첫째, 개혁을 법과 제도에 의하지 않고 협박으로 해치우는 문제이다. 이것은 세 가지 문제가 있다.

 

그 하나는 일과성이다. 법과 제도의 개혁을 함께 하지 않는 개혁은 일과성 태풍과 같이 바람이 지나가고 나면 모든 것이 원상으로 돌아가버린다. 과거 군사정권들이 개혁이니 사회기강 확립이니 하면서도 법과 제도는 오히려 비민주적인 방향으로 개악한 결과가 오늘 터져 나오는 저 부정부패의 원인이 된 것이다.

 

 그 둘은 새로운 권위주의가 자리 잡을 위험이다. 청와대 앞길과 지방 관저를 개방한다고 권위주의가 청산되는 것이 아니다. 법이 권력자의 자의에 따라 남용되는 일이 없어져야 권위주의와 독재가 방지된다. 부정축재자를 처리함에 있어 법에 근거하지 않으니 자연히 세무조사니 뭐니 하는 편법이 동원된다. “좋은 말 할 때 나가라” 해보고 말을 안 들으면 “한번 털어볼까” 하고 겁을 준다. 그래도 버티면 “저 놈 샅샅이 털어” 하는 식이다. 이런 식이니 대통령 말이 곧 법이다. 그것은 바로 독재다.

 

 그 셋은 불공정한 결과이다. 재산공개 기준이 장관 다르고, 국회의원 다르고, 차관도 달랐다. 야당만 ‘뽄새’낸다고 시가 기준으로 공개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처리도 들쑥날쑥이다. 위장국적으로 딸을 부정입학시킨 사람도 어느 장관은 사퇴하고, 누구는 장관 자리에 버티고 있으며 위장전입으로 땅을 산 사람은 국회의원직을 박탈당한다. 장모 재산 수십억을 유산받은 공무원은 아무런 투기혐의가 없음에도 쫒겨나고 아버지 재산을 수백억씩 물려받고는 허위축소 신고를 했는데도 끄떡이 없으니 일반 국민은 물론이고 잘못이 있는 사람조차도 승복을 하지 않는다.

 

 둘째는, 불공정한 경제구조의 개혁을 외면하고 있는 점이다. 독점, 소유의 편중, 엄청난 불로소득 등 불공정한 경제구조는 이제 형평의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효율의 문제이다. 지금껏 기득권자들은 효율과 경기를 내세워 분배구조의 개선을 저지해왔다. 성장과 분배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쫓으려다가는 두 마리 다 놓친다는 논리를 내세우거나, 우선 경기를 살려놓고 보자는 논리를 내세웠다. 그러나 이제 분배와 성장은 더 이상 두 마리의 토끼가 아니다. 한 마리 토끼의 앞다리와 뒷다리로 보아야 한다. 우선 경기를 살려놓고 보자는 논리에 근거한 경기부양책은 항상 물가를 올려 없는 사람들의 호주머니만 쥐어왔다. 89년 말 조 순 부총리를 쫓아내면서까지 강행했다. 경기부양책의 결과는 효과도 못 보고 경제만 망쳐놓았다. 그런데 김영삼 정권은 금융실명제도, 토지실명제도 경기를 이유로 덮어버리고 오히려 경기부양책을 내놓고 있다. 경기부양책이 위험스럽기도 하거니와 경제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수술이 없이 어떻게 공정한 사회, 합리적인 사회로의 개혁이 가능할 것인가.

 

 셋째로는 개혁이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 잘 알 수가 없다. 안기부의 기구와 권능을 축소한다고는 하면서도 안기부법에 대한 예산회계에 관한 특례법은 어떻게 할 것인지 말이 없다. 기무사에 관련된 국군조직법, 국가보안법, 노동법 등 세계에 유례가 없거나 보편적인 기준에 미달하는 반민주악법들에 관해서도 방향의 제시가 없다. 이러고 보니 하루하루 쏟아지는 인기 있는 발표들이 포장만 요란할 뿐, 알맹이가 무엇인지 의심스럽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분야에서 상당한 발전이 이루어질 것이다. 5․16 이후의 긴장과 이완, 5․17 이후의 그것들은 긴장과 이완, 요란한 일과성 행사였음에도 나름대로 약간씩의 진보를 이루었다. 그에 비하면 이번의 긴장은 훨씬 다르다. 집권세력 내부의 구조는 옛날과 크게 다를 바 없으나 개혁 주도세력의 개인적 정치적 경험이 다르고 개혁을 추진하는 힘의 원천이 국민의 요구에 기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상당한 진보를 기대하는 것이다.

