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론] 대화록 진본 공개, 과연 필요한 일일까요? (피콜로 & 고미생각)

작성자고미생각|작성시간13.07.04|조회수322 목록 댓글 13

■ 원제 : 이상한 나라의 이상한 민주주의 (피콜로 / moveon21 / 2013년 7월 4일)

(http://moveon21.com/?document_srl=6866834)

 

하나.

 

고약하다. 한국은 민주주의 국가이다. 그러나 지금은 참으로 고약한 정치상황이다. 보통 법률가들이나 정치학자들 그리고 일반 유권자들은 민주국가의 운영을 가장 상식적이고 평범한 상황을 염두에 두고 실행하려 한다. 그러나 한국은 평범하고 상식적인 상황하고는 거리가 멀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이기도 하고, 가장 통제되는 사회와 이웃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이웃은 언젠가는 통일을 이루어야 할 같은 민족이다. 한 마디로 한국은 특수한 상황 아래에 있고, 특별한 경우인 것이다.

 

 

세상의 이치는 평범한 것은 평범한 것으로, 비범한 것은 비범한 것으로 평형을 이루는 대칭이 일어난다. 한국의 민주주의 제도는 전쟁 위험이 별로 없는 미국이나 영국의 경우와는 다를 수 밖에 없다. 한국사회속에는 냉전과 반공 이데올로기에 찌들은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성숙한 시민사회로 나아가고자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남한과 북한은 기술적으로는 아직 전쟁상태이다. 그런가 하면 한국은 불과 육십여년전에 서로 총뿌리를 겨누고 싸웠던 나라와 최대교역국이 되었다. 경제 부분에서 자본주의는 경제민주화가 상시적으로 입에 오를 정도로 아직도 비판의 여지가 많은 분야이기도 하다. 그 어느 무엇도 명쾌하게 구분이 되질 않고, 뒤죽박죽인 나라이다.

 

 

한국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는 여러가지 요소들 때문에 정치제도는 중간 보다 더 좋거나 또는 더 나쁘게 나타날 수 밖에 없다. 상황적 요소들을 나쁜 쪽으로 이용할 수 있는 여지가 많거나, 좋은 쪽으로 개선할 수 있는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아무리 노력을 해도, 이런 환경적인 요소들을 이용하는 정치세력들은 생기기 마련이다. 이십세기 중반 이후에 우후준순 처럼 생겨났던 크고 작은 국가들이 겪은 이력들이다. 박정희의 독재시대도 이런 형태의 비정상적인 민주주의였다. 그리고 전두환의 시대도 역시 그렇다. 형식적으로는 선거를 거친 정권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지배형태는 일정 부분 의 국민들이 지지할 면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인간의 존엄을 무시한 깡패정권들이었다. 그리고 이런 형태의 지배체제는 당대의 시민정신과는 맞지 않았기 때문에, 타도되고 거세되었다.

 

 

.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행태는 또다른 각도에서 정상적인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행태이다. 분명히 이명박은 무지막지한 탄압정치를 했던 박정희나 전두환과는 다르다. 하지만 그도 역시 정상적인 민주주의자는 아니었다.

 

 

김만복 전국정원장의 증언에 따르면, 이번에 국정원에 의해 공개된 대화록은 합법적이고 정상적으로 작성된 기록물이 아니었다.

 

 

- 김만복 전 국정원장은 3일 저녁 미디어오늘과 단독인터뷰에서 국정원이 지난달 24일 공개한 정상회담 대화록 작성일자가 '200813'로 기록된 것과 관련해 "당시는 내가 국정원장에 재임하던 시기였는데도 20081월에 작성한 사실조차 몰랐다""나는 분명히 (청와대 지시에 따라) 200710월에 작성해 청와대와 국정원 각각 1부씩 보관하도록 담당 국정원 간부에게 '1부만 보관하고 나머지가 있다면 전부 파기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당시 지시는 구두로 이뤄졌으며, 담당책임자는 고위 간부였다고 김 전 원장은 설명했다.

 

이 때문에 이번에 국정원이 공개한 정상회담록이 '20081'에 새로 작성된 행위 자체에 대해 김 전 원장은 "항명죄이자 보안누설죄에 해당한다""버젓이 1부가 남아있는데 왜 다시 제작하느냐"고 비판했다. 김 전 원장은 "이미 200710월에 작성이 완료돼 국정원은 (1부에 대한) 2급 비밀 보관 관리만 하고 있어야하는데, 왜 새로 만들었는지 납득이 가질 않으며 이는 의법조치해야 한다""(새로 작성한 자료를 정상 절차대로 보고한 일이 있다는 국정원측 설명에 대해) 정상적인 절차대로 보고했다는 말은 있을 수 없다. 원장이던 내가 (2008년 이후) 청와대에 보고한 사실이 없는데 어떤 절차대로 보고했다는 말이냐"고 강조했다.

