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미생각] 신뢰가 사라지면 정치도 죽는다.

작성자고미생각|작성시간14.08.21|조회수403 목록 댓글 0
고미생각입니다.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싸움 속에서 스스로도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하여야 한다. 우리가 괴물의 심연을 오랫동안 들여다 본다면, 그 심연 또한 우리를 들여다보게 될 것이다.” - 프리드리히 니체

요즘들어 가장 많이 언급하고 있는 니체의 어록이다.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싸고 일어난 일들을 살펴 보노라면 정치 이전에 사람이 정말 더럽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한결같이 세월호 유족들을 모욕하는 새누리와 일베들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야당 성향의 트위터러들이 한순간에 돌변하여 저들이 내뱉는 논조와 비슷한 의견을 마구 쏟아내는 것을 보고 느끼는 답답함과 절망감이 정말 너무도 괴롭다는 얘기다.

헌데 내가 이렇게 비판을 했더니 어떤이가 니체의 다른 어록을 인용해 놓은 것을 보았다.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호의, 새로운 것에 대한 선의를 가져라.”

이 말을 보는 순간 나는 지난 대선 때 느꼈던 무력감과 절망감을 또 한번 실감해야 했다. 우리 편이라고 믿었던 사람들의 밑바닥이 고작 이정도 밖에 안되는가 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낯선 것, 새로운 것에 대한 선의와 호의를 가지라는 말을 어떻게 참신한(?) 주장이라면 그 어떤 주장이라도 덮어놓고 받아들이자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는가? 그건 참신한 것이 아니라 금도를 넘은 것이다. 이런 걸 두고 아전인수요 견강부회라고 하는 것이다. 저 말은 지금 새민련 일각이 저지르는 일에 대한 정당화나 합리화의 도구로 쓰일 수도 없고 쓰여서도 안된다.

특히나 관성적인 태도와 허울좋은 당위성에 기대고 있다는 식으로 유족들을 공격하고 몰아세우는 것은 적어도 귀한 자식을 한순간에 잃은 유족들에게 할 소리가 아니다. 당신들이 그런식으로 유족들을 고립시키는 것이 고작 교통사고 가지고 이 소란을 떤다고 여기는 일베와 새누리의 입장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그 어떤 비판과 공격이 난무하는 세계가 정치판이라고 하더라도 최소한의 염치와 분별을 잃어서는 안된다. 그 금도를 넘어서는 순간! 이왕 베린 몸이 되어 우리가 맞서던 것들이 점점 지켜야 할 것들로 둔갑해버린다. 이것이 내가 니체의 괴물 어록을 인용한 의도다.

상대방을 조롱하고 비아냥대며 인신공격을 일삼는다던지, 상대방의 의견을 의도적으로 왜곡과 교란시켜 불필요한 논란을 야기시키며 논점을 벗어나게 만드는 행동은 대화와 토론에 대한 신뢰에 큰 타격을 입힌다. 더이상 상대방과 대화와 타협을 해야할 이유와 명분과 근거가 사라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신뢰를 죽이는 순간, 정치는 죽는 것이다. 정상적인 정치활동을 죽이는 것. 그것이 정치혐오다.

나는 지금 새민련 일각이 보여주는 태도를 보며 지난 대선을 떠올린다. 그들은 대선 기간 내내 안철수와 그의 지지자들이 정치혐오를 부추기고 있다고 격렬하게 비판했었다. 헌데 지금은 오히려 그들 자신이 정치혐오를 부추기고 있는 형국이다. 과연 이것이 정상일까?

이해관계와 주변 상황에 따라 한 입으로 두 말하는 것을 정치라고 부른다면 정치혐오가 생기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당신들의 분별없는 행동이 앞으로 일어나는 일들을 정치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게 만드는 선례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제발 아프게 돌아보길 바란다. 더이상 우리 편에게 상처입고 실망하는 일을 반복하고 싶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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