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시장을 보고나서...(부제: 진화하는 수구, 노무현 프레임에 갇힌 진보)

작성자무투|작성시간14.12.30|조회수1,313 목록 댓글 3

지난 토요일에 요즘 뜬다는 '국제시장'을 보았습니다.


영화의 내용을 보니 충분히 박통교 신자들이 향수와 대리만족감을 느낄만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정치적 요소는 싹 빼고(민중항쟁, 한-중 수교, 남북 정상회담, 부산 구도심 재개발 등) 7080세대의 감수성을 자극하는 소재(서독 노동자 파견, 베트남전쟁, 역동적인 70년대의 부산항)에 한국 사회, 아니 전체주의 사회가 이상적인 인물로 생각하는 성실하고 자기희생적인 주인공, 거기에 열심히 일했지만 실직의 공포와 자식들의 취업문제로 골치를 썩이는 7080세대들에게 자기 위로가 될 만한 메시지("그만하면 너 잘 살았다. 울지 마라")까지. 그래서 박근혜와 조중동문이 입에 침이 말라 목소리가 잘 안 나오도록 극찬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를 바탕으로 애국주의 정서를 부활시키고, '무능한 민주화팔이 룸펜들 VS 근면성실한 수출 천만불 달성의 주역들'이라는 프레임을 새로 짜는 데 성공한 수구들을 보면서 비록 적이지만 '대단하다'는 말을 해주고 싶을 지경입니다. '적의 적은 친구'라는 논리로 교련 시간에 이스라엘을 찬양했던, 이인제가 노무현에게 매카시이즘적 인신비방을 하다가 노무현의 "지금 절더러 아내를 버리라는 말입니까?"라는 한 마디에 녹아웃되었던 그 때의 그들이 아니에요.


반면 이 나라 진보들은 어떻습니까? 설문조사마다 경제난 때 박정희 다음으로 생각나는 대통령하면 노무현이라고 하는데도 이 노무현과 타협하고 화해하기는 커녕 노무현을 난도질하는 데만 시간을 허비하고, 좋은 소재(노무현 덕분에 북한의 남편을 다시 만난 독일인 레나테 여사, 공산주의 폭도의 조력자라는 오명을 씻은 제주도 4.3사건 피해자들)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변호인'이 한창 뜨던 올 1월, 허지웅의 뜬금없는 "노빠는 박통교, 일베의 안티테제다"도 그렇고, 지난 11월에 개봉한 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복직투쟁을 다룬 영화 '카트'에서도 "이랜드 노동자들의 고통은 딴나라당과 삼성경제연구소의 태클에 '비정규직법 개악안'을 만든 노무현 때문이다"라고 그 예의 '좌측 깜빡이 켜고 우회전하는 노무현' 이론을 다시 등장시키고, 착해빠진 문재인에게 "수구 기득권에게 굴복해 비정규직 지옥을 만든 과거를 반성하라"고 인민재판을 합니다. 황우석의 모럴 해저드를 다룬 영화 '제보자' 상영 때도 노무현 탓, 밀양 여중생 강간사건을 다룬 '한공주' 때도 정치검사들 숙청 못한 노무현 탓, 뭐도 노무현 탓. 더 암울한 것은 저들의 프레임에 지배당하는 문재인, 안희정이 우리의 몇 안되는 희망이라는 점(그래서 노무현이 더 그리운 걸지도...).


저는 "이 나라에 필요한 지식인은 노엄 촘스키가 아니라 조지 레이코프다"라는 아프로만님의 말을 뼈가 저리도록 공감합니다. 언제쯤 가야 냉철한 두뇌와 빠른 판단력을 겸비한, 조지 레이코프의 프레임에 충실했던 노무현같은 영웅이 다시 나타날까요?


어제 '국제시장'과 '카트'라는 제목으로 글을 썼다가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라고 떠들고다니는 입진보, 안위병들에 대한 분노 때문에 삼천포로 간 것 같아서 지우고 다시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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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지여 작성시간 15.01.03 일흔 넘은, 제 외숙이 서독 광부취업 이민자이신데, 그 세대의 노고에 대해서는 일단 인정해 드려야 될 것 같습니다. 그 후, 자녀세대가 어떤 나라에서 살아 갈 것인지? 정중히 설명해 드리면 (꽉 막힌 분 아니면) 고개를 끄덕이더군요.
    비유하자면, 성춘향이 변학도(가난, 굶주림)에게 시달리며 이몽룡(박정희 비유)을 기다렸다가 결혼한 해피엔드 까지, 인정 후
  • 작성자지여 작성시간 15.01.03 막상 결혼 생활 해보니, 몽룡이 춘향이 성격차이, 정보화 시대에 맞지 않는 가부장적인 시댁과의 갈등... 결혼 생활 만만치 않지요. 입센의 <인형의 집>에서 로라 가 왜? 가출할 수 밖에 없었는지, 춘향전에서 인형의 집으로 발전 해야 함을 말씁 드려야 하고, 인형의 집을 나서 보니 길거리 노숙자 가 될 수 밖에 없는 대한민국 현실, 설명드려야 하는 힘든 과정이 필요하겠지요. 보수 진보 니편 내편, 세대차이 거론 하면, 바둑으로 치면 자충수, 악수 연발이겠지요 ^ ^&
  • 작성자지여 작성시간 15.01.03 주변 친지 가족 친구, 돌아보면 보수도 진보도 없습니다. 조선, 새누리당 과 진보장사꾼 들 의 농간과 기레기 언론프레임이지요. 유권자 100 이면 보수 5 정도 진보 1 정도일겁니다. 94% 는 그냥 내 이웃, 생활인 일 뿐..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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