 

 박수를 치는 국민이 많은 것 같다. 박수를 보내자. 그러나 무조건 박수를 치지 말고 조심스럽게 가려서 잘하는 일에만 박수를 치자. 경기장에 가보면 반칙을 하는 것을 보고도 우리편이 이기기만 하면 무조건 박수를 치는 사람들이 있다. 5․16 뒤에, 5․17 뒤에 법도 절차도 없이 국토건설대니, 삼청교육대니 하며 마구 잡아 가두고 짓밟고 쫓아낼 때도 ‘기강확립’이라는 기치만 보고 많은 국민들이 시원하다 했다. 그 결과가 오늘 저 분통 터지는 부정부패를 키워준 것 아닌가.

 

 

보다 빠르게, 보다 크게 달라져야 한다

 

 민주당은 개혁의 성패에 따라 어떤 영향을 받을 것인가. 개혁이 잘돼야 국민이 산다. 민주주의가 발전해야 야당도 발붙이기 쉬운 것이다. 반면에 개혁이 잘 안되고 지지부진할 때 야당의 입지가 넓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개혁이 잘되는 것이 좋다. 개혁의 성과는 결과적으로는 민주당으로서는 여건이 좋아지는 것으로 보고 싶다. 게다가 개혁과정에서의 문제와 한계가 있기 때문에 민주당은 할 일이 많고 하기에 따라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민주당은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한마디로 달라져야 한다. 멀리 내다보지 않더라도 이미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 지금도 어지러울 만큼 바쁘게 달라지고 있다. 변화를 따라잡지 않으면 안된다. 앞서가기 위해서는 변화를 따라잡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보다 멀리 내다보고 한 발 앞서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 보다 빠르게, 보다 크게 달라져야 한다.

 

 어떻게 달라져야 할 것인가. 언론계나 학계의 말을 들어보면 한가지로 답이 나온다. 정책정당, 깨끗한 정당, 당내 민주화, 공부하는 정당, 과학화, 근대화를 해야 된다고 한다. 당내에서도 같은 목소리가 자주 나오는 것을 보면 이런 조언을 받아들이는 모양이다. 지금까지의 야당이 선명 경쟁이나 투쟁만 하고 공부는 안하는 정당, 권위주의 정당, 깨끗하지도 않은 정당으로 보였던 모양이다.

 

 그렇다면 할 말은 있다. 공작과 매수가 횡행하던 시대에 선명 경쟁을 하지 않고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었겠는가. 일사불란한 권위 없이 야당이 살아남았겠는가. 독재의 시대에 투쟁하지 않았다면 오늘의 민주화가 이루어졌겠는가. 언제 돈 있는 사람이 야당에 공개적인 후원금 한푼 내주었는가. 그래도 13대 국회이래 국회에서 공부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그것은 야당 의원들의 공로가 아닌가. 

 

 그러나 어떻든 세상은 달라졌다. 국민의 정서와 요구가 달라졌다. 우리도 어제의 공로나 이야기할 일이 아니다. 살아 남자면 국민의 정서와 입맛에 맞추어야 한다. 달라지자. 정책정당, 깨끗한 정당, 공부하는 정당, 당내 민주화. 그러나 이런 변화가 민주당의 힘만으로 될 것 같지는 않다. 국민들도 함께 달라져야 가능하다. 따라서 국민들에 대한 주문 사항을 함께 곁들여 이야기해보자.

 

 정책정당-필요한 일이다. 민주당의 정책 역량은 아직 원로적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당원 간부 모두가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어서 점차 나아지리라 본다. 이와 관련하여 언론과 국민, 정부에게 부탁이 있다.

