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페북에서 어떤 사람이 이런 요지의 글을 올린 것을 본 적이 있다. “기부도 실천도 하지 않으면서 입으로만 개념척하는 사람들을 경멸한다.” 도발적 언사가 거슬릴 수는 있지만 그 내용 만큼은 진지하게 경청할 필요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우리는 그의 말에서 무엇을 고민해야 할까? 정답을 말하기는 쉽다. 누군가를 비난하기는 더욱 쉽다. 하지만 문제점의 원인과 해결책을 제시하고 이를 현실로 만드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는 것. 그리고 이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진보의 길임을 다시 한번 상기하는 것이다.
애당초 보수란 이런 노력 자체를 쓸데없는 것으로 여기고 포기한다. 그러면서 쿨한 척, 시크한 척을 한다. 어차피 쉽지 않은 문제를 고민하느니 하던 대로 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쉬운 길만 고집하는 것이다. 물론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현실에서 도피하여 이상향을 외치는 것만으로 자기 할 도리를 다했다고 여기는 태도, 자신의 이해관계와 관련된 문제에서는 돌변하면서 그렇지 않은 부분에만 개념척을 과시하는 것 또한 결코 옳지 않은 태도임을 분명히 직시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보수가 진보를 조롱하는 바탕이 여기에 있음을 놓쳐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누누히 말하지만 쉬운 길에 대한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돌아보는 것 그것이 진짜 진보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야기가 잠시 다른 곳으로 샜는데 어쨌든 그런 이유 때문에 유명인이든 그렇지 않든 어떤 사안에 대해 자기 의견을 제시한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에 속한다. 특히나 논란이 되는 문제의 핵심을 파고듦에 있어 유명인의 발언은 고려해야 할 지점에 대한 고민이 많아질 수 밖에 없으므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아예 대놓고 말해볼까?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는 말이다. 딱히 개념척하지 않아도 최소한 헛발질만 하지 않고 침묵하기만 해도 크게 손해 볼 일도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일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유명인들의 발언은 자칫하면 얻을 것은 없고 잃을 것은 많은 길을 자초할 수 있는 위험성이 크다. 헌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소권과 수사권이라는 세월호 특별법 문제의 핵심을 비켜가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공개적으로 밝힌 어느 여배우의 모습이 나로서는 참 고맙다.
이유는 간단하다. 앞에서 살펴보았던 대로다. 때로는 눈에 보이는 액션이나 기부와 같은 제스쳐보다도 말 한마디를 한다는 것이 더욱 어려울 수 있는 법이기 때문이다.
유명 연예인으로서 쉽게 하기 힘든 선택을 일부러 앞장서준 그 여배우의 용기는 인정받아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부디 이 분들의 뜻이 잘 모아져서 세월호의 진실이 밝혀질 수 있게 되길 진심으로 소망한다.
덧말...
물론 나도 알고 있다. 물론 세월호의 진실이 정말로 제대로 밝혀질 수 있을지를 가늠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우리나라가 미국처럼 기록물을 철저히 관리하는 것도 아닌데다 내부고발을 조직에 대한 배신으로 여기는 통념도 큰 난관에 속한다는 사실 또한...
하지만 여기서는 멈출 수 없다는 사실이 더욱 중요하다. 1년이든 10년이든 그 이상이든 이 문제를 제대로 짚고 고민해야 한다는 각오가 없이는 이 땅에 또다른 재앙이 닥친다는 사실이 너무도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현실을 알려준다는 미명으로 유가족들에게 조롱과 비아냥을 거듭하는 행위는 자제하길 바란다. 그 또한 새누리의 뻔뻔함 못지 않게 유가족에게 저지르는 또 다른 폭력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이런 참사가 일어나고 수습하는 과정에서 그래봐야 별 수 없다고 덮고 넘어갔던 지난날의 잘못을 되풀이해서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