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미생각] 세월호 참사, 과연 누구의 책임인가?

작성자고미생각|작성시간14.05.02|조회수56 목록 댓글 0

고미생각입니다.


웹툰 작가 굽시니스트가 촌철살인의 만평을 냈다.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20132


마침 야권의 유력한 논객(?) 한 분은 또한 이런 말씀을 하셨다.

http://gujoron.com/xe/470484


그리고 이른바 국민 멘토(?)라는 법륜은 “국민 모두의 책임”이라고 설파했다. 이 셋 사이에는 과연 어떤 관계가 있을까?


첫번째 만평과 두번째 결론은 같은 얘기다. '나를 빼놓고는 모두가 야바위다. 그러므로 아무도 믿을 수 없다.'라는 뜻이다. 세번째 법륜의 '즉설'(?)은 이 사건은 '국민 모두가 반성해야 할 일'이란다. 


이 둘 사이의 관련성을 짚어보자는 것이 오늘 포스팅의 주제다. 


일단 법륜의 얘기부터 짚어보자. 그가 말한 “국민 모두의 책임”이라는 발언은 일견 내가 지금껏 이야기해 왔던 '문제의식'과 같은 얘기처럼 보인다. 허나 내 말과 법륜의 말은 '서로 다른 의도'를 가지고 있다. 표현은 같을 지 모르지만 그 표현이 원하는 '그림'은 서로 다르다는 뜻이다. 무슨 말일까?


이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단 굽시니스트의 만평을 복기해보자. 모두가 정부와 박근혜의 '책임'이라고 화살을 돌릴 때 박근혜 또한 “맞아요. 왜 똑바로 못했을까요?” 라며 맞장구 친다. 그리고는 '대한민국' 국기에 손가락질을 한다. 얼핏 보면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사고방식이다.


그러나 두번째 사례에서 야권 논객의 '모두가 야바위다.'라고 지목하는 부분을 보면 그녀의 심리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평생을 나는 <피해자>라는 생각을 갖고 살아왔던 그녀는 이번 참사가 자신을 <함정>에 빠뜨리기 위한 누군가의 <소행>이라고 생각한다. 이 와중에 대한민국 모두가 <자신을 괴롭히기 위해> 공범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나'를 빼놓고는 아무도 믿을 수 없으며, 나를 함정에 빠뜨린 누군가는 반드시 찾아서 책임을 묻고야 말겠다. 이런 엉터리 수작에 놀아난 '모든 이'들을 결코 용서할 수 없다! 


바로 이게 박근혜의 심리다. 그녀가 자주 보여줬던 “책임자를 찾아 엄중 문책하겠습니다.”라는 식의 워딩은 그녀의 '진심'이었던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는 스스로를 평생 '피해자'로서 살아왔다고 여기는 그녀이기에 가능한 심리와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국민들이 그녀를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이런 '심리상태'가 그녀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무엇인가? 법륜의 말은 이렇게 '함량미달'의 상태인 박근혜에게 표를 줬던 사람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부작용을 낳는다는 데 있다.


왜 그럴까? 언제 나는 역사학자 전우용 선생님의 '트윗'을 옮겨온 바 있다. 요약해서 말하자면 선거로 선출된 '대통령'은 그나라 국민의식의 “쌩얼”이라는 말이다. 대통령을 당선시킨 '다수'의 <기대와 욕망>이 대통령에게 투영되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 사태를 초래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그녀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국민들이 1차적으로 반성해야 할 문제라는 것이 중요하다. 


헌데 법륜의 즉설에서는 이런 부분에 대한 성찰의 주문이 빠져 있다. 그저 “내 탓도 있으니 남을 탓해서 무엇하랴?” 라는 두루뭉수루한 상황인식으로 잠깐 반성하고 슬퍼다가 잊어버리게 만든다. 대통령이 되면 안되는 사람에게 두번 다시는 표를 주지 않아야 한다는 주권자로서의 '책임의식'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모두의 책임입니다.'라는 즉설은 그래서 가짜다. 결국 대통령에게 면죄부를 주는 행동이나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내 말과 그의 말이 일견 같은 말인 것처럼 보여도 전혀 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내 말이 닿길 바라는 상대는 박근혜에게 표를 찍어주지 않은 '야당 성향 유권자'들이 아니다. 그들은 이미 이런 사태를 <예견>했고, 그들은 이미 이런 문제의식을 나와 공유하고 있다. 그러므로 내 얘기는 더이상 국민을 지켜주지 못하는 정부에게 표를 주지 않는 것이 '주권자'로서의 국민의 <의무와 책임>이라는 사실을 대통령 지지 성향의 국민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것이 내가 말하고 싶었던 '국민의 책임'이다. 


정리하자. 


모두의 책임이다. - 나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이것을 고민한다면 옳은 생각이다.

모두의 책임이다. - 그러므로 누군가는 책임을 지겠지. (져야 한다.) 이렇게 생각한다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희생양을 만들어서 책임을 몽땅 몰아주게 되어 있다. 


같은 말이라도 의도에 따라, 대상에 따라 얼마든지 뉘앙스와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나는 분명히 말하고 싶다.


이야기가 나온 김에 한가지 더 짚고 넘어가자. 그렇다면 법륜의 말과 '모두가 야바위'라는 박근혜의 <심리상태>에는 어떤 연관이 있을까?


'모두가 야바위였다는 말을 뒤집어서 설명하면 “피해자 뿐만 아니라 구경꾼도 야바위 놀음에 끼어 있었다.” 라는 뜻이다. 이들이 '사전모의=작당'를 했든 그렇지 않든 결국 어떻게든 '공범의식'으로 엮일 수 밖에 없다는 의미다. 고로 '공범'이라는 말은 아주 포괄적인 의미로 모든 대상을 묶어 버리게 된다. 나를 빼면 아무도 못믿는다는 결론이 성립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나를 빼놓고는 모두가 야바위라고 손가락질하게 되면 결국 모든 사람이 야바위의 '공범'이라는 말이 된다. 그 자리에 있었던 모든 사람이 자신을 빼놓고 모두를 지목한다면 그 '모두' 속에 '나 또한' 들어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앞에서 짚어봤던 법륜의 말과 별 다를 바가 없어진다.


결국 박근혜를 비롯한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나를 빼면 모두 공범'이라며 손가락질 하고 있다. 결국 '모두가 범인'인 셈이다. 이게 지금의 대한민국이다. 


실제로.. 국민 모두가 이렇게 하고 있다. 여당은 여당 대로 야당은 야당 대로 국민은 국민 대로..!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아무리 책임소재를 불분명하게 넘어가서 '권력자 좋은 일만 시킨다'는 <비판>을 들을지언정 법륜의 말은 액면 그대로 보자면 '하나도 틀린 말이 없다.' 다만 그 말이 어디에 어떤 식으로 <복무>하는가? 그의 말이 결국 누구 좋자는 결론으로 성립되는가를 따질 수 있을 뿐이다.


내가 지난 글을 통해 그토록 강조했던 포인트들을 짚고 있는 언론은 없다. 시사인 천관율 기자와 오마이뉴스 손병관 기자가 그나마 '사견' 트윗으로 약간 <의견 표명>을 했을 뿐이다. '선장을 욕하는 자들 중에서 그 상황이 자신에게 일어나면 선장처럼 하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중잣대와 일방폭력이 난무하는 나라. 그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 대한민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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