 

 첫째는 돈이다. 정책연구를 하자면 돈이 있어야 한다. 돈만 있으면 우수한 사람들은 언제든지 있다. 그런데 세비나 정치자금 이야기만 나오면 언론인들이 몰매를 친다. 밤중에 집으로 전화를 걸어 욕설을 퍼붓는 시민도 있다. 일 잘하는 머슴을 두고 싶으면 사경은 좀 넉넉히 주어야 한다. 또는 외국처럼 국회내에서 도는 정부 출연으로 정책개발을 위한 연구소를 운영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다.

 

 둘째는 정책에 대한 관심이다. 지난번 대통령 선거때 우리 민주당은 쓸 만한 정책을 많이 내놓았다. 전체적으로 민자당의 정책보다 우수했다. 그런데 실제로 정책을 들여다보고 비교․평가를 한 유권자가 얼마나 될까. 언론도 정책문제에 관한 사실 보도나 해설에는 인색하고 즉흥적인 비판이나 가십에 열중하는 것 같다.

 

 셋째는 정부의 태도이다. 중요한 정책자료에 대하여 무조건 비밀로 한다. 알려진 일에 대해서는 변명에 급급하거나 오리발이다. 이런 일들은 좀 고쳐주기 바란다.

 

 어떻든 정책정당으로 인정을 받는 것은 민주당 스스로의 과제이다. 공부하는 정당이 되면 자연 달라질 것이다. 정책정당 문제와 관련하여 짚어둘 것이 하나 있다. 보․혁 구도의 문제이다. 흔히 정책정당. 정책대결 하면 정책노선의 차이를 생각하고, 여․야 관계가 보․혁 구도로 짜여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지난 시대에는 바람직한 정치구도였으나 독재정권의 반공논리 때문에 이루어지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세계의 흐름이 바뀌어서 혁신 또는 진보노선은 인기가 없어져버린 것 같다.


 따라서 앞으로의 정책대결은 계층적 집단적 이해관계에 근거한 총체적 체계적인 노선보다 구체적 개별적 정책에 관한 것이 중심이 되지 않을까 싶다.

 

 공부하는 정당-정책정당으로 변신하기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자세이다. 본시 공부는 개별 의원들이 할 일이다. 그러나 여건과 분위기를 종성하기 위하여 중앙당은 매주 또는 월 2회 이상 정기적으로 세미나를 열어 나가고 정책기구를 강화하여 소속의원들의 자료 요청과 자문에 응하는 등의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그밖에 소속의원들의 자발적인 그룹토론, 개혁모임의 활동 등은 공부하는 분위기 조성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의정활동의 전면적인 방영이 제도화되고 영상화되지 않는 활동까지 언론에 의하여 보도와 평가가 이루어진다면, 의원들의 자세도 달라질 것이다. 영국의 메이저 총리가 의정활동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성장했다는 것은 의미심장한 사실이 아닐까 싶다. 국민들의 인식도 달라져야 한다. 아침 약수터, 목욕탕의 인사나 문상, 주례에 소홀하다는 원성을 듣는 정치인이 언제 공부에 열중할 수 있을 것인가.

 

 

야당 정치인도 깨끗해야 한다

 

 깨끗한 정당-이번 재산 공개로 야당도 여당만큼이나 두들겨 맞았다. 그것은 공정하지 않다. 적어도 야당에는 직위와 권력을 이용하여 치부한 사람은 없다. 그리고 오랫동안 정보기관의 감시를 받아왔다. 불법한 일은 있기 어렵다 재산이 많다고 무조건 매도하는 분위기는 잘못된 것이다. 형성과정이 적법하고 정당한 것인가를 기준으로 평가해야 할 것이다.

 

