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미생각] 분명한 판단 기준과 올바른 역사의식을 세워야 세상이 바뀐다.

작성자고미생각|작성시간14.08.24|조회수128 목록 댓글 5
고미생각입니다.


http://www.huffingtonpost.kr/hiroshi-mitani/story_b_5696906.html?utm_hp_ref=korea

허핑턴포스트 일본판에 올라온 글이라고 한다. 이 글을 읽는 내내 무릎을 쳤다. 내가 그동안 생각하고 고민하던 주제, 우리 노하우업 카페에서 주된 테마로 삼고 있는 문제를 쉬우면서도 명쾌하게 풀어냈기 때문이다. 사실 이 글만 꼼꼼히 정독해도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매우 많다. 노하우업 카페에서 수차례 지적한 바 있지만 "개인과 집단의 괴리" 그 중에서도 자발적으로 선택할 수 없는 (여기에 밑줄과 별표가 무수히 필요하다.) 공동체이자 집단의 영역에 속하는 가족과 국가의 '선택과 책임'에 대한 문제를 정확하게 짚어내고 있다는 점이 이 글의 가장 큰 미덕이다.

무엇보다도 가족 구성원을 '연좌제'로 처벌하는 것과 국가의 '과거행적'에 대한 '책임과 보상'을 요구하는 것이 <같은 기준>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짚어내는 사람들이 매우 드물다. - 물론 법리적으로 연좌제를 인정하지 않더라도 사회적으로 연좌제의 굴레는 씌우는 우리나라의 현실에 대한 부분은 일단 논외로 해두도록 하자. - 우리나라의 그 잘나신 학자님들이나 빼어난 평론가,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이런 얘기를 하는 경우를 난 보지 못했다. 내가 알고 있는 한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분명히 짚고 넘어간 사람은 - 내가 아는 범위에 한정된다는 전제는 필요하겠지만 - 아프로만님, 유시민, 마이클 샌델 정도 외에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주제에 대한 자세한 언급과 설명은 저 포스팅을 숙독하는 것과 노하우업 카페의 '하이라이트 섹션'을 살펴보는 것으로 충분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정도로 줄이고자 한다. 하지만 적어도 이 글 가운데에 숨어있던 또 다른 포인트에 대해서는 한번쯤 짚고 넘어갈 필요성을 느낀다.

'가족공동체의 연좌제와 국가의 책임배상은 어떻게 구분되는가?'라는 주제를 다루면서 저 포스팅의 필자는 일본에 불고 있는 '극우보수화'의 바람에 대한 우려섞인 시선을 보내는 것으로 글을 시작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이 '패권주의'의 야망을 공공연하게 드러내면서 군비 확장을 도모하고 있는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일본 또한 이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가 급속히 형성되고 있다는 흐름과 맥락을 짚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이런 동북아 3국의 급격한 '수구보수화'와 '군사적 긴장'에 대한 문제를 오래전부터 경고한 사람이 있었다. 그가 바로 노무현이다.

이렇게 얘기하면 어떤 사람들은 또 다시 '노무현 우상화'를 획책한다는 식으로 아니꼽게 볼지도 모른다. 허나 그렇지 않다는 근거가 <기록>으로 존재한다. 나는 이 기록을 근거로 노무현이 가졌던 생각과 고민에 대해 다시금 돌아보고 짚어볼 필요성이 있음을 말하고 싶다. 그 기록이란 그가 대선후보에 나서기 전인 - 다시 말해 그가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아무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 2001년 안동에서 열린 시민학교 강연의 녹취록이다. 이 녹취록이 내가 말하고자 하는 주장의 <근거>로서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먼저 노무현이 말했던 부분을 그대로 인용해보도록 하자.

"(상략)

경제를 잘하는 일이 아닙니다. 단지 깨끗한 사회를 위해 공직기강을 바로잡겠다고 감사원 직원들 파견하고 암행감사반을 보내고 하는 이런 식의 개혁이 아니라, 역사의 무대를 크게 잡아서 세계사의 조류가 어디로 흘러가는지를 멀리 내다보면서 독일의 운명을 개척해 나갔던 이 사람들이 역사의 지도자인 것이죠.