 

김 전 원장은 "당시 작성과정에서 글씨가 잘 안보여서 정확하게 확인하고 수정하기 위해 작성됐던 작업중 부가물(작업본) 등이 여럿 있었을텐데 200710월 지시한 이후엔 (노무현-김정일) 정상회담 대화록이란 청와대 원본 1, 국정원 1부만 남았을 뿐 해당 기록물이라는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없었다""국정원의 경우 내가 '1부만 남기고 다 없애라' 했으므로 그 외에 다른 대화록을 작성한 것은 항명죄이자 비밀누설죄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

http://media.daum.net/issue/499/newsview?issueId=499&newsid=20130703231208647

 

 

그 누군가가 정상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자신의 임의대로 작성된 것이 이번에 공개된 대화록이었다. 그리고 이 대화록은 오자와 첨삭으로 가득찬 왜곡된 대화록이었다.

 

 

- 배 대변인은 '뉴스타파'의 보도를 근거로 "노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대화에서 ''라고 표현한 것을 ''라고 비굴하게 낮추어 말한 것처럼 왜곡했는가 하면 위원장 호칭 뒤에 ''을 붙이지 않았음에도 노 대통령이 머리를 조아려 극존칭을 쓴 것처럼 고의로 손질했다""보수언론은 이를 근거로 1면 머릿기사를 뽑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배 대변인은 "노 대통령의 인격을 깎아내리기 위해 전문에 없는 내용을 마치 발언한 것처럼 고의로 발췌본에 넣은 것도 여러 군데 발견됐다""정작 노 대통령이 'NLL 포기 발언'과 상반되는 발언을 한 대목은 발췌본에서 쏙 빼버렸다"고 말했다. -

http://media.daum.net/politics/assembly/newsview?newsid=20130630161506822

 

 

이쯤되면 이번에 공개된 대화록의 작성 시기 이천팔년도 일월도 믿을 수 없는 것이 된다. 아직은 노무현 정부 시기인 이때로 꿰어 맞춘 것이거의 분명해 보인다.

 

- 20081월 정상회담 대화록을 만든 곳은 국가정보원이다. 그런데 당시 국정원장이었던 김만복 전 국정원장은 CBS와의 전화통화에서 "20081월에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 만들어진 것은 원장인 자신도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 전 원장은 "그거는 아마도 줄서기 하는 놈들이 그때 만들어 이명박 대통령 인수위원회에 나도 몰래(국정원장 몰래) 갖다 주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 든다""그걸 왜 만들었겠나? 사용하려고 만들었겠지?"라고 반문했다. -

http://www.nocutnews.co.kr/Show.asp?IDX=2540736

 

 

정부기록물로 공식 지정되어 국가기록원에 보관중인 문서는 노무현 대통령의 지시로 국정원장이 직접 만들었다. 이것은 회담 직후인 이천칠년도 시월에 만들어졌다. 따라서 20081월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국정원본은 누군가가 "이용"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그런데 이 문건은 목적이 "이용"에 있었기 때문에 온전하게 기록된 것이 아니고 온갖 오물이 다 낀 괴물로 변해 있었다. 이명박은 이 괴물을 이천구년에 비로소 본다. 그런데 이명박이 본 것은 이천팔년도에 만든 것 보다 더욱 심하게 왜곡된 것일 수도 있다.

 

 

-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 이명박 정부 때 한 차례 짜깁기된 데 이어 박근혜 정부에 와서 더욱 심하게 왜곡된 것으로 드러났다. <한겨레>30일 이명박 정부 때인 20095월에 만든 발췌본(이명박 정부본)과 지난 20일 새누리당 국회 정보위원들에게 공개한 8쪽짜리 발췌본(박근혜 정부본)을 대화록 전문과 비교 분석한 결과다.

