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미생각] 교황을 배웅하며...

작성자고미생각|작성시간14.08.18|조회수49 목록 댓글 0
고미생각입니다.



명동성당에서의 미사를 끝으로 교황의 4박 5일 공식 일정이 모두 끝났다. 그간 여러 글을 통해 노심초사의 심정을 거듭 밝힌 바 있지만 다행히도 큰 잡음이나 논란없이 매우 훌륭하게 방한 행사 일정을 매듭지을 수 있었던 점이 무엇보다 가장 안도스럽고 감사하다.

지난 글을 통해 누누히 밝혔지만 우리가 언론 지상과 미디어를 통해 접했던 교황, '이런 분이시지 않을까' '이런 분이셨으면 좋겠다'고 우리가 막연히 생각하던 교황의 모습을 이번 방한 기간 내내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 내가 지금껏 들어서 알고 있던 교황이 정말 있는 그대로의 교황의 모습임을 실감하고 깨달을 수 있었던 것이 이번 방한 기간에 얻은 가장 큰 수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이번 방한 일정을 통해 제기 되었던 우려와 걱정의 목소리를 신중하고 깊이 있게 청취하여 진중하고 성의있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암시했던 꽃동네 방문의 모습을 보고 나는 정말 크게 안도할 수 있었다.

이제 교황은 모든 일정을 마치고 바티칸으로 돌아갈 것이다. 실은 나도 무척이나 아쉽다. 시기가 별로 좋지 않아서 굳이 지금 오셔야 했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는 것이 민망하고 부끄러울 만큼 말이다. 허나 교황이 돌아가는 지금 이후가 이제 우리에게는 매우 중요하다.

교황방한이 결정되고 난 이후로 일각이 제기하는 '교황앓이'의 부작용은 비록 그 속내나 의도가 의심스러울지언정 진지하게 경청해야 할 대목임을 인정해야 한다. 교황은 어디까지나 '사도들의 후계자'이다. 그 자체로 숭배나 추앙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그러므로 신자든 비신자들 이런 '기본'을 망각해서는 곤란하다.

이번 교황 방문을 통해 우리는 그 옛날 예수께서 살아오셨던 행적이 이런 모습이지 않았을까를 생각하고 묵상할 수 있는 계기로 삼는 것이 옳다. 교황이 보여주었던 행보와 모습이 우리에게 크나큰 감동과 위안으로 다가왔다면 이는 그 옛날 예수가 보여주었던 행적이 지금 이 시대에도 여전히 '재현'되고 있다는 뜻으로 여길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예수의 삶과 죽음이 더이상 지나가버려 아무런 의미도 없는 과거가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삶의 모습으로 우리와 함께 하고 있음을 깨닫는 것이 바로 동방정교회, 로마 가톨릭, 성공회, 개신교를 가릴 것 없는 '그리스도교의 신앙'의 정수이다. 이번 교황 방문을 통해 우리가 새삼 깨우쳐야 할 교훈이 바로 이것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는 얘기다.

예수 안에서의 평화는 곧 '우리 모두의 평화', '우리 안에서 이루어지는 평화'여야 한다. 가장 약하고 보잘없는 자에게 가장 어렵고 괴로운 일들을 전가시키고 떠맡기는 것으로 얻어지고 유지되는 평화는 결코 예수가 바랐고 예수가 전파하고자 했던 평화가 아니다. 내 이웃의 범위를 내 주변에 있는 사람에 국한시키지 않고, 넓은 시선으로 아우를 수 있게 되는 것.. 그렇게 해서 깨닫게 되는 사람들을 내 몸 같이 내 가족과 친구같이 사랑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지금 이 시대를 예수의 가르침으로 살 수 잇는 가장 큰 지름길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이번 교황 방문을 통해 우리가 잊지 않고 간직해야 할 '참된 보물'이 아닐까? - 그런 이유에서 교황께서 위로해주셨으니 이제 그만하면 되었지 않느냐? 라며 세월호 희생자들과 유족들을 윽박지르는 태도는 결코 교황 방한의 열매가 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히는 바이다.

그리고 이러한 교훈을 깊이 묵상하고 실천할 수 있을 때 이번 교황 방문은 단순한 교회 지도자의 방문과 일시적이고 찰나적인 위로와 위안을 넘을 수 있을 것이다. '전가'의 신앙을 거부하고 '내 십자가를 지고 예수를 따르는' 신앙의 삶, 그것이 바로 '순교자의 삶'임을 깨닫고 실천할 수 있어야 교황 방한의 의미가 비로소 제대로 열매맺게 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렇지 않게 된다면 우리는 교황을 내세워서 잠시 우리의 고통과 괴로움을 '위안'받는 것으로 만족하고 그 모든 것들을 교황의 힘으로 해결해주기를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그렇게 교황에게 모든 것을 전가시키고 팔짱만 끼고 있는) 어리석음을 간직하고 유지하는데 그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일각에서 제기하는 교황의 '우상화'를 저지르는 우를 범할 수 있음을 우리는 결코 외면하거나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4박 5일 간의 '여정'을 뒤로 하고 다시 바티칸으로 돌아가는 교황에게 마음을 다해 배웅의 인사를 드린다. 우리 국민들이 이번 방한으로 얻게 된 씨앗을 잘 키워서 풍성하게 키워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어서 매우 감사하다는 말씀도 드리고 싶다. 기쁜 마음으로 온 국민이 교황을 배웅할 수 있게 되어서 매우 다행스럽고 행복하다. 특히 그간의 노심초사가 쓸데없는 걱정이었음을 기꺼이 인정할 수 있게 되어 더욱 그렇다.


끝으로 한국을 떠나시는 교황께 삼가 인사드린다.
"비바 파파! 정말 감사했습니다. 안녕히 돌아가시기를.. 항상 영육간에 건강하시기를 기도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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