(중략)

중국과 일본간에 군비경쟁이 시작되면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따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도 군비증강을 해야 하는데 경제는 일본의 10/1밖에 되지 않고 인구는 중국의 20/1밖에 되지 못합니다. 그러면 어느 쪽에 기댈 것인지를 걱정해야 합니다. 과거 우리의 역사가 그랬거든요. 어느 쪽에 기댈 것인지를 놓고 우왕좌왕하며 싸우다가 망해버렸던 것이 한말의 우리역사 아닙니까?

여기에 효과적으로 대처 할 수 있는 효과적 대안을 우리는 가지고 있지 못합니다. 이렇게 될 때, 우리 한국은 또다시 한미일 삼각안보체제의 한축으로서 변방의 역사, 주변의 역사를 계속 이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남북관계의 열쇠를 돌려야 합니다. 남북관계를 새로운 시대로 열어 나가야 합니다. 안정과 평화가 구축될 때 동북아시아의 평화로운 질서가 형성될 수 있습니다. 최근 APEC회담에서 김대중 대통령께서 창안해서 중국과 일본의 동의를 받아 경제장관회의를 만들고 하는 작은 그림을 그리고 왔습니다. 아직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이것이 우리 민족의 미래에 엄청난 의미를 갖는 하나의 출발입니다.

수백년 중국의 눈치를 살피면서 변두리 국가로 살아온 것이 우리의 역사입니다. 이것을 우리가 뛰어넘을 수 있는 세계사의 대전환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세계화시대, 유럽이 하나로 통합되는 시대, 그리고 남북이 하나로 손잡고 평화를 구축하면 중국과 일본의 군비경쟁을 막을 수 있고 여기에 적대와 불신의 국제관계를 청산하고 화해와 협력, 공존과 번영의 국제관계를 만들어 낼 수 있을 때라야 한국이 중국이나 일본의 눈치 보지 않고 당당하게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다시 설 수 있는 세계적 통합의 구심점으로서의 위치를 잡을 수 있는 호기가 마련되는 것입니다.

일본은 전과가 있습니다. 중국은 너무 큽니다. 패권주의의 전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일본과 중국을 중재할 수 있는 나라가 한국입니다.

(하략)"

이 글을 읽어보니 어떤 생각이 드는가? 그렇다. 이것이 바로 김대중-노무현으로 이어지는 동북아균형자론의 <발제 근거>다. 동북아 3국이 평화와 번영을 이루기 위해서는 무한 군비 경쟁에 돌입하는 흐름 부터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당시와 달라진 점이 있다. 저 때에는 북핵문제가 동북아 평화를 방해하고 저해하는 요소였지만 지금은 중국의 패권주의에 기반한 군비확장과 이에 대한 반작용 등으로 확산되고 있는 일본의 극우보수화 군사대국화의 움직임이 문제로 대두 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노무현이 말했던 바로 이 대목에 있다.

"중국과 일본간에 군비경쟁이 시작되면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따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도 군비증강을 해야 하는데 경제는 일본의 10/1밖에 되지 않고 인구는 중국의 20/1밖에 되지 못합니다. 그러면 어느 쪽에 기댈 것인지를 걱정해야 합니다. 과거 우리의 역사가 그랬거든요. 어느 쪽에 기댈 것인지를 놓고 우왕좌왕하며 싸우다가 망해버렸던 것이 한말의 우리역사 아닙니까?"

그렇다. 바로 그렇다! 과거의 잘못이 또다시 되풀이되고 반복되는 위험에 처하게 되었는데 이를 손놓고 강건너 불구경하듯이 보고 있을 수만 없다는 것. 동북아 3국이 상생하고 번영하기 위해서라도 세계사의 조류를 올바로 파악하고 적대와 불신과 반목의 국제관계를 청산하기 위해 한국이 '균형자'로서의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것이 바로 노무현이 동북아 균형자론을 주창했던 이유이자 목표였던 셈이다.