 어떻든 야당 정치인도 깨끗해야 한다. 그러나 이 점에 관한 한 민주당은 자랑할 만하다. 이미 김영삼 정권의 개혁바람이 일기 훨씬 전부터 소장의원들이 앞장서서 수입지출을 공개하는 등 자정운동을 벌여왔다. 그뿐 아니라 민자당에 비하여 무공해 의원의 비율이 현저히 높다. 그저 비율이 높은 수준이 아니다. 거의 대부분이 무공해 또는 저공해 의원들이다. 재산공개 파동으로 체면을 구기기는 했지만 위축되지 말고 자신감을 가지고 깨끗한 정치를 위한 개혁에 앞장서야 한다. 그렇다고 긴장과 자성이 필요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돈 문제는 물론이거니와 그 밖의 사생활 문제에 관하여도 너무 관대하지 않았나 싶다. 이제 세상이 달라진 만큼 보다 높은 수준의 도덕적 긴장과 관리가 필요할 것이다. 언론과 국민들도 좀 더 냉정해주기 바란다. 부자가 꼭 부도덕은 아니다. 부자에 대한 반감과 정치인에 대한 평가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축적된 돈의 액수만 문제가 아니라 돈의 흐름이 오히려 큰 문제이다. 김영삼 대통령은 모아놓은 재산은 많지 않아도 그동안 그의 손을 거쳐 간 정치자금의 액수는 가히 천문학적인 규모가 아닌가. 지구당 관리 등 일상적인 정치비용과 선거자금의 규모에 있어서의 여․야 격차는 엄청나다. 이 문제도 결코 눈감을 일이 아니다. 오히려 축재해놓은 돈보다 훨씬 더 엄청난 이 돈이 바로 정치를 타락시키는 근원이기 때문이다. 

 

 깨끗한 정치를 정착시키자면 세비와 국고 보조를 현실화하고 시민들의 성금도 좀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 모두가 야당 후원회에 가입하기를 꺼리고, 야당에게는 단 한 푼의 기탁금도 없는 풍토에서 깨끗한 정치는 발붙일 수가 없다. 이제 여당이 앞장서서 정치자금에 관한 제도를 바꾼다고 하니 민주당도 지금까지 의지해온 친지들의 음성적인 후원에서 벗어나 공개적인 후원회 조직을 시도해볼 일이다. 그러나 특혜와 이권을 줄 능력이 없는 야당이 아직도 권력자의 눈에 나면 세무사찰이다 뒷조사다 하는 일이 하루에도 몇 건씩 보도되는 현실에서 얼마나 도움이 될지 걱정이다.

 

 바람직한 제도로 본다면 외국처럼 정책예시를 통한 정치기금을 형성한다든지, 공동체의식을 높여갈 수 있는 수익사업을 하는 것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국민이 돈을 주고 싶도록 정치를 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할 듯싶다.

 

 

주민에 기초한 지구당 육성론

 

 당내 민주화-이 문제에 관한 한 민주당이야말로 큰소리 칠 만하다. 지난 3․11 민주당 전당대회는 민주당의 민주역량을 과시한 거사였다. 그러나 따져보고 개선해야 할 점은 아직 많다. 대화와 타협, 경쟁과 승복, 상향식 선출제도 등이 그것이다. 대화와 타협, 경쟁과 승복은 아직 민주주의 경력 탓인지 제대로 되고 있지 않은 것 같으나 차츰 나아지리라 낙관한다. 상향식 민주주의는 말로는 하기 쉬우나 토대가 없다. 지구당 위원장이나 후보가 당원들에 기초하여 선정되는 것이 아니라 당원들이 위원장이나 후보자의 호주머니에서 나온다. 위원장이나 후보를 선출하려야 선출할 당원이 없다. 시민운동이라도 시민들에게 뿌리박고 있으면 조직을 통하여 시민들의 의사를 물어 볼 수도 있을 텐데 그것도 없다. 그나마 이름이라도 걸고 있는 단체들은 대부분 관변단체들이다. 이 판에 지구당을 없애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세계에서 지구당이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라는 이야기가 지구당 폐쇄론을 뒷받침하기도 한다. 내가 알기로는 사실과 다르다. 중앙당에서 운영비를 지원하는 지구당이나 위원장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지구당, 그런 지구당이 없다는 말인지 모르겠다. 지구당은 있어야 한다. 자발적인 당원에 의하여 운영되는 지구당, 지역주민에 뿌리박은 지구당, 그런 지구당이 있어야 상향식 민주주의가 가능하다. 앞으로 지방자치가 발전하고 시민운동 단체가 성장하면 우리도 자생적인 지구당이 자리 잡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제대로 된 상향식 민주주의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때까지 중앙당은 지배와 통제가 아닌 지도와 조력을 통한 지구당의 육성에 힘써야 할 것이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한두 가지 지적해두어야 할 점이 있다. 기초의원 후보자 추천제도가 그 하나이다. 당원이라는 것이 무슨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가장 적극적이고 모범적인 유권자일 뿐이다. 정당은 그런 사람들의 모임이다. 그런데 기초의원 후보자를 왜 그들 스스로 추천하면 안 된다는 말인가. 정당을 범죄조직으로 몰아붙이고자 했던 과거 독재정권이 만들어놓은 잘못된 인식의 결과이다. 추천문제를 꺼내면 여러 가지 복잡한 논란이 있을 수 있겠으나 민주적인 정당을 육성하기 위하여는 정당추천제를 인정해야 한다.

