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한 진보 - 책과 사람의 만남

작성자지여|작성시간13.04.30|조회수162 목록 댓글 0

- 만남-  

비난과 칭찬의 영욕이 교차되는 삼성의 창업주 이병철은 평생 단 한권만의 책을 읽었다
그 책은 '논어' 이었고.. 논어 외의 어떤 서적도 경영에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고 했다.
경영학의 시조라고 할 피터 드러커가 경제나 경영에 관한 책은 멀리 하면서도 평생을 가까이 한 책은 세익스피어의 희곡과 시 이었고, 성철스님은 제자들에게 '책 읽지 마라' 고 하여 본심과 평상심을 강조하였다. 

 

아름다운 가게로 유명한 박원순은 우연히 마주친 책 속의 문구   '평화는 투쟁의 산물이다' 로 인생의 진로를 바꾸게 되어 평생을 시민운동으로 보내게 되었다 고 고백했다.

 

노무현은 부림사건의 변호를 맡게 되면서 고문으로 만신창이가 된 대학생을 만나고 난 후에, 잘 나가던 세무변호사 걷어차고 인권변호사의 길로 인생의 대전환을 하게 되었는데 부림사건의 계기는 부산 대학생들의 책 읽기 이었다.

 

책은 사람이다.  사람의 만남이나 책의 만남이나 그 경위나 영향은 비슷하다. 불교에서 수행중에 책을 읽지 마라고 하는 것은 인연에 연연하지 마라는 것과 같은 뜻이다.

 

분서갱유, 문화혁명, 마녀사냥.등의. 역사적 사건들도 책의 영향을 사람의 영향과 동일시 했기 때문이다. 과거 대학사회의 운동권 역시,  초기에는 '독서회' '독서클럽' 으로 시작해서 NL , PD 로 분화해 나간 과정도  사람과 책의 만남이 같다는 또 하나의 증거이다.

 

책과의 만남에 대해서도 이분법 논쟁은 유효하다.  '나쁜 책 보지 마라. 좋은 책 읽어라'  또는 " 독서무용론과 독서유용론 "의 논쟁도 가능하다 ...좋은 책과 나쁜 책....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 신창원은 나쁜 사람이고 마리아 테레사는 좋은 사람이고... 자녀들에게 좋은 친구는 사귀고, 나쁜 친구나 나쁜 책은 멀리 하라 고 훈계한다. 과연 그럴까?  

 

친지가 사무실을 새로운 장소에 열게 되어 며칠을 같이 지내면서 점심 저녁을 먹게 되었는데, 예전 사무실 주변식당은 잘 알고 있는데 새로 이사한 곳의 식당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여 식당을 고르는 일이 스트레스라고 했다.

 

나는 이렇게 충고했다. " 어차피 사무실 주변의 식당은 다 가보게 되어있다. 한번 가느냐, 자주 갈 것인가 의 차이일 뿐이다. 언제 가도 가게 될 식당이면 가 보고 마음에 안 들더라도 어차피 경험할 것, 이번에 경험한 것이라 고 생각해라"

 

책과의 만남도 이와 유사하다. 자녀들에게 나름 독서지도를 한다. 초등학교때에는 이런 책이 좋은 책이고, 중고등학교때에는 저런 책들이 유익하다며 충고하지만, 부모나 선배가 자신의 잣대로 어떤 사람이 좋은 사람이고 어떤 책은 별로이다 며 후배나 자녀에게 주입하는 것과는 별개로 사람들은 자녀들은 각자 나름의 잣대를 가지고 있다. 책이나 사람의 만남을 강요한다 고 되는 것은 아니고, 같은 사람과 같은 책을 만나도 초등학교 어린이조차 자신의 관점에서 달리 보는 것이 인생이다. 하물며, 독서무용론이니 독서유용론 토론조차 어쩌면 허무한 것인지 모른다. 

 

바둑의 고수들이  "정석은 알아야 하되, 정석은 잊어 버려라" 라는 말이나
지혜로운 선사들의 " 뗏목을 타고 강을 건넜으면 뗏목은 버려라 " 는 가르침이나
중국 당말의 고승 임제의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이고, 심지어 아버지도 어머니도 죽여야 한다" 는 섬찟한 일갈도...같은 취지이다.

 

책은 읽어야 하고, 사람은 만나야 하지만 책속의 사상이든 만나는 사람이든 <나 아니면 안된다> 거나 <내가 읽은 책과 사상이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는 집착> 에서  벗어나라 는  유연한 사고가 책과 사람에 대한 자세일 것이라고 나름 생각해본다.    

노무현이 쓴 글 중에서 .. "독재 유신 헌법에서도 저는 상대주의 라는 철학을 배웠습니다."   라는 문구가 생각나는 아침이다. 신본주의, 인본주의, 사회주의, 진보, 보수... 어떤 이념도 절대주의로 치달으면 결과는 파쇼 광기로 흐른다 는 것을

인류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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