 

먼저 이명박 정부본은 “6·15 10·4선언의 문제점을 대내외에 전파하여, 북한·좌파의 전면 이행 주장을 제압하고 우리 대북정책의 정당성을 부각해 나가겠음이라고 적은 데서 알 수 있듯이 정략적 목적에서 만든 것이다. 대화의 전체 문맥을 거두절미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부분만 뽑거나 짜깁기했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관련 대목이 대표적이다. 이명박 정부본은 엔엘엘은 국제법적 논리적 근거가 분명치 않고, 헌법문제도 절대 아님. 얼마든지 내가 맞서 나갈 수 있음이라고 적었다. 그러나 이는 대화록 41(오전 회담)74(오후 회담)의 대화 내용 중 일부를 마치 한 문장인 것처럼 엮은 것이다.

 

박근혜 정부본은 이를 나눠 페이지별로 수록해 놓았지만, 편의대로 필요한 대목만 늘어놓았다. “엔엘엘 가지고 이걸 바꾼다 어쩐다가 아니고 그건 옛날 기본합의에 연장선에서 앞으로 협의해 나가기로 하고라고 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은 이명박 정부본과 박근혜 정부본 모두에서 아예 삭제돼 없다. -

http://www.hani.co.kr/arti/politics/assembly/593864.html

 

 

누군가가 개인적인 목적을 위해서 만든 문건을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더욱 떡칠을 해 놓은 것이다.

 

 

이 문건을 만든 사람은 분명히 고위급이었을 것이며, 정치적인 배려 또는 판단에 의해 자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레벨의 인물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매파인지 비둘기파인지 잘 분간이 안되는 그렇지만 매파임을 증명해야 하는 인물이었을 것이다. 그가 배신자인 것이다.

 

 

이명박 정권은 이미 약이 쳐진 문건에다가 더욱 약을 친다.

 

 

-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은 '정상회담록 발췌본'2009년 원세훈 원장 취임직후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정문헌 의원은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10.4 정상회담 1주년에 즈음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비판하자 이 대통령이 정상회담록을 가져와 보라고 국정원에 지시했다고 들었다. '북방한계선(NLL) 발언' 등이 담긴 발췌록 보고서가 올라갔다.(정 의원은 당시에는 발췌록이란 말이 없었고 요약된 보고서일 것이라고 추가 설명했다) 작성 시점은 대화록이 2급비밀 공공기록물로 낮춰진 시점을 고려하면 2009년인 것 같다. 내용을 보고 노한 이 대통령이 원본을 요청했고 보고에 앞서 비서관 신분으로 일독했다. 이후 2010년에도 이 대통령이 발췌록 보고서를 재요청했고 그 과정에서 나는 내용보고를 들어 숙지했다"고 말했다. 정문헌 의원은 이 발언이 맞다고 확인했다.

 

 

그렇다면 의도적으로 과장되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는 대화록 발췌본은 원세훈 국정원장이 취임한 직후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당시에 정상회담록을 볼 수 있는 위치에 있거나 비밀 취급이 가능한 국정원 내부인물이 원세훈 국정원장의 지시로 만들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정문헌 의원은 "1급비밀은 그 내용을 축약하거나 메모도 허용되지 않는다며 요약보고서(발췌본)가 만들어진 것은 2급비밀로 격하됐기 때문에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

http://www.nocutnews.co.kr/Show.asp?IDX=2540736

 

 

이명박은 원세훈 시절 국정원에 의해 약이 쳐진 국정원 발췌본을 받아 보았고, 나중에는 국정원 원본을 받아 보았다. 이 국정원 원본이 진짜 원본인 것으로 믿으면서 말이다. 하지만 이 국정원 원본이라는 것도 실은 위에서 말한 것처럼 어느 배신자가 이미 손을 댄 문건이었다. 그러니까 이명박은 진짜 원본은 본적도 없엇던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

 

 

이명박 정권은 이 대화록의 실체를 비교적 일찍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 내용의 파괴력은 굉장한 것으로 믿고 있었을 공산이 높다. 비록 착각이었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런 가공할 내용을 암암리에 야당과 정치권에 퍼트렸다면? 그리고 이것을 미끼로 야권을 분열시키고 겁박하고 위축시켰다면? 친노 정치인들은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이슈화시킬 수 없었다. 내용이 사실이라면 자신들에게 불리한 내용인데다가, 사실이 아니더라도 입증하기가 어렵다. 대화록은 원래 두개가 있었는데 - 친노정치인들은 그렇게 알고 있었다.- 하나는 원세훈 수하의 국정원에 있고, 또 하나는 국회에서 삼분의 이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국가기록원에 있다. 현실적으로 사실이 아님을 입증하기가 어렵다.

