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읽기] 일베만 폐쇄하면 끝인가 / 장덕진

작성자고미생각|작성시간13.05.27|조회수95 목록 댓글 5

※. 펌자 주석 및 논평..


마침 서울대 장덕진 교수가 한겨레에 내놓은 칼럼이 펌자가 오늘 오후에 게시판에 올린 글의 논조와 정확히 일치하기 때문에 기록과 보관 및 참조의 용도로 사용하고자 이곳 노하우업 게시판에 인용 및 게시 저장한다. 


장 교수 뿐만 아니라 숙대 홍성수 교수도, 시사인 천관율 기자도 누누히 지적하고 있지만 지금 대한민국의 공론 수준은 <기준>에 대한 충분한 <논의> 자체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준을 정하는 자들은 자신들의 <권위>를 과시하기 위해 절대로 뚜렷한 기준을 정해주지 않는다는 것이 일베 사태에 있어 절대로 간과해서는 안되는 핵심인 셈이다. 


그리고 '그들'이 정한 기준에 의해 제재의 대상이 되고 피해를 입는 사람은 (정치적 판단에 의한, 다시 말해 '시범 케이스'와 같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결코 언론이나 유명인이 대상이 되지 않는다. 돈도 힘도 아무것도 없는 무명인들이 그 타겟이 된다. 한마디로 말해 강자에게는 관대하고 약자에게는 엄정한 기준으로 표현의 자유를 <관리>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부작용을 끝까지 외면하면서 일베 폐쇄에만 목소리를 높이는 것.. 이것이 바로 내가 그토록 강조하고 있는 <억하심정의 해악>인 것이다.



▶ 인용 및 게시 출처 : [세상읽기] 일베만 폐쇄하면 끝인가 (장덕진 / 한겨레 / 2013년 5월 26일)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589027.html)


일베에 대한 운영금지 가처분신청과 관련한 논의가 뜨겁다. 찬성하는 쪽에서는 표현의 자유에도 일정한 한계는 있어야 한다며 일베가 퍼뜨리고 있는 맹목적 증오를 차단해야 할 시급성을 든다. 반면 신중론을 펴는 이들은 자칫 표현의 자유가 전반적으로 축소될 가능성과 명예훼손의 무한반복을 우려한다. 양쪽이 모두 무시할 수 없는 근거들을 내세우고 있어서 몹시 어려운 선택이다. 그럴 리는 없지만, 만약 일베 이용자들이 어느 날 생각이 바뀌어서 그간의 행동을 반성하고, 사과하고, 사이트를 자진 폐쇄했다고 하자. 이제 일베 건은 가장 바람직한 방식으로 해소되었다. 그럼 이제 끝난 건가?

핵심은 누가, 어떤 근거로, 어떤 방식으로, 어느 정도까지, 우리의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도록 허용할 것인가에 있다. 이 질문은 그 대상이 극우이든 극좌이든 일베이든 오유이든 똑같이 적용되어야 한다. 일베가 사회문제화되기 이전까지, 아니 일베로 인해 세상이 시끄러운 이 순간에도 우리의 표현의 자유가 얼마나 소수의 사람들에 의해, 얼마나 애매한 근거와 방식으로, 얼마나 광범위하게 제약되고 있는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느끼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보자. 우리가 컴퓨터나 휴대전화를 이용해서 쓰고, 찍고, 만드는 모든 것은 국가정보화기본법이 정하는 ‘정보’이다. 그런데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일반에게 공개되어 유통되는’ 정보는 심의와 규제의 대상이 된다. ‘일반에게 공개되어 유통되는’ 것으로 인정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보아야 하는지는 분명치 않다. 세 명인가, 네 명인가, 천 명인가? 이러한 애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게시판이나 에스엔에스(SNS)에 쓴 글은 당연히 그 대상으로 간주되고 있다. 그럼 내용적으로는 어떤 정보가 문제가 될까?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44조 7에 의하면, 예를 들어 청소년보호법과 국가보안법에서 금지하는 내용은 모두 불법 정보이다. 청소년보호법 하나만 놓고 보더라도 선정, 음란, 포악, 사행, 반사회, 비윤리, 사실 왜곡, 불건전한 내용은 모두 불가다. 그러면 무엇이 ‘불건전’인가? 아무도 모른다. 현재로서는 소수의 심의위원들이 불건전하다고 결정하면 불건전한 것이다. 영화에 등급을 매기는 것도 아니고, 우리가 만들어낸 문서, 영상, 통신의 거의 대부분이 언제든 심의될 수 있고 규제될 수 있는데, 그 근거조차 애매한 상황인 것이다. 실제로 2008년 통신심의 2만9589건 중 1만5004건에 대해 시정요구(50.7%)가 이루어진 반면, 2012년에는 2.5배 이상 증가한 7만5661건의 통신심의가 이루어져 이 중 7만1925건(95.1%)에 대해 시정요구가 이루어졌다. 사람들 사이의 통신이 심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급격하게 늘고 있고, 일단 심의 대상이 되면 거의 예외 없이 규제를 받고 있다는 뜻이다.

