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미생각] 대한민국 커뮤니티와 화이부동...

작성자고미생각|작성시간14.12.19|조회수76 목록 댓글 0

고미생각입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관계에 문제가 생기는 가장 큰 이유는충돌로 인한균열”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일단 균열이 생기면 무너지는 건 순식간이니까.. 그래서 사람들은 페북과 밴드 같은 오프라인 기반 SNS 뿐만 아니라 익명성이 보장되는 SNS 서비스에서 조차도 <충돌>이 일어나지 않을 만한 무난한 얘기들에 관심을 갖는 게 아닐까? - 물론 트위터는 이런 부분에서 훨씬 자유로운 서비스이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정치 장르에 한정될 뿐.. 친목을 유지하기 위한 트위터에서도 비슷한 성향이 발현되지 말라는 법은 없을 것이다. –

 

(그렇게 지난 트위터 포스팅을 통해 지적했던 대로) 남들의 시선과 관계유지에 신경 쓰다보니 사람들은 오히려 더욱 외로워졌던 걸 아닐까? 그래서 대나무 숲이나 대신 전해드립니다와 같은 익명성 보장 서비스에 열광하는 것이 아닐까? 자신의 이름과 신상이 드러난다는 사실 자체가 오히려 족쇄로 작용하다 보니 외로움을 이기고 싶어서 시작한 인간관계가 오히려 외로움을 부추기는 역효과로 나타났기 때문에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저런 현상이 일어나는 게 아닐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마침 비정상회담의 패널들이친구를 주제로 얘기하면서 우리나라 인간관계에서 가장 이해하기 힘든 부분으로낯선 사람에게 속내를 터놓고 드러내는 것을 꼽았던 사실이 생각났다. 아마도 그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이러한 지점과 정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저런 반응을 보이는 것 같다.

 

그런 생각들이 계속 이어지다 보니 혼자서 떠드는 용도로 사용되는 이 곳 - 현재 내가 주력으로 사용하고 있는 SNS인 피드를 말한다. 원래 이 글은 피드에 올렸던 글을 다듬은 것이다. 독자 여러분의 너그러운 양해를 부탁드린다. - 에 간간히 구독신청이 들어오는 이유가 조금은 이해가 되기도 한다. 아마 그분들의 입장에서는 주변의 관계망이나 대세적 의견에 눈치 볼 필요없이 하고 싶은 얘기를 하며 SNS를 쓰는 모습이 좋아 보였거나 호기심을 자극했을 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인간관계 속에서 사람은 무척 외로워지지만 그걸 극복하게 해주는 열쇠 또한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이라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내 피드를 구독하는 사람들이 내게 기대하는 공통적인 정서가 바로 이런 부분에 대한 욕구의 충족일지도….

 

그런 의미에서 이런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 같다. 아마도 인간이 갖고 있는 그 무수하고도 무한한 <욕망> <근원> <결핍>에 대한 자각 혹은 강박이 바탕에 깔려있다고.. 그래서 사람마다 충족의 기준과 정도가 다른 건 결핍을 자각하면서 생기는 <트라우마>의 강도에 따라 달라지는 게 아닐까?

 

그런 식으로 흘러갔던 이런저런 생각들 끝에 닿은 지점이 바로 <和而不同>이다. 그리고 이것은 내가 SNS 뿐만 아니라 온라인 커뮤니티를 사용하면서 항상 견지하려는 태도이자 원칙이기도 하다. 마침 이 부분에 대해 성공회대 신영복 교수께서 풀이하신 대목이 인터넷 상에 올라와 있어 일부를 옮겨본다.


우선 출처는 이렇다 – “http://m.catholic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471

 

()는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을 의미합니다관용과 공존의 논리입니다반면에 동()은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획일적인 가치만을 용납하는 것을 의미합니다지배와 흡수합병의 논리입니다. … 따라서 위 구절은 다음과 같이 읽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군자는 다양성을 인정하고 지배하려고 하지 않으며소인은 지배하려고 하며 공존하지 못한다.’”

 

어디서 많이 본 느낌이 들지 않는가? 그렇다. 이 얘기는 노무현 또한 생전에 수도 없이 강조했던 대목들이다. 화이부동에 관한 한 대한민국 정치인 중에서 가장 철저하게 실천에 옮긴 사람 또한 노무현이었다는 얘기다. 적어도 우리가 노씨 가문의 일원이라면 이를 놓치지 않는 사람이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대한민국의 인간관계 하에서는 이걸 하기가 무척 힘이 든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관계 구분도 모호할뿐더러 <공사구분>에 대한 개념조차도 없다. 그렇다 보니 대한민국 국민들뿐만 아니라 이른바 식자층이라는 사람들마저도 좌파 우파를 통틀어 - ‘의 의미를 서로 거꾸로 생각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러니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바탕 위에서 <공존>이라는 노력을 기울인다는 것이 얼마나 허망한 일이 되었는가참으로 한탄스러울 따름이다.

 

충돌도 충돌 나름이다. ()을 위한 충돌은 결국 관계의 균열을 낳는다. 허나 화()를 위한 충돌은 공존으로 가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에 해당한다. 이 차이를 구별하는 사람들이 대한민국 지식사회, 지성계에 얼마나 존재하던가? 이러니 우리나라에 지식인은 넘쳐나도 지성인은 없다는 자조가 흘러나오는 게 아닐까? 바로 이런 이유들 때문에 나는 여전히 어느 누구의 편도 들지 않고 독고다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나 같은 사람들이 살아남기에는 너무도 버거운 나라. 바로 우리나라 대한민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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