 

 또 하나는 민주당내 전당대회 파견 대의원들 수에 관한 문제이다. 요즈음 당내에서는 전당대회 대의원 수를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나는 찬성하지 않는다. 이번에 전당대회 대의원 수가 많아진 것은 기초의원을 대의원으로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이제 대의원 수를 다시 줄이자면 기초의원을 대의원에서 제외시켜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옳지 않다. 대중정당을 지향하는 민주당이 국민들에 의하여 선출된 사람을 대의원에서 제외한다면 스스로 대중에 기반두기를 포기하는 셈이 되지 않을까. 만 명의 전당대회, 근사한 축제가 되지 않을까. 관리가 번거롭다면 지역별 전당대회를 열면 된다. 요컨대 국민들에 의하여 선출된 사람들의 의사가 전당대회 때 여과 없이 직접 반영되어야 한다.

 

 

겸허한 자기반성과 지역패권주의 불식

 

 이상에서 민주당이 성공하기 위하여 해야 할 일들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런 노력과 함께 향후 민주당이 역점을 두어야 할 진로는 어느 방향일까. 말을 바꾸면 앞으로는 무엇이 정치의 중심적인 쟁점이 될 것인가의 문제이다. 어떤 사람은 다원주의, 인간화 등을 말하기도 한다. 목적을 중심으로 한 견해인 듯하다. 어떤 사람은 참여민주주의를 말한다. 행태와 과정에 중점을 둔 시각인 듯하다. 세계화를 말하는 사람도 있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국가 이익을 앞세우는 견해이다. 관심을 가지고 연구해야 할 문제이다. 학자들의 연구를 좀 더 지켜보아야 가닥이 잡힐 듯하다.

 

 한국에 우선 급한 것은 무엇일까. 민주당은 무엇을 기치로 내걸어야 할까. 아직 민주화는 미완성의 과제이다. 그러나 이제 ‘민주화’라는 구호는 대중에게 매력이 없다. 참여민주주의 장래의 과제는 이것이 아닐까. 자본주의도 사회주의도 국민의 참여가 제한된 나라는 실패했다. 정치과정에 대한 국민의 참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나라는 성공하고 있는 것 같다. 성장도 복지도 가장 성공하고 있는 나라로 알려진 스웨덴에서는 유권자 4인 중 1인이 당원이고 유권자 5인 중 1인이 한 곳 이상의 선거캠페인에 참여하고 있으며, 유권자 1인당 1.63개의 사회단체에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앞으로 한국의 민주주의도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이것 또한 국민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무엇인가 매개가 있어야 한다. 지방자치가 그 매개 고리가 되지 않을까. 이제 지방자치는 돌이킬 수 없는 추세가 되었다. 한편 국민들은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시위와 농성이 이제는 학생이나 노동자의 전유물이 아니라 일반 국민들에게도 보편화되고 있다. 당장은 지역이기주의를 표출하는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으나 차츰 공동체의 관심사로 발전해갈 것이다. 차츰 지방자치에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눈을 조금만 더 크게 뜨면 지역경제가 존재하지 않는 지역경제, 지역고용, 지역기업에 대한 배려 없는 지역개발 정책의 하고를 보게 될 것이다. 지방자치를 정치적 매개 고리로 하는 참여의 시대, 대중의 시대, 지방화의 시대, 21세기의 국제화 시대니 통일의 시대니 하는 말들처럼 명료하게 다가오지는 않지만 대중을 통치의 객체로서가 아니라 정치의 주체로 모아 세우는 데는 훨씬 구체성이 있고, 현실의 추세에 맞는 거 아닌가.