 

 

이명박은 이런 상황을 이용해서 야당의원들을 압박하기가 너무나 수월햇을 것이다. 게다가 반노나 비노 정치인들이 활개를 칠 수 있었던 것이고, 안철수까지 더 해서 말이다. 이명박 치하에서 경험햇던 일들하고 딱 맞지 않나?

 

 

. 이게 올바른 민주주의이냐 하는 것이다? 협잡민주주의라는 새로운 용어가 생겨날 판이다. 이런 괴상한 민주주의가 가능한 것은 선동에 미쳐 돌아가는 멍청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상한 넘이 대통령이 되니까 이상한 경험도 다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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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생각

2013.07.04 15:32:58

 

피콜로님께..


오래간만에 인사드립니다. 그동안 안녕하셨지요? 피콜로 님께서 주신 글 잘 읽었습니다. 저와는 상황인식이나 접근 방법이 다른 글입니다만 이렇게 차분한 어조로 하나씩 짚어주시니 문재인이 <정면돌파>를 하겠다고 나선 속사정이 어느정도는 이해가 됩니다. 제가 무엇을 제대로 보지 못했는지를 잘 알게 되었습니다. 피콜로님의 글을 그래서 감사히 읽었습니다.


하지만 피콜로님의 글을 읽고 나서도 제가 무엇을 제대로 살피지 못했는지는 돌아볼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가 이번 사태를 접하며 들었던 생각이 <잘못된 인식>이나 <그릇된 상황판단>이었다는 결론을 낼 수는 없었습니다. 다시 말씀드려서 피콜로님의 글을 천천히 정독하고 차분히 생각해보았지만 여전히 저나 아프로만님의 판단과 의견은 유효하다는 것입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지금부터 차분히 말씀드리겠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피콜로님께서 소개해주신 연세대학교 통일연구소 김계동 교수의 페이스북 감상문을 접했기 때문입니다. 김계동 교수는 소개해주신 감상문에서 "비록 자신들이 그 여파를 제대로 짐작하지 못한 회의록 전문이지만 이것을 공개하기로 결정한 건 결코 그들에게 유리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한 바 있습니다. 김계동 교수의 해당 내용을 그대로 인용합니다.


"정상회담 대화록을 틈틈이 읽다가 이제 모두 다 읽었다. 혼란이 온다. 왜 보수진영에서 이 전문을 다 공개했을까? 보수진영에서 주장하는 아주 사소한 발언 몇 가지만 빼면 이 회의록은 노무현 대통령을 미화하고, 남북대화의 당위성, 그 방법까지 자세하게 밝혀 주는 회의록이다. 오히려 보수진영에서 이 회의록 전문공개를 반대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보수진영은 시비 걸 수 있는 발췌부분만 가지고 공세만 펴는 것이 유리했을꺼라 생각하는데, 아마 전문들을 제대로 읽어 본 사람이 없는 듯 하다."


바로 그렇습니다. 피콜로님 말씀대로 지금 국정원에서 공개한 내용이 엄청나게 문제가 많은 엉터리 내용임에도 당리당략에 물들지 않은 전문가와 학자들이 보기에도 이 전문을 공개한 것이 새누리 - 극우 진영에게 별로 좋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겠습니까? 그들이 '불법적으로' 선공개한 자료, 그것도 자기들 유리하게 짜집기한 자료로도 본인들이 원하는 공세의 근거 자료로 불충분했다는 뜻이 되지 않겠습니까?


어차피 지금 이런 사단이 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새누리와 국정원이 공권력을 사유화하여 <불법행위>를 버젓이 저지른 <국기문란>에 있습니다. 그러므로 회의록 공개에 대한 책임은 당연히 새누리와 국정원이 져야 하며 이를 묵인하다시피 했던 이명박과 박근혜도 이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국민적 공감대>와 <여론>이 형성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상황이 이럼에도 불구하고 진실을 확실히 밝히겠다며 <사초>를 먼저 <열람>하자는 제안의 선례를 <친노> 측에서 먼저 제기했다는 것은 피콜로님의 말씀대로 <진실찾기>에는 도움이 될 지도 모르겠으나 <원칙의 훼손>과 <선례의 부담>이라는 측면에서는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어차피 국정원 엉터리 불법 유출 기록에도 이정도로 시끄럽다면 성남의 진본과 부속자료를 열어본다고 해도 논란이 완전히 <종식>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 않나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문재인이 계속해서 접근하고 있는 방식은 <재판 과정>에서 접근하는 <법률적 사고방식>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문재인의 해법은 노무현의 NLL 관련 소신을 확인하기 위해 주변 부속 서류와 준비 과정에 대한 근거, 팩트와 증언으로 NLL 문제의 <논리적 판단>을 이끌어내자는 것입니다. 