흥미로운 것은 일베나 최근 문제가 된 종편의 5·18 역사 왜곡도 청소년보호법의 거의 모든 조항을 깨알같이 위반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베만 폐쇄한다고 해서 끝이 아닌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론 일베와 같은 증오범죄는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우리 사회에서 발붙이지 못하게 만들 최선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소수의 사람들이 대다수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애매한 근거로 광범위하게 제약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는 현재의 시스템을 뜯어고치는 노력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이것을 그냥 둔 상태로 일베에만 집중하면 그들을 제재하기 위해 우리 스스로의 입을 틀어막게 되고, 그러면 등 뒤에서 웃을 사람들은 따로 있는 것이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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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고미생각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3.05.27 01)

    아프로만 @aproman21 13년 5월 26일 - 11:14 PM
    일베 문제에서 차별적표현 사안은 그대로 논의하되, 문제는 <폐간> 오류를 너무도 간과한다는 점에 있다. <도깨비 방망이> 는 유명 언론사에 결코 휘두르지 않는다. 만만한게 당신의 블로그 나 홈 이다. 이거 겪어보지 않았다면 그건 입만 살은 가식이다

    https://twitter.com/aproman21/status/338659512623960065
  • 답댓글 작성자고미생각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3.05.27 02)

    아프로만 @aproman21 13년 5월 26일 - 11:28 PM
    넷파라치' 처럼 고발을 업으로 삼는 놈팽이들이 개독교단에 건수 보고로 자신의 존재를 영위하는 현실, 기소까지도 아니고 골탕 먹이기가 주목적. 당연히 만만한 무명홈을 고른다. 이런 고발 안 당해본 자는 사회적 이슈에 눈감은 자이니 샷업 하라

    https://twitter.com/aproman21/status/338662969841954817
  • 답댓글 작성자고미생각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3.05.27 03)

    아프로만 @aproman21 13년 5월 26일 - 10:01 PM

    표현도 범죄 도 아니고 <폐간>의 문제임. 범죄 해당은 해당법으로 검거 및처벌하면 됨, 버뜨 그러나 <폐간>은 또다른 문제임 /

    나무자전거 @woodbike2

    @sungsooh 폭력과 범죄는 이념이나 진영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교수님은 일베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태를 표현의 범주에 두고 있고, 저는 범죄의 범주로 보는 시각차가 큰 것 같군요. 일베에서 가해한 피해자들의 입장에서 한번쯤 생각해보시죠.

    아프로만 @aproman21 13년 5월 26일 - 10:05 PM ?

    그렇죠 그래서 또다른 문제라는 겁니다 / @rorjatlqoddl 폐쇄는 방통법에 근거함 @woodbike2 @sungsooh
  • 답댓글 작성자고미생각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3.05.27 [아프로만 비망록 2013년 5월 27일] - 한줄코멘트
    (http://m.cafe.daum.net/knowhowup/_memo/733/comments)

    넷파라치의 가처분 고발 신고 겪은 사례:

    노하우업닷컴에 고발 3번, 노하우업 카페에도 넷파라치 고발신고 접수한 다음측의 경고성 블라인드 2건 있었습니다.

    이런 독소적 악법을 수구가 강화시킨게 아니에요. 바로 우리편이라고 믿었던 진보연측이 초래한 거에요

    카페 운영진은 사생활 파탄 목숨걸고 해야 하는 게 대한민국 입니다
  • 답댓글 작성자고미생각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3.05.27 [아프로만 비망록 2013년 5월 27일] - 한줄 코멘트
    (http://m.cafe.daum.net/knowhowup/_memo/734/ )

    여하튼 이골이 나게 겪어본 바 - 가처분 고발 신고 통지 및 블라인드 조치 접수시 - 노하우업 운영진은 졸지에 매스컴 스타(?) 될 마음이 전혀 없음을 미리 밝힙니다

    고발인 막상 만나보면, 싸워볼 가치도 없는 놈팽 조무래기 들이고, 하나같이 오리발 내밀어요. 지가 뭘 고발 했는지 기억도 못해요.

    그런데도 일단 경찰로 이첩되면 민사 및 친고와는 무관하게 형사처리로 진행되요. 이백만이 고소취하 했어도 망치부인은 고발건으로 이첩되서 형사처리가 그냥 진행된 케이스 바로 그런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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