 

 그렇다면 민주당은 지방자치에 당력을 기울여 대책을 세워야 한다. 상향식 민주주의와 참여민주주의의 전망위에 지방화 시대, 지역경제와 지역정치 문제를 결합시켜 지방선거를 위한 구체적인 준비에 나서야 한다. 지방차지 문제의 정치쟁점화, 후보의 발굴, 연수교육, 지역별 현안과 정책연구 등을 서둘러야 한다.

 

 마지막으로 민주당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 한 두 가지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하나는 당내 지역주의의 문제이다. 민주당은 그동안 기회만 있으면 영남패권주의를 지적해왔다. 그런데 이번 당내 최고위원 선과와 원내총무 경선에서 나타난 결과 역시 지역주의의 결과라는 지적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는지......


 제도 자체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논란이 있을 수 있겠으나 정치에 있어서의 지역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제 중․대선거구제의 채택을 고려해야 하지 않는가.

 

 둘은 지도체제의 문제이다. 집단지도체제가 민주적인 제도인 것처럼 보이나 실제로는 폐해가 보통이 아니다. 그러나 그보다는 15대쯤 가서 민자당이 내각제를 내놓았을 경우 집단지도체제는 당을 분열시킬 우려가 큰 구조라는 접이다. 이런 점들에 대해서는 지금부터 걱정하고 연구를 해야 할 것이다.

 

 여러 가지 방향과 대안을 제시해 보았다. 결국 결론은 ‘잘하면 잘되고 잘못하면 잘 안될 것’이라는 식이 되고 말았다. 이제 마지막으로 말하고 싶은 대안은 ‘겸허한 자세와 자기반성’이다.



▶ 인용출처 : 더 좋은 민주주의 연구소 (http://ibd.or.kr/contrib/14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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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고미생각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3.04.11 지금으로부터 꼭 20년 전, 1993년 5월 말지에 기고했다는 노무현의 기록을 우연히 찾아내어 토론 광장에 옮겨 놓습니다. 옮겨 놓고 나니 참 할 말이 많습니다.. 10년 전도 아닌 이미 20년전부터 노무현은 무엇을 말했는가? 그리고 20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은 노무현의 일갈에서 도대체 얼마나 진보했습니까?
  • 작성자고미생각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3.04.11 마침 오늘 유시민 - 스포츠 서울 인터뷰와 관련해서 맥락이 닿는 부분도 똑똑히 보입니다. "국민들도 달라져야 한다. 국민들도 더이상 통치의 객체로서가 아니라 헌법상 주권자로서의 주체적 인식을 가지고 '책임'을 다해야 한다." 노무현의 말이었고, 유시민이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서 10년 동안 박박 기다가 결국은 실패를 선언하고 나왔습니다.

    그랬더니 유시민 더러 지금 정치판이 어려울 때 손을 털고 나온 얍삽한 놈이라고 욕합니다. 이걸 어떻게 생각해야 합니까? -_-;;
  • 작성자고미생각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3.04.11 가장 대표적인 거 딱 하나만 짚어 봅시다. "깨끗한 정치를 정착시키자면 세비와 국고 보조를 현실화하고 시민들의 성금도 좀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 노무현의 말입니다.

    노무현과 유시민이 등장하면서 가장 크게 바꿔놓은 정치 문화가 바로 이것입니다. 바로 국민들의 자발적인 정치 후원 문화를 조성시켰다는 것입니다. 거기에 한술 더 떠서 '유시민 펀드'라는 굉장히 참신하고 탁월한 대안까지 발굴해 현실화시키는데 성공했습니다. 전 묻고 싶습니다. 정녕 이걸로 부족하다는 것입니까?
  • 작성자고미생각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3.04.11 참으로 웃기고 기가 막힌 것이 안철수가 '세비와 국고 보조를 줄이겠다, 국회의원 수를 줄이겠다'는 공약을 들고 나왔을 때 국민들이 반색을 하고 환호를 했다는 것입니다. 이런 근시안적인 수준을 가진 국민들이 정치만 욕한다고 해서 정치가 바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도 순진한 생각이 아닙니까?

    저는 다시 한번 분명히 말합니다. "그 나라의 정치 수준은 그 나라의 국민 수준을 결코 넘지 못합니다." - 노무현 어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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