이는 증거 자료의 제출을 통한 <입증>을 <팩트>화 시키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이것을 김정일이 협상과정에서 제대로 <인지>하고 <인식>했다는 직접적 근거로 제시하기는 어렵습니다. 협상과 재판은 엄연히 다른 영역이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문재인 측은 이 문제를 협상이 아니니 재판의 <입증>의 연장선 상에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물론 그것이 논리적, 법리적, 정황적, 팩트적으로 올바른 접근방법이라고 하더라도 이것이 논란을 종식시킬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은 되지 못할 것이라는 게 저와 아프로만님의 걱정입니다.


이유는 매우 명확합니다. 새누리가 타격하는 포인트는 문재인이 준비하는 것처럼 복잡하고 다양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딱 하나! 노무현의 입입니다. 다시 말씀드려서 NLL 대화록에 <등거리>, <등면적>이라는 워딩이 있느냐를 따지는 겁니다. 협상 중에 이 워딩을 분명히 했다는 증거가 남는다면 논란은 확실히 <종식>됩니다. 허나 이 워딩을 진본을 찾아도 어디에도 확인되지 않는다면 논란은 종식되기는 커녕 오히려 새누리가 역공을 펼치는 빌미를 제공해주게 됩니다.


그렇지 않아도 어제 신문 보도에 OECD 회원국 중에서 우리나라의 실질 문맹률이 매우 높다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조금만 복잡하고 다양한 쟁점이 쏟아져 나오면 국민들이 그 이슈들을 다 따져가면서 하나하나 꼼꼼히 살펴보겠습니까?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만약에 그 정도로 사려깊은 국민들이었다면 이명박근혜 정부가 들어설 이유도 없었을테지요.


바로 이런 부분들 때문에 저나 아프로만님이 걱정을 하는 것입니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게 되면 승자는 없고 계속해서 복잡한 팩트 싸움과 논리 싸움만 지루하게 이어지게 됩니다. 이런 식의 공방전이 계속되면 대중들의 여론은 어떻게 돌아설까요? 안철수가 규정했던 <진흙탕 싸움>, <정쟁>의 관점으로 이해해 버리게 됩니다. 현재 안철수는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이슈에 대해서 별 언급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저 관망만 하고 있을 따름이죠. 이것이 얼마나 유리하고 영악한 스탠스인지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확고해질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NLL 대화록 열람을 합의한 본회의 후에 여-야의 지도부가 이른바 <폭탄주 회동>을 가졌다는 뉴스가 나온 것입니다.  


최경환 전병헌, NLL 표결 후 '대화합' 폭탄주 회동
(http://media.daum.net/politics/others/newsview?newsid=20130703144511732)


당론이 대립할 정도로 치열한 '전시' 상황에서 화기애애한 폭탄주 회동과 '친목 도모'라는 워딩이 나왔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겠습니까? 대화록 열람의 정치적 부담은 여-야가 질 생각이 없다는 것입니다. 모조리 이 문제를 처음 <제안>한 문재인에게 덤터기 씌우겠다는 의도가 확실히 드러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당해왔던 전력을 보건대 이런 추론은 결코 무리한 '억측'이 될 수 없는 것이지요. 


마침 NLL 관련 국정조사에서 새누리 - 국정원 대화록 불법 유출 사건은 조사대상에서 빠졌다고 하지 않습니까? 여-야가 이런 식의 합의를 거쳤다는 것이 앞으로의 사태를 낙관할 수 없는 또 다른 근거가 되고 있다는 점도 심각한 문제입니다.


어쨌거나 주사위는 손을 떠났고, 이 문제는 이제 여론의 <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부디 여론이 <현명>하게 이 사안을 판단해 주기를 바랄 뿐입니다. 만약 문재인의 바람과 의도 대로 여론이 문재인의 손을 들어준다면 저는 '매우 기쁜 마음'으로 제 판단이 기우였고 억측이었으며 틀린 생각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할 것이며, 지나치게 모진 언사와 격한 표현을 사용한 점에 대해서 문재인 의원에게 정중히 사과를 드리고 용서를 빌 것입니다.


