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미생각] 방송인 이지애 씨에게 드리는 고언

작성자고미생각|작성시간14.09.16|조회수82 목록 댓글 0

고미생각입니다.



어제 아침에 이지애 씨가 올린 페북 포스팅을 봤다. 한마디로 말하자. 씁쓸하고 착잡하다. 그녀는 강용석을 향해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고 생각하고 포스팅을 올렸겠지만 참으로 유감스럽게도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이지애 씨에게는 미안한 말이 되겠지만 사실 그녀는 강용석에게 화해를 하자고 한 것이 아니다. “항복한 것”이다.

요즘 들어 ‘하나만 물어볼게요.’라는 말이 유행어처럼 쓰이고 있는데 나 또한 이지애 씨에게 하나만 물어보고 싶다. 강용석이 과연 ‘반성하고 개심’했다고 생각하는가? 그가 마인드를 고쳐먹었다는 ‘증거’나 ‘근거’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가 성공한 방송인으로 안착했고 시간이 지나서 그 발언의 사회적 파장이 희석되었다고 해서 그의 발언에 대해 쉽게 ‘용서’를 해주고 ‘화해’하자고 손을 내밀어도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인가?

이지애 씨가 ‘화해’를 청한 것은 프리랜서 방송인으로서 그와 함께 일하는 것이 부끄럽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컸을 것으로 본다. 이제는 꽤나 잘나가는 방송인이 된 그와 어떻게든 마주치지 않을 수는 없을테니까..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이지애 씨 개인의 소회일 뿐 이지애 씨의 입장이 아나운서 계 전부를 대표한다고 말할 수는 없음은 자명하다. 하지만 이지애 씨의 포스팅으로 인해 아나운서 계 전체가 강용석과 화해를 청한다는 인상을 주게 되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강용석이 발언한 지 4년이 되었든 40년이 되었든 그의 발언은 ‘대한민국 입법기관’이라는 ‘공적인 위치’에 있는 국회의원이 절대로 해서는 안되는 말이며 책임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절대로 가져서는 안되는 마인드이다. 개인의 영달을 위해서는 방해된다고 생각하는 그 모든 것을 철저히 무시하라는 가르침처럼 무시무시한 조언이 있을까? 이것은 당위성의 문제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이 나라의 도덕성의 근간을 뿌리채 흔드는 발언이다. 한마디로 ‘금도’를 넘었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렇게 문제가 많은 발언을 이제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하려는 대학생들에게 아무런 가책도 없이 태연하게 얘기했다는 사실을 어떻게 그냥 넘길 수 있단 말인가? 자라나는 젊은 세대들에게 비뚤어지고 잘못된 가치관을 가르치는 어른들이 판치고 있는데서야 이 나라의 미래를 어떻게 낙관할 수 있단 말인가?

이지애 씨에게 정중히 충고한다. 화해나 용서라는 말은 함부로 써서는 안되는 말이다. 자칫하면 잘못을 저지른 사람에게 ‘반성의 계기’는 커녕 ‘면죄부를 남발하는 우’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지애 씨 입장에서는 무척 많은 고민을 하고 ‘용기’를 내어 포스팅을 올렸음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그녀가 고려하지 못했던 부분들 때문에 더 큰 문제를 낳을 수 있음을 냉정히 돌아보길 바란다.

이지애 씨는 해당 포스팅에서 “아나운서는 말을 하는 직업이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말을 아껴야 하는 직업”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당신이 했던 그 말 그대로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보길 진심으로 충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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