그런데 당시 노무현이 동북아 균형자론을 들고 나왔을 때 우리나라 외교, 군사 전문가들과 이른바 '진보적 입장'을 가진 오피니언 리더들은 어떻게 대처했던가? '현실적인 문제와 한계를 들어 그의 생각을 설익은 주장, 여론과 인기에 영합하기 위해 즉흥적으로 제시한 비전', '터무니없고 쓸데없는 이론'이라고 일축하며 폄하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허나 13년이 지난 지금 어떻게 되었나? 노무현이 내다보고 경고했던 대로 세상이 흘러가고 있지 않은가?

이런 이유 때문에 나는 정치 관련 커뮤니티가 속보성 경쟁과 시사성 이슈에만 몰두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누누히 강조한 바 있다. 오히려 과거에 올라왔던 글들을 꼼꼼히 숙독하고 이를 현재 일어나는 이슈들과 연결시킴으로써 과거의 사실이 현재와 미래에도 여전히 생명력을 유지한다는 '흐름과 맥락'을 보는 안목과 시야를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해왔다. 그리고 그 주장을 구현하기 위한 커뮤니티로 노하우업 카페가 존재하는 것이다. 이슈의 중심에서 비켜가면 빠른 속도로 잊어버리는 일을 반복해봐야 어떻게 세상이 바뀌고 진보할 수 있단 말인가?

결국 이런 논의들을 통해 우리가 진실로 깨달아야 할 교훈은 바로 "과거를 무조건 외면하고 무시하고 덮어놓은 채로 미래로 나아갈 수는 없다"는 점에 있다. 설사 미래로 나아간다고 하더라도 그 미래는 "과거의 답습과 반복"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과거를 정확히 이해하고 그 이해의 폭과 깊이를 점점 키워가는 과정과 노력이 있어야 과거가 현재와 미래의 '지도와 나침반'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올바른 역사인식의 기본 틀이 아닐까? 이를 가볍게 생각하는 우리나라의 풍토가 너무도 아쉽고 안타까운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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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무투 작성시간 14.08.26 노무현의 동북아 균형자론이 고졸놈의 책상물림으로 까이는 데는 진보적 오피니언 리더들과 자칭 군사전문가라는 사람들의 과거로 거슬러올라가야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 답댓글 작성자고미생각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4.08.26 동감!
  • 작성자무투 작성시간 14.08.26 군사전문가들을 보면 육사 4년 반공교육->군인 생활을 하거나 하나회에 줄을 대서 외무부 사무관으로 전출->헤리티지재단 장학생->네오콘 신봉론자 둘 중에 하나죠. 이 사람들은 북한과 중국을 남한 안보의 최대의 적으로 생각하고, 미국을 온라인게임의 치트키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인데 이 사람들에게 주적과 친하게(?) 지내자는 노무현은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까요?
  • 작성자무투 작성시간 14.08.26 그리고 진보적 명망가들... 이 사람들이야 군사전문가들과 달리 이념적 분포가 너무 다양해서(반미꼴통들부터 시작해서 노르웨이의 자유주의와 소련의 경제체제를 합치면 유토피아가 온다는 어떤 러시아인까지) 위에 군사전문가들처럼 통일해서 원인을 짚지는 못하겠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두 가지입니다. 자신들의 이상과 노무현의 실리주의가 어긋났다는 거, 그리고 고졸에 쌍시옷 발음도 못하는 책상물림이 어설프게 자신들의 전공분야에 도전(?)했다는 거.
  • 답댓글 작성자고미생각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4.08.27 전 묻고 싶습니다!13년이 지난 지금 도대체 당신들의 그 잘난 학벌과 지식과 전문성으로 뭘 했는지를 말입니다. 도대체 이 나라에 전문가가 있기는 있는 겁니까? 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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