허나 만약에 문재인의 바람과 전혀 다르게 상황이 흘러가게 된다면 이 사건은 민주당에 남아있는 <친노잔당>의 척결이라는 화룡점정에 문재인이 일부러 <덤터기>를 썼다는 <오명>을 결코 벗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민주친노와 참여계를 막론하고 <친노세력>은 정세인식과 상황파악이 한참 떨어지는 정치세력이라는 비아냥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말입니다. 그것이 저와 아프로만님의 가장 큰 우려였기 때문에 이렇게 장황하게 말씀드렸음을 너그러이 이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고미생각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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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고미생각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3.07.05 박 시장은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남북 정상회담의 문제는 그야말로 기밀문서로 보관돼 왔다"며 "신뢰가 있어야 남북대화, 통일로의 길이 열리는데 자꾸 정쟁 대상으로 삼으면 어떻게 남북관계가 나아갈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대화록 공개와 관련된 사안을 국정원 국정조사에서 다뤄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정치적 쟁점에 개입하고 싶진 않다"며 말을 아꼈다.

    ▶ 기사출처 : 박원순, 'NLL 대화록 공개 합의' 비판 (서울경제 / 2013년 7월 3일)
    (http://economy.hankooki.com/lpage/politics/201307/e2013070310075096380.htm)
  • 답댓글 작성자고미생각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3.07.05 '신뢰'가 무너지고 '정쟁'이 되었다 라는 비판은 좋습니다. 그런데 국정원 <불법개입>과 <국기문란>이라는 단어는 없습니다. 오히려 '정치적 쟁점'에 개입하고 싶지 않다라고 발을 뺍니다. 이게 바로 <기름뱀장어>, <절묘한 보신>의 모범사례(?!)입니다.

    박원순이 공식석상에서 이런 워딩을 했다는 게 무슨 의미겠습니까? 일단 논란에서 발을 빼면서 차분히 상황을 보겠다는 것이죠. 대다수의 여론이 관망 → 혐오 여론으로 번질 것을 잽싸게 캐치한 겁니다.
  • 답댓글 작성자고미생각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3.07.05 안철수와 박원순은 진작에 눈치채고 슬쩍 발을 빼고 있습니다. 여-야 지도부는 폭탄주로 러브샷을 하고 1박 2일 MT나 산행 계획을 추진합니다. 이게 뭘 의미할까요? 한마디로 친노는 <왕따>라는 것입니다.

    친노세력 척결이 정치권에서 여전히 현재진행중이라는 사실을 정작 친노세력만 모릅니다. 그저 <논리적 완결성>과 <책임감과 진정성>을 제발 알아달라며 절절히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런 식이면 도대체 앞으로의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는 겁니까? 정말 답답합니다. ㅠㅠ;;;
  • 답댓글 작성자고미생각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3.07.05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칼럼

    ▶ 안철수 캠프, '노무현 왕따' 현상 이해해야 (조기숙 / 오마이뉴스 / 2012년 9월 24일)
    http://cafe.daum.net/knowhowup/Dnqf/539

    ▶ 이해찬과 한명숙, 유시민은 무엇이 다를까? (정치달인 / moveon21 / 2011년 3월 15일)
    http://cafe.daum.net/knowhowup/Dnqf/631

    ▶ 민주당은 어째서 비노-반노의 소굴이 되었을까? (마케도니아 / 서프라이즈 / 2004년 10월)
    http://cafe.daum.net/knowhowup/Dnqf/418

    ▶ 참고칼럼 : 문재인 딜레마? 개혁세력, 우리의 딜레마! (정치달인 / moveon21 / 2012년 10월 16일)
    (http://cafe.daum.net/knowhowup/Dnqf/586)
  • 작성자고미생각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3.07.05 우리가 그 어떤 공방을 벌이더라도 변하지 않는 <팩트>가 있다. 새누리와 국정원의 <불법공개>에서 성남 국가기록원의 <적법공개>라는 이슈로 넘어가게 된 것은 문재인의 <제안>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길목을 문재인이 선점해버렸다는 게 두고두고 남는다.

    내가 덤터기와 호구라는 극언적 표현까지 써가면서 문재인의 결단을 비판하는 포인트가 바로 이것이다. 그 어떤 논리적 도의적 법률적 근거와 명분이 문재인 편이라고 해도 정치적 판단에서의 <길목>이 눈에 띄면 그 모든 